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
< 내 언데드 100만 >
제96화 어둠 속의 습격
“누구냐!”
한성은 주위에 나타난 인물들을 바라봤다.
숫자는 세 명.
검은 암행복과 얼굴을 복면으로 가리고 있는 정체불명의 인물들은 어둠 속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그리고 각자 무기를 한성을 향해 겨눴다.
“그게 대답이냐?”
한성은 혀를 차며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스마트 밴드워치를 조정하면서 인벤토리에 들어 있던 전용 장비를 장착했다.
무기와 방어구 및 액세서리들을 착용하는데 걸린 시간은 약 1초 정도.
인벤토리에서 일일이 확인해서 장착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 밴드워치의 원 클릭으로 한 번에 모든 장비들을 착용한 것이다.
장비 착용 단축키 같은 게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한성을 포위하고 있는 자들이 방문자인지 켈트인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전신을 가리고 있는 복장 때문에 스마트 밴드워치를 착용하고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뭐, 그건 평소에도 마찬가지지만.’
짧은 상의면 한 번에 알 수 있지만, 긴 옷을 입고 있으면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거기다 방문자들은 로브나 갑옷을 많이 입고 다니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켈트인들과 구분하기가 애매했다. 켈트인들 중에서는 방문자들처럼 모험을 즐기는 자들도 있었으니까.
켈트인이 갑옷이나, 손목을 가리는 장비를 하고 있다면 쉽게 구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일단 켈트인들은 방문자들이 만든 클랜에 가입할 수 없다.
클랜원이면 전부 방문자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방문자들과 켈트인들은 서로 파티를 맺을 수 있으며, 이 경우 파티 정보를 통해서 방문자인지 켈트인인지 구분 할 수 있었다.
물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신의 정체를 직접 밝히는 거지만.
“뭐해? 안 들어올 거냐? 내가 갈까?”
한성은 눈앞에 있는 정체불명의 인물들을 바라보며 한마디 던졌다. 전투 준비를 끝내 놓고 있어도 저들이 공격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자 자신들의 무기만 겨누고 있을 뿐이었다.
‘장검이 하나, 석궁이 둘, 법사가 하나인가?’
즉 근거리, 중거리, 장거리 공격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그쪽에서 안 오면 내가 가지, 뭐.”
한성은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을 꽉 움켜쥐고 눈앞에 있는 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1차 공격 목표는 가장 가까이에서 장검을 들고 있는 자였다.
“뭣?”
그는 한성이 달려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지 장검을 치켜들며 놀란 듯 소리쳤다.
치켜든 장검을 향해 한성의 펀치가 작렬했다.
까앙!
“크윽!”
갑작스러운 일격에 장검으로 한성의 공격을 막은 복면인은 지면을 끌면서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뒤에 있던 다른 두 명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슈슉!
화아아악!
연사가 가능한 석궁으로 무장한 복면인은 현성에게 화살을 날렸으며, 지팡이를 들고 있던 복면인은 영창과 함께 파이어 볼을 날렸던 것이다.
“본 실드.”
한성은 왼쪽 블랙 레오타드 건틀렛 위로 본 실드를 만들어 냈다.
파바박! 쾅!
본 실드 위로 석궁 화살과 파이어 볼이 날아들면서 폭발이 일어났다.
붉은 화염과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설마 이걸로 끝?”
“생각보다 약한데?”
파이어 볼을 날린 복면인에 이어, 석궁을 든 복면인은 눈앞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폭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해치웠나?”
마지막으로 장검을 든 복면인이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을 하며 전방을 바라봤다.
바로 그때 폭연을 헤치며 한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
장검을 든 복면인은 놀란 눈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조금 전 공격으로 쓰러뜨렸다고 생각했었는데 멀쩡한 모습으로 한성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네 덕분에 살았군.”
한성은 장검을 들고 있는 복면인을 향해 피식 웃어 보였다.
“그게 무슨…….”
퍼억!
“커헉!”
복면인은 숨을 토해 냈다.
별안간 배에서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눈앞이 깜깜해지며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레이든!”
뒤에서 석궁을 든 복면인이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한성이 장검을 든 복면인의 명치에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을 꽂아 넣었기 때문이다.
‘보, 보이지 않았어.’
레이든이라고 불린 복면인은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최초의 공격 때는 한성의 공격을 보고 장검으로 막아 냈다.
하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전광석화와도 같은 움직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폭연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전, 한성은 라이트닝 드라이브를 시전했었으니까.
또한 레이든은 명치에 일격을 맞았을 거라고 생각할 테지만, 실제로는 3연격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성이 3연타 공격을 한 것이다.
“쿠웨에에엑!”
결국 레이든은 어젯밤에 먹은 음식물이 뭔지 눈으로 다시 확인하면서 엎어졌다.
그리고 그때 이미 한성은 빠른 속도로 석궁을 든 복면인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피피피핑!
비교적 멀지 않은 근거리에서 석궁 화살이 한성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 녀석들…….’
자신을 향해 화살을 날리는 복면인을 바라보며 한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싸울 생각이 있는 건가?’
조금 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눈앞에 있는 복면인들에게는 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당장 공격을 하고 있는 석궁 화살만 봐도 급소를 피해서 날아오고 있었다.
본래 석궁 같은 무기는 적의 급소를 노리는 게 정석이었다.
