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92화 (92/318)

# 92

< 내 언데드 100만 >

제92화  쿠로시마 패밀리 (2)

퍼어어억!

검은 반구 안에서 하얀 본 스피어가 툭 튀어나오며 모습을 드러냈다.

“헛!”

검은 반구 바로 앞에 있던 고쿠데라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검은 반구에서 튀어나온 본 스피어 2개가 고쿠데라를 노리고 찔러 들어왔기 때문이다.

고쿠데라는 재빨리 핼버드의 넓은 옆면으로 본 스피어 2개의 창끝을 막아 냈다.

“크윽!”

뒤로 물러나면서 본 스피어 2개를 막은 화근이었다.

본 스피어의 추진력과 뒤로 물러나는 힘이 합쳐지면서 고쿠데라는 맹 스피드로 나가떨어졌다.

“이 건방진 놈이!”

그 모습을 본 카즈키와 카미나리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공격 스킬을 준비했다.

그들의 눈에 사라져 가는 검은 반구 너머로 양손에 하얀 본 스피어를 들고 있는 한성의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느려, 인마.”

한성은 피식 웃으며 한마디 던졌다.

그 순간, 한성의 양옆에 있던 사라와 세라가 움직였다.

둘 중에서 가장 먼저 공격을 시작한 사람은 역시나 불처럼 화끈한 성격의 사라였다.

“익스플로전!”

콰아아아아앙!

한성을 향해 공격을 하려고 했던 카즈키와 카미나리 사이에 화염 폭발이 일어났다.

“크아아악!”

카즈키와 카미나리는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양쪽으로 나가떨어졌다.

그래도 건물 내부가 전장인 걸 감안했는지 사라는 위력을 낮춘 모양이었다.

풀 파워로 모든 마력을 소비하면서 터트렸다면 엔젤스타 카페가 있는 건물이 남아날 리 없을 테니까.

“역시 폭발은 예술이지.”

익스플로전으로 폭발한 붉은 화염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아름다운 문양을 만들어 냈다.

그 장면을 사라는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아름다운 문양으로 퍼져 나가던 붉은 화염은 이내 갈라졌다.

“바보 언니. 아직 안 끝났어요.”

세라가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 세 명을 향해 달려들면서 레이피어로 베어 냈던 것이다.

“앗! 내 예술 작품이!”

붉은 화염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문양이 갈라지면서 사라지자 사라는 울상을 지었다.

그런 사라에게 세라가 쐐기를 박았다.

“예술이란 허상과도 같은 거죠.”

“아니야!”

자신의 말에 반박하듯 소리치는 사라를 뒤로 하고 세라는 가장 가까이에 있던 카즈키를 향해 달려들었다.

세라의 싸늘하고 날카로운 일격이 카즈키를 향해 쇄도했다.

까앙!

“큭!”

카즈키는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곧바로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날카로운 레이피어의 끝을 활로 막아 냈던 것이다.

“이 망할 년이.”

사정없이 얼굴을 찡그리며 카즈키는 뒤로 물러났다.

카즈키와 카미나리의 전투 스타일은 원거리 공격형이었다.

근거리에서는 아무래도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세라도 알고 있었다.

세라는 뒤로 물러나고 있는 카즈키를 놓치지 않고 따라 붙었다.

바로 그때.

“체인 라이트닝(Chain Lightning)!”

파지지직!

카미나리의 외침과 함께 노란색 전격이 지그재그를 그리며 세라의 오른쪽 옆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세라의 눈에 낭패의 빛이 흘렀다.

체인 라이트닝은 검으로 막거나 쳐낼 수 있는 종류의 공격이 아니었으니까.

“본 실드.”

순간 세라와 체인 라이트닝 사이에 하얀 뼈방패가 모습을 드러냈다.

콰지지지직!

체인 라이트닝은 본 실드와 충돌하면서 화려하게 폭발했다.

