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27화 (127/318)

# 127

< 내 언데드 100만 >

제127화  마계기사 레이몬 소환!

붉은빛이 희미하게 흘러나오고 있는 기드온의 장검이 한성을 향해 내려쳐진다.

장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붉은빛은 기드온이 파이어 임팩트를 시전 중이라는 증거였다.

파이어 임팩트는 공격력이 상당히 높은 근접전용 스킬로 상대를 공격하면 작은 폭발을 일으킨다.

그 데미지는 어마어마하다.

제대로 들어간다면 한성이라도 위험할 터.

그뿐만이 아니다.

리버의 투 핸드 소드에서도 범상치 않은 마력이 흘러나오며 한성을 노리고 쇄도하고 있었다.

강렬한 일격을 날리는 매그넘 크래쉬가 한성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던 것이다.

매그넘 크래쉬는 상대에게 강력한 한 방을 선사하면서 적을 날려 버리는 스킬이었다.

그 공격력은 파이어 임팩트 못지않았다.

그렇기에 기드온과 리버는 눈앞에 있는 허약하기 짝이 없는 네크로맨서 놈을 날려 버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스킬 중에서 가장 데미지가 높은 스킬인 데다가 완벽한 콤비네이션 공격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건 피할 수 없어!’

‘어디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봐라!’

기드온과 리버는 자신감이 넘쳤다.

중간에 방해하던 언데드 몬스터들을 가볍게 뚫고 무방비 상태인 한성에게 완벽한 기습 공격을 먹인 것이었으니까.

적어도.

“나와라, 레이몬. 안 나오면 뒤진다.”

눈앞에서 한성이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기 전까지는.

콰아아아아아앙!

한성의 말이 무섭기 어마어마한 폭발과 함께 굉음이 숲속 전체에 울려 퍼졌다.

기드온과 리버의 공격이 한성에게 적중한 것이다.

“……!”

아니, 그들은 보았다.

자신들의 공격이 한성에게 적중되기 전 칠흑같이 어두운 막이 한성 앞에 나타난 것을.

[언데드를 거칠 게 부리는 마스터로군.]

“이, 이게 무슨?”

기드온의 얼굴에 경악한 표정이 스쳐지나간다.

그건 리버를 비롯한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눈앞에 2미터에 달하는 칠흑의 갑주를 입은 존재가 한성의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놈들인가? 네놈들 때문에 내가 이 밤늦은 시간에 소환되었단 말인가?]

“어. 그래도 용케 나왔네. 안 나올 줄 알았더니.”

레이몬의 뒤에서 한성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긍지 높은 마계기사다. 이미 계약을 했으니 마스터의 말에는 따라야지.]

“마왕이고 뭐고 너보다 약하면 말 안 듣는다며?”

[그렇다. 나는 나보다 약한 놈의 명령은 듣지 않는다. 마스터는 다르지만.]

“디아나가 무서운 건 아니고?”

[무, 무슨 소리! 내가 그 여자를 왜 무서워해야 하지?]

한성의 말에 레이몬은 즉각 반발했다.

그 모습에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진짜 어지간히도 디아나가 싫은가 보네.’

레이몬의 반응에 한성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레이몬의 행동은 이전과 달라졌다.

그리고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레이몬이 달라진 건, 한성의 교육도 있긴 했지만 디아나를 언급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자신보다 약하면 절대 말을 듣지 않는다고 지껄이는 데다가, 맨 처음 한성을 만났을 때 부모님 드립까지 해 대던 레이몬이 유독 디아나에 관해서는 약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마왕한테 부모 드립을 치는 미친놈이 말이다.

‘대체 디아나한테 무슨 짓을 당했던 걸까?’

한성 입장에서는 디아나 덕분에 레이몬을 컨트롤하기 쉬워졌지만, 한편으로는 디아나를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예전에 했던 다짐을 다시 한 번 상기했다.

‘절대 루루는 울리지 말아야지.’

