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107화 (107/318)

# 107

< 내 언데드 100만 >

제107화  사투(死鬪)

‘이런 망할!’

어보미네이션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한성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라이, 가자!”

크헝!

한성은 라이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파카의 목을 낚아챈 라이는 곧바로 한성과 루루가 있는 장소로 후퇴했다.

지금 파카는 라이에게 구출된 뒤, 최후방에서 입에 게거품을 문 채 기절해 있었다.

‘제길, 안 그래도 버티기 힘든 판에…….’

한성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여전히 미트 웨건의 공격은 끝나지 않고 고깃덩어리들이 날아오고 있는 중이었다.

어보미네이션이 미리 충분하게 고깃덩어리들을 토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해골 검병들의 피해는 갈수록 누적되고 있었으며 숫자도 착실히 줄어들고 있었다.

그래서 한성은 해골 검병들을 다시 재소환하며 버틸 생각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구울 워리어들이 쓰러질 거라 생각했으니까.

단,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마나가 슬슬 바닥이야.’

지금까지 한성은 마력 스텟에 꽤 투자를 한 탓에 마나 통이 제법 컸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한정 언데드 몬스터들을 소환할 수는 없었다. 마나양에도 한계가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시체도 문제였다.

직업 스킬로 소환할 수 있는 시체를 제외하고, 언데드 소환수의 시체는 다시 재사용할 수 없었다.

즉, 해골 검병과 프로존 좀비 울프의 시체들을 사용해서 다시 언데드들을 소환할 수 없다는 소리다.

단, 적으로 만난 언데드 몬스터들을 쓰러트리면 그 시체를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어보미네이션이 전장을 달려들고 있었으며, 그 뒤에 플레시 골렘도 따라오고 있는 중이었다.

슈슈슈슉!

그때 한성의 머리 위로 해골 궁병들의 본 애로우가 날아들었다.

조금이라도 어보미네이션의 발목을 잡기 위해 해골 궁병들이 화살을 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크워어어어어!

부우우웅! 투두두둑!

어보미네이션은 손에 들고 있던 거대한 철제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본 애로우들은 철제 몽둥이에 가로 막히며 튕겨져 날아갔다.

하지만 본 애로우의 주목표는 어보미네이션이나 플레시 골렘이 아니었다.

푸푸푹!

스무 발이 넘는 본 애로우들이 미트 웨건을 덮쳤다.

그저 후방에서 고깃덩어리들을 쏠 수밖에 없는 미트 웨건들은 본 애로우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이번 공격으로 미트 웨건들은 꽤 큰 데미지를 입었다.

비록 미트 웨건들이 레벨과 공격력이 높지만, 구울 워리어들처럼 방어력과 생명력은 높지 않았으니까.

그사이 라이와 함께 빠른 속도로 내달린 한성은 해골 검병들과 구울 워리어들이 싸우고 있는 전장에 도착했다.

파앗!

순간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에서 푸른빛이 터져 나왔다.

마나 인챈트를 시전한 것이다.

한성은 푸른빛이 감도는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을 근처에 있던 구울 워리어의 명치에 꽂아 넣었다.

퍼어억!

쿠워어어억!

난데없이 명치를 가격당한 구울 워리어 한 마리는 괴성과 같은 비명을 내지르며 입에서 토사물을 투척했다.

하지만 이미 한성은 구울 워리어의 옆으로 빠지고 있었기 때문에 토사물을 맞지 않았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빠져 나간 한성은 구울 워리어의 뒤통수에 돌려차기를 먹였다.

빠악!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구울 워리어의 머리가 지면에 격돌했다.

‘일단 한 마리.’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을 하며 구울 워리어의 뒤통수에 뒤돌려 차기를 먹인 한성은 지면에 착지 후 고개를 치켜들었다.

크워어어어어어어!

어느 틈엔가 한성의 눈앞에 흉측한 모습의 어보미네이션이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무려 4미터가 넘어가는 거대한 크기의 어보미네이션.

