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
< 내 언데드 100만 >
제125화 새로운 스킬
“크아아악!”
어두운 숲속을 뒤흔들면서 울려 퍼지는 폭음 속에서 리버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한성이 처음 소환해 말에게 찔러 넣은 본 스피어와 좌우로 날려 보낸 본 스피어 두 개, 총 세 개의 본 스피어가 폭발했던 것이다.
이미 한성은 본 익스플로전을 발동하면서 뒤로 물러났기 때문에 본 익스플로전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제대로 들어갔군.’
뒤로 멀찍이 물러난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본 스피어는 폭발하면서 리버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있던 병사들과 기사들까지 말려들게 만들었다.
한성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피해까지 입힌 것이다.
‘뭐, 겨우 이 정도로 끝날 리는 없겠지만 말이야.’
상대의 레벨은 평균 120 정도 되었다.
일반 병사들이라면 꽤 데미지를 입혔겠지만, 기사들은 달랐다. 기사들의 평균적인 레벨은 120이 넘었으니까.
특히 리버는 레벨이 130에 근접해 있었다.
“이 빌어먹을 자식이……!”
잠시 후, 하얀 폭연 속에서 붉어진 눈으로 한성을 노려보고 있는 리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에 있던 기사들과 병사들도 피를 흘리며 한성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으며, 특히 파견 병력을 이끌고 있는 기드온은 마족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얼굴이 바뀌어 있었다.
본 익스플로전으로 한 차례 시끄러웠던 밤의 숲속에 고요한 적막감이 찾아왔다.
그 속에서 기드온은 나직하지만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새끼 내 앞으로 끌고 와.”
기드온의 명령에 리버를 선두로 파견 병력들이 한성을 다가오기 시작했다.
전원이 덤벼서 한성을 제압할 심산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네놈들이 날 잡을 수 있을 것 같냐?”
한성은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딱 튕겼다.
순간 리버를 시작으로 파견 병력들은 눈을 부릅떴다.
한성이 서 있는 뒤편.
새까만 암흑으로 뒤덮여 있는 지면에서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푸른 안광을 빛내며 솟아오르고 있었으니까.
* * *
“뭐, 뭐야 저건?”
생각지도 못한 사태에 크리스토 백작가에서 파견 나온 기사들과 병사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성의 등 뒤로 지면에서 해골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 언데드?”
“해골 병사라고?”
“설마 저놈 네크로맨서였던 거냐?”
갑작스러운 상황에 파견 병사들은 웅성거렸다.
그건 기드온과 리버도 마찬가지.
그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한성을 노려봤다.
혼자서 자신들의 앞을 막아선 한성을 보고 그들은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해골 병사 열 마리를 소환해서 미소를 짓고 있는 눈앞의 방문자 청년은…….
“미친놈.”
다시 생각해 봐도 역시 미친놈이었다.
“고작 뼈밖에 없는 언데드 몬스터들을 믿고 싸움을 건 것이냐? 제정신이 아니군.”
기드온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그래도 혼자서 자신들을 막아서 길래 뭔가 좀 있을 줄 알았는데 설마 저런 말라비틀어지다 못해 뼈밖에 없는 해골들뿐이라니?
“글쎄……. 그건 두고 보면 알 수 있겠지.”
한성은 피식 웃어 보였다.
확실히 지금 상황을 보면 여전히 한성이 불리해 보이긴 했다. 표면적인 레벨만 봐도 한성이 낮았다.
거기다 한성이 소환한 해골 병사들은 총 열 마리 정도.
그에 반해 기드온이 이끌고 온 파견 병력은 총 42명.
그중에서도 기드온을 포함한 12명은 옴팔 기사단의 기사들이었으며, 나머지 병사 30명도 크리스토 백작가의 사병들 중에서 추리고 추린 최정예들이었다.
