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
< 내 언데드 100만 >
제98화 지하수도 던전 (1)
일반 던전은 히든 던전처럼 레벨 제한에 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던전 레벨에 맞게 입장해야 한다.
그래야 던전을 공략할 수 있으니까.
던전 레벨은 방문자들의 장비를 고려해서 책정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장비 등급이 높지 않거나 옵션이 좋지 않은 이상 자신의 레벨보다 더 높은 일반 던전에 가면 공략이 힘들어진다. 아니 거의 불가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 대륙의 던전은 난이도가 시작의 대륙보다 더 높으니까.
그리고 현재 한성이 입장 중인 카이진 항구 도시 지하수도 던전의 레벨은 Lv130 ~ lv140이었다.
“마스터. 루루 여기 싫어요.”
지하 수도를 걸으며 루루가 질색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독한 악취가 코를 괴롭히고 보기에도 더러운 광경이 쭉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크르릉.
라이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힘들어 보였다.
라이는 라이컨슬로프였으니까.
융합 몬스터의 베이스가 늑대였기 때문에 냄새에 민감했다.
“조금만 참아.”
한성은 루루와 라이에게 말하며 지하수도 안으로 계속 걸어갔다.
지하수도에 입장하고 나서 일자로 된 통로를 한참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몬스터들이 서식하는 영역에 들어선다.
그곳에서부터는 그나마 좀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진다.
지하수도에 존재하는 더러운 찌거기들을 몬스터들이 먹으면서 서식하고 있으니까.
지하수도 내부는 굉장히 컸다.
카이진 항구 도시는 대도시였기 때문이다.
지하수도 던전 입구 위치는 카이진 항구 도시의 외곽 지하였으며, 특성상 방문자들도 거의 없었다.
카이진 항구 도시에는 이제 막 100레벨이 된 방문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탓에 130에서 140레벨 사이인 지하수도 던전에는 잘 오지 않았다. 거기다 지독한 악취와 더러운 이미지 때문에 레벨이 되는 방문자들도 기피하는 던전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한성의 상황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던전이었다.
이곳을 제외하고 3차 히든 전직 미션의 조건에 맞는 던전은 멀리 있었으니까.
‘설마 여길 또 오게 될 줄이야…….’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하수도 던전은 이미 인터넷에 공략법이 공개되어 있었다.
초기에 멋도 모르고 플레이어 방문자들이 지하수도 던전을 공략했었던 것이다.
거기다 한성도 전승을 하기 전에 한 번 지하수도 던전에 와 봤었다.
물론 그 이후에는 오지 않았지만.
‘최대한 빨리 공략하고 블랙 캣츠로 돌아가야지.’
당연한 소리겠지만 한성은 이리아를 구출하는 미션을 포기한 건 아니었다.
잠시 미뤄 두었을 뿐이다.
왜냐하면 크리스토 백작가에서 증원 병력이 출발했다고 네리아가 이야기했으니까.
크리스토 백작가의 현 가주인 리처드 백작은 용의주도한 인물이었다.
혹시나 모를 일에 대비해 증원 병력까지 보내는 걸 보면 말이다.
그만큼 이리아가 중요하다는 뜻이겠지만.
다행히 예전부터 네리아는 크리스토 백작가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있도록 밀정을 파견해 두었다. 그 덕분에 발 빠르게 크리스토 백작가의 동향을 알 수 있었다.
거기에 네리아의 말에 의하면 이리아를 데리고 있는 자들은 카이진 항구 도시 어딘가에 잠복해 있는 모양이었다.
크리스토 백작가의 증원 병력이 카이진 항구 도시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거라 예상할 수 있었다.
즉, 증원 병력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있다는 소리였다.
적어도 며칠이라는 시간이.
그 동안 네리아는 이리아가 숨겨져 있는 잠복처를 찾겠다면서 하루만 기다려 달라고 한성에게 부탁했다.
덕분에 한성도 히든 3차 전직을 하기 위해 지하수도 던전에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카이진 항구 도시에 그나마 레벨이 높은 던전이 있어서 다행이네.’
