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
< 내 언데드 100만 >
제91화 쿠로시마 패밀리 (1)
“왜 그러시죠?”
가장 먼저 세라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음료에 뭔가가 들어 있다.”
“네?”
한성의 말에 일행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세라가 한성에게 다시 질문을 하려고 할 때.
털썩털썩.
돌연 엔젤스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방문자들이 쓰러지는 게 아닌가?
“……!”
갑작스러운 사태에서 사라와 세라, 그리고 수인족 켈트인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리들을 노린 게 아닌가?’
한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카페 내부를 둘러봤다.
한성 일행들을 제외하고 열 명 남짓하게 있던 방문자들과 켈트인들 중 절반이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나머지 절반도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털썩. 털썩.
“……!”
‘시간 차!’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방문자들과 켈트인들도 스르륵 바닥에 쓰러졌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
불과 몇 분전 한성이 가지고 온 커피를 마신 수인족들도 정신을 잃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이건 대체?”
한성은 카운터를 노려봤다.
지금 이 사태를 일으킨 원흉은 명확했다.
엔젤스타 카페 여점원들.
‘뭐지?’
눈살을 찌푸리며 카운터에 있는 여점원들을 바라본 한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여점원들의 표정이 의외였기 때문이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들의 얼굴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
‘일단 잡고 본다.’
한성은 카운터에 있는 여점원들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여점원들은 한성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카운터 뒤에 있는 문으로 도망을 치려고 했다.
“그렇게는 안 되지!”
여점원들의 움직임은 굼떴다.
거기다 한성이 있는 곳과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았다.
라이트닝 드라이브를 쓰지 않아도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적어도 2층에서 누군가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뭐야? 아직도 안 뻗어 있잖아?”
“……!”
위쪽에서 들려온 소리에 한성은 고개를 들었다.
‘방문자? 클랜원들인가?’
2층에서 내려오고 있는 인물들은 손목에 스마트 밴드워치를 차고 있었으며, 어깨에는 똑같은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어깨에 새겨져 있는 문신을 본 한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2층에서 내려오고 있는 자들이 누군지 감이 왔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로군.”
일본인들로만 조직되어 있는 뒷세계의 클랜.
단지 그뿐만이라면 문제가 없겠으나, 한성의 눈앞에 나타난 자들은 일본 야쿠자들로만 이루어진 클랜의 조직원들이었다.
가상 현실 세계인 티르 나 노이에는 다양한 클랜들이 존재한다. 전 세계적으로 즐기는 게임이다 보니 외국인도 많았으며, 그중에는 실제 마피아들이 클랜을 만들어서 활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왜냐하면 티르 나 노이는 돈이 되는 게임이었으니까.
지금 한성의 눈앞에 나타난 일본 야쿠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한성은 눈앞에 있는 자들의 정체도 알고 있었다.
“쿠로시마 패밀리가 이런 곳엔 무슨 일이지?”
“오? 우리 클랜에 대해서 알고 있는 놈이 있었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
일본 야쿠자들로 이루어진 클랜으로 주 활동 지역은 중앙 대륙에 있는 카이진 항구 도시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에 대한 악명은 한성이 전승을 하기 전부터 익히 들어왔다.
주로 뒷세계에서 활동을 하며 여러 가지 사업을 많이 하고 있는 걸로 말이다.
주점, 고리대금업, 던전 버스 등등.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티르 나 노이에서 하는가 하면, 티르 나 노이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기도 한다.
던전 버스 같은 경우, 고렙이 저렙들에게 골드를 받고 파티를 맺어서 던전을 깨주는 행위다.
이때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에서는 저렙들 던전을 공략한 후, 처음 계약 때와는 다르게 고액의 골드를 요구해서 떼돈을 벌었다.
그 외에도 방문자들이든, 켈트인들이든 가리지 않고 납치해서 망망대해에 생선이나 꽃게, 혹은 섬에서 염전을 채굴하는 노예로 팔아넘기기도 했다.
“그냥 곱게 수면제를 먹고 잠드는 편이 나았을 텐데.”
“그러게.”
“아, 이러면 일이 귀찮게 되잖아.”
2층에서 내려온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은 총 3명이었다.
한성이 알기로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들의 평균 레벨은 130이었기에 셋 다 최소 레벨이 130은 될 거라 추정했다.
“그냥 순순히 커피를 마셨으면 편하게 바다 위에서 깨어났을 것을.”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3공격대 부대장 고쿠데라는 입가에 비웃음을 띄웠다.
그들의 목적은 단순명쾌했다.
엔젤스타 카페에 찾아온 방문객들에게 강력한 수면제가 들어 있는 커피나 음료를 넘겨준다.
그걸 마신 방문객들은 2~3분 뒤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방문객들이 보게 될 광경은 넓고 넓은 망망대해였다.
기절하듯이 잠에 빠져든 방문객들을 쿠로시마 패밀리의 클랜원들이 새우잡이나 꽃게잡이 어선으로 팔아넘길 예정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미 팔아넘긴 방문자들이나 켈트인들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쿠로시마 패밀리의 본거지는 카이진 항구 도시 근처에 따로 존재한다.
카이진 항구 도시에서 범선을 타고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검은 섬, 즉 일본어로 쿠로시마가 진짜 본거지였다.
그리고 납치한 방문자들 중 일부는 직접 쿠로시마로 데려가 그곳에서 염전 노예로 쓰기도 했다.
티르 나 노이 판 노예가 따로 없었다.
