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
< 내 언데드 100만 >
제106화 던전 보스, 어보미네이션!
[당신은 지하수도 던전에서 특수 보스 몬스터 어보미네이션과 조우하셨습니다. 어보미네이션을 처치하십시오.]
[진행사항: 보스 룸 조사(1/1), 어보미네이션 처치(0/1).]
‘과연.’
던전 히든 연계 퀘스트 설명 창을 확인한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스 룸에 입장한 후, 주위를 살피며 플레시 골렘과 어보미네이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결과 던전 히든 연계 퀘스트의 진행 사항이 갱신된 것이다. 무엇보다 정체를 알 수 없었던 ‘???’가 드러났다.
‘뭐, 이것도 예상대로긴 하지만.’
진행 사항으로 봐서 마지막에 남은 건 역시 보스 처치밖에 없었다.
이제 한성이 해야 할 건, 단 하나.
지하수도 던전 보스인 어보미네이션을 처치하는 일이었다.
‘지금은 아직 예정대로야.’
한성은 전방을 주시했다.
변이한 키메라 구울 워리어들 사이에서 난리를 치며 뛰어다니고 있는 파카와 프로즌 좀비 울프들이 보였다.
프로즌 좀비 울프들과 파카의 스피드에 구울 워리어들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스피드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프로즌 좀비 울프들은 파카를 엄호하면서 움직이고 있는 탓에 구울 워리어들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했다.
그사이 구울 워리어들의 측면으로 해골 검병들이 달려들고 있는 상황.
크워어어어어어!
갑작스럽게 어보미네이션이 붉은 눈을 번득이며 포효성을 내질렀다.
그 소리에 일순 파카를 비롯한 언데드 소환수들이 멈칫거렸다.
‘이런!’
그 모습을 본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약 3초간 언데드 소환수들의 움직임이 멎은 것이다.
끄오오오워어어어어!
그 틈을 노리고 키메라 쿠울 워리어들이 프로즌 좀비 울프들을 향해 팔을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다.
퍼버벅!
찰나의 순간과도 같은 짧은 시간.
프로즌 좀비 울프들은 무방비로 공격당했다.
크헝! 캥!
데미지를 크게 입은 프로즌 좀비 울프들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변이한 키메라 구울 워리어들은 굉장히 강력한 몬스터들이었다. 구울 워리어들의 공격을 몇 방 맞았을 뿐인데 프로즌 좀비 울프들은 생명력이 반 가까이 날아가면서 기절 상태에 빠졌다.
메, 메에엑.
그사이에서 새파랗게 질린 파카만이 몸을 부들부들거리며 서 있었다.
어보미네이션의 괴성에 안드로메다로 출장가 있었던 정신이 다시 돌아왔던 것이다.
다행히 파카는 프로즌 좀비 울프들의 보호 덕분에 멀쩡했다.
거기다 구울 워리어들의 우선 공격 목표는 파카보다 위협적인 프로즌 좀비 울프들.
애초에 파카는 운송, 채집이 전문인 펫 같은 동물이었다.
그 탓에 구울 워리어들의 공격 목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주변에 위협적인 존재가 있을 때 이야기였다.
지금처럼 프로즌 좀비 울프들이 나가떨어진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공격 목표를 잃은 키메라 구울 워리어들은 찬란하게 황금빛을 내뿜고 있는 라이를 향해 붉은 눈을 돌렸다.
메에!
그 모습에 파카는 흠칫 놀라며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구울 워리어들의 살기 어린 눈빛에 압도되고 말았던 것이다.
여전히 소고기 스테이크에 넘어가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출타 중이었다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서는 자력으로 도망치는 건 무리로 보였다.
메, 메엑?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구울 워리어들의 모습에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는 파카가 고개를 돌려 한성을 바라봤다.
살려다는 눈빛으로 한성을 바라보는 파카.
하지만 이미 구울 워리어들은 전부 파카를 향해 온 신경을 쓰며 잡으려 하고 있었다.