카이진 항구 도시 주변의 던전들은 대부분 100레벨에서 110레벨 정도였다.
거기다 카이진 항구 도시에서 110레벨이나 120레벨이 되면 대부분 다른 도시로 가기 때문에 130레벨인 지하수도 던전에 방문자들이 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야말로 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지하수도 던전.
‘뭐 이유가 있으니까 만들었겠지만.’
지하 수도를 걸으며 한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간에 한성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크리스토 백작가에서 출발한 병력이 카이진 항구 도시까지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사흘에서 나흘 정도.
전원 말을 타고 이동하기에 그 정도 걸릴 예정이었다.
한성이 지하수도 던전을 공략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빼도 널널했다.
만약 이리아를 납치한 자들이 카이진 항구도시를 벗어났다면 블랙 캣츠에서는 여유를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 문제는 블랙 레이븐 클랜원 놈들이군.’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마 지금도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은 한성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성의 인벤토리 안에는 블랙 레이븐 클랜 창고 열쇠가 들어 있었으니까.
한성은 때가 되면 이걸 사용해서 블랙 레이븐 클랜을 털어 버릴 생각이었다.
‘뭐, 그놈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대비를 해 놓았을 테지.’
한성의 손에 창고 열쇠를 있다는 사실은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도 알고 있었다.
언젠가 한성이 창고를 털기 위해 나타날 거라고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그때를 위한 대비를 세워 놓았을 터.
그 때문에 한성도 함부로 거기에 갈 수 없었다.
혹여 몰래 창고를 털어 버리더라도 한성의 위치를 블랙 레이븐 클랜에서 바로 눈치채 버릴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블랙 레이븐 클랜을 털기 위한 준비를 전부 마쳐 놓은 다음 실행에 옮길 생각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이랑 만나는 건 별로 좋지 않은데.’
블랙 레이븐 클랜과 본격적으로 대결하거나 혹은 창고를 털기 위해서는 한성이 모든 준비가 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일렀다.
적어도 한성이 예전 레벨이 되었을 때나, 혹은 4차 전직 정도는 해 줘야 블랙 레이븐 클랜과 정면으로 맞붙었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리아를 납치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몇 명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최대한 얼굴을 가리고 정체를 숨긴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한성이 등장하지 않고 소환수들로만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니까.
찌지직!
그때 한성의 귀에 쥐새끼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왔군.’
한성은 일자로 된 통로의 전방을 응시했다.
지하 통로는 캄캄할 정도로 어둡지 않았다.
벽에 걸려 있는 횃불 덕분에 사물을 분간할 정도는 되었던 것이다.
“라이.”
크르릉.
한성의 부름에 라이는 앞으로 나섰다.
“루루도 전투 준비해.”
“네~”
루루는 한성의 뒤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사이 한성은 시체를 소환했다.
“프로즌 좀비 울프 소환.”
팟!
한성의 전방에 차가운 한기를 내뿜는 거대한 늑대 여덟 마리가 나타났다.
“와라, 쥐새끼들아.”
전투 준비를 마친 한성은 이제 곧 나타날 랫 몬스터들을 생각하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찍찍!
잠시 후, 한성의 눈앞에 지하수도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 속에서 붉은 눈이 궤적을 그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히잉.”
그 모습을 본 루루가 울상을 지었다.
찍찍찍찍!
어둠 속에서 1미터 크기의 거대한 쥐들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으니까.
“본 월!”
한성은 전방에 하얀 뼈로 이루어진 방벽을 세웠다.
쾅! 쾅! 쾅!
스킬을 쓴 직후 묵직한 일격이 느껴졌다. 지하수도 몬스터들이 본 월에 몸통 박치기를 시전했던 것이다.
한 차례 공격을 받아낸 한성은 본월을 해제했다.
방벽 너머에서 공격을 해온 몬스터는 거대한 쥐새끼들이었다. 자이언트 랫이 3마리, 커브 랫이 2마리였다.
기본 1미터 크기였으며, 자이언트 랫은 무려 1.5배나 더 컸다. 어지간한 성인보다 약간 작은 편이었다.
