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95화 (95/318)

# 95

< 내 언데드 100만 >

제95화  스펀지 잉여킹

파앗!

작은 상자가 열리면서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한성의 손바닥 위에 작은 소환수가 하나 모습을 드러냈다.

팔딱팔딱.

“왓 더 뻑(What The Fuck)!”

한성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손바닥 위에서 싱싱하게 뛰고 있는 생선 한 마리를 바라봤다.

크기는 손바닥만 하다.

생김새는 비단잉어와 닮아 있었다.

빛깔이 고운 게 참으로 먹음직…… 이 아니라 예뻐 보였다.

한성은 스펀지 잉여킹의 정보를 시야에 띄웠다.

[스펀지 잉여킹]

레벨: Lv115.

종족: 스펀지 잉여목 잉여과의 바다 민물고기.

충성도: 100.

상태: 싱싱함.

스텟: 세부 항목 확인.

스킬: 세부 항목 확인.

설명: 스펀지 잉여킹.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잉여들의 왕.

겉보기에는 잉어와 닮아 있지만, 잉어가 아니다.

물 밖에선 할 줄 아는 건 팔딱팔딱거리며 튀어 오르기뿐이며, 물속에 들어가면 스펀지처럼 몸을 커지게 만들 수 있다.

몸이 커졌을 때 이동 속도는 빠른 편.

일반 범선보다 훨씬 빠르다.

바다와 민물에서 살 수 있다.

“뭐야, 이게? 스펀지 잉여?”

손바닥 위에서 펄떡거리고 있는 잉여킹을 바라보며 한성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잉여킹이라니?

잉어도 아니고 잉여라니?

펄떡!

순간 한성의 손에서 스펀지 잉여킹이 높이 튀어 올랐다.

“앗!”

뒤늦게 한성이 스펀지 잉여킹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퐁당!

이윽고 스펀지 잉여킹은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헐…….”

한성은 잉여킹이 빠진 바다를 멍한 눈으로 바라봤다.

“설마 그 쬐그만 걸 타고 갈 생각을 한 건 아니실 테죠?”

가늘게 뜬 눈으로 세라는 무심하게 한성을 바라본다.

아프게 찔러오는 세라의 눈빛에 한성은 고개를 돌리며 딴청을 피웠다.

“아니, 그게 내가 아는 지인이 바다를 건널 때 도움이 된다고 했었거든? 설마 이렇게 작았을 줄은…… 하하하.”

“…….”

어색하게 웃고 있는 한성을 사라와 세라는 말없이 바라봤다.

콕콕 찌르듯이 바라보는 그녀들의 눈빛에 무안해진 한성은 고개를 돌렸다.

설마 바다를 이동할 소환수가 그렇게 작을 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적어도 바다를 건널 정도로 클 줄 알았는데.’

그때 분명 디아나는 바다를 건널 정도는 된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설마 손바닥만 할 줄이야.

아무리 물속에 들어가면 몸이 커진다고 하지만, 최초 크기가 손바닥만큼 작았다.

커져 봤자 얼마나 커지겠는가?

‘빠르기는 하겠지만 역시 바다를 건널 정도는 아니겠지?’

작은 배 정도로 커진다면 세 명이서 탈 수는 있겠지만, 역시 위험할 수밖에 없었다.

해안가에서 좀 떨어진 장소까지 가는 게 아니라, 바다 하나를 건너가야 하니까.

중간에 태풍이나 해양 몬스터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경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이 작은 배 정도 크기라면 대항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었다.

태풍에 날려지거나, 뒤집어져 버릴 테니까.

어디 그뿐인가?

거대한 해양 몬스터가 꿈틀거리는 것만으로도 해일이 일어난다. 작은 배 정도 크기로 해일을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잉여킹의 탈주에 한성이 갖가지 생각을 하고 있던 그 순간.

쿠구구구궁!

한성이 있는 장소 근처에서 바닷물이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

“뭐, 뭐야?”

한성은 자세를 낮추며 눈앞에서 흔들리고 있는 바닷물을 바라봤다.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물속에서 뛰쳐나오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쏴아아아아아!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 오르며 주변에 바닷물을 흩뿌렸다.

“헐…….”

한성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눈앞에 나타난 잉여킹을 바라봤다.

생김새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빛깔이 고운 비단잉어 같은 모습이었다.

다만 크기가 어마어마해졌다.

범선 크기만 해졌다고 할까.

“물속에 들어가면 커진다고는 했었지만 설마 이렇게 커지다니…….”

