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14화 (114/318)

# 114

< 내 언데드 100만 >

제114화  마계기사, 레이몬

다음 날 이른 아침.

모든 준비를 마친 한성은 루루와 라이를 데리고 여관을 나섰다. 정보 길드 블랙 캣츠에 가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전에 한성은 다른 볼일이 하나 있었다.

그 때문에 이른 아침에 여관을 나선 것이다.

“흥흥~”

한성과 함께 외출을 하는 게 기쁜 것일까.

왼손으로는 한성의 오른손을 붙잡고, 오른손에는 마법 지팡이를 휘두르며 루루는 즐거운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한성과 루루의 뒤에는 라이가 조용히 뒤따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라이의 발걸음은 굉장히 흥겨웠다.

‘녀석들 기분이 좋은가 보군.’

한성은 자신의 옆에서 방긋방긋 웃으며 마법 지팡이를 휘두르고 있는 루루와, 경쾌한 발걸음으로 따라오고 있는 라이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전날 밤 한성이 3차 전직을 하면서 루루와 라이에게도 영향이 생겨났다.

기본적인 스킬이나 능력치가 상승한 것뿐만이 아니라 루루와 라이를 조금 더 커스텀마이징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중 하나가 루루와 라이에게 한성이 여러 장비를 입힐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전에는 꽤나 제한적으로 아이템이나 장비를 줄 수 있었다.

기껏해야 루루에게 코스튬 드레스인 ‘옷’을 줄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무기나 방어구, 액세서리 같은 건 줄 수 없었다.

라이 같은 경우는 그냥 맨몸이었다.

단단하고 질긴 피부와 털이 방어구 역할을 하고,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이 무기로 활용되었지, 다른 장비는 착용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한성이 3차 전직을 하게 되면서 그러한 제한들이 전부 풀린 것이다.

그 덕분에 한성은 라이에게 인벤토리에 보관하고 있던 갑주를 하나 넘겨주었다.

얼마 전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 놈들을 때려잡았을 때 나온 갑옷들 중 하나로, 그럭저럭 괜찮은 성능을 가진 유니크 등급 갑옷이었다.

그리고 지금 라이의 몸에는 제법 멋져 보이는 은빛 갑주가 걸쳐져 있었다.

크릉. 크릉. 크르르르릉.

가슴을 한껏 내밀고 은빛 갑주를 뽐내며 걷고 있는 라이.

새로운 갑주가 마음에 드는지 낮은 울음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또한 한성이 라이에게 준 것은 은빛 갑주뿐만이 아니었다.

보물 상자에서 나온 유니크 등급의 짱돌도 지급한 것이다.

앞으로도 라이는 근접 전투를 주로 담당하게 될 테니까.

그리고 루루 또한 라이처럼 새로운 무기와 방어구를 한성에게 받았다.

붕붕.

바로 지금 루루가 오른손으로 꼭 붙잡고 위 아래로 힘차게 휘두르고 있는 마법소녀 지팡이였다.

이전에 가지고 있던 지팡이보다 성능이 좀 더 좋을 뿐이지만 루루의 이미지와 굉장히 잘 어울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방어구도 드레스 타입의 로브로 굉장히 귀여워 보였다. 로브인 탓에 물리 방어력은 낮은 편이지만, 마법 방어력은 높았다.

이렇듯 새로운 장비들을 착용한 루루와 라이는 한성을 따라 카이진 항구 도시 외곽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쯤이면 될까?’

되도록 사람이 없는 이른 시간에 인적도 드문 도시 외곽 쪽에 온 한성은 주변을 둘러봤다.

지금 한성이 있는 곳은 시원한 아침 바람이 불어오는 언덕이었다.

푸른 하늘에는 하얀 구름들이 수놓아져 바람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언덕 아래로는 카이진 항구 도시의 거리와 집들이 한눈에 보였다.

거기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하얀 안개 속에 푸른 수평선이 펼쳐져 있었다.

거기다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는 갈매기의 울음소리와 파도가 방파제 부딪치며 철썩철썩 거리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평온해 보이는 항구 도시의 풍경이었다.

