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97화 (97/318)

# 97

< 내 언데드 100만 >

제97화 정보길드 블랙 캣츠

“사람을 습격해 놓고 말로만 미안하다고 하면 답니까?”

“네, 네?”

한성의 말에 한스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건 한스뿐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나머지 네 명도 마찬가지였다.

한성은 턱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눈앞에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다섯 명을 즐거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미 저들 다섯 명에게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들었다.

하지만 과연 이게 말로만 미안하다고 하고 끝날 일인가?

‘아니, 그건 아니지.’

아무리 급소를 노린 것도 아니고 살기가 없다고 해도 저들의 공격이 위험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한성이 아니었다면 크게 다쳤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걸 미안하다는 말 하나로 그냥 넘어가기에는 한성의 성격은 좋지 못했다.

“말로만 미안하다고 하지 말고 성의를 보여야 되는 거 아닌가?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한성은 씩 웃으며 한스와 레이든, 그리고 니나를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본 한스는 뒤늦게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뒤끝이 있었네.’

한스는 식은땀을 흘렸다.

지금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인물은 한성이었다.

“무, 물론입니다. 사죄의 의미로 트레인 님에게 골드를 지불…….”

“필요 없는데요.”

“네?”

“골드는 필요 없는데요.”

“저, 저기…….”

칼같이 자르고 들어오는 한성의 말에 한스는 주춤거렸다.

설마 골드가 필요 없다니?

‘골드는 이미 충분히 있으니 말이야.’

전승특전 붉은 유성 덕분에 한성은 보상을 3배로 받는다.

그 때문에 이미 골드는 충분했다.

물론 후반으로 가면 장비나 스킬을 구매한다거나, 장비 강화 때문에 골드가 어마어마하게 들기는 한다.

그때는 다시 벌면 되는 일이었다.

‘물론 다다익골드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확실히 골드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긴 하다.

현금화를 시켜도 되니까.

하지만 한성은 알고 있었다.

이제부터 중앙 대륙에서 활동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말이다.

“그, 그럼 트레인 님은 뭐가 필요하신 겁니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질문하는 한스.

그런 그에게 한성은 웃으며 말했다.

“일단 당신들 책임자와 먼저 만나 봤으면 좋겠는데.”

*       *       *

전승을 하기 전, 한성은 중앙 대륙을 누비고 다녔다.

그때 아이러니하게도 한성을 크게 도와준 건 블랙 레이븐 클랜이었다. 블랙 레이븐 클랜의 정보덕분에 여러 가지 덕을 본 게 많았던 것이다.

‘그때처럼 나를 도와줄 정보 길드가 있어야 돼.’

방문자들이 여러 종류의 클랜을 만들어서 활동하는 것처럼, 켈트인들도 길드를 만들어서 활동한다.

정보, 사냥, 탐험, 도적 등등.

혼자서 움직이는 것보다 여러 명이서 같이 움직이는 게 더 도움이 되고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성이 해야 할 일은 많았다.

그 일을 하는데 정보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또한, 중앙 대륙에서 한성이 이루어야 할 가장 큰 목적이 하나 있지 않은가?

‘블랙 레이븐.’

한성은 이를 악물었다.

블랙 레이븐 클랜에 있던 시절, 얼마나 많은 공헌을 했던가.

세력을 키우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온갖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한 건 아니었다.

적당한 선에서 클랜에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을 했다.

다만 블랙 레이븐 클랜에 위협이 되고, 인간말종 같은 놈들에게는 가차 없었다.

그런 놈들이 수도 없이 많이 있었다는 사실이 문제였었지만.

그 때문에 한성은 그놈들을 처리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래서 그 시절의 한성에게 붙은 별명이 바로 블랜 레이븐 클랜의 미친 개였다.

한편으로는 폭주기관차라고 부르는 자들도 있었다.

그렇게 한성이 클랜 부흥을 위해 열심히 일을 했었지만 블랙 레이븐 클랜은 간단히 외면했다.

거기다 한성이 게임을 접도록 만들기 위해 집단린치까지 가하지 않았던가?