“라이!”
순간 한성의 외침에 바닥에 쓰러져 있던 프로즌 좀비 울프 무리들 사이에서 라이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파카와 마찬가지로 프로즌 좀비 울프들은 라이도 보호했다.
그 덕분에 라이는 프로즌 좀비 울프들처럼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
그리고 프로즌 좀비 울프들 사이에서 마치 죽은 것처럼 위장한 채로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구울 워리어들이 파카를 노리고 있는 틈을.
그 순간을 한성이 라이에게 알려준 것이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프로즌 좀비 울프들 사이에서 벌떡 일어난 라이는 쏜살같이 파카를 향해 달려들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주변에 있던 구울 워리어들은 라이를 제지하지 못했다.
구울 워리어들의 관심이 파카에게로 쏠려 있는 탓에 미처 라이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다.
라이는 재빨리 파카의 목을 물었다.
메, 메엑!
그러자 기겁을 한 라이가 몸을 흔들었다.
이에 라이는 더 강하게 파카의 목을 옥죄면서 재빨리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메르르르륵.
파카는 입에 게거품을 물면서 기절해 버렸다.
라이가 목을 강하게 물자 죽는다는 생각에 정신줄을 놓아 버린 것이다.
“뭐해? 빨리 달려들어!”
그사이 한성은 다급한 목소리로 해골 검병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미 해골 검병들은 구울 워리어들에게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와 있었다.
어보미네이션의 포효에 해골 검병들도 영향을 받아 움직임이 정지했었지만, 한성의 외침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구울 워리어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성은 뒤를 돌아보며 해골 궁병들을 바라봤다.
“너희들은 엄호 사격해!”
“궁궁.”
해골 궁병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활시위를 먹이기 시작했다.
푸슉! 슈슈슉!
얼마 지나지 않아 공기를 가르며 새하얀 본 애로우가 미트 웨건들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미트 웨건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해골 검병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고깃덩어리들을 쏘아 대기 시작한 것이다.
미트 웨건은 그 이름 그대로 고깃덩어리들을 자동적으로 쏘아 보내는 몬스터다.
생김새는 발리스타와 닮아 있었으며, 자동적으로 주변에 있는 고깃덩어리들을 끌어 모아서 포탄처럼 쏘아 댄다.
반대로 생각하면 미트 웨건은 주변에 고깃덩어리로 쓸 시체들이 없으면 쓸모없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적어도 지하수도 던전 보스 룸에서는 고깃덩어리가 떨어질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어보미네이션이 배에 달린 거대한 입으로 고깃덩어리들을 끊임없이 토해 내고 있었으니까.
투학!
미트 웨건에서 쏘아진 고깃덩어리들이 허공을 가르며 떨어져 내렸다.
퍽!
지면에 떨어진 고깃덩어리들은 사방으로 터지면서 주변에 피해를 줬다.
미트 웨건에서 발사되는 고깃덩어리들은 공중에서 지면으로 떨어지면서 폭발하듯이 터지는 게 골칫거리였다.
탄착 지점뿐만 아니라 그 주변까지 스플래시 데미지를 입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후, 그래도 언데드 몬스터들이라 다행이네.’
고깃덩어리들은 내부에 독을 품고 있었다.
만약 한성의 소환수들이 언데드가 아니었으면 독 데미지로 상당히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었다.
공중에서 날아오는 고깃덩어리들을 정면으로 맞을 경우 상당히 큰 물리 데미지를 입을 수 있으니 말이다.
다행인 점은 한성이 해골 검병들을 두 갈래로 나눠서 진군시키고 있었으며, 미트 웨건의 숫자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고작해야 다섯 기인 데다가 재장전 시간도 길었다.
물론 그만큼 한 방 데미지와 피해 범위가 큰 편이긴 했다.
“최대한 구울 워리어들에게 붙어!”
키메라 구울 워리어들의 사이드로 해골 검병들을 나눠서 진군시켰지만 미트 웨건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고 있었다.
