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
< 내 언데드 100만 >
제110화 어보미네이션의 최후
“드디어 끝났네.”
눈앞에서 주르륵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무시하며 일단 한성은 땅에 드러누웠다.
예상한 대로 어보미네이션은 상당히 강력한 보스 몹이었다.
해골 병사들과 프로존 좀비 울프들을 밀어 넣으면서도 과연 어보미네이션을 잡을 수 있을까, 한성조차 반신반의했다.
어보미네이션의 피 묻은 철제 방망이 한 방에 해골 검병들이 골다공증 걸린 뼈처럼 부서져 나갔으니까.
그나마 데스나이트들이나 스켈레톤 커맨더들이 달라붙어서 겨우 버텨 냈을 뿐이었다.
‘하지만 데스나이트들이 전멸했을 때는 포기할 뻔했었지.’
탱커 역할을 하던 데스나이트들이 쓰러진 순간에는 한성조차 눈앞에 까마득해졌다.
그 순간, 던전 히든 퀘스트 1단계를 클리어하고 보상으로 무적 포션을 받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마치 지금 이 순간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한성은 무적 포션을 마시고 1분간 어보미네이션의 공격을 몸으로 버텨 냈다.
그 덕분에 언데드 몬스터들을 좀 더 소환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빈사 상태에서 소환해제 되었던 라이도 생명력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전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생명력이 낮았기 때문에 한성은 라이에게 최상급 생명력 회복 포션을 마구 먹였다.
그렇게 생명력을 절반 이상으로 회복된 라이와 루루의 버프의 도움 속에서 스켈레톤 커맨더들이 해골 병사들을 지휘하면서 어보미네이션을 상대했다.
‘정말 그때 라이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라이가 전장에 돌아옴에 따라 한성은 어보미네이션을 견제할 수 있게 되었다.
질풍과도 같은 라이의 움직임에 어보미네이션이 정신을 못 차렸던 것이다.
그 결과 한성은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데스나이트들을 소환할 수 있는 쿨 타임을 말이다.
‘진짜 징글징글한 놈이었어.’
한성은 어보미네이션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철제 방망이를 휘두르며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어보미네이션의 모습은 두려울 만했다.
배에 달려 있는 혐오스러운 입에서 연신 기괴한 괴성을 토하고 있었으며, 피 묻은 철제 방망이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해골 병사들을 좀 더 강화시킬 수 있으면 좋겠는데…….’
이번 전투를 하면서 한성은 소환수들을 강화시키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들었다.
비슷한 레벨의 몬스터들이라면 자신의 소환수들은 꿇리지 않는다.
오히려 압도한다.
루루의 버프와 물량전으로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한성은 본래 레벨보다 더 높은 스텟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해골 병사들은 한성의 스텟을 기반으로 분배되어 있는 상황. 스켈레톤 에볼루션 마스터리로 한성은 자신의 스텟을 각 병과에 맞게 분배해 놓았다.
일반 네크로맨서였다면 스텟 변동폭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네크로맨서 계열의 히든 직업 계열인 한성은 자기 마음대로 스텟을 조절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한성은 최소한의 지능과 기본적은 스킬을 쓸 수 있는 마력만 남겨놓은 채, 주력 스텟에 몰빵을 했다.
그 때문에 같은 스텟이라고 해도 다른 네크로맨서의 해골 병사들보다 더 강하다.
한성의 해골 검병들은 힘과 체력이 극단적으로 높았으며, 궁병들은 민첩이 극단적으로 높았다.
각 병과의 특색에 맞게 스텟을 분배했던 것이다.
‘뭐, 스킬 레벨이 높아지면 괜찮아지겠지만 뭔가 좀 아쉽단 말이야.’
현재 해골 병사 소환 스킬의 숙련도 레벨은 5.
즉, 한성의 기본 순수 스텟 50%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때문에 스텟상으로만 보면 해골 병사들의 레벨은 아직 100도 되지 않는다.
약 80레벨 수준.
비록 전승 특전으로 인해 한성의 기본 순수 스텟이 높아졌지만 스킬 숙련도 레벨이 이제 중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각 병과에 맞게 스텟을 극단적으로 찍어 놓았기 때문에 해골 병사들의 전투력은 80레벨보다는 높았다.
하지만 지하수도 던전은 몬스터 평균 레벨이 130후반대였다.
상대적으로 해골 병사들이 약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물량전으로 밀어붙였던 것이다.
‘지금보다 좀 더 강해졌으면 좋겠는데……. 데스나이트들도 그렇고…….’
한성은 뭔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데스나이트들은 기본적으로 해골 병사들보다 강하다.
생명력과 방어력이 높기 때문이다.
거기다 레벨도 한성과 동일했다.
하지만 현재 한성의 레벨보다 높은 던전을 공략하려 하다 보니 소환수들이 미흡해 보였다.
비록 한성의 스텟이 실제 레벨보다 높다고 해도 말이다.
‘해골 병사들이랑 스켈레톤 커맨더들이랑 데스나이트들의 소재가 되는 시체를 바꿔 가면서 시험해 볼까?’
해골 병사들과 데스나이트들은 둘 다 시체를 제물로 삼아 소환되는 언데드 몬스터들이었다.
스켈레톤 에볼루션 마스터리를 배우기 전에는 소재로 사용하는 시체의 영향이 좀 있었다.
일반 시체로 소환하는 것보다 맹수나 몬스터 시체로 소환한 해골 병사들이 좀 더 강했던 것이다.
