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
< 내 언데드 100만 >
제108화 플레시 골렘
[경고! 당신의 소환수 라이가 위험합니다.]
‘큭!’
갑작스럽게 떠오른 경고 메시지에 한성은 주변을 살피며 라이의 모습을 찾았다.
그리고 머지않아 라이를 찾을 수 있었다.
‘역시 무리였나?’
어보미네이션을 상대로 시간을 벌고 있는 라이는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늑골이 나갔는지 옆구리를 팔로 감싸고 있었으며, 입에서는 피를 흘리고 있었으니까.
소환수들의 상태를 알 수 있는 상태창을 확인해 보니 라이는 생명력이 절반 이하였으며, 골절, 출혈이라는 상태이상에 걸려 있었다.
어보미네이션을 정면으로 상대하지 않고, 그저 시간만 벌어 주길 바랐는데 아무래도 힘든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이놈이랑 어보미네이션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좀 많이 힘든데.’
한성은 정면을 바라봤다.
눈앞에는 아직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는 플레시 골렘이 있었다.
팟!
지면을 박찬 한성은 플레시 골렘을 향해 달려들었다.
등 뒤에서는 새롭게 소환한 해골 검병들이 미트 웨건들을 처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눈앞에 있는 플레시 골렘 등 너머에는 해골 검병들과 해골 궁병들, 그리고 라이가 구울 워리어들과 어보미네이션을 상대로 어떻게 시간을 벌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이놈을 처리해야 돼.’
라이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최대한 어보미네이션을 상대로 시간을 벌어 줘야 했다.
한성이 플레시 골렘을 처리할 동안까지.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정면에서 맞붙는 게 아니라 도망 다니며 시간을 벌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이었다.
만약 정면 싸움을 벌였다면 진즉에 라이는 어보미네이션에게 당해 차가운 땅바닥에 드러누워 있었을 것이다.
“틴달로스!”
플레시 골렘 바로 앞까지 다가간 한성은 공중 도약을 하며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을 내뻗었다.
퍼억!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플레시 골렘의 머리를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이 강하게 후려쳤다.
슈아아악!
그와 동시에 한성의 그림자 속에서 틴달로스가 뛰쳐나왔다.
날카로운 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 틴달로스는 플레시 골렘의 머리를 중점적으로 공격했다.
스팡! 스팡!
한성의 그림자를 통해서 마치 채찍처럼 공기를 가르며 날카롭게 플레시 골렘의 머리를 공격하는 틴달로스.
크워어어어어어!
한 박자 늦게 플레시 골렘은 괴성을 지르며 팔을 들어올렸다. 틴달로스의 공격을 양팔을 교차하며 막은 것이다.
하지만 이미 플레시 골렘은 상당한 데미지를 입은 후였다.
지금까지의 공격으로 플레시 골렘의 남은 생명력은 약 절반 정도.
이대로 여세를 몰아 끊임없이 폭풍처럼 공격을 가한다면 플레시 골렘을 쓰러트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플레시 골렘이 가만히 당하고 있다는 가정하에서.
쿵!
그 순간 플레시 골렘이 한 발 앞으로 내밀며 지면을 강하게 내려쳤다.
플레시 골렘을 중심으로 지면이 흔들렸다.
“큭!”
그 탓에 지면 위에 서서 틴달로스로 공격을 하고 있던 한성의 자세가 무너졌다.
하지만 그건 찰나와도 같은 틈이었다.
한성은 금방 자세를 제대로 잡았다.
부우웅!
문제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플레시 골렘이 팔을 내려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젠장!”
한성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거의 바로 눈앞에서 플레시 골렘의 손이 지나갔다.
후우우우웅!
어마어마한 풍압이 한성을 덮쳤다.
그 탓에 한성의 머리가 어지럽게 이리저리 흩날렸고, 한성은 뒤로 살짝 밀려났다.
‘피했는데도 이런 위력이라니.’
플레시 골렘의 손에 맞지도 않고 바로 눈앞에서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 한성은 데미지를 입었다.
후웅!
그뿐만이 아니었다.
뒤이어 바로 플레시 골렘의 공격이 이어졌다.
손날로 위에서 아래로 한 번 내려친 후, 플레시 골렘의 다리가 한성을 향해 날아들었던 것이다.
그 움직임은 로우킥과 흡사했다.
‘빠르다.’
한성은 눈앞에서 다가오고 있는 플레시 골렘의 다리를 바라보며 다시 뒤로 몸을 날렸다.
후우우우우웅!
뒤이어 또 다시 어마어마한 풍압이 한성을 덮치며 뒤로 밀려 보냈다.
‘망할 중앙 대륙!’
이래서 인간형인 몬스터들은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별다른 무기를 장비하지 않은 몬스터들은 기본 공격 모션이 격투술을 쓰는 것처럼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거기에 무기를 든 몬스터들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중앙 대륙의 몬스터들은 초반에는 건성건성 공격하다가 생명력이 일정이하로 떨어지거나 혹은 열 받는 일이 생긴다면 갑자기 엄청나게 강해진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경고! Lv139 변이한 키메라 플레시 골렘이 광분합니다.]
“이런 젠장! 하필 이 타이밍에!”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사실 한성 혼자서 플레시 골렘을 상대하는 건 힘들었다.
본래라면 130레벨대의 방문자 여섯 명이 파티를 이뤄야 보스를 잡을 수 있으니까.
그나마 한성의 기본 스텟이 실제 레벨보다 약 50정도 더 높고, 장비도 좋았기 때문에 1:1 상황에서 플레시 골렘을 상대로 이만큼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플레시 골렘을 때려잡으려면 언데드 소환수들을 풀어서 물량전을 벌여야 했다.