지금까지 한성이 가상 현실 세계 티르 나 노이에서 이룩해놓았던 모든 것들을 앗아 가려고 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성에게는 티르 나 노이에서 성공하겠다는 꿈이 있었으며, 어렸을 적부터 친구였던 작가가 꿈인 이재영과 서로 성공하자는 약속까지 했었다.

블랙 레이븐 클랜의 행동은 그런 한성의 꿈과 약속을 날려 버리는 행위였다.

‘반드시 갚아 주마.’

자신이 당한만큼 다시 갚아 주려면 강해져야 한다.

전승을 하기 전보다도 말이다.

그러려면 중앙 대륙에서 한성에게 필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정보였다.

보다 효율적으로 강해지고,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에게 복수를 하려면 정보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건…….

“뭐, 그렇게 된 거지. 그래서 이번 일이 끝나면 날 도와줬으면 싶은데.”

한성은 눈앞에 있는 인물을 바라봤다.

지금 한성은 사라와 세라가 도움을 받고 있는 조직의 보스와 대면 중이었다.

신비롭게 빛나는 연두색 머리카락과 호수처럼 맑은 푸른 눈, 그리고 눈처럼 새하얀 피부를 가진 조직의 여보스.

“어쩔 수 없는 것 같네.”

한성의 말에 정보 길드, 블랙 캣츠의 보스 네리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놀랍게도 블랙 캣츠의 보스 네리아는 어린 미소녀였다.

겉모습은 아무리 많이 봐줘도 루루와 비슷했다.

그리고 그녀는 인간이 아니었다.

귀가 길었던 것이다.

그녀는 하프 엘프였다.

“알겠어. 잘못은 우리한테 있으니까. 이리아를 무사히 탈환해 준다면 도와주도록 하지. 그래 봐야 정보뿐이지만 최대한 편의는 봐줄게.”

“그 정도면 충분하지. 거래 성립이군.”

네리아의 말에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블랙 캣츠는 정보길드.

한성이 그들에게 원하는 건 정보뿐이었다.

[히든 미션이 발동되었습니다!]

순간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하나 떠올랐다.

‘히든 미션?’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미션 설명창을 열었다.

[히든 미션: 정보길드 블랙 캣츠의 의뢰]

카이진 항구도시의 정보를 주름 잡는 블랙 캣츠의 보스, 네리아는 당신을 시험했다는 사실에 미안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실력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미안함과 기대감을 가지고 미트리아 왕국의 크리스토 백작가 영애 이리아를 무사히 구출해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네리아의 의뢰대로 이리아를 구출한다면 블랙 캣츠로부터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소 요구 레벨: 110.

난이도: B랭크.

보상: 정보길드 블랙 캣츠의 VIP 고객 칭호를 획득.

‘헐…….’

히든 미션 정보창을 확인한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수습했다.

‘블랙 캣츠의 VIP 고객 칭호라…….’

설마 히든 미션의 보상이 칭호일 줄이야.

역시 한번 튕기길 잘한 것 같았다.

만약 한스의 제안대로 따랐다면 그냥 골드만 받고 끝났을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한성은 이리아를 무사히 구출할 수 있다면 히든 미션의 보상 칭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정보길드 블랙 캣츠의 VIP 고객 칭호를 획득하게 되면 이런저런 편의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블랙 캣츠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블랙 캣츠는 중앙 대륙에서 정보 상인으로서 나름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켈트인 길드였다.

물론 대규모 정보 길드와 비교한다면 아래일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카이진 항구 도시에서 흐르고 있는 모든 정보를 쥐고 있으며 앞으로 블랙 레이븐 클랜의 동향 정도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거기다 네리아는 최대한 편의를 봐주겠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비싼 정보료를 할인 받는다던가, 혹은 블랙 캣츠에서 얻을 수 없는 정보라면 대형 정보 길드를 통해서 얻을 수 있게 위탁을 해줄 수도 있었다.

이래저래 한성으로서는 이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 이제 일 이야기를 해 볼까?”

한성은 눈앞에 있는 네리아를 바라봤다.

한성의 말에 네리아의 길쭉한 귀가 위아래로 파닥거렸다.

“이리아를 구출해 줄 거야?”

“그래야 너희 길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잖아.”