하지만 스켈레톤 에볼루션 마스터리를 배운 후에는 시체에 따라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한성은 해골 병사들이나 데스나이트들, 그리고 스켈레톤 커맨더들이 제물로 바치는 시체에 따라 좀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단은 3차 전직부터 하고 봐야겠지만.’
3차 전직을 하고 나면 스킬이 또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기존 스킬이 강화되거나, 소환수들을 강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스킬들이 생길지도 모르니 말이다.
스켈레톤 에볼루션 마스터리처럼.
‘저놈을 잡느라 고생 좀 했지.’
한성은 보스 룸에 쓰러져 있는 어보미네이션을 바라봤다.
어떻게 시간을 벌어서 데스나이트들을 다시 소환할 수 있었다. 남아 있는 무적 포션 2개를 마셔가면서 시간을 벌었던 것이다.
그 후 데스나이트들을 소환해서 접전 끝에 겨우 어보미네이션을 때려잡았다.
그로 인한 피해는 상당히 컸다.
보스 룸 바닥에는 수많은 해골 병사들과 프로즌 좀비 울프들의 잔해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보스 룸에 존재하는 변이한 키메라들의 시체들과 시체 소환 스킬로 만든 시체를 이용해 죽어라 언데드 몬스터들을 소환한 덕분이었다.
‘그래도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돼서 다행이야.’
이번 보스 공략전에서 한성은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여러모로 알게 되었다.
‘마나통이랑 마나 회복, 제물로 쓸 시체들의 숫자, 그리고 각 스킬들의 쿨 타임.’
어보미네이션이 피 묻은 철제 방망이로 언데드 몬스터들을 마구 부숴 대는 바람에 한성도 재소환하기 바빴다.
그 와중에 마나 부족을 절실하게 느꼈으며, 소환 쿨 타임이 답답하다는 걸 느꼈다.
그나마 프로즌 좀비 울프와 해골 병사 소환 스킬의 쿨 타임이 긴 편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만약 저 스킬들도 데스나이트 소환 스킬처럼 쿨 타임이 길었다면 어보미네이션과 제대로 싸우지도 못했을 것이다.
또한 보스 룸 같은 한정된 장소에서 제한된 몬스터들의 시체로는 소환수들을 무한정 뽑아내기도 힘들었다.
‘설마 이 사실들을 알게 하려고 내 레벨보다 높은 던전을 공략하라고 한 건가?’
한성은 살짝 쓴웃음을 지었다.
어째서 디아나가 3차 전직 조건을 자신의 레벨보다 높은 던전을 공략하라고 한 건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한성으로서는 이득이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게 되었으니까.
만약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면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될지도 몰랐다.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을 상대하는 상황에서 마나가 부족해지고, 쿨 타임이 다 돌아가기도 전에 소환수들이 전멸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전승하기 전 상황을 또 다시 반복하게 될 것이다.
던전이라면 한 번 죽고 끝이겠지만,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은 결코 한성을 한 번만 죽게 만들지 않을 테니까.
‘뭐, 블랙 레이븐 놈들을 상대할 때는 시체가 부족하지는 않겠군.’
시체 부족은 보스 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였다.
대규모 몬스터 토벌전이나, 전쟁이라면 시체 부족 현상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준비는 해 둬야지. 앞으로 레벨을 올리려면 지금처럼 솔플로 보스를 때려잡을 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
이제 한성은 되도록 스킬 쿨타임을 줄여 주는 장비나 마나를 좀 더 늘릴 작정이었다.
그리고 미리 소환수들이 부족할 일이 없도록 지배력도 늘려서 충분한 숫자를 준비한 다음 전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는 편이 좀 더 유리할 테니까.
“그럼…….”
잠시 지하수도 던전 보스 룸의 바닥에 드러누운 채 휴식하던 한성은 엉덩이를 툭툭 털며 일어났다.
특수 보스 어보미네이션을 처치한 후, 알림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었다.
보스 처치 메시지를 비롯해서, 던전 공략 메시지, 던전 히든 연계 퀘스트, 히든 3차 전직 미션 메시지 등등.
눈앞이 어지러울 정도로 메시지가 떠올랐지만 전부 무시했다. 그만큼 어보미네이션과의 일전은 한성을 지치게 만들었다.
라이와 루루는 아예 보스 룸이 안방인 것처럼 뻗어서 누워 있었다.
한성은 다시 메시지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지하수도 던전, Lv140 특수 보스 몬스터 어보미네이션을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4000골드와 어보미네이션의 라이프베슬을 획득합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티르 나 노이 세계 최초로 네임드 특수 보스 몬스터 어보미네이션을 처치하셨습니다. 특별 보상으로 칭호 리쥬버네이션을 지급합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지하수도 던전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40000 골드와 Lv140 유니크 등급 보물 상자를 지급합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던전 히든 퀘스트 2단계 지하수도의 비밀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40000 골드와 Lv140 유니크 등급 보물 상자를 지급합니다.]
[전승 특전 붉은 유성의 효과에 의해 보상을 3배로 받습니다. 칭호는 특전 효과를 받지 않습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히든 3차 전직 조건을 완수하셨습니다. 디아나가 각인한 표시가 사라졌습니다. 히든 3차 직업 데스마스터와 카오스 매지션으로 전직하실 수 있습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레벨이 올랐습니다. 당신은 122 레벨입니다. 스킬 숙련도 레벨 제한이 해제되었습니다.]
‘헐. 쩐다.’
모든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보미네이션을 처치하고 어마어마한 보상을 받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