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17화 (117/318)

# 117

< 내 언데드 100만 >

제117화  대박 동영상

덜컥. 키이이이잉.

한성의 방 안에서 가상현실 캡슐의 덮개가 기계음을 내며 열렸다.

“후…….”

캡슐에서 나온 한성은 기지개를 키며 몸을 움직였다. 장시간 캡슐에서 누워 있던 터라 온몸이 찌뿌둥했던 것이다.

“아, 이거 운동 좀 해야 되나?”

전신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한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가 나왔을 초기에 괴소문이 돈 적이 있었다.

현실에서 신체 능력이 좋은 운동선수들 같은 사람들이 티르 나 노이를 하게 되면 일반인들보다 초기 능력치가 더 좋다는 정체불명의 소문이었다.

그 덕분에 한때 티르 나 노이를 플레이하는 유저들 사이에서 운동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얼마 못 가서 사그라졌지만.

헛소문이었다는 사실이 판명 난 것이다.

‘그래도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좀 해야 할지도.’

한성은 자신의 방에서 나가 부엌으로 갔다.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한밤중이었다.

거실을 지나 부엌에 도착한 한성은 냉장고에 있는 닥터페이커를 꺼내 마셨다.

벌컥벌컥.

“크~ 이 맛이지.”

차가운 탄산음료가 몸속으로 들어가자 한성은 기분이 상쾌해졌다. 그대로 한성은 닥터페이커를 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간만에 인도네시아 TV에 들어가 볼까?”

한동안 한성은 인터넷 방송 사이트인 인도네시아 TV에 접속을 하지 않았다.

티르 나 노이에서 미션을 깨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과연 조회수가 얼마나 될려나?”

컴퓨터를 부팅시키면서 한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예전에 한 번 올렸었던 루루의 곰 인형 옷 동영상으로 재미를 좀 봤었다.

그 후 한성은 틈틈이 루루의 귀여운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찍었다. 도시에 있을 때나, 던전에서 몬스터를 잡을 때 루루의 행동을 촬영했던 것이다.

그리고 며칠 전, 그 동영상을 인도네시아 TV에 올리고 이제야 확인하기 위해 접속 중이었다.

[귀여운 소환수의 하루. 조회수: 105,320]

“헐?”

순간 한성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기지 않는 숫자가 모니터 화면에 떠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미친 이거 진짜 실화냐?”

한성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실실 흘렸다.

조회수가 무려 10만을 돌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성이 올린 동영상은 유료였다.

조회수 1당 100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그중 40%는 사이트에서 중개 수수료로 떼어 가고, 세금으로 3.3%를 떼어 간다.

조회수가 10만이 넘으니 무려 매출만 1000만이었다.

거기에 사이트가 40%를 가져가고 세금을 뗀다고 해도 한성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580만!”

대략 6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대박이다!”

고작 30분 정도 되는 동영상 하나에 600만원을 벌었다.

어디 그뿐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조회수 카운트는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중이었다.

앞으로 이 동영상 하나로 얼마나 벌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천만 원이 넘을 지도 몰랐다.

‘역시 루루!’

한성은 자꾸만 웃음이 흘러나왔다.

마치 뜻밖에 횡재를 한 느낌이었으니까.

예전에 곰 옷 입은 루루의 동영상 조회수를 보고 꽤 팔릴 거라 예상은 했었지만 이만큼이나 조회수가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아, 참. 그럼 지난번에 올린 곰 인형 루루 동영상은 조회수 더 오른 거 아니야?’

한성은 기대되는 표정으로 모니터 화면을 바라봤다.

예전에 올렸었던 곰 인형 옷 루루 동영상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3만 가까이 되었었다.

최근에 올린 루루의 동영상이 10만을 찍었다면, 예전에 올렸던 곰 인형 옷 루루 동영상도 조회수가 좀 더 올라 있을 것이다.

기대할 만했다.

[곰 인형 옷을 입은 귀여운 루루. 조회수: 125,632]

“…….”

순간 한성은 할 말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

“이거 정말 실화 맞냐?”

최근에 올린 루루의 동영상이 10만을 찍었는데, 곰 인형 옷 루루 동영상은 12만 5천을 찍고 있는 게 아닌가?

“이거 진짜 돈 되네.”

설마 이 정도로 돈이 잘 벌릴 줄이야!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한성은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그 말인즉슨,

‘이제 떳떳할 수 있다!’

한성은 속으로 울컥한 감정이 올라오려 했다.

지금까지 게임으로 돈을 벌겠다는 한성을 은근히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아도 은근하게 무슨 게임으로 돈을 버냐며 압박하던 친척들이 있었다. 매번 볼 때마다 취직 안 하냐고 대놓고 묻는 인간들이 있었으니까.

마치 한성이 게임으로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걸 전제로 깔고서.

하지만 이제 그들 앞에서 한성은 돈을 벌고 있다고 웃어넘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아직 한성은 티르 나 노이에서 본격적으로 돈을 벌고 있지 않았다. 동영상 수입은 부가적일 뿐이었다.

메인 디시는 아직 남아 있었다.

‘이 돈은 킵해 두어야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한성은 티르 나 노이의 계정비와 생활비를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세이란과 함께 오딘 사의 운영자들에게 부탁 받은 임무를 해결하고 세 달치 계정비를 받았다.

그 덕분에 계정비 걱정은 덜었지만, 생활비가 문제였다.

그런데 저번에 올렸던 동영상들이 대박을 친 것이다.

적어도 한성의 기준에서는.

거의 한 달에 천만 원을 넘게 벌었으니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다.

‘티르 나 노이에 접속하면 루루한테 선물을 사 줘야겠네.’