그런데 지금 한성의 소환수들 대부분은 지금 현재 어보미네이션을 견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라이까지 투입했지만 어보미네이션 쪽은 상황이 좋지 않았다.
직접 상대하지 않고 견제를 하면서 시간을 버는 것조차 힘겨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지금 한성이 써먹을 수 있는 언데드 소환수들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었다.
그마저도 지금 미트 웨건을 때려잡느라 정신없었다.
그렇다고 몇 마리 안 되는 해골 병사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한성의 발목만 잡을 뿐이니까.
후웅!
광분 상태로 들어간 플레시 골렘은 조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스피드로 한성을 치고 들어왔다.
3미터가 넘는 거구가 묵직하게 주먹을 뻗어온다.
콰앙!
“큭!”
이미 라이트닝 드라이브의 지속 시간이 끝난 한성은 스피드가 빨라진 플레시 골렘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을 교차하면서 막아 냈는데도 상당한 충격이 전해졌던 것이다.
하지만 플레시 골렘의 공격에 튕겨 나가지 않고 뒤로 살짝 물러서는 걸로 그쳤다.
이미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었으니까.
‘이번에는 내 차례다.’
플레시 골렘의 공격을 막아 낸 직후, 한성은 상체를 좌우로 흔들었다. 길게 내뻗어 있는 플레시 골렘의 팔을 중심으로 상체를 좌우로 흔들며 파고든 것이다.
공격 직후, 카운터처럼 들어간 한성의 움직임을 플레시 골렘은 미처 대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짧은 틈 사이에 재빠르게 플레시 골렘의 품속으로 파고든 한성은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을 위로 쳐올렸다.
“그라운드 임팩트!”
콰아아앙!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이 플레시 골렘의 턱밑을 강타함과 동시에 강렬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쿠쿵쿠쿵.
그 강렬한 일격에 플레시 골렘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기회다!’
방금 전 일격으로 플레시 골렘이 그로기와 비슷한 상태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한성의 눈이 빛났다.
찬스가 온 것이다.
“본 스피어!”
양팔을 내려 뻗은 한성의 손에서 하얀 뼈창이 생겨났다.
본 스피어를 움켜쥔 한성은 본 스피어를 플레시 골렘을 향해 내지르기 시작했다.
퍼버버버벅!
머리, 가슴, 배를 중심으로 본 스피어가 무자비하게 어마어마한 속도로 내리꽂혔다.
크워어어어어!
결국 플레시 골렘은 무자비한 한성의 공격에 괴성을 지르며 무릎을 꿇었다.
이번 공격으로 플레시 골렘의 생명력은 절반 이하가 되었다.
하지만 한성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으워어어어!
자세가 무너진 상태에서도 플레시 골렘은 양팔을 교차하며 본 스피어의 찌르기를 막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한성의 공세를 뚫으며 앞으로 전진해 나갔다.
그 와중에도 플레시 골렘의 생명력은 조끔씩 착실하게 깎여져 나가고 있었다.
‘온다.’
플레시 골렘의 생명력을 주시하고 있던 한성은 일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새 플레시 골렘의 생명력이 30% 이하기 되면서 슬슬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바로 이때가 가장 위험했다.
[경고! Lv139 변이한 키메라 플레시 골렘이 광역 공격 스킬을 시전합니다.]
‘역시!’
시야에 떠오른 경고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뒤로 빠르게 물러나면서 동시에 본 월을 시전했다.
파바바바밧!
한성의 눈앞에 하얀 뼈로 이루어진 방벽이 지면에서 솟아올라왔다.
그 직후,
크워어어어!
플레시 골렘이 괴성을 지르며 주먹으로 지면을 내려찍었다.
콰아아아앙!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지면을 타고 퍼져나갔다.
“크윽!”
본 월로 방어 중인 한성은 이를 악물었다.
대기가 진동하고 땅이 뒤흔들린다.
거기다 본 월을 관통한 충격파의 일부가 한성의 몸을 강타했던 것이다.
몸이 부서질 것 같은 강렬한 진동!
그 고통 속에서 한성은 이를 악물며 플레시 골렘의 광역 스킬을 버텨 냈다.
스스스스스.
잠시 후, 충격파가 멎으면서 사방으로 치솟아 올랐던 흙먼지들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한성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본월을 해제시켰다.
‘앞으로 조금만 더. 큰 거 한 방이면 플레시 골렘을 잡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한성은 본 스피어를 꽉 움켜쥐었다.
[경고! 당신의 소환수 라이가 빈사 상태에 빠져들었습니다!]
“이런 젠장!”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보미네이션을 상대로 어쩌어찌 버티던 라이가 결국 쓰러져 버렸던 것이다.
다행히 아직 라이는 죽지 않았다.
하지만 생명력은 겨우 약 3%가량만이 남아 있었다.
‘어쩔 수 없지.’
한성은 라이의 소환을 해제했다.
프로즌 좀비 울프나 해골 병사들이라면 모를까, 라이나 루루는 계약을 통해 소환수가 된 존재들이었다.
그 때문에 한 개체씩밖에 소환할 수 없으며 만약 사망할 경우 그걸로 끝나 버린다.
두 번 다시 재소환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루루는 마계의 마족인 서큐버스이고, 라이는 한성이 몬스터들의 시체를 사용해서 융합 소생시킨 단 하나의 존재였으니까.
이제 어보미네이션 근처에 남아 있는 소환수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해골 궁병들이랑 검병 몇 마리뿐인가?’
해골 궁병들은 검병들보다 방어력과 생명력이 낮았다.
막말로 어보미네이션이 배에 달린 입으로 후 하고 불면 파삭파삭거리며 부서질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한성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