배에 달려 있는 입 안에는 상어처럼 촘촘한 톱날 같은 이빨이 그로테스크함을 더했다.

어디 그뿐만인가?

괴기스럽기 짝이 없는 모습의 어보미네이션은 배에 달린 입으로 괴성을 지르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부웅!

“……!”

순간 한성의 눈앞에서 한 차례 포효를 내지른 어보미네이션은 철제 몽둥이를 치켜들더니 한성을 향해 내려쳤다.

콰앙!

굉음과 함께 지면이 갈라지면서 흙먼지가 솟구쳐 올라왔다.

어보미네이션의 공격을 한성이 피해 낸 것이다.

‘미친 위력 보소.’

재빠르게 옆으로 피한 한성은 혀를 찼다.

단순히 몽둥이를 아래로 내려쳤을 뿐인데 저런 위력이었다.

정통으로 맞으면 상당한 피해를 각오해야 했다.

‘역시 중앙 대륙의 140레벨 보스란 건가?’

그뿐만이 아니다.

어보미네이션은 지난번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한성이 발견한 던전 내 히든 퀘스트 덕분에 등장한 특수 보스 몬스터였다.

거기다 본래 지하수도 던전 보스였던 플레시 골렘이 어보미네이션의 졸개로 등장했다.

그 말은 적어도 어보미네이션이 플레시 골렘보다 더 강하다는 소리였다.

크워어어어어어어!

어보미네이션은 자신의 공격을 피한 한성을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괴성을 내질렀다.

단지 소리를 지르는 것뿐인데도 공기가 진동하고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라이! 시간 좀 벌어라!”

크르릉?

한성의 말에 한참 구울 워리어들과 드잡이질을 벌이고 있던 라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성을 바라보는 라이의 표정은 한 십 년은 늙어 보였다.

하지만 이미 한성은 어보미네이션과 뒤따라오던 플레시 골렘을 빠르게 회피하며 빠른 속도로 미트 웨건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크, 크, 크르르?

그 모습을 본 라이는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라이의 주변에는 해골 검병들이 본 소드를 치켜들고 구울 워리어들에게 대항하고 있었다.

그건 라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아니었다.

크워어어어?

지하수도 던전의 숨은 보스 어보미네이션이 붉은 눈을 빛내며 라이를 노려보기 시작했으니까.

“검검?”

그리고 해골 검병들도 자기도 모르게 어보미네이션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어마어마한 기세로 살기가 터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세에 해골 검병들의 표정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뭐, 원래 해골 검병들의 얼굴이 하얗긴 하지만.

부우우웅!

콰아앙!

얼마 지나지 않아 해골 검병들과 구울 워리어들이 있는 전장은 난장판이 되었다.

어보미네이션이 라이를 노리며 거대한 철제 방망이를 마구 휘둘러댔기 때문이다.

아직 남아 있는 구울 워리어들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었다.

크어어어!

파삭! 파사삭!

어보미네이션의 눈먼 몽둥이에 구울 워리어들은 비명을 지르며 허공을 날았고, 해골 검병들은 하얀 뼛가루가 되어 갔다.

그 속에서 라이만이 빠른 스피드로 어보미네이션 주변을 맴돌며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도망치고 싶겠지만 한성이 시간을 벌라고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크아아아!

그사이 한성은 미트 웨건들이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이놈들부터 빨리 끝내야 돼.’

미트 웨건의 공격은 굉장히 성가셨다.

사거리는 길지 않지만, 공격력과 스플래쉬 데미지 때문에 언데드 소환수들이 뭉쳐 있을 경우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성은 미트 웨건들이 모여 있는 장소를 향해 지면을 박차며 도약했다.

게임 스펙으로 보정 받은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한성은 무려 수 미터나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대로 다시 지면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라운드 임팩트!”

콰아아아앙!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이 지면과 격돌하면서 어마어마한 충격파를 사방으로 퍼트렸다.

그 충격에 미트 웨건들은 뒤집어지면서 사방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이걸로 당분간 미트 웨건들은 공격을 하지 못할 것이다.

