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20화 (120/318)

# 120

< 내 언데드 100만 >

제120화  귀여운 루루의 역습

[빠른 놈이 임자지.]

순식간에 루루의 아이스 초코 프라페를 손에 넣은 레이몬은 그대로 헬멧의 입 부분에 투하했다.

벌컥벌컥.

무려 절반이나 넘게 남아 있던 아이스 초코 프라페가 레이몬의 헬멧 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루루가 울먹울먹한 표정으로 레이몬을 바라봤다.

“내 아이스 초코 프라페…….”

[흥. 나는 나보다 약한 녀석의 말은 듣지 않는다.]

빠악!

쾅!

“작작 좀 해라.”

결국 보다 못한 한성이 나섰다.

레이몬의 머리를 후려쳤던 것이다.

“마스터. 초코 프라페가…….”

루루는 한성의 팔을 꼭 붙들며 사라진 아이스 초코 프라페를 바라봤다.

설마 루루의 아이스 초코 프라페를 빼앗아 마실 줄이야.

“괜찮아, 괜찮아. 하나 더 사 줄 게.”

한성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루루를 달래며 레이몬을 무섭게 노려봤다.

‘감히 루루를 울리려고 해?’

머리를 한 대 후려쳐 맞았던 레이몬은 고개를 흔들다가 자신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는 한성을 보고 움찔거렸다.

[왜지? 왜 날 그런 눈으로 보는 거지? 그렇게 나를 방해하고 싶은가, 계약자여? 히끅!]

“넌 앞으로 카페인 흡수 금지다. 무슨 데스나이트가 알코올에 취하는 것도 아니고 카페인에 취해? 어처구니가 없네.”

[나는 마계 제일의 기사다! 부모도 없는 마왕조차 날 굴복시키지 못했지! 과연 네놈이 나를 굴복시킬 수 있을까? 히끅!]

“…….”

순간 한성은 할 말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

‘진짜로 했네, 했어.’

아무래도 설마 하던 부모님 드립을 마왕에게 한 모양이었다.

그나마 고소를 당할 걱정은 없어 보였다.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냐고 하면 모욕죄, 너는 부모도 없냐고 하면 무죄였으니까.

[이제 아무도 나를 막지 못해! 흐흐흐.]

급기야 레이몬은 실성한 듯 웃음을 흘리며 전신에서 검은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때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올라왔다.

[당신의 소환수 마계기사 레이몬이 카페인에 과다 중독되었습니다. 이성을 잃기 일보직전입니다.]

즉, 정신줄을 놓기 일보직전인 상황이라는 소리다.

확실히 지금 레이몬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한성의 눈앞에서 헤롱헤롱 거리며 처음 만났을 때처럼 막말을 늘어놓고 있으니 말이다.

마치 술에 취한 진상처럼.

“레이몽몽 아저씨 바보!”

그때 아이스 초코 프라페를 레이몬에게 뺏긴 충격으로 가만히 있던 루루가 의자에서 일어나 쪼르르 달려갔다.

레이몬이 있는 곳으로.

토닥토닥.

루루는 레이몬의 다리를 주먹으로 쳤다.

‘아, 루루 힘 약해.’

작은 손을 꼭 쥐고 레이몬의 다리를 내려치는 루루의 공격은 약했다.

하긴 더 강했다면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레이몬은 칠흑의 갑주로 전신무장 중이었으니까.

세게 때린다면 오히려 루루의 손만 아플 뿐이었다.

[넌 여전히 약하구나, 루루. 그런 공격으로는 나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왜 아직도 모르는 거지? 그리고 레이몽이 아니라 레이몬이다.]

레이몬은 피식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루루를 내려다봤다.

그러자 루루는 볼을 잔뜩 부풀리고 팔짱을 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루루, 디아나 님한테 다 이를 거예요! 흥!”

[……!]

‘응?’

순간 한성은 이상한 기류를 느꼈다.

조금 전 루루의 말에 검은 기운을 줄기줄기 흘리던 레이몬의 움직임이 뚝 멎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당신의 소환수 마계기사 레이몬이 공포에 빠졌습니다.]

한성의 시야에 뜻밖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디, 디아나라고?]

그리고 레이몬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것 봐라?’

한성은 턱을 쓰다듬으며 레이몬의 반응을 바라봤다.

“디아나.”

움찔!

‘호오?’

레이몬의 재밌는 반응에 턱을 쓰다듬고 있는 한성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레이몬의 약점을 발견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왕에게 굴복하지는 않았어도 디아나는 다른가 보네?”

[이제 더 이상 볼일은 없을 것 같군. 그럼…….]

펑!

눈 깜짝할 사이에 레이몬의 모습이 사라졌다.

도망친 것이다.

‘헐. 이 자식 보게?’

자기 마음대로 소환 해제해서 다시 프나코틱 스펠 북의 서먼 바이블로 돌아간 레이몬의 행동에 한성은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한 가지 도움이 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레이몬이 디아나를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루루야. 초코 프라페 하나 더 사 줄 테니까. 뚝.”

“네. 뚝.”

한성은 레이몬이 다 먹고 남긴 초코 프라페를 울먹울먹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루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럼 갈까?”

“네.”

그렇게 한성은 다시 루루에게 아이스 초코 프라페를 사 주러 1층으로 내려갔다.

*       *       *

루루에게 아이스 초코 프라페를 다시 사 주고 카페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긴 한성은 카이진 항구 도시의 시내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카페에서 루루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한성은 역시 레이몬에게 참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향후 자신이 편해질 테니까.

‘뭐, 레이몬도 바보는 아니니 전투 중에는 얌전히 말을 듣겠지만.’

