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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언데드 100만-101화 (101/318)

# 101

< 내 언데드 100만 >

제101화  지하수도의 숨겨진 비밀

“루루. 똥 싫어요.”

“아, 루루야…….”

한성은 이마에 손을 짚었다.

‘저 말만큼은 하지 말았으면 했는데…….’

그렇다.

질척질척거리는 몸을 가진 머드 슬라임은 방문자들에게 색다른 공포를 전해 주었다. 지하수도에 존재하는 온갖 폐기물들을 질질 끌고 다녔던 것이다.

그 탓에 냄새도 고약한 데다가 생김새를 보면 그저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사실 질퍽이도 방문자들이 순화해서 부른 것이다.

왜냐하면 사실 머드 슬라임은 정말 똥처럼 생겼으니까.

“검병 앞으로.”

한성은 해골 검병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해골 검병들이 한성을 돌아봤다.

“검검?”

하얀 뼈밖에 없는 해골 검병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마치 우리한테 왜 이러세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이놈들이 클래스 부여받고 나서 군기가 빠졌다? 까라면 깔 것이지. 편하냐? 예전 골골이로 강등시켜 줘?”

“검검!”

한성의 말에 해골 검병은 결연한 표정으로 다시 앞으로 몸을 돌렸다.

아무리 그래도 예전처럼 허약했던 골골이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달그락달그락!

해골 검병들은 머드 슬라임, 일명 질퍽이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하얀 본 소드를 휘둘렀다.

휙! 퍼억!

하지만 슬라임 계열 몬스터에게 물리 공격은 잘 통하지 않는다.

액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마법으로 공격해야 그나마 데미지를 입힐 수 있었다.

아니면 강력한 파괴력으로 슬라임 자체를 날려 버리던가.

‘계획대로.’

한성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해골 검병들이 달려들자, 역시나 질퍽이들이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골 검병들을 향해 몸을 날리며 감싼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골 검병들은 질퍽이들의 몸속에서 허우적거렸다.

저렇게 슬라임들은 먹이를 감싸고 소화한다.

질퍽이들은 뼈밖에 없는 해골 검병들조차 먹잇감인 줄 알고 달려든 것이다.

슬라임은 머리가 없으니까.

있는 거라곤 오직 먹는다는 본능뿐.

“본 익스플로전!”

질퍽이들이 질펀하게 해골 검병들을 감싸는 것을 확인한 한성은 스킬을 시전했다.

콰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이번엔 아예 해골 검병들을 몬스터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 보내서 본 익스플로전을 터트린 것이다.

머드 슬라임의 몸속에서 터진 해골 검병들의 뼛조각들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그 때문에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머드 슬라임의 몸을 이루고 있는 진흙들도 사방으로 비산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루루가 다급한 어조로 소리쳤다.

“마스터. 똥 날아와요!”

“루루야. 저건 똥 아니야. 진흙이야.”

한성은 루루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타이르듯 말했다.

바로 그때.

철퍽.

한성의 바로 발 앞에 머드 슬라임의 파편이 떨어졌다.

“아, 씨! 똥 묻을 뻔했네.”

한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었다.

한성과 루루, 라이가 있는 장소로 머드 슬라임의 파편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홀리 쉿(Holy Shit)!”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기 시작하는 머드 슬라임의 파편을 바라보며 한성은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본 월!”

한성은 재빨리 눈앞에 하얀 뼈 방벽을 세웠다.

투두두둑!

뒤이어 방벽에 머드 슬라임의 파편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간발의 차였군.’

한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까닥 잘못했으면 똥 덩어리를 뒤집어 쓸 뻔 했으니까.

[축하합니다. Lv137 머드 슬라임을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370 골드를 획득합니다.]

[축하합니다. Lv137 머드 슬라임을…….]

뒤이어 머드 슬라임을 처치했다는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어찌되었든 상대하기 까다로운 머드 슬라임들을 처리했으니 말이다.