‘한 놈씩 확실하게 끝내 주지.’

한성은 재빨리 시체들을 소환한 다음 미트 웨건 주변에 해골 검병들을 소환했다.

순식간에 25기나 되는 해골 검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골 검병들은 미트 웨건들을 향해 달려들더니 본 소드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퍽퍽퍽!

미트 웨건들은 뒤집어져 있는 탓에 변변찮은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다이렉트로 데미지를 입었다.

‘미트 웨건들은 해골 검병들한테 맡기면 되고, 문제는…….’

한성은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틴달로스!”

슈와아악!

그러자 한성의 그림자 속에서 검은 막이 튕기듯이 빠른 속도로 솟아올랐다.

콰가가가각!

그 직후 틴달로스의 검은 막을 플레시 골렘의 주먹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긁고 지나갔다.

[아파요. >_<]

틴달로스의 머리 위로 귀여운 이모티콘이 빠르게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틴달로스는 다시 한성의 그림자 속에 들어갔다.

그사이 한성은 몸을 회전시키며 플레시 골렘의 명치에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을 꽂아 넣었다.

퍼억!

둔탁한 소음과 함께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이 플레시 골렘의 명치에서 뽑혀져 나왔다.

전광석화와도 같은 스피드로 일격을 가한 것이다.

우워어어어어!

한성의 공격을 받은 플레시 골렘은 괴성을 지르며 상체를 숙였다.

그대로 한성을 팔로 감싸서 옥죄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도리어 이 순간을 한성은 기다리고 있었다.

“본 스피어!”

한성의 양손에서 햐얀 뼈창이 생성되었다.

한성은 재빨리 자신을 향해 내려오고 있는 플레시 골렘의 머리를 향해 본 스피어 두 개를 바깥에서 안으로 휘둘렀다.

퍼억!

플레시 골렘의 양 얼굴 옆으로 본 스피어의 옆면이 부딪쳤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플레시 골렘은 다시 얼굴을 치켜들며 괴성을 질렀다.

그 틈을 탄 한성은 본 스피어 두 개를 손에서 놓았다.

본 스피어 두 개의 사이에 플레시 골렘의 머리가 있는 채로 말이다.

즉, 간단히 말하자면 플레시 골렘 머리 옆에 두 개의 본 스피어가 떠 있다고 생각하면 되었다.

“라이트닝 드라이브!”

번쩍!

한성은 황금빛을 번쩍이며 재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그 시간은 불과 약 2초.

그리고 한성은 재차 스킬을 시전했다.

“본 익스플로전!”

콰아아아아앙!

그 순간 플레시 골렘의 머리 양옆에 있던 본 스피어가 어마어마한 기세로 터져나갔다.

하얀 뼛조각이 튀어 나가면서, 하얀 연기처럼 뼛가루가 사방에 흩날렸다.

크워어어어억!

하얀 연기 속에서 플레시 골렘이 얼굴을 손으로 감싼 채 괴성을 지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본 스피어 사이에 머리가 끼여 있다시피 한 플레시 골렘은 상당히 큰 데미지를 받았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플레시 골렘의 약점이 머리인 건 바뀌지 않았나 보네.’

지하수도 던전은 비록 인기가 없어서 방문자들이 잘 찾아오지 않지만, 벌써 여러 번 공략되었다.

그 때문에 보스인 플레시 골렘에 대한 공략 정보가 인터넷 사이트에 나돌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전승하기 전 지하수도 던전을 공략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보스인 플레시 골렘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걸로는 아직 부족하지.’

한성은 가늘게 눈을 뜨며 본 스피어의 폭발에서 너덜너덜하게 된 플레시 골렘을 노려봤다.

상당한 데미지를 입히긴 했지만 여전히 플레시 골렘은 전재했다.

거기다 가장 큰 문제는…….

크워어어어어어!

그때 저 멀리서 어보미네이션의 어마어마한 괴성이 울려퍼졌다.

그와 동시에 한성의 시야에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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