그리고 잉여킹은 한성과 동일한 레벨이었으며, 잉어가 아니었기 때문에 민물이 아닌 바다에서도 살 수 있었다.

크기도 물을 먹으면 스펀지처럼 쑥쑥 커진다.

지금 한성의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바닷물을 한껏 흡수해서 범선처럼 커진 잉여킹은 한성을 내려다보더니 소리쳤다.

이이이이잉여어어어어!

“미친 울음소리 보소.”

한성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누가 잉여킹 아니랄까 봐 울음소리도 잉여라니.

“저기에 타라고 하는 모양인데요?”

그때 세라가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세라의 손가락 끝에 배의 갑판처럼 보이는 장소가 있었다.

문제는 그 장소가 잉여킹의 등에 있다는 사실이지만.

“승선감 한번 좋겠군, 쯧.”

잉여킹 등 위에 있는 갑판을 바라보며 한성은 혀를 찼다.

그사이 잉여킹은 한성이 있는 장소로 가까이 다가왔다.

한성이 있는 장소는 낮은 해안 절벽이었으며, 바닷물은 꽤 깊었다. 그 덕분에 잉여킹은 해안가 가까이 다가오는데 별다른 무리는 없었다.

한성은 해안가 절벽에서 뛰어내려 잉여킹의 등을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잉여킹의 갑판에 도착 후 뒤를 돌아봤다.

자신을 따라 잉여킹의 등을 타고 올라오는 사라의 모습은 보였지만 세라는 보이지 않았다.

“뭐해? 안 타?”

“물 때문에…….”

고양이의 본능답게 물을 무서워하는 세라.

그런 그녀에게 한성은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럼 헤엄쳐서 가든가.”

“예전부터 생선 등을 한번 타 보고 싶었어요.”

한성의 말에 세라도 얼른 잉여킹의 등 위에 뛰어내렸다.

탑승을 완료한 한성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가자, 잉여킹아.”

그렇게 한성과 사라, 세라는 태운 잉여킹은 카이진 항구 도시를 향해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       *       *

쏴아아아.

한성 일행을 태운 잉여킹은 어두운 밤바다를 쏜살같이 나아갔다. 범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빨랐다.

‘이 속도면 늦어도 새벽에는 도착하겠군.’

한성은 뒤를 돌아봤다.

처음에 올라탔을 때 바다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던 세라는 지금 잠들어 있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진정이 된 세라는 잠에 빠져들었다.

어젯밤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고, 하루 종일 제대로 쉬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그나마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을 처리하고 레일라가 타 준 커피 덕분에 하루를 버티긴 했지만 역시 밤이 되니 피로가 몰려온 모양이었다.

‘문제는…….’

한성은 자신의 발밑에서 고양이처럼 몸을 말고 잠들어 있는 사라와 세라를 내려다봤다.

바다가 무서워 곧장 잠을 자 버린 세라와 다르게 사라는 잉여킹의 등 위에서도 여유로웠다.

얼마나 여유로웠냐 하면 잉여킹의 갑판 위에서 양손에 화염을 일으키며 이런 말을 던질 정도였다.

“이거 구워 먹으면 맛있을까? 양은 충분할 거 같은데.”

그 말을 듣고서야 한성은 고양이의 본능 중 하나를 떠올렸다. 바로 생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곧바로 한성은 잉여킹의 갑판 위에서 폭열마법을 쓰려고 하는 사라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그 일격에 사라는 기절과 동시에 그대로 꿈속으로 빠졌다.

세라와 마찬가지로 사라도 사실 많이 피곤한 상태였으니까.

‘그럼 나도 좀 쉬어 볼까.’

이제 카이진 항구 도시까지 절반 정도 남아 있었다.

그동안 한성은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잠을 자지 않고 불침번을 섰다.

다행히 기상이 좋아서 태풍은 올 것 같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녀석, 잉여킹인 주제에 스킬은 좋단 말이야.’

놀랍게도 절반 거리까지 왔음에도 해양 몬스터에게 습격당하거나 해적들과 조우하지 않았다. 잉여킹이 요리조리 위험하다 싶은 지역은 피해 다녔던 것이다.

잉여킹의 패시브 스킬 덕분이었다.

[위기 회피 본능]

- 숙련도: Master.

- 패시브 스킬. 위험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피해 간다.

잉여킹이 가진 위기 회피 본능은 무려 숙련도가 마스터였다.