공격이 막힌 것이다.

만약 체인 라이트닝을 막지 못했다면 세라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고, 그 다음으로 사라를 노리고 날아들었을 것이다.

체인 라이트닝은 그 이름 그대로 여러 명의 적들에게 튕기듯 데미지를 주는 마법이었으니까.

사라와 세라뿐만이 아니라 수인족들에게까지 피해를 줬었을 수도 있었다.

체인 라이트닝의 공격이 성공할 시 기본 8명까지 전격이 튕기면서 데미지를 주니 말이다.

“레벨도 낮은 놈들이!”

이번에는 고쿠데라가 핼버드를 들고 달려왔다.

쿵쿵쿵!

가장 덩치가 크고 핼버드를 무기로 사용하는 고쿠데라.

거기에 육중한 중갑으로 무장한 그는 가장 전면에 나서 있는 세라를 노렸다.

100레벨 초반대인 세라가 상대하기에는 벅찬 상대다.

콰아앙!

“헛?”

하지만 세라는 물 흐르듯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고쿠데라의 강렬한 일격을 피했다.

확실히 힘 하나만큼은 고쿠데라가 세라를 압도한다.

그러나 민첩을 중심으로 올린 세라는 직선적이고 단조로운 고쿠데라의 공격을 충분히 피해 낼 수 있었다.

거기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세라 쪽이 우위였다.

“트리플 레이(Tripple Ray)!”

세라의 레이피어에서 차가운 한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상태에서 세라의 레이피어가 엄청난 속도로 고쿠데라를 향해 찔러져 들어갔다.

쾅! 쾅! 쾅!

일점집중(一點集中).

고쿠데라의 헬멧을 향해 초스피드의 일점 공격이 세 번 행해졌다. 세라의 레이피어가 총 세 번 고쿠데라를 공격한 것이다.

쩌적!

“……!”

고쿠데라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라의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은 헬멧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고쿠데라 주변의 기온은 뚝 떨어져 있었다.

세라가 가진 특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싸늘한 마나가 주변을 맴돌고 있었으니까.

그로 인해 평상시보다 움직임이 느려지고, 세라의 공격을 받으면 받을수록 방어력도 떨어진다.

애초부터 세라는 자신의 공격으로 누군가를 쓰러트릴 생각은 하지 않았다.

세라의 전투 스타일은 얼음 속성을 가진 민첩 특화 검사였다. 그 때문에 공격력이 높다고는 말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공격력이 낮은 부분을 보완할 능력을 세라는 가지고 있었다.

상대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들고 방어력을 낮추는 능력, 아니 실력.

바로 그 때문에 그녀와 파티를 맺는다면 전투가 유리해진다.

“프로즌 로즈 쏜(Frozen Rose Thorn)!”

싸늘한 한기를 내뿜는 세라의 레이피어가 엄청난 기세로 고쿠데라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푸른빛이 허공에 수놓아진다.

마치 허공에 푸른색 얼음 장미가 그려지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날 정도로 세라의 레이피어는 허공에 잔상을 남기며 날카롭게 고쿠데라를 공격했다.

“크아아아악!”

세라의 레이피어는 고쿠데라의 방어구 전면을 찔렀다.

어깨 보호구, 흉갑, 갑주 하의 등등.

공격을 받을 때마다 고쿠데라의 갑주는 약해져 갔으며 조금씩 얼려져 갔다.

‘지금 또.’

한성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세라를 바라봤다.

지금 한성이 보고 있는 것은 엄청난 공격을 하고 있는 세라의 레이피어가 아니었다.

고쿠데라를 향해 공격을 하면서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는 세라의 몸놀림이었다.

프로즌 로즈 쏜 스킬을 시전할 때 세라는 필요한 마나를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 날렵하게 움직이고 있는 세라의 다리와 팔에 마나가 집중되고 있었다.

‘저건 스킬이 아니야.’