가령 갑주의 틈새라든가, 얼굴을 노려야 데미지를 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한성을 노리고 있는 화살은 데미지를 주기 힘든 방어구나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터터터텅!
한성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석궁의 화살들을 전부 쳐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혀를 찼다.
‘강철화살도 아니고 나무화살이네?’
본 실드로 막았을 때는 화살 뒤에 파이어 볼도 같이 날아오고 있어서 몰랐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공격력이 좋다고 볼 수 없는 나무 화살이 아닌가?
‘하지만 공격해 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
라이트닝 드라이브인 상태에서 날아드는 나무화살들을 전부 쳐 낸 한성은 석궁을 든 복면인 앞에 다가갔다.
“허억?”
복면인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비록 공격력이 떨어지는 나무화살로 공격을 하긴 했지만, 석궁의 기본 능력이 나쁜 건 아니었다.
나무화살이라고 해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던 것이다.
그가 무장하고 있는 석궁은 연사가 가능한 데다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도 바람처럼 빨랐으니까.
그런데 그걸 전부 쳐내 버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한성이 바로 눈앞에 있었던 것이다.
툭! 퍽!
“크헉!”
순식간에 석궁을 든 복면인은 생명력 일부가 깎이면서 기절 상태가 되었다.
한성이 명치를 쳐서 몸을 살짝 들어 올린 후 뒤통수를 후려쳤던 것이다.
레이든을 기절시켜서 쓰러트리고 불과 10초도 안 돼서 석궁을 든 복면인까지 기절시켰다.
남은 건 지팡이를 들고 있는 여성 복면인뿐.
한성은 마지막 남은 여성 복면인까지 처리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했다.
바로 그 순간,
“거기까지예요.”
여성 복면인과 한성 사이에 세라가 끼어들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세라는 충격적인 말을 했다.
“이제 그만하세요. 저들은 우리 편이니까요.”
* * *
“실례했습니다.”
한성의 앞에서 붉은 머리의 20대 중반 청년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태도는 퉁명스러웠다.
그도 그럴 수밖에.
20대 중반의 청년은 새벽녘에 한성을 습격했던 장검을 든 복면이었다.
그는 한성을 습격했다가 명치를 세 방 맞고 땅바닥에다가 어젯밤에 먹은 저녁밥을 쏟아 내고 그 위에 엎어졌었다.
그러니 기분이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그는 이제 20대 중반의 혈기왕성한 나이인데다가 물불 가리지 않는 성격이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내 실력을 알아보고 싶어서 덮쳤다고?”
한성은 팔짱을 끼며 사라와 세라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 사라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어색한 휘파람을 불었으며, 세라는 차마 눈을 마주치지는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네. 저들은 저희의 동료들이에요. 자이렌 항구 도시에 있을 때 연락했었지요. 그랬더니 트레인 님의 실력을 알고 싶다고…….”
“과연…….”
그녀의 말에 한성은 레이든을 비롯한 나머지 복면인들을 바라봤다.
이미 한성은 세라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뒤였다.
뜻밖에도 사라와 세라에게는 동료들이 있었으며, 그들은 카이진 항구 도시에 숨어 있는 작은 정보 조직이었다.
사라와 세라는 마법 통신구를 이용해 그들과 정보를 공유했으며, 자신들의 상황과 한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성을 신용하지 않았다.
과연 한성의 실력이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정말 믿을 만한 인물인지 내부적으로 말이 많이 나왔던 것이다.
그러다 몇 시간 전, 새벽쯤에 카이진 항구 도시에 도착한다는 세라의 보고를 받았다.
그들은 한성을 시험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레이든, 한스, 니나를 보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사라와 세라는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한성에게 말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한성을 속인 셈이었다.
그렇게 레이든, 한스, 니나는 암행복으로 정체를 숨기고 한성을 공격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죄송합니다. 트레인 님이 얼마나 강하신지 알고 싶어서 그만…….”
“죄송해요!”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한스의 말에 이어 니나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한성을 공격했던 그들 세 명은 계속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고 있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한성을 공격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
‘어쩐지 살기가 없더라니.’
한성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한성도 그들과 싸우면서 손속에 사정을 두었다.
명치와 뒤통수를 후려쳐서 기절시킨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뿐만이 아니라 어째서 사라와 세라가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보통 때였다면 사라와 세라도 전투에 참가해서 각자 한 명씩은 맡았을 테니까.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한성을 습격한 세 명 중에서 리더격인 인물은 한스였다.
그는 한성에게 고개를 숙이며 잘못을 빌었다.
‘이자는 믿을 만한 인물이다.’
한스는 한성을 믿을 수 있으며 실력도 출중한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공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손속에 사정을 두어 기절만 시켰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실력이면 언제든지 우리들을 죽일 수 있었어.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지.’
자신들을 가볍게 제압한 데다 손속에 사정을 두어 죽이지 않았다.
그 사실에 한스는 한성을 좋게 평가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사라와 세라가 한성을 따르고 있는 모습도 놀라웠다.
크리스토 백작가에 속한 인물들을 제외하고, 카이진 항구 도시에 숨어 있는 조직 내에서 그녀들이 유일하게 마음을 연 인물은 보스 한 명뿐이었다.
그런데 한스의 눈에는 그녀들이 한성에게 마음을 열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여러 가지를 종합했을 때, 한스는 한성이 도움이 되는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말로만 사과하면 끝인가?”
한스는 한성이라는 인물에 대해 아직 잘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