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89화 (89/318)

# 89

< 내 언데드 100만 >

제89화  히든 연계 미션 2단계

[축하합니다. 히든 연계 미션 1단계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0000 골드와 Lv100 유니크 등급 보물 상자를 지급합니다. 히든 연계 미션이 2단계로 넘어갑니다.]

[전승 특전 붉은 유성의 효과로 보상을 3배로 받습니다.]

“흠.”

한성은 눈앞에 있는 인물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돼지처럼 피둥피둥 살쪄 있는 노예 상인 피루드가 바닥에 쓰러진 채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미 늦었었군.”

입에 게거품을 물고 기절해 있는 피루드를 내려다보던 한성은 고개를 들어올렸다.

숲속 저 너머에서 붉은 태양이 살짝 머리 끄트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레이몬드를 처리한 후, 한성은 되도록 상냥하게 피루드를 설득했다.

옆에서 사라가 불로 구워 버리겠다고 방방 날뛰었지만, 세라의 손날치기를 뒷목에 맞고 조용해졌다.

그사이 한성은 여유롭게 피루드를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처음에는 완강하게 저항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프로즌 좀비 울프와 해골 병사들 그리고 라이에게 명령해서 피루드를 포위시켰다.

그 상태에서 한성은 단 한마디만 했다.

‘좀비로 환생할래? 아니면 해골 병사로 환생할래?’

그 말에 옆에서 세라가 그건 환생이 아니지 않냐고 작은 태클을 걸었지만, 그 후부터 일사천리였다.

피루드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술술 불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덕분에 한성은 히든 연계 미션 1단계를 클리어할 수 있었다.

“설마 아가씨가 이미 중앙 대륙 미트리아 왕국으로 넘어가셨을 줄은…….”

한성의 옆에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세라가 드물게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한성의 상냥한 설득에 피루드는 순순히 알고 있는 걸 털어놓았다.

매드니스 도적단으로부터 이리아를 넘겨받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미트리아 왕국 크리스토 백작가로 송환했다고 말이다.

“그래도 아직 늦은 건 아니지. 자이렌 항구 도시에서 중앙 대륙에 있는 카이진 항구 도시까지 배로 이동하는데 하루밖에 걸리지는 않지만, 카이진 항구 도시에서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지까지는 적어도 며칠은 더 걸리지 않나?”

시작의 대륙 자이렌 항구 도시에서 중앙 대륙 카이진 항구 도시까지 보통 범선을 타고 이동한다.

이동 시간은 약 하루 정도로 24시간 안팎이다.

하지만 카이진 항구 도시에서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지까지 가는데 약 나흘은 걸리며, 영지에 진입하고 나서도 몇 시간 이상을 더 달려야 한다.

전승을 하기 전 중앙 대륙에서 활동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한성은 어느 정도 지리를 알고 있었다.

“그건 맞아요. 카이진 항구 도시에서 영주성까지 가는데 5일은 족히 걸릴 거예요.”

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성의 말에 동의했다.

피루드의 말에 의하면 이리아는 어제 정오쯤에 자이렌 항구 도시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시간상으로 보면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이제 슬슬 카이진 항구 도시에 도착하려고 할 시간.

‘아무 일이 없다면 오늘 정오가 되기 전에 도착할 수 있겠지만…….’

만약 뭔가 문제가 터진다면 정오를 넘길 수 있었다.

시작의 대륙과 중앙 대륙 사이의 바다에는 여러 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까.

해양 몬스터들이나, 해적들이 활개를 치면서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범선은 혼자 다니지 않는다.

수 척의 전투선이 함께 이동하며, 무엇보다 플레이어들인 방문자들도 범선을 이용한다.

100레벨이 된 방문자들이 중앙 대륙으로 갈 때 범선을 타고 가기 때문이다.

특히 전투상황이 발생하면 방문자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좋다. 하루 동안 멍하니 배를 타고 이동하는 것보다 몬스터의 습격이나 해적들이 나타난다면 지루하지는 않으니까.

거기다 보상으로 골드도 얻고 경험치도 얻으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이동 수단은 나한테 맡겨. 범선보다 더 빨리 카이진 항구 도시에 도착할 테니까.”