“그럼…….”

한성은 인벤토리에서 프나코틱 서머너 바이블을 꺼냈다.

그리고 프나코틱 서머너 바이블에 포함되어 있는 스펠 북을 확인했다.

[프나코틱 스펠 북]

타입: 스펠 북.

등급: 유니크(성장 가능).

설명: 프나코틱 서머너 바이블의 스펠 북.

등급이 성장하면 기본 고유 스킬들도 성장한다.

1. 트리플 퓨전.

- 등급: 유니크.

- 몬스터 시체 두 마리를 융합시킬 수 있다.

- 융합된 몬스터는 한 마리만 사용 가능하다.

- 등급이 상승하면 기존 융합 몬스터에서 다른 몬스터를 한 마리더 융합이 가능해진다.

- 최대 3마리까지 시체를 보관할 수 있다.

2. 서먼 바이블.

- 등급: 유니크.

- 프나코틱 서머너 바이블에 봉인되어 있는 다섯 존재의 소환수들과 계약을 맺을 수 있다.

- 등급에 따라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숫자가 다르다. 현재 최대 세 명까지 계약이 가능하다.

- 데스나이트들의 리더격인 마계기사 레이몬과 계약 가능.

- 다음 계약자는 스켈레톤의 왕, 리치킹이다.

- 그 다음 계약자는 ???다.

‘흠.’

한성은 프나코틱 스펠 북을 가만히 바라봤다.

한성이 3차 전직을 하게 되면서 프나코틱 스펠 북의 등급이 한단계 성장했다.

레어에서 유니크가 된 것이다.

그 덕분에 라이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더블 퓨전이 트리플 퓨전으로 진화했다.

거기다 서먼 바이블에 봉인되어 있는 다섯 존재 중 데스나이트들의 리더 마계기사 레이몬과 계약이 가능해졌다.

지금 한성이 인적이 드문 지역에 온 이유는 레이몬과 계약하기 위함이었다.

아무래도 여관방에서 강력한 데스나이트 중 하나인 레이몬과 계약을 맺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또 무슨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고.

[프나코틱 스펠 북에 봉인되어 있는 마계기사 레이몬을 소환하시겠습니까?]

눈앞에 떠오른 질문에 한성은 예스를 클릭했다.

그러자 마도서 프나코틱 서머너 바이블에서 검은 기운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흘러나왔다.

이윽고 검은 기운은 한성의 눈앞에서 인간형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한성의 눈앞에 날렵한 느낌으로 디자인 된 칠흑의 갑주로 전신무장한 데스나이트 한 기가 나타났다.

‘이 녀석이 마계기사 레이몬?’

눈앞에 나타난 칠흑의 기사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장난이 아니었다.

육중해 보이는 칠흑의 갑주와 전신에서 아지랑이처럼 흘러나오고 있는 흑마력이 주변을 압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칠흑의 헬멧 속에서 날카롭게 빛나고 있는 푸른 눈이 한성을 직시하고 있었다.

[네가 나를 소환한 네크로맨서인가?]

“그래.”

칠흑의 기사에게서 울려 퍼지는 묵직한 음성에 한성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프나코틱 서머너 바이블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니 디아나에게 인정받은 자인가 보군.]

마계기사 레이몬은 작은 목소리로 웃었다.

그리고 다시 한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런 건 나에게 있어 아무 상관없지. 나는 나보다 약한 놈의 말은 듣지 않는다.]

“뭐라고?”

레이몬의 말에 한성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넌 약해 보이는군. 나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하다.]

“내가 약해 보인다고?”

한성은 헛웃음을 흘렸다.

설마 자신이 계약을 맺으려고 한 소환수에게 약하다는 소리를 듣게 될 줄이야.

하지만 아직 레이몬의 말을 끝나지 않았다.

[너같이 약하고 쓸모없는 네크로맨서를 낳은 부모는 누구지?]

빠직!

‘이 새끼가!’

자신을 욕하는 건 참는다 쳐도 부모 욕하는 것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그럼 내가 강한지 약한지 직접 알아봐라!”