한편 한성은 루루와 라이를 아직 소환하지 않았다.

크리스토 백작가에서 파견한 병력들의 실력과 규모가 어느 정도인 파악한 다음 소환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레이몬의 실력을 보고 싶기도 하고.’

한성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레이몬을 바라봤다.

과연 마계 기사라고 자칭하는 레이몬은 얼마나 강할까?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건방 떨지 마라!”

그때 기드온이 고함을 치며 장검을 휘둘러왔다.

[예의가 없는 놈이군.]

까앙!

레이몬은 칠흑의 검을 꺼내 들며 간단히 기드온의 검을 막아 냈다.

[이따위 검으로 날 공격할 건가? 어이가 없군.]

레이몬은 비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칠흑의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우우우우웅.

그러자 주변에 있는 어둠이 공명하는 것처럼 진동음이 울려 퍼지면서 검은 기운이 검 주위에서 휘몰아쳤다.

“어, 어둠이……?”

기드온에 이어 투 핸드 소드를 들고 공격하려던 리버는 칠흑의 검을 보고 멍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치 어둠이 칠흑의 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다크 슬래시.]

슈아아악!

순간 기드온과 리버, 그리고 그 너머에서 프로즌 좀비 울프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기사들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칠흑의 검이 아래로 내려쳐지면서 주변을 어둠속으로 물들이는 검은 기운이 날카롭게 뻗어 나갔던 것이다.

콰콰콰콰콰쾅!

“뭐, 뭐야 이거!”

“이, 이게 뭐, 아아아아악!”

“크아아악!”

곧이어 지면이 터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기사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둠을 가르며 지나간 다크 슬래시가 지면을 폭발시키면서 기사들에게 데미지를 입혔던 것이다.

잠시 후, 다크 슬래시가 지나간 풍경이 한성의 눈앞에 펼쳐졌다.

‘허.’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얼굴을 바꿨다. 자신의 모습을 보고 레이몬이 잘난 척을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다고 해도 넘어가 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만큼 조금 전 펼쳐진 레이몬의 다크 슬래시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했으니까.

한성의 눈앞에 다크 슬래시의 공격으로 기사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직 숨이 붙어 있기는 했지만, 단 일격에 기사들을 쓰러트렸다는 점이 중요했다.

어마어마한 범위 공격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조금만 힘을 쓰면 이렇게 되지.]

아니나 다를까 레이몬은 잘난 척하는 어투로 말하며 한성을 돌아봤다.

“꽤 하네.”

한성은 아주 조금 레이몬을 인정해 줬다.

까앙!

하지만 이내 레이몬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무슨 짓이냐!]

단번에 레이몬이 푸른 눈빛을 토하며 한성을 노려봤다.

“너야말로 지금 뭐하는 짓거리야. 너 때문에 프로즌 좀비 울프들이 전부 전멸해 버렸잖아.”

[흥.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난 상관있어!”

레이몬의 대답에 한성은 학살자의 스켈레톤 스태프로 휘둘렀다.

까아앙!

학살자의 스켈레톤 스태프는 시원하게 레이몬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기사들을 제압한 건 좋았지만, 문제는 한성이 소환한 프로즌 좀비 울프들마저 전부 전멸해 버렸다. 레이몬이 조금만 신경 썼다면 전멸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뭐, 다시 소환하면 되긴 하지만.’

하지만 앞으로도 레이몬이 적뿐만 아니라 아군 소환수들까지 싸잡아 해치울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 때문에 한성은 이번 기회에 레이몬을 확실히 교육시킬 생각으로 머리를 계속 후려갈겼다.

깡! 깡! 깡!

[이제 그만 좀 쳐라. 아프다.]

“아니, 근데 잠깐만.”

레이몬의 항의에도 한성은 학살자 스태프를 계속 휘둘렀다.

깡깡깡 거리며 울려 퍼지는 맑고 고운 소리에 한성은 조금씩 취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소리도 좋고, 손맛이 좋았으니까.

