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99화 (99/318)

# 99

< 내 언데드 100만 >

제99화  지하수도 던전 (2)

일반적으로 던전에서 몬스터들은 세 마리에서 다섯 마리가 동시에 등장한다.

그 때문에 대부분 방문자들은 던전 안에서 크게 난리를 치지 않고, 조심스럽게 모여 있는 몬스터들을 끌고 와서 잡는다.

그 편이 스마트하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한성은 전방에는 해골 검병과 프로즌 좀비 울프들을 앞세우고 후방에는 해골 궁병으로 군세를 만들어 진군 중이었다.

‘언데드 몬스터들의 소모율이 높긴 하지만 아직까진 할 만하군.’

비록 한성의 순수 능력치가 실제 레벨보다 높다고는 해도 언데드 몬스터들은 아니었다.

스킬 레벨에 따라 한성의 스텟을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해골 병사들의 현재 숙련도 레벨은 4.

즉, 한성이 가지고 있는 스텟의 40%를 사용하고 있었다.

반면에 프로즌 좀비 울프는 해골 병사들처럼 한성의 스텟을 사용하지 않는다.

순수 레벨에 맞는 기본 능력치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틴달로스, 라이, 루루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에 한성이 소환 중인 언데드 몬스터들의 소모율이 꽤 컸다.

후방에 배치한 해골 궁병은 이따금 옆치기를 시도하기 위해 달려드는 커브 랫들을 조심하면 되었기에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전방에 배치한 해골 검병들과 프로즌 좀비 울프들은 좀 피해를 입었다.

아무래도 레벨 차가 나는 편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히든 직업으로 전직한 한성이었으니 이 정도 피해로 그쳤지, 일반 네크로맨서였으면 혼자서 지하수도 던전을 공략하는 건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물량으로 밀고 나간다고 해도, 한성처럼 본래 레벨보다 능력치가 높지 않을 테니까.

해골 병사 스킬은 숙련도 레벨에 따라 시전자의 스텟을 가져오니 말이다.

찍찍!

<직선으로 돌진 중인 Lv134 스트레이트 랫>

전방에서 일직선으로 우직하게 달려드는 거대한 랫 몬스터.

제법 강력한 돌진을 해 오는 스트레이트 랫을 해골 검병들은 본 소드를 들고 막아 냈다.

하지만 아직 스킬 레벨이 낮은 편이라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러나 네크로맨서 계열의 전투 스타일은 물량전.

무너져 내리는 해골 검병보다, 주변의 몬스터 시체에서 다시 소환되어 나타나는 해골 검병들의 숫자가 더 많았다.

그리고…….

슈슈슈슉!

후방으로 날카로운 본 애로우들이 날아갔다.

스트레이트 랫 뒤편에서 새로운 랫 몬스터들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총 열 마리의 랫 몬스터들.

“까다로운 녀석이 왔군.”

새롭게 추가되어 달려오는 랫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한성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지금 달려드는 랫 몬스터들은 상대하기 어려운 개체들이었다. 그래서 해골 궁병들에게 명령을 내려 본 애로우를 날렸다.

마치 소나기처럼 포이즌 랫과 블러드 랫을 향해 날아드는 본 애로우들.

찌익! 찌이익!

본 애로우를 본 랫 몬스터들 중 일부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앞에서 달리고 있는 동료를 물고 앞에다 세운 것이다.

퍼버버벅!

이윽고 본 애로우들이 비처럼 내리며 랫 몬스터들을 공격했다.

“쥐새끼들 주제에 머리 쓰네.”

본 애로우의 공격이 끝나고 눈앞에 드러난 모습에 한성은 혀를 찼다.

놀랍게도 절반에 해당하는 랫 몬스터들이 동료들을 방패로 본 애로우의 공격을 버텨 낸 것이다.

시작의 대륙 몬스터였다면 지그재그로 피하려다 본 애로우들의 먹잇감이 되었을 터.

하지만 중앙 대륙의 몬스터인 거대 쥐들은 빈틈없이 쏟아지는 본 애로우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앞에서 달리고 있는 동료들을 방패로 삼아 살아남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살아남은 랫 몬스터들은 포이즌 랫이 두 마리, 블러드 랫이 세 마리였다.