[그거 좋군. 네가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깨닫게 해 주마!]

“누가 할 소릴!”

눈 깜짝할 사이에 스마트 밴드워치를 조작하면서 무기와 방어구를 착용한 한성은 다짜고짜 레이몬의 머리를 향해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을 꽂아 넣었다.

까앙!

둔탁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게 너의 전력인가? 허무하구나.]

거의 무방비 상태로 한성의 일격을 맞은 레이몬은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

하지만 한성은 가늘게 눈을 뜨며 레이몬을 바라봤다.

“그 꼴로?”

[…….]

이번에는 레이몬이 침묵했다.

레이몬의 키는 크지 않았다.

약 2미터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은 정확하게 레이몬의 관자놀이 부분을 강타하면서 목이 거의 90도 각도로 꺾여져 있었던 것이다.

[생각보다 제법 하는 것 같구나. 내 상대로 부족함이 없겠어.]

“목 돌아간 것부터 다시 원위치 시키지?”

[…….]

가슴을 후벼 파는 것 같은 한성의 말에 레이몬은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팩트가 묵직한 말이었으니까.

[너 따위는 이 상태로도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다. ㅤㄷㅕㅁ벼라.]

하지만 레이몬은 눈빛 하나 까닥하지 않고 팔짱을 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

‘설마 이 자식…….’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레이몬을 한성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아무래도 자기 스스로 다시 목을 돌릴 수 없는 상태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한성은 어렴풋이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허당인가?’

“아, 그래?”

한성은 레이몬 앞에서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을 꽉 움켜쥐었다. 조금 전 한성의 일격에 목이 꺾일 정도였으니 상당한 데미지를 입었을 것이다.

하지만 레이몬은 그런 내색을 보이지 않고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죽을 맛일 터!

“누가 위에 있는지 내가 확실히 교육시켜 주지. 내 명령에 철저히 복할 수 있도록.”

[그 누구도 나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다.]

“그건 조금 있으면 알게 될 거야.”

한성은 피식 웃으며 다시 레이몬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마스터. 당신은 강한 존재였군. 사과하겠다.]

어느 덧 아침 해가 떠올라 있었다.

한성과 레이몬은 약 두 시간 정도 혈투를 벌였다.

허당 같았던 레이몬이지만 그래도 이름만 마계기사는 아닌지 한성의 생각보다 강했다.

그 때문에 제압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이제 누가 더 강한지 잘 알겠지?”

[알겠으니 이제 좀…….]

레이몬은 한성을 바라보며 애원하듯 말했다.

지금 레이몬은 한성의 앞에서 칠흑의 갑주로 완전 무장을 한 채 무릎 꿇고 손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레이몬에게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레이몽몽~”

레이몬을 요상한 이름으로 부르며 루루가 손으로 레이몬의 헬멧을 벗기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악! 만지지 마랏!]

그런 루루의 행동에 레이몬은 기겁을 하며 저항했다.

[날 계속 방해할 셈이냐!]

“레이몽몽~”

[날 그런 이름으로 부르지 마라!]

본래 루루도 틴달로스와 함께 프나코틱 스펠 북에 봉인되어 있던 존재였다.

하지만 디아나가 스펠 북에서 루루와 틴달로스를 일시적으로 먼저 봉인을 풀었다. 그리고 한성에게 소환수로서 넘겨주며 계약을 하게 된 것이다. 그 때문에 루루와 틴달로스는 레이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_<]

틴달로스 또한 어두운 그림자 형태로 반갑게 레이몬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중이었다.

“이번에는 이 정도로 봐주지만 다음은 없어. 알겠나?”

[알겠다.]

한성의 말에 레이몬은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한성에게 개겨 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걸 이미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레이몬의 대답을 들은 한성은 고개를 돌렸다.

한성이 있던 언덕 위는 난장판이었다.

레이몬과 싸우느라 말이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언덕 아래에는 아름다운 카이진 항구 도시의 전경이 펼쳐져 있었다.

한성은 다시 시선을 돌려 프나코틱 스펠 북을 펼쳤다.

그 순간, 한성의 눈앞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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