실력만 놓고 보면 병사 30명들은 일반 기사들에게도 꿀리지 않았다. 그런데 고작 네크로맨서 따위가 자신들을 혼자서 막으려 한다?
웃기는 소리였다.
“역시 네크로맨서들 중에서 제정신이 박혀 있는 놈은 없군. 그딴 뼈다귀들 따위로 우리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기드온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서른 명의 병사들이 조금씩 한성이 있는 쪽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병사들의 얼굴에는 한성에 대한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
확실히 한성이 푸른 안광을 빛내는 해골 병사들을 소환했을 때는 등줄기가 서늘했었다.
티르 나 노이에서 네크로맨서는 경원시되는 존재다.
죽은 자들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켈트인들은 네크로맨서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기사들이나 병사들같이 힘을 추구하고 가진 자들은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네크로맨서가 가지고 있는 약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네놈들이야말로 날 얕보고 있는 거 아니야? 고작 그 숫자로 날 잡으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한성은 눈앞에 있는 기사들과 병사들을 노려보며 피식 웃어 보였다.
전면에는 기사들이 일렬 횡대로 늘어서 있었으며, 그 옆으로 30명의 병사들이 넓게 포진하며 한성과 해골 병사들을 포위하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의 생각은 눈에 훤했다.
한성과 얼마 되지 않는 해골 병사들을 포위 섬멸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멍청한 놈들.’
한성은 속으로 그들을 비웃었다.
자신의 생각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사들과 병사들이 연계하면 성가셔지지.’
그 때문에 한성은 기사들과 병사들을 분단시킬 작정이었다.
그리고 지금 서른 명이나 되는 병사들은 절반씩 나뉘어서 좌우로 한성과 해골 병사들을 포위하려고 하는 중이었다.
전면에는 12명의 기사들이 있는 상황.
“쳐라.”
와아아아아!
기드온의 명령에 좌우로 협공하듯이 포위망을 좁혀오던 병사들이 한성과 해골 병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막아.”
“검검.”
한성이 틴달로스에서 꺼낸 해골 병사들은 전부 검병들이었다. 한성의 명령에 해골 검병들은 반씩 나누어져 적 병사들을 향해 뛰어나갔다.
“틴달로스!”
그리고 한성은 틴달로스를 불렀다.
“해골 검병들 전부 꺼내!”
그 순간 한성의 그림자가 넓게 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한성을 중심으로 어둠이 지면을 타고 넓게 퍼지는 것처럼 보였다.
“뭐, 뭣?!”
그 모습에 기드온과 리버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건 다른 기사들과 병사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기드온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겁먹지 마라! 얄팍한 수작에 넘어가지 말고 눈앞에 있는 뼈다귀들을 부숴 버려!”
한성의 그림자가 넓게 퍼지는 모습을 보고 잠시 혼란스러워하던 병사들은 기드온의 외침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해골 검병들을 향해 달려들며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크아아아악!”
적 병사들 사이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스르륵.
병사들의 뒤쪽.
지면에서 푸른 안광을 번뜩이며 솟아올라 오고 있는 존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해골 검병들이었다.
틴달로스의 아공간 능력으로 미리 소환되어 수납되어 있던 해골 검병들이 일제히 튀어 나왔던 것이다.
병사들의 발밑에서 솟아오른 해골 검병들은 곧장 본 소드를 휘두르며 공격했다.
그 때문에 병사들은 발밑에서 휘둘러져 오는 본 소드를 피할 수 없었다.
“내 다리!”
“이, 이 자식들 대체 어디서!”
“끄아아아악!”
등 뒤에서 불시에 이뤄지는 공격도 막기 힘든 마당에, 지면에서 튀어나오며 발목을 노리고 휘둘러져 오는 본 소드를 막기란 상당히 힘들었다.
거기다 이번에 병사들의 뒤를 노리고 나타난 해골 검병들의 숫자는 약 30기.
해골 검병 하나당 적 병사 한 명을 공격할 수 있었다.