한성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자신만만하네. 지금 이리아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면서. 누굴 상대해야 되는지 알고 있는 거야?”

“상대가 누구든 간에 무사히 구출해 오면 되는 일 아닌가?”

“말은 쉽지.”

한성과 네리아는 서로 소파에 등을 기대며 편하게 이야기했다. 조금 전 거래가 성립하기 전과 후에 비해 분위기가 좀 풀려져 있었다.

“그래서 우리들의 소중한 아가씨를 납치해서 백작가 영지로 데려가고 있는 자들은 정체가 뭐지?”

한성은 작은 엘프 소녀를 노려봤다.

겉모습은 어려 보이지만, 실제 나이는 외모보다 몇 배는 더 많을 것이다. 또한 한성은 확신하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소녀가 이미 이리아를 납치하고 이송하고 있는 자들의 정체를 알고 있다고.

“…….”

한성의 질문에 네리아는 한 차례 뜸을 들였다.

그리고 귀엽고 작은 입을 열며 한성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말했다.

“블랙 레이븐 클랜이야.”

*       *       *

‘블랙 레이븐 클랜이라…….’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이번 일에 그놈들이 개입되어 있을 줄이야.

블랙 캣츠의 보스 네리아는 시작의 대륙에 있는 사라와 세라에게서 이리아의 행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이리아가 카이진 항구도시를 향했다는 보고를 받고 조직원들을 총동원해서 이리아의 행방을 쫓았다.

그리고 찾았다.

하지만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상대는 방문자들이었으니까.

그것도 요즘 들어서 점점 과격해져 가고 있는 블랙 레이븐 클랜의 클랜원들이었다.

그들의 숫자는 약 8명.

평균 레벨은 약 150 정도로 추정했다.

그 때문에 정보길드인 블랙 캣츠로서는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

전투력이 높은 조직원은 거의 없었으니까.

그 때문에 레이든과 한스, 니나가 한성의 실력을 시험한 것이다.

어중이떠중이가 무턱대고 이리아를 구하겠다고 달려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리아가 다치거나, 아니면 정보길드 블랙캣츠의 존재가 드러나 블랙 레이븐 클랜으로부터 위협을 받게 될지도 몰랐다.

그런데 한성은 혼자서 세 명을 제압했다.

한성이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증명한 것이다.

‘골치 아프군.’

한성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시작의 대륙에 있을 때 이리아는 노예 상인의 손에 있었다.

하지만 카이진 항구도시에 도착하면서 크리스토 백작가에서 고용한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에게 넘겨진 것이다.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이 개입되어 있다면 아무래도 신중해질 수박에 없었다.

그리고 네리아로부터 현재 상황이 어떤지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한성은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어쩔 수 없지만 당분간 미션을 중단할 수밖에.”

현재 상황에서는 그러는 편이 나았다.

왜냐하면…….

“먼저 3차 전직을 해야 하니까.”

히든 3차 전직을 하려면 한 가지 제한이 있었다.

레벨이 120이 되기 전 Lv130에서 Lv140 사이 던전을 혼자서 클리어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한성의 레벨은 115였다.

이리아 구출 미션을 수행하다가 까닥 잘못하면 120레벨을 넘어 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었다.

물론 그 이유뿐만이 아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리아를 호송 중인 블랙 레이븐 클랜원 놈들이 당분간 카이진 항구 도시에서 대기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사이 한성은 3차 전직을 하기 위해 카이진 항구 도시 안에 있는 던전을 찾아온 것이고.

“여기가 디아나가 내건 조건에 딱 맞는 던전이니까.”

Lv130에서 Lv140 사이에 해당하는 카이진 항구 도시 지하수도 던전. 난이도가 지랄 같은 데다가, 더럽다는 이유로 기피되는 최악의 던전이었다.

하지만 한성의 말대로 디아나가 내건 조건에는 맞았다.

레벨 130에서 140 사이의 중앙 대륙에 있는 던전이었으니까.

“그럼 들어가 볼까?”

그렇게 한성은 카이진 항구도시 외곽에 위치한 지하로 이어져 있는 거대한 터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히든 3차 전직을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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