“……?”

순간 한성은 소매가 당겨짐을 느꼈다.

고개를 돌리니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는 루루가 있었다.

마치 자신의 말이 맞다는 듯이

하지만 한성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똥 아니다.”

“그보다 마스터, 루루가 이상한 거 발견했어요.”

‘무시?’

자신의 말을 슬쩍 넘기며 팔을 잡아당기는 루루의 행동에 한성은 시원섭섭한 마음이 밀려 올라왔다.

그런 한성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루루는 한성을 이끌며 지하수도 던전의 벽을 향해 다가갔다.

“뭔데 그래?”

뭔가를 발견했다며 기뻐하는 루루의 모습을 보며 한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 별거 없을 텐데.’

이미 한성은 지하수도 던전에 뭐가 나오는지 다 알고 있었다. 머드 슬라임들을 처리하고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보스 룸이 나온다.

보스의 정체도, 공략법도 전부 알고 있는 상황.

‘던전 보스는 누더기 골렘이었지?’

정확한 명칭은 플레시 골렘(Flesh Golem).

시체들의 피부나 장기를 조악하게 이어 붙인 듯 외견을 가진 언데드 몬스터였다.

그 때문에 방문자들은 누더기 골렘 혹은 프랑켄슈타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제 한 구역만 더 가면 지하수도 던전 보스인 플레시 골렘과 싸울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거라니.

한성은 루루가 발견한 게 별거 아닐 거라고 여겼다.

“마스터. 여기에요.”

“그래그래.”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벽 아래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루루를 바라보며 한성은 고개를 숙였다.

‘어? 이게 뭐지?’

순간 한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지도 못한 게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생명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뭐야, 이건?”

벽면에 누군가가 휘갈겨 쓴 것 같은 낙서가 있는 게 아닌가?

“마스터. 이쪽에도 더 있어요~”

그때 루루가 벽 옆을 가리켰다.

자연스럽게 한성의 시선도 그쪽을 향했다.

[회복 마법도, 신성력도 병마를 치료할 수 없다니! 나는 인정할 수 없다. 마법의 힘이라면 분명 내가 걸린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벽면에 쓰여 있는 낙서들.

아니 그건 낙서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낙서처럼 기록을 해 놓은 것이다.

‘이전에 왔을 때는 분명 이런 게 없었을 텐데…….’

예전에 지하수도 던전에 왔었을 때 한성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수는 있어도 누군가 봤다면 인터넷에 글이 올라왔을 것이다.

초기에 지하수도 던전에 방문한 플레이어들이 좀 있었으며, 그 이후에도 드문드문 방문한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순간 한성은 한 가지 생각이 불현 듯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설마 지난번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에 생겨난 건가?’

그렇다면 납득할 수 있었다.

지하수도 던전은 그 특성상 방문자들의 방문이 뜸하다.

보상도, 난이도도 괜찮은 곳이지만, 카이진 항구 도시에 활동하는 방문자들의 레벨에 비해 높은 편인 데다가 더럽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던전이었으니 말이다.

지하수도 던전을 공략할 수 있는 레벨이 되었을 때쯤에는 거의 전부 다른 도시에 가 있기 때문에 굳이 이곳에 오려고 하는 방문자들은 없었다.

[오, 신이시여. 대체 제가 무슨 짓을 저지른 겁니까?]

“……?”

순간 한성은 발걸음을 멈췄다.

벽면에 휘갈기듯 쓴 낙서가 끝나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이게 끝…….”

[축하합니다! 던전 히든 퀘스트를 발견하셨습니다!]

“헐?”

더 이상 벽면에 기록된 글이 없다는 사실에 실망하려는 찰나, 한성의 시야에 새로운 퀘스트 메시지가 떠올랐다.

‘던전 히든 퀘스트라고?’

한성은 놀란 표정으로 퀘스트 창을 띄웠다.