해골 검병 몇 마리가 고깃덩어리의 폭발에 당해 뒤쳐졌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구울 워리어들에게 붙으면 끝이지.’
적어도 구울 워리어들을 처리할 동안은 미트 웨건의 공격은 없을 것이다.
미트 웨건의 스플래시 데미지는 피아 불문이었으니까.
즉, 구울 워리어들도 미트 웨건의 고깃덩어리가 주변의 지면에서 터지면 같이 피해를 입는다는 소리였다.
그 때문에 구울 워리어들에게 붙으면 미트 웨건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어보미네이션이 멍청하지 않은 이상 같은 편에게 피해를 입히는 짓은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적어도 한성은 그렇게 생각했다.
투학! 퍼어억!
“아군 무시냐?”
한성은 혀를 찼다.
해골 검병들과 구울 워리어들이 서로 엉겨 붙으며 전투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미트 웨건의 공격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그 탓에 구울 워리어들도 피해를 입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미트 웨건의 공격 사정거리가 해골 궁병보다 짧다는 사실이었다.
미트 웨건들은 해골 궁병들을 공격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면 근접 유닛들의 소모율이 커지는데…….’
구울 워리어들을 무시하고 고깃덩어리들을 마구 쏘아 대는 탓에 해골 검병들과 바닥에 쓰러져 있는 프로즌 좀비 울프들이 하나둘씩 빛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에 반해 구울 워리어들은 높은 생명력과 방어력을 바탕으로 그럭저럭 버티고 있는 상황.
“루루! 해골 검병들에게 방어 중심적으로 버프를 걸어 줘.”
“네~”
한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루루는 구울 워리어들과 싸우고 있는 해골 검병들을 향해 방어 버프를 중점적으로 걸기 시작했다.
[루루가 천산갑(穿山甲) 댄스를 추기 시작합니다. 해골 검병들의 방어력이 20%, 생명력 회복이 소폭 상승합니다. 천산갑 댄스는 다른 버프와 중첩시킬 수 있습니다.]
천산갑 댄스는 새롭게 생겨난 루루의 방어형 버프 스킬이다.
천산갑은 생김새는 나무늘보와 아르마딜로와 비슷하게 생겼다. 그리고 머리, 몸, 앞 뒷다리, 꼬리 윗면은 솔방울 모양의 딱딱한 비늘이 덮여 있어 방어력이 높은 동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 루루는 천산갑을 흉내 내며 앞구르기와 뒷구르기를 하면서 열심히 춤을 췄다.
천산갑 댄스는 고양이 댄스처럼 방어력을 20% 상승시켜 주며, 생명력도 소폭 상향시켜 주기 때문에 생존에 좋은 버프 스킬이었다.
덕분에 해골 검병들의 데미지가 많이 줄어들었다.
여기서 공격을 받지 않는다면 생명력을 꽤 회복시킬 수 있을 테지만, 구울 워리어들과 미트 웨건의 공격이 거센 탓에 생명력을 회복시킬 수 없었다.
다만, 이전보다 생명력이 줄어드는 속도가 느려졌다.
‘좋아. 이대로 지구전에 들어가면 어떻게든 할 수 있어!’
한성은 해골 검병들과 구울 워리어들이 싸우고 있는 전방을 주시하며 상황을 가늠했다.
아무리 구울 워리어들이 생명력과 방어력이 높다고 해도 가랑비에 옷이 젖는 법이다.
해골 검병들의 공격과 미트 웨건의 고깃덩어리에 구울 워리어들이 완전히 데미지를 안 받고 있는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수가 줄어든 해골 검병들은 한성이 다시 재소환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쪽이 유리해진다.
어떻게 보면 지금 가장 유리한 건 한성이었다.
물량전이라면 지지 않으니까.
하지만…….
크워어어어어어!
최후방에서 느긋하게 전황을 관전하고 있던 어보미네이션이 돌연 움직임을 보였다.
전장을 향해 돌진해 오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