한성은 씩 미소를 지었다.

아직 따라잡을 시간은 충분했다.

이리아가 카이진 항구 도시에 도착한다고 해서 바로 크리스토 영주성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리아를 운송하고 있는 녀석들도 영주성까지 가는데 이것저것 준비를 해야 할 테니까.

그 시간은 거의 하루.

즉, 빨라 봐야 오늘 밤 출발이거나, 아니면 내일 아침에 출발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오늘 안에 카이진 항구 도시에 도착해 주지.”

한성은 눈빛을 반짝였다.

얼마 전 네로폴리스에서 디아나와 만났을 때, 선물을 하나 받았다.

그 선물을 사용한다면 이리아를 따라잡고도 남을 터였다.

‘괘, 괜찮을까?’

위험하게 빛나는 한성의 눈빛에 세라는 자기도 몸을 떨었다.

하지만 아직 세라는 알지 못했다.

앞으로 시작될 고난을 말이다.

*       *       *

아침 해가 밝아오자 한성은 일행들을 데리고 일단 자이렌 항구도시로 향하고 있었다.

일단은 노예 상인 피루드가 이끌고 상단 마차를 사용 중이었다. 피루드가 사용했던 황금마차는 너무 눈에 띄었기 때문에 제외하고, 노예들이 타고 있던 마차를 선택했다.

나머지 마차들은 전부 파괴해서 없애 버렸다.

원래 피루드가 정보를 불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 옴팔 기사단 두 명도 살려 놓았었다.

하지만 피루드가 정보제공에 너무나 협조적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쓸모는 없었다.

그래서 노예 상인 피루드와 함께 옴팔 기사단 두 명 또한 그 자리에서 끝을 냈다.

그나마 원하던 정보를 빨리 알려주었기에 고통 없이 저세상으로 보내 주었다.

괜히 후환을 남겨둘 필요는 없었으니까.

지금 당장이야 한성이나 사라, 세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침묵한다고 해도, 나중에 위협이 사라지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분명 이리아를 쫓고 있는 인물들이 있다고 연락을 할 것이고, 복수를 한다는 명목하에 동료들을 불러 모을 수도 있었다.

‘그런 귀찮은 일은 미연에 방지해야지.’

달리는 마차 안에서 한성은 히든 연계 미션 2단계 정보창을 시야에 띄웠다.

[히든 연계 미션(2):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애 구출]

현재 미트리아 왕국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애인 이리아 폰 크리스토가 납치되어 이송 중입니다.

이리아가 크리스토 영주성으로 끌려가기 전에 그녀를 구출하십시오.

최소 요구 레벨: 120.

난이도: B랭크.

보상: 12000 골드, Lv120 유니크 등급 보물 상자.

‘흠.’

히든 연계 미션 2단계를 바라보며 한성은 생각에 잠겼다.

피루드를 닦달해서 이리아의 행방을 알게 되자 히든 연계 미션이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이제 한성의 목표는 이리아 구출로 바뀌었다.

최대한 빨리 이리아를 구출하러 가야 되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피루드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120 레벨이라…….

한성은 미션 정보창을 바라보며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2단계 미션 보상도 나쁘지 않았다.

120레벨 유니크 보물 상자면 도움이 될 만한 아이템이 나올 테니까.

그리고 2단계까지 완료하면 한성에게 총 6개의 유니크 보물 상자가 지급된다는 소리였다.

전승 특전 효과로 보상을 3배로 받으니 말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한성은 달리고 있는 마차 내부를 둘러봤다.

마차 안에는 피루드가 자이렌 항구 도시로 데리고 가려한 노예들이 있었다.

그 숫자는 총 열 명.

남자가 반, 여자가 반이었다.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전원 수인 종족들이었다.

고양이, 개, 늑대, 토끼 등등.

다양한 종족의 귀와 꼬리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전원 한성의 눈치를 보며 고개와 귀를 푹 숙이고 있었다.

‘쓸 만해 보이는 자는 없군.’

남루한 옷차림에 비쩍 마르다시피 한 몸을 가진 노예들.

처음 그들의 모습을 본 한성은 혀를 찼었다.

전원 다, 죽은 동태눈처럼 눈빛에 생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들은 디아나 쪽에 넘겨주면 되겠지.’