그 덕분에 무사히 바다를 가로지르며 카이진 항구 도시로 항해 중이었던 것이다.

‘나도 그럼 조금 쉬어야겠군.’

한성은 휘영청 떠올라 있는 밤하늘의 하얀 달빛 아래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       *       *

그날 새벽.

어스름하게 해가 떠오르는 시간에 한성 일행은 카이진 항구 도시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인데다가 바닷물이 깊은 해안 절벽에 도착한지라 주변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드디어 중앙 대륙에 도착했구나.’

한성은 감회가 새로운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전승을 하고 나서 대체 얼마 만에 다시 밟아 보는 중앙 대륙이란 말인가!

그리고 이곳에서 한성이 해야 될 일은 굉장히 많았다.

‘일단 가장 먼저 이리아라고 했던가? 백작가 영애부터 구출해야겠지.’

그 외에도 한성이 급하게 해야 될 일이 하나 더 있었다.

‘3차 히든 전직 미션도 해야 되는데…….’

현재 한성의 레벨은 115였다.

120레벨이 되기 전에 디아나가 말한 던전에 입장해야 되기 때문에 레벨이 초과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했다.

요컨대, 119레벨일 때 던전에 입장만 하면 되는 것이다.

던전에 입장하고 나면 레벨이 120이 되든 130이 되든 상관없었으니까.

그 때문에 백작가 영애 구출 미션이 끝나면 바로 3차 히든 전직 미션을 하러 갈 생각이었다.

그 외에도 한성이 해야 될 일은 많았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에 대해 정보를 얻어서 월드 히든 미션을 갱신해야 되고, 던전 공략 동영상이나 게임 BJ를 시작해서 돈도 벌어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직 열지 못한 하늘 및 바다 타입 동물 상자들과, 노예 상인 피루드를 때려잡으면서 보상으로 받은 유니크 보물 상자도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다.

또한 레전드 등급의 방어구도 차례대로 맞춰야 했고, 레시피에 따라 재료를 모아서 히든 등급 무기 제작도 해야 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에게 쓴맛을 보여 줘야지.’

“이래저래 할 게 많네.”

한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뭐가요?”

한성의 중얼거림에 옆에서 세라가 질문해 왔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이제부터가 문제지.”

한성은 눈앞에 펼쳐져 있는 카이진 항구 도시를 바라봤다.

일반 범선을 탔을 때보다 훨씬 더 빠르게 카이진 항구 도시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제 저 넓은 항구 도시에서 이리아의 행방을 어떻게 찾을지 벌써부터 골치가 아파 왔다.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저한테 생각이 있으니까.”

“그래?”

세라의 말에 한성은 반색했다.

이리아에 대한 단서를 빠르게 찾을 수 있다면 한성의 입장에서도 환영이었으니까.

“벌써 도착한 거야?”

그때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사라가 눈을 비비며 거대화한 스펀지 잉여킹의 등에서 내려왔다.

마지막으로 사라가 내려오자 한성은 스펀지 잉여킹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돌아와라.”

번쩍!

한성의 말에 스펀지 잉여킹에서 하얀 빛이 터져 나왔다.

팔딱팔딱!

어느새 한성의 손안에는 싱싱하게 뛰고 있는 잉여킹이 있었다. 그걸 본 사라가 입맛을 다셨다.

“이제 먹어도 돼? 초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을 거 같은데…….”

뻐끔뻐끔. 움찔움찔.

사라의 말을 알아들은 것일까.

펄떡펄떡 싱싱하게 튀어 오르기를 시전 중이던 잉여킹이 별안간 경련을 일으켰다.

펑!

순간 한성의 손바닥 위에 하얀 연기가 터져 나오더니 잉여킹의 모습이 사라졌다.

한성이 소환 해제를 한 것이다.

“쳇.”

잉여킹이 사라지자 사라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바보 언니.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고 아가씨부터 구할 생각을 하세요.”

육지를 밟고 있는 탓일까.

잉여킹의 등에 있을 때는 다 죽어 가던 세라의 얼굴이 지금 광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흥. 나도 알고 있다고. 생선 등에 있을 때는 다 죽어 가더니 지금은 팔팔하네.”

세라의 말에 사라는 궁시렁궁시렁 댔다.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며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야기는 그쯤하고 이제 그만 가…….”

순간 한성은 말을 멈췄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빠르네. 벌써부터 손님들이 오다니.”

한성은 씩 미소를 지었다.

아직 대지에 깔려 있는 어둠 속에서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정체불명의 인물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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