그런 식으로 쿠로시마 패밀리는 티르 나 노이에서 부를 축적하고 세력을 넓히고 있었다.
“직접 우리 손으로 골로 보내 주마.”
“고쿠데라 대장. 골로 보내면 안 됩니다. 그럼 다시 신전에서 부활하지 않습니까?”
“여기서 일어나는 일이 외부로 알려져서는 안 되죠.”
고쿠데라의 말에 부하인 카즈키, 카미나리는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원의 특징 중 하나는 전원 닉네임이 일본식이었다.
티르 나 노이 세계의 시대적 배경이 중세이기에 대부분 영어식으로 닉네임을 짓는 것과는 대조적이라 할 수 있었다.
“나도 알고 있다, 이놈들아!”
부하들의 핀잔에 고쿠데라는 피식 웃으며 카즈키와 카미나리의 등을 팡팡 쳤다.
“그럼 이제 남은 건 네놈들이 전부인 거 같군.”
고쿠데라는 한성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다행히 사라와 세라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루루도 마찬가지였다.
수인족들도 네 명만이 한 모금 정도 마셨을 뿐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멀쩡했다.
[경고!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고쿠데라가 당신을 침입자로 규정했습니다.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의 영지인 엔젤스타 카페가 PvP 존으로 활성화됩니다.]
‘역시 이렇게 나오는 건가?’
기본적으로 도시에서 전투 행위는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전투가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몇 가지 가능한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지금 같은 상황이었다.
클랜이 아지트로 삼고 있는 건물을 PvP 존으로 활성화하면 그곳에서는 전투 행위가 가능했다.
네로폴리스 도시에서 페스틸렌스 클랜이 운영하던 달빛 주점의 경우는 굳이 PvP 존으로 활성화될 필요도 없이 바로 전투를 벌일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치안이 좋지 않은 도시였었으니까.
그래서 한성도 마음 놓고 페스틸렌스 클랜원들에게 죽창을 날렸었다.
하지만 자이렌 항구 도시는 치안이 좋았기 때문에 함부로 전투를 일으킬 경우 경비병들이 곧바로 들이닥친다.
그 때문에 고쿠데라는 엔젤스타 카페 내부를 PvP 존으로 활성화시킨 것이다.
지금 디아나의 조직이 운영하던 엔젤스타 카페는 현재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이 장악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PvP 존으로 활성화됨과 동시에 아무도 엔젤스타 카페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들어올 수도 없게 되었다.
“때려눕혀 주마!”
엔젤스타 카페 내부를 PvP 존으로 활성화 시킨 직후, 고쿠데라와 카즈키, 카미나리는 각자 스마트 밴드워치로 전용 장비들을 소환해 장착하면서 한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추정 레벨 150 이상.
시작의 대륙에서 그들을 이길 수 있는 방문자들은 얼마 없었다. 100레벨 이상의 방문자들은 대부분 중앙 대륙에서 활약을 하고 있으니까.
그 틈을 노리고 쿠로시마 패밀리 클랜은 고쿠데라를 비롯한 고레벨 클랜원들을 시작의 대륙에 파견해서 돈줄을 물어오게 한 것이다.
고쿠데라는 한성이 이제 100레벨 정도 되어 중앙 대륙으로 가기 위해 엔젤스타 카페에 방문한 거라 생각했다.
‘이곳 보스를 만날 수 있는 암호를 알고 있다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일단 손을 본 다음에 정보를 캐도 상관없을 터.
사실 지금처럼 낮에는 음료에 약을 타서 납치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낮인 이상 눈에 띄니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 밤늦은 시간에 약을 타서 쥐도 새도 모르게 납치를 해 왔다.
하지만 디아나의 조직에서 사용하는 암호를 댄 인물이 나타났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직 이곳이 자신들의 수중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디아나의 조직에서는 몰라야 하기 때문에.
“틴달로스.”
슈아아악!
순간 한성의 그림자에서 틴달로스가 튀어나왔다.
틴달로스는 한성을 비롯한 사라와 세라, 루루를 감쌌다. 고쿠데라와 카즈키, 카미나리들의 공격 대상들만 감싼 것이다.
카가가가강! 콰가가각! 파지지직!
한 박자 늦게 고쿠데라의 대형 도끼와 카즈키의 강철화살, 카미나리의 전격마법이 틴달로스의 표면을 때렸다.
“히이이익!”
“으아악!”
그들의 공격에 근처에 있던 수인족들은 기겁을 하며 뒤로 빠졌다.
수인족들은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아니었기에 틴달로스가 방어를 해 주지 않아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다만 고쿠데라들의 기세에 놀라 뒤로 물러났을 뿐이었다.
“해치웠나?”
고쿠데라는 눈앞의 검은 반구를 바라봤다.
자신의 대형 도끼로 내려치고, 카즈키의 관통력이 높은 강철화살을 연달아 맞았으며, 카미나리의 노란색 전격이 강타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였지만 과연 속까지 무사할지는 모를 일이었다.
쩌저적!
그때 검은 반구에 금이 갔다.
‘그럼 그렇지.’
그 모습을 본 고쿠데라는 씩 미소를 지었다.
자신들의 공격을 받고도 무사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고쿠데라는 인지하지 못했다.
조금 전 자신이 ‘해치웠나?’라는 부활의 주문을 말했다는 사실을.
“본 스피어.”
“……!”
깨어지고 있는 검은 반구에서 한성의 나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