자이렌 항구 도시에는 디아나의 부하들이 있는 지부가 있었다. 시작의 대륙에서 대도시라고 할 수 있는 곳에 디아나의 부하들이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지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번 네로폴리스 도시에 갔을 때, 그 리스트를 셀라스틴으로부터 받았다.

디아나에게 소환수가 봉인되어 있는 상자를 선물로 받으면서 자이렌 항구 도시에 지부로 있는 엔젤스타 카페에 대해 조사하기로 한 것이다.

그 때문에 한성은 자이렌 항구 도시에 셀라스틴의 동료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디아나의 부탁을 받길 잘했군.’

안 그랬으면 여러 가지로 번거로워졌을 테니까.

일단 자이렌 항구 도시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피루드가 데리고 있던 노예들을 데리고 엔젤스타 카페에 가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디아나의 부하들에게 넘기고 중앙 대륙으로 가면 될 터.

‘빠르면 오늘 밤 안으로 카이진 항구도시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자이렌 항구 도시까지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앞으로 약 2시간 정도.

그 동안 쉴 생각이었다.

마차 운전은 사라와 세라가 번갈아 가면서 하면 될 테니까.

다그닥, 다그닥. 덜컹덜컹.

그렇게 생각한 한성은 자이렌 항구 도시를 향해 달리고 있는 마차 소리를 자장가로 삼으며 눈을 감았다.

*       *       *

쏴아아.

망망대해처럼 넓게 펼쳐져 있는 바다.

시작의 대륙과 중앙 대륙 사이에 존재하는 바다는 수백 킬로미터나 될 정도로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지금 그 바다 위에 범선이 한 척 있었다.

수많은 방문자들과 켈트인들을 태우고 바다를 미끄러지듯 질주하고 있는 거대한 범선.

범선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주거하고 있는 객실 층.

그곳에서 가장 안쪽에 있는 중간 규모의 객실에 검은 제복 같은 복장을 한 인원들이 있었다.

총 인원은 여덟 명.

전원 세련된 디자인의 칠흑같이 검은 갑주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 얼굴색이 좋지 않은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사내가 입을 열었다.

“아우, 머리 아파. 형님. 아직도 멀었습니까? 배도 아파 죽겠는데요?”

“마, 임무 중에는 대장이라고 부르랬지? 그리고 내가 배 타기 전에 멀미약 처먹으라고 말했잖아. 멍청아.”

“그땐 괜찮을 줄 알았죠.”

20대 중반의 사내, 란톨은 대장인 카드런의 말에 툴툴거리며 대꾸했다.

그러자 란톨의 옆에 있던 같은 동료인 발토르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야, 너 전에도 범선 탔다가 멀미하지 않았냐? 자고로 사람이라면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은 하지 말아야지.”

“그때는 레벨이 낮아서 그런 줄 알았지. 지금은 레벨이 좀 높아져서 괜찮을 줄 알았더니…….”

“레벨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란톨의 말에 일행은 한 차례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튼 앞으로 조금만 더 참아라. 몇 시간 뒤면 중앙 대륙에 도착할 테니까.”

“그런데 대장. 이번 임무는 간단하네요?”

란톨은 시선을 옆으로 옮겼다.

객실 한쪽 구석에 밧줄로 몸이 묶여 있고 입도 테이프로 막혀 있는 소녀가 한 명 있었다.

소녀는 정신을 잃고 있는 건지, 아니면 자고 있는 건지 눈을 감고 몸을 웅크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뭐, 그렇지. 하지만 정신 똑바로 차려라. 이번 임무는 우리 클랜과 손을 잡고 있는 미트리아 왕국의 귀족이 의뢰한 일이니까. 만약 임무를 실패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카드런은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했다.

카드런의 말에 일행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모르겠는가.

그들이 있는 클랜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규모도, 프라이드도 최고조인 상태.

보상과 벌도 확실했다.

임무를 성공하면 어마어마한 보상을, 실패하면 혹독한 처벌이 뒤따랐다.

“걱정하지 마세요, 대장. 우리들은…….”

란톨은 자신감이 넘치는 미소를 말했다.

“블랙 레이븐 클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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