지금 세라가 사용한 스킬은 프로즌 로즈 쏜뿐이다.

그 외에 다른 스킬은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럼 어째서 세라의 팔과 다리에 마나가 집중되어 있는 것일까?

‘지금뿐만이 아니야. 이전에도 그랬지.’

지금까지 세라가 스킬이 아닌데도 마나를 몸에 집중해서 사용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한성은 보아 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잘못 본 게 아니었어.’

이번 일이 끝나면 그동안 바빠서 잊고 있었던 마나 운용에 대해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한성 자신도 위급한 상황이었을 때 마나를 집중시켜서 스킬의 위력을 강화시킨 적이 있었다.

‘마나를 움직이는 요령을 잘 모르겠단 말이야.’

그때 이후 마나를 집중시켜서 스킬을 강화시키고, 다른 방식으로 이용해 보려고 했었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미션을 깨느라 바쁘기도 했던 터라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다가, 지금 세라가 마나를 스킬과 무관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기억이 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성은 손에 들고 있던 본 스피어 두 개를 고쳐 잡았다.

세라의 공격이 어느새 끝나 가고 있었다.

“뒤는 나한테 맡겨.”

어느 틈엔가 한성은 양손에 각각 본 스피어를 들고 세라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세라의 프로즌 로즈 쏜 스킬에 방어력이 떨어져 있는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3공격대 부대장 고쿠데라.

세라의 공격이 끝나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고쿠데라를 향해 한성은 본 스피어를 날렸다.

슈아아아아악!

파공성을 내며 쏘아져 나가는 본 스피어.

“빌어먹을!”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본 스피어를 본 고쿠데라는 핼버드를 고쳐 잡으며 소리쳤다.

“아이언 디펜더(Iron Defender)!”

고쿠데라의 직업은 광전사다.

광전사는 최전방에서 탱커를 담당한다.

그 때문에 방어력과 생명력이 높으며, 스킬도 방어 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편이었다.

아이언 디펜더는 광전사의 방어 스킬로 일정 시간 동안 방어력을 상승시켜 준다.

전승 특전으로 한성이 계승한 패왕 스킬 중 하나인 아이언 스킨과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아이언 스킨의 경우 시전자의 피부를 강철처럼 만들어 주기 때문에 공격력까지 상승하지만, 아이언 디펜더는 방어 갑주를 강화시켜 주는 스킬이었다.

즉, 일시적으로 갑옷을 강화시켜 준다고 생각하면 되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아이언 디펜더가 시전된 직후, 본 스피어 두 자루가 고쿠데라를 강타했다.

“겨우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냐!”

본 스피어의 날카로운 창끝이 고쿠데라의 가슴에 파고들고 있었다.

하지만 고쿠데라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호탕하게 웃었다.

아이언 디펜더의 효과로 흉갑의 방어력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세라의 프로즌 로즈 쏜 스킬의 효과를 무효화시켰다고 볼 수 있었다.

프로즌 로즈 쏜 스킬로 방어력이 하락한 만큼, 아이언 디펜더로 다시 방어력을 올렸으니까.

그리고 프로즌 로즈 쏜 스킬에 당했을 때는 세라를 얕잡아 보고 있다가 빠른 공격 속도 때문에 대응이 늦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본 스피어 두 자루를 들고 달려드는 한성을 본 고쿠데라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방어 스킬인 아이언 디펜더뿐만이 아니라 일정 시간 동안 생명력 회복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켜 주는 스킬까지 시전했던 것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라. 내 핼버드로 네놈 대가리를 뽀개 줄 테니까.”

고쿠데라는 한성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본 스피어의 공격이 끝나는 순간, 눈앞에 있는 건방진 놈을 끝장낼 생각이었다.

그런 고쿠데라를 향해 한성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유감이지만 넌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끝은 내가 낼 거니까.”

그렇게 말한 한성은 최후의 일격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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