그리고 자이언트 랫이 뚱뚱하다면 커브 랫은 1미터 크기의 날렵하게 생겼다.
찍찍!
순간 커브 랫 두 마리가 벽면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막아!”
한성의 외침에 프로즌 좀비 울프 두 마리가 커브 랫을 요격하기 위해 출격했다.
크아아앙!
벽면을 타고 달리는 커브랫을 향해 프로즌 좀비 울프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커브 랫은 한 가지 특징적인 능력이 있었다.
파바밧!
돌연 커브 랫이 좌우로 왔다갔다 거리며 지그재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건 묘기라고 해도 좋았다.
지면 위에서도 아니고, 지면에서 거의 90도 각도인 벽에서 지그재그로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크허어어어엉!
프로즌 좀비 울프는 벽면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커브 랫을 향해 뛰어올랐다.
유감이지만 프로즌 좀비 울프는 커브 랫처럼 벽면을 타고 달리는 재주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커브 랫을 향해 펄쩍 뛰어올랐을 뿐이었다.
찌직!
컹?
하지만 커브 랫은 간단히 프로즌 좀비 울프의 공격을 피했다. 마치 페인트를 거는 것처럼 왼쪽으로 향해 뛰어들 것처럼 움직이다가 별안간 오른쪽을 향해 벽을 박찼던 것이다.
‘역시 커브 랫. 괜히 커브 랫이 아니라니까.’
급격히 몸을 돌리며 움직이는 그 모습은 이름 그대로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름 그대로의 움직임을 보이며 기동성을 살린 커브 랫의 공격에 방문자들은 치를 떨었다.
타다다닷!
양쪽 벽면을 타고 커브 랫들이 달려온다.
결국 프로즌 좀비 울프 두 마리는 커브 랫을 막지 못했다.
커브 랫의 기동성이 프로존 좀비 울프보다 높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레벨 차가 컸기 때문이다.
프로즌 좀비 울프의 레벨은 한성과 동일한 115였다.
레벨 차만 최소 15 이상 나고 있었으니 막지 못할 만했다.
찌익! 찍찍!
양쪽에서 커브 랫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벽면을 타고 한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성이 우두머리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뭐, 이 쥐새끼들아.”
한성은 칠흑의 건틀렛,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을 꽉 움켜 쥐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뛰어드는 커브 랫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퍽! 찍! 퍽! 찍!
한성은 눈 깜짝할 사이에 커브 랫 두 마리를 향해 주먹을 냅다 꽂았다.
커브 랫 두 마리가 프로즌 좀비 울프들을 제쳤을 때부터 한성은 라이트닝 드라이브를 시전하면서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찌직. 찌지직.
공평하게 한 방씩 얻어 쳐 맞은 커브 랫 두 마리는 바닥에 쓰러진 채 꿈틀꿈틀 거렸다.
“한 방감들이.”
라이트닝 드라이브의 전광석화와도 같은 움직임을 아무리 커브 랫이라고 해도 붙잡지 못했다.
거기다 지금 한성의 레벨이 115이긴 했지만, 순수 능력치로만 보면 최소 150은 가뿐히 넘는다.
스펙만 놓고 본다면 지하수도 던전의 몬스터들보다 한성이 높았다.
문제는 던전에 존재하는 몬스터들이 한두 마리가 아니라는 사실이지만.
수많은 몬스터들을 혼자서 상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때문에 방문자들은 파티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다굴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니까.
하지만…….
한성은 최초로 덤벼 온 쥐새끼 다섯 마리를 내려다보며, 시체 소환 스킬을 시전했다.
커브 랫들은 데미지를 크게 입었지만 아직 죽지 않았다.
그리고 자이언트 랫 세 마리는 프로즌 좀비 울프 여섯 마리가 상대하고 있는 중.
그 상황에서 한성은 해골 검병들을 소환시켰다.
펑!
한성의 등 뒤에서 푸른 안광을 내뿜으며 나타기 시작하는 해골 검병들.
한성은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전부 쓸어라.”
그렇게 한성의 언데드 군단이 조금씩 지하수도에서 군세를 불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