문제는 그놈의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그리고 아직 한성은 레이몬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없었다.

확실히 겉모습만 본다면 풍기는 기세나, 칠흑의 갑주를 입고 있는 레이몬은 그야말로 강자의 면모를 보여 주고 있었다.

‘마왕한테 개길 정도로 정신 나간 놈이니 꽤 강하겠지.’

티르 나 노이의 세계에서 중앙 대륙에 72귀족 마족 중 한 마리만 나타나도 난리가 난다. 그 위에 군림하는 마왕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강하다.

그런데 마왕한테 부모님 드립을 칠 정도면 레이몬도 나름 강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마왕이 레이몬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테니까.

‘아니면 운이 좋았을 수도 있고.’

그때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니 한성으로서는 추측밖에 할 수 없었다.

어찌되었든 적어도 레이몬이 72귀족 마족 정도로 강하지 않을까 한성은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강한지는 직접 전투를 해봐야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쓸 만한 놈이길 바랄 수밖에.’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우선 레이몬에게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는 주지 않으면 될 것이고, 문제되는 성격은 나중에 시간을 들여서 고치면 될 것이다.

거기다 레이몬의 목줄을 잡을 수 있는 약점도 하나 있지 않은가?

‘일단 지금 당장 필요한 건…….’

한성은 자신의 손을 붙잡고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루루를 내려다봤다.

‘루루한테 장비 좀 맞춰 줘야지.’

한성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중앙 대륙에 넘어 온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그렇지 않아도 한성은 골드를 꽤 모았으며, 중앙 대륙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중앙 대륙에서 사용할 장비도 사야 되고, 무기나 방어구 강화도 해두어야 했다.

그리고 루루뿐만이 아니라 라이에게도 방어구를 맞춰줄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레이몬은 장비 수리를 해 줘야 되겠던데.’

레이몬이 장비하고 있는 칠흑의 갑주는 꽤 고가품이었다.

다만 너무 오래되어 좀 낡아 보였다.

‘옵션이 좋은 편이니 수리를 해서 쓰는 게 낫겠지.’

레이몬의 현재 레벨은 한성과 동일했다.

그 때문에 레이몬은 한성에게 불평불만을 한 차례 늘어놓은 적이 있었다.

현재 자신은 예전 전성기 때의 실력에 비하면 비교도 안 되게 허약하다고.

그 때문에 장비도 옛날 거밖에 쓰지 못한다고 하소연을 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빨리 레벨을 올리던가 해야지 원.’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장비를 고르러 가 볼까?’

그렇게 한성은 루루와 라이를 데리고 각종 아이템 상점들이 모여 있는 항구 도시 시내로 향했다.

*       *       *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들려주십시오!”

방어구 상점을 나서는 한성의 등 뒤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비는 이 정도면 되겠지.’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루루와 라이에게 부족했던 장비를 추가 지급하고, 한성 또한 무기와 방어구를 대거 교체했다.

먼저 루루는 지팡이와 로브를 교체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목걸이와 반지, 팔찌를 선물로 사 줬다. 거기에 망토와 모자도 샀다.

120레벨 장비로 등급은 전부 유니크였다.

‘레전드 등급은 너무 비싸.’

마음 같아서는 레전드 등급 장비로 루루를 풀 세팅 해 주고 싶었지만, 골드가 너무 비쌌다.

거기다 만렙에 가까운 장비라면 또 모를까 이제 100레벨을 넘었다.

150레벨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아무리 등급이 좋다고 해도 다시 고레벨 장비로 교체해야 했다.

레벨에 따른 방어력이나 공격력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바꿔 준 무기랑 방어구도 나쁘지는 않으니까. 150레벨이 되면 그때 다시 싹 다 바꿔 줘야지.’

자이렌 항구 도시에서 쿠로시마 클랜원들과 맞붙고 얻은 전리품 중 일부를 루루와 라이에게 주었다.

그때 얻은 장비들은 대부분 100레벨이 넘었다.

루루와 라이가 장비한 방어구나 무기는 110레벨 이상으로 레어가 있는가하면 유니크도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루루에게 사 준 장비들은 전부 유니크 등급이었으며, 약 100만 골드가 넘는 돈을 써 버렸다.

장비 레벨이 120레벨 안팎이고 다섯 개라는 걸 감안하면 돈 좀 쓴 셈이다. 개당 20만 골드라는 소리였으니까.

‘그래도 루루한테 이 정도는 안 아깝지.’

루루의 귀여운 동영상 덕분에 한성은 현금을 어마어마하게 벌었다. 100만 골드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현금으로 환전하면 약 10만원 정도밖에 하지 않으니까.

그 대신 옵션 능력은 굉장히 좋았다.

“여기서 좀 쉬다가 갈까?”

카이진 항구 도시 시내에 있는 공원에 도착한 한성은 루루와 라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크르릉.

한성의 말에 대답한 루루와 라이는 공원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공원은 상당히 넓었으며 구경할 것도 많았다.

산책로부터 시작해서, 꽃들이 사방에 피어 있었으며 중앙에는 커다란 분수대도 존재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공원 안에는 동물원 같은 곳이 있는데, 그곳에는 현실에서 볼 수 없는 티르 나 노이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다양한 동물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곳은 커플들이 자주 찾는 관광지기도 했다.

그렇게 루루와 라이가 한성의 주위에서 공원 내부를 돌아다니는 동안 한성은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이번에 루루에게 사준 장비 정보창을 띄웠다.

[당신의 소환수 루루가 장비 중인 새벽 마녀의 붉은 모자 정보를 확인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