그리고 한성은 레이몬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 머리 혹시 깡통이냐?”

[닭쳐!]

“닭을 왜 쳐? 진짜 머리 깡통인가 보네.”

[큭!]

레이몬은 주먹을 꽉 움켜쥐며 서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누구던가?

마계에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마계기사 레이몬이다.

마왕조차 자신의 앞에서는 한 수 접어 준다.

비록 더러워서 접어 준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마왕조차 자신을 가만히 놔둔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그런데 이런 굴욕이라니!

“원래 노예계약이 그런 거지 뭐. 꼬우면 네가 방문자 하던가. 그리고 애초에 프로즌 좀비 울프들을 전멸시키지 않았으면 됐잖아.”

[크윽.]

팩트가 담겨 있는 공격적인 한성의 말에 레이몬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한성의 말대로였기 때문이다.

“크, 크윽.”

그때 레이몬의 앞에 쓰러져 있던 기드온과 리버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조금 전 레이몬의 공격에 직격을 맞았지만 그래도 기사들 중에서 가장 강한 존재들이었다.

다른 기사들은 120레벨 안팎이었지만, 그들은 130 레벨에 가까웠으니까.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기드온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단 일격에 자신을 포함한 기사들 전원이 쓰러질 줄이야.

기사들은 대부분 치명상을 입고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으며 자신과 같이 있던 리버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이제 끝을 봐야지.”

한성은 차가운 눈으로 기드온과 리버를 바라봤다.

한성의 눈초리에 그들은 몸서리를 쳤다.

‘무슨 눈빛이…….’

기드온과 리버는 이를 악물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조금씩 한성에게 압박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네크로맨서 같이 약한 놈에게 졌다는 사실을 어떻게 인정하겠는가.

거기다…….

“소환수만 아니었어도 너 같은 놈은…….”

기드온은 분한 듯이 말하며 한성을 노려봤다.

그는 어디까지나 자신들이 진 이유는 한성의 소환수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소환수만 아니었으면 눈앞에 있는 네크로맨서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을 터.

하지만……

“지랄하고 자빠졌네. 그럼 네놈이 신나게 이끌고 온 저놈들은 뭔데? 쟤들은 그럼 허수아비냐? 미친놈아.”

퍽!

“크악!”

기드온은 이를 악물었다.

한성이 그의 머리를 발로 찼기 때문이다.

그걸로 끝나지 않고 한성은 기드온과 리버를 뒤집으면서 품속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무, 무슨 짓이냐?”

“네놈, 도적이었던가?”

“닥쳐.”

기드온과 리버의 머리를 한 대씩 친 한성은 그들을 조사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너네들은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가 없네. 레이몬드 놈은 가지고 있던데.”

“헉! 그, 그걸 어떻게……?”

한성의 말에 기드온이 놀란 듯 눈을 부릅떴다.

한성이 자신들의 단장인 레이몬드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몬드는 크리스토 백작가의 옴팔 기사단의 단장이니 이름 정도는 알고 있다고 해도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는 아니었다.

그건 크리스토 백작가에서도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는 비밀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에 대해 알고 있는 존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만 해도 기드온과 리버밖에 알지 못하는 사항이었으니까.

한성은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도 궁금하지? 레이몬드랑 연락이 왜 두절되었는지 말이야.”

그 말에 기드온은 어이가 없는 듯 피식 웃어 보였다.

그리고 한성을 노려보며 말했다.

“레이몬드 님은 멀쩡히 백작가에 계신다. 그분이 오셨으면 너 같은 놈은 상대도 되지 않았을 테지.”

“뭐? 이건 또 무슨 참신한 개소리야? 레이몬드가 백작가에 있다니?”

한성은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크리스토 백작가의 옴팔 기사단장 레이몬드.

그는 분명 한성의 손에 죽었다.

그런데 크리스토 백작가에 있다는 말은 도대체 어떻게 된 소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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