살아남은 다섯 마리는 전방에 있는 해골 검병들과 프로즌 좀비 울프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찌익! 찍찍찍!

회심의 미소를 짓는 것처럼 입꼬리를 치켜 올리며 포이즌 랫들은 해골 검병들을 물었다.

그와 동시에 포이즌 랫은 입에서 독가스를 내뿜었다.

그러자 포이즌 랫에게 물린 해골 검병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모든 언데드 몬스터들 또한 독가스 공격에 노출되었다.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초록색 독가스.

한편, 블러드 랫 세 마리는 프로즌 좀비 울프들의 목을 깨물면서 피를 빨았다.

포이즌 랫이 입에서 독가스를 살포해서 소규모 광역 피해를 입힌다면, 블러드 랫은 상대로부터 흡혈을 통해 생명력을 회복시킬 수 있었다.

그런 능력 때문에 포이즌 랫과 블러드 랫은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아니, 였어야 했다.

찌직? 찍?

순간 포이즌 랫과 블러드 랫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자신들의 공격에 쓰러져야 할 해골 검병들과 프로즌 좀비 울프가 멀쩡해 보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블러드 랫은 더욱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프로즌 좀비 울프의 피를 흡혈해서 생명력이 차올라야 하는데 반대로 깎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이즌 랫의 독가스 공격은 피아불문이었다.

지금 그 독가스 공격은 블러드 랫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블러드 랫은 상대의 피를 흡혈해서 생명력을 회복시킬 수 있기 때문에 포이즌 랫과 콤비로 함께 다녔다.

그런데 지금 그 콤비 공격이 먹히고 있지 않았다.

“인공지능이 좋아졌다고 해도 역시 쥐새끼는 쥐새끼일 뿐이네.”

한성은 포이즌 랫과 블러드 랫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전신이 뼈다귀인 해골 검병에게 독이 통할 리가 없으며, 프로즌 좀비 울프는 얼핏 보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죽어 있는 시체다.

피가 있을 리 없지 않은가?

퍽퍽퍽퍽퍽!

찍! 찌직! 찌지직!

해골 검병들은 포이즌 랫과 블러드 랫을 향해 본 소드를 마구 내려치기 시작했다.

포이즌 랫과 블러드 랫은 독가스와 흡혈이라는 특수 능력 때문에 다른 랫 몬스터에 비해 공격력이나 방어력이 좋지 못했다.

그 때문에 해골 검병의 본 소드들이 사방에서 내려쳐댈 때마다 포이즌 랫과 블러드 랫은 구설픈 비명을 내질렀다.

다굴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니까.

최소 서른 개체에 달하는 해골 검병의 본 소드를 고작 다섯 마리의 랫 몬스터들이 막아 내기에는 어림도 없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랫 몬스터들은 혀를 길게 내밀며 차가운 바닥 위로 뻗었다.

그리고 해골 궁병의 본 애로우에 난타당한 랫 몬스터들도 해골 검병들이 마무리를 가했다.

집중적으로 공격 받은 녀석은 죽었지만, 그렇지 않은 녀석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겨우 화살 몇 대 맞은 것 정도로 몬스터가 죽을 만큼 지하수도 던전은 만만하지 않았다.

그렇게 랫 몬스터들을 처리하면서 한성은 던전 내부로 진군해 들어갔다.

‘여기까지는 순조롭군.’

어느덧 한성은 지하수도 던전의 중간까지 들어왔다.

해골 검병과 궁병, 그리고 프로즌 존비 울프들만으로 130레벨 초반대인 랫 몬스터들을 충분히 상대한 것이다.

‘문제는 이제부터인데…….’

사실 랫 몬스터들은 비교적 수월했다.

레벨이 자신보다 높은 탓에 상대하기가 껄끄러웠을 뿐이지 같은 레벨이면 지금보다 더 여유롭게 처치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지하수도 던전에서도 강력한 힘을 가진 몬스터들이 등장한다.

키익!

순간 천장에서 시꺼먼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피에 굶주린 Lv136 뱀파이어 뱃>

“거기 있었냐!”

한성은 고개를 치켜들었다.