[던전 히든 연계 퀘스트: 지하수도의 비밀]

당신은 지하수도 던전에 숨겨져 있는 비밀을 풀 단서를 하나 찾았습니다. 지하수도 던전에 숨겨져 있는 비밀이 무엇인지 조사하십시오. 던전 내부를 살펴보면 비밀을 풀 단서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단서는 총 세 가지입니다.

던전 히든 퀘스트는 레벨 제한이 없습니다.

하지만 던전에서 나가면 히든 퀘스트가 사라지니 조심하십시오.

난이도: B랭크.

진행사항: 지하 수도 벽면의 낙서 (1/1), ???(0/1), ???(0/1)

보상: 무적 포션 1개.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미친 대박이다!’

설마 던전 히든 퀘스트라니!

던전 히든 퀘스트는 말 그대로 던전에서만 수행할 수 있는 숨겨진 퀘스트다.

히든 퀘스트나 히든 미션은 특성상 한 번 수행하면 끝이 난다. 두 번은 없었다.

생각을 해 보라.

히든 미션들이 공유가 된다면, 그건 히든 미션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히든 직업도 마찬가지였다.

티르 나 노이 세계에서 히든은 언제나 온리 원이다.

그리고 대부분 히든 미션이나 퀘스트는 보상이 컸다.

거기다 한성이 발견한 던전 히든 퀘스트는 연계형이었다.

‘보상도 나쁘지 않아.’

히든 연계 퀘스트의 첫 번째 보상인 무적 포션은 구하기가 좀 힘이 든다.

특정 도시의 상점에서만 구할 수 있는데다가 가격도 꽤 비쌌기 때문이다.

개당 몇 십만 골드는 기본이었다.

한 번 사면 계속 쓸 수 있는 장비라면 또 모를까, 소모품을 몇 십만 골드나 주면서 사기에는 사실 좀 아까웠다.

그런데 보상으로 무적 포션을 줄 줄이야!

‘한 개지만 나한테는 한 개가 아니지.’

한성은 속으로 씩 미소를 지었다.

전승 특전 효과로 보상을 세 배로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이제 단서를 2개 더 찾으면 되는 건가?’

던전 히든 퀘스트는 레벨 제한이 없다.

다만 던전에서 나가면 자동적으로 사라진다.

그 탓에 무조건 한 번에 던전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하고, 던전 공략은 필수였다.

만약 던전 히든 연계 퀘스트를 전부 끝까지 클리어하지 못하고 던전 공략에 실패하게 되면 다음 기회는 없다.

한성이 아닌, 지하수도 던전의 비밀을 알게 된 다른 방문자가 던전 히든 퀘스트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나머지는 두 개는 뭐지?’

던전 히든 퀘스트인 만큼 정보가 너무 적었다.

하지만 던전 내부를 살피면서 가다 보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던전 히든 퀘스트의 최고 공로자는…….

“잘했다. 루루야.”

한성은 루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루루 덕분에 누군가가 남긴 기록을 찾을 수 있었으니까.

“헤헤.”

루루는 한성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웃음을 흘렸다.

‘루루가 발견해서 다행이네.’

만약 루루가 발견하지 못했으면 모르고 지나쳤을 가능성이 높았다.

기록이 쓰여 있는 곳은 무릎 높이 정도 밖에 안됐다.

그 말은 누군가가 이곳을 기어가면서 조금씩 글을 벽에 기록했다는 소리였다.

그 탓에 시선이 높은 한성의 시야에는 잘 보이지 않았으며, 던전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을 빨리 처리하고 지나갈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는 한성은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주변을 조사하면서 들어가야겠군.’

부족한 언데드 몬스터들을 다시 소환한 한성은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던전 히든 연계 퀘스트를 클리어할 단서를 찾아야 했으니까.

그리고 한성의 기억대로라면 보스 룸은 이제 거의 눈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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