한성은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천만 원이 넘는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전부 루루 덕분이었다.

그 증거로 동영상을 본 유료 시청자들이 루루가 귀엽다는 댓글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피로물든손: 와, 얘 머임? 너무 귀엽다.]

[힐받으면내남자: 이런 딸 키워보고 싶네.]

[부캐없다말로하자: 이거 무슨 직업이 돼야 얻을 수 있음?]

[난이제지쳤어앵벌: 소환수라고 하는 걸 보니 소환사 계열 직업인가 보네요.]

[정신줄노움: 루루 정말 귀엽네. 루루 소환사 지금 어디서 놀고 있음? 루루 강탈해 버려야지. 헤헤.]

[로리신사: 위에 정신줄노움 새끼야. 루루는 내거야. 건드리지 마. 내가 납치해서 키울 거임. 하앍하앍.]

[옷깃만스쳐도죽창: 하, 위에 정신줄노움이랑 로리신사 새끼들 진짜 정신 줄 놨냐? 너흰 나한테 걸리면 바로 죽창이다.]

[한조각: 루루를 본 순간 내 안의 용이 꿈틀댄다. 한조각 대기중.]

[켄지엉덩이: 위에 한조각. 미쳤냐? 넌 그냥 영원히 대기나 타라.]

[스노우스톰포돌이: 경찰 아저씨! 여기에요! 한조각 좀 잡아가주세요!]

“잘들 노네.”

게시글에 달려 있는 실없는 댓글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전반적으로 루루가 귀엽다는 댓글이 태반이었으며, 가끔 정신 줄을 놓고 패드립을 날리고 있는 놈들도 있었다.

‘이것도 다 루루가 귀여워서지.’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모니터 화면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에 비해 던전 공략 동영상은 그냥저냥이네.”

한성은 루루를 주역으로 한 동영상 말고도 던전을 공략하는 영상도 찍어 올렸다.

하지만 루루 영상보다는 낮았다.

“뭐, 그렇다고 나쁜 건 아니지만…….”

사실 한성이 올린 던전 공략 영상도 조회수가 높은 편이었다. 다만, 상대적으로 루루를 찍은 영상보다 조회수가 낮을 뿐이었다.

‘당분간 루루를 중심으로 동영상을 찍어 올리든가 방송을 하든가 해야겠군.’

그렇게 루루는 한성에게 있어서 귀여운 소환수일 뿐만이 아니라 돈줄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응?”

그때 한성은 메신저 프로그램에 누군가가 메시지를 보낸 것을 확인했다.

[꼬북 작가 이재영: 야, 잘 지내고 있냐? 시간 되면 연락해라. 술 한잔하게.]

오래간만에 소꿉친구인 이재영한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다만 문제는…….

“아침에 왔었네.”

한성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이른 아침부터 티르 나 노이 삼매경에 빠져 있던 탓에 이재영에게서 메시지가 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뭐, 그동안 좀 바빴으니 말이야.’

티르 나 노이에서 한성은 정신이 없었다.

3차 전직을 하고, 보상 확인을 한데다가 까탈스러운 성격인 데스나이트 마계기사 레이몬과 계약도 했으니 말이다.

“지금은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연락해야지.”

어차피 한성도 인터넷 방송 사이트만 확인하고 잘 생각이었다. 그리고 티르 나 노이에서도 이틀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만 자자.”

모든 볼일을 마친 한성은 침대로 가서 잠을 청했다.

*       *       *

다음 날.

오전에 일어난 한성은 이재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벨 소리가 흐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재영이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뭐하냐?”

- 글 쓰는 중이었지.

“어제 전화했더라?”

- 어. 그거 이제 보고 전화한 거냐? 시간차 연락 개쩌네.

“늦게 봤어, 인마. 그래서 오늘 볼 거냐?”

- 어. 오늘 보자.

“그럼 오후에 홈 마이너스 앞에서 보자.”

- 응.

그 말을 끝으로 한성은 전화를 끊었다.

약속 시간을 잡았으니 이제 오후까지 시간이 남았다.

“배고프네.”

벌써 해가 중천을 향해 가고 있는 시간대였다.

거의 점심시간이었기 때문에 한성은 허기를 느꼈다.

방을 나와서 거실로 나가니 조용했다.

부모님들은 일하러 나가셨고, 여동생은 대학교에 간 모양이었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약속된 패턴이군.”

부엌 찬장문을 연 한성은 신음소리를 흘렸다.

밥솥에 밥은 있지만 반찬이 없었다.

아니 반찬이 없지는 않았다.

다만, 저 푸른 초원의 풀밭 요리밖에 남아 있는 게 없었으니까.

“어머니는 다 좋은데 고기가 없단 말이야.”

저 푸른 초원 위에 식물은 있는데 동물이 없는 상황.

거기다 라면도 다 떨어져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한성은 비장의 수단을 쓰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여동생을 향해 카톡을 날렸다.

나: 어디냐?

우리동네꽃돼지: 학교. 왜?

나: 올 때 먹을 것 좀.

우리동네꽃돼지: 야!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는 폐인 주제에 먹을 거 타령하지 마라. 그냥 풀이나 뜯어 먹어.

나: 아, 나. 이년이 오늘 오빠가 저녁에 삼겹살 좀 사 줄려고 했더니 안 되겠네.

우리동네꽃돼지: 오라버니. 소녀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 무얼 드시고 싶사옵니까?

“태세 전환 보소.”

삼겹살이라는 말에 태도가 싹 바뀌는 여동생의 카톡에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여동생을 향해 카톡 메시지를 날려 보냈다.

나: 꺼져. 너한테 삼겹살은 동족상잔일 뿐이다. 올 때 라면이랑 닥터페이커나 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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