최대한 주변을 경계하면서 진군했건만 뱀파이어 뱃, 즉 흡혈 박쥐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지하수도 던전의 통로는 꽤 어두운 편이었다.

그리고 천장 같은 경우는 아예 캄캄했다.

그나마 통로 쪽은 벽에 걸린 횃불 덕분에 사물을 분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천장 높은 곳까지는 횃불의 빛이 닿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히 어두웠다.

던전의 통로 높이는 적어도 5미터 이상은 되었으니까.

그 덕분에 해골 궁병들이 마음껏 화살을 쏠 수 있었던 것이지만.

아무튼 천장에는 빛이 닿지 않았기 때문에 뱀파이어 뱃이 숨어 있으면 찾기가 무진장 어려웠다.

카모플라쥬(Camouflage).

뱀파이어 뱃이 가지고 있는 위장 스킬 때문에.

그 스킬 때문에 뱀파이어 뱃은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이 상황에서는 라이도 도움이 안 되지.’

라이가 평소와 다름없었다면 냄새로 뱀파이어 뱃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하수도 던전에는 지독한 악취가 항상 맴돈다.

처음 입구에 들어서고 나서 긴 통로를 지나고 나면 어느 정도 냄새가 가시지만, 라이의 후각이 지나치게 좋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아무리 냄새가 좀 나아졌다고 해도 라이의 후각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뱀파이어 뱃의 존재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막말로 라이의 입장에서는 그 냄새가 그 냄새 같았으니까.

쉬이이이익!

천장에서 뱀파이어 뱃들이 떨어져 내리며 날아올랐다.

뱀파이어 뱃들의 크기는 작았다.

날개를 활짝 펼쳐도 30센티 정도였다.

크기가 작은 탓에 통로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으며, 발견하기도 힘들었다.

그리고 숫자가 많았다.

적어도 스무 마리는 넘으니 말이다.

“라이. 네 차례다.”

크릉.

한성의  말에 라이가 앞으로 나섰다.

천장에서 떨어져 내린 뱀파이어 뱃들은 무리를 이뤄 해골 검병과 프로즌 좀비 울프들을 공격 중이었다.

크기가 작은 탓에 해골 검병과 프로즌 좀비 울프들 사이를 종횡무진으로 누비며 데미지를 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스피드였다.

워낙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는 탓에 해골 검병들과 프로즌 좀비 울프들은 속수무책이었다.

해골 검병들이 본 소드를 이리저리 휘둘러 봤지만, 그걸 뱀파이어 뱃들은 믿기지 않는 기동성을 보이며 피해 내는 것이다.

그 모습은 마치 날아다니는 피라니아 떼와 같았다.

“라이! 파이어 스톰 브레스!”

크아아아아앙!

한성은 라이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라이는 전방의 언데드 몬스터들을 휩쓸고 다시 날아오르고 있는 뱀파이어 뱃 무리들을 향해 입을 벌렸다.

푸화아아아악!

순간 라이의 입에서 푸른 화염이 방사형으로 쏟아져 나왔다.

라이는 바람의 늑대와 불꽃 원숭이가 융합해서 탄생한 파이어 스톰 라이컨슬로프다.

그 덕분에 파이어와 바람 속성을 가진 공격이 가능했다.

키엑! 키에에엑!

해골 병사들과 프로즌 좀비 울프들의 머리 위로 라이의 푸른 화염이 퍼져 나가면서 뱀파이어 뱃들을 덮쳤다.

뱀파이어 뱃들은 괴성을 지르며 푸른 불속에서 몸부림쳤다.

일부는 바닥에 떨어졌고, 일부는 여전히 날아오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이때다.’

한성은 지금이 기회임을 직감했다.

뱀파이어 뱃들은 지금 해골 검병들과 프로즌 좀비 울프들의 머리 위에서 맴돌고 있는 상황.

“시체 폭발! 본 익스플로전!”

“검검?”

끼잉?

한성의 외침을 들은 것일까.

해골 검병들과 프로즌 좀비 울프들이 어딘가 처연해 보이는 표정으로 한성을 돌아봤다.

그런 자신의 소환수들을 향해 한성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미안.”

그 직후.

콰아아아앙!

폭발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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