이번 공격으로 병사들은 상당한 피해를 입고 말았다.
대부분 다리에 치명상을 입고 자리에 주저앉았던 것이다.
“이것들 뭐가 이렇게 쌔?”
“저, 저리가! 오지 마!”
여기저기에서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단번에 형세가 역전된 것이다.
‘사기가 떨어졌군.’
한성은 씩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하던 병사들의 사기가 팍 꺾였다.
사실 지금 상황에서 병사들이 냉정하게 대처를 한다면 해골 검병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시실 해골 검병 1기보다 병사 한 명의 능력이 더 강하니까.
스펙이 다른 것이다.
하지만 실제 전투에서 승패의 결과는 스펙에 좌우되지 않는다. 확실히 스펙이 좋으면 좋을수록 전투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지지만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승패가 갈린다.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
해골 검병들의 기습 공격에 사기가 꺾인 병사들은 본래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적 병사들은 해골 검병들의 모습에 겁을 집어 먹고 있었다.
하긴, 그럴 수밖에.
푸른 안광을 빛내며 하얀 본 소드와 검은 뼈로 이루어진 갑주를 입고 다가오는 해골 검병들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으니까.
“에이잇! 뭣들 하느냐! 네놈들은 크리스토 백작가의 최정예 병사들 아니냐! 저딴 해골 따위에게 뭘 겁먹고 있는 것이냐!”
그때 기드온이 얼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그는 병사들의 실력을 알고 있었으며, 한성이 소환한 해골 검병들의 실력도 한눈에 알아챘다.
일반적인 해골보다는 강하지만, 아군 병사보다는 약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빠르군.’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있는 기드온을 바라보며 한성은 빠르게 혀를 찼다.
틴달로스를 통해서 해골 검병들로 적 병사들의 뒤를 친 지 1분이 채 지나기 전에 기드온이 움직인 것이다.
기드온의 외침에 적 병사들이 정신을 차리고 해골 검병들에게 대항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기사들도 이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골 검병들을 처리하기 위해 검을 뽑으면서 달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는 안 되지.’
빠르게 전황을 스캔한 한성은 기사들의 앞을 막아섰다.
“네놈들 상대는 이 녀석들이다.”
한성은 먼저 시체 소환을 했다.
한성의 앞에 총 여섯 구의 시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120레벨을 넘기고 3차 전직을 하면서 시체 소환의 숙련도 레벨을 6까지 올린 덕분이었다.
“데스나이트 소환!”
펑!
순간 여섯 구의 시체들 중 세 구가 터지면서 3미터에 달하는 데스나이트들이 나타났다.
철컥철컥.
어둠 속에서 칠흑의 갑주로 무장한 죽음의 기사들.
“데, 데스나이트라고?”
해골 검병들을 향해 달려들려고 하던 기사들은 주춤했다.
데스나이트는 해골 병사들과 차원이 다르다.
실제로 현재 데스나이트 소환 스킬의 숙련도 레벨은 6이었다. 같은 숙련도 레벨인 해골 병사 소환 스킬의 경우 시체 한 구에서 무려 여섯 기나 소환이 가능해졌다.
기본적으로 서먼 스킬들은 숙련도 레벨이 오를수록 소환할 수 있는 언데드 몬스터의 숫자가 증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성이 소환할 수 있는 데스나이트 최대 숫자는 여전히 3기였다. 그 말은 곧 데스나이트가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져 있다는 사실을 반증했다.
거기다 아직 한성의 소환은 끝나지 않았다.
“나와라!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
2차 전직을 하면서 생겨났던 스켈레톤 커맨더 스킬.
그런데 3차 전직을 하면서 스켈레톤 커맨더 스킬이 한층 더 강화됐다.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로 진화한 것이다.
파바밧!
잠시 후, 틴달로스의 안에서 대기를 타고 있던 스켈레톤 배틀 커맨더들이 한성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