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88화 (88/318)

# 88

< 내 언데드 100만 >

제88화  레이몬드의 최후

“네~ 마스터!”

한성의 말에 루루는 미소를 지으며 캐스팅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스킬 캐스팅이 끝난 루루가 한성을 향해 소리쳤다.

“마스터. 준비됐어요!”

“라이!”

크헝!

한성의 외침에 라이가 앞으로 나섰다.

버프와 디버프가 주력 스킬인 루루에게 있어 필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고유 스킬.

그 스킬은 다름 아닌…….

“빅! 빅! 빅! 그로우! 자라나라, 자라나라!”

루루는 라이에게 궁극기를 시전했다.

그러자 루루의 작은 지팡이에 박혀 있는 수정구에서 대상을 거대화시키는 빛이 라이를 향해 쏘아졌다.

[소환수 루루가 라이에게 거대화 마법을 걸었습니다.]

[라이의 신체와 스텟이 2배 상승합니다.]

크아아아아아앙!

한성의 눈앞에 안내 메시지가 떠오른 순간 라이의 몸이 쑥쑥 커지기 시작했다.

모든 능력이 2배 상승한 라이는 생명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레이몬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4미터까지 커진 라이는 레이몬드와 비슷한 크기가 되었다.

흐으으으으.

자신과 비슷한 크기까지 커진 라이를 바라보며 레이몬드는 입에서 하얀 숨결을 토해 냈다.

이미 생명력이 바닥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변이한 레이몬드의 흉폭성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생명력이 바닥인 만큼 더욱 흉폭해져 있었다.

어둠 속에서 변이한 레이몬드의 붉은 눈이 위협적으로 빛나고 있었으니까.

그 앞에 라이가 다가가 우뚝 섰다.

레이몬드의 붉은 눈과 라이의 푸른 눈이 허공에서 불꽃을 튀며 마주쳤다.

휙!

순간 레이몬드의 거대한 오른팔이 엄청난 속도로 라이을 향해 날아왔다.

쾅!

하지만 라이는 방어 자세를 취하며 채찍처럼 왼쪽에서 날아든 레이몬드의 거대한 오른팔을 막아 냈다.

전신에 파이어 스톰 볼텍스를 시전하면서.

화르르륵!

라이의 팔과 다리에서 푸른 화염과 녹색 바람이 소용돌이친다.

그 상태로 라이의 몸이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변이한 레이몬드는 본능적으로 라이의 움직임을 쫓았다.

재빨리 몸을 돌린 것이다.

스팡!

순간 공기를 찢는 파공성이 울려 퍼지면서 변이한 레이몬드의 얼굴이 뒤로 크게 젖혀졌다.

파이어 스톰 볼텍스의 추진력을 이용해 음속을 돌파한 라이의 펀치가 날아들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는 변이한 레이몬드를 향해 라이는 공중을 도약했다.

어둠 속에서 라이의 푸른 눈이 선을 그렸다.

그리고 팔다리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는 파이어 스톰 볼텍스의 푸른 화염과 녹색 바람이 빛의 잔상을 물결처럼 남겼다.

그 상태로 레이몬드의 머리 위로 도약한 라이의 푸른 눈이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때 한성의 시야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당신의 소환수 라이가 스킬을 시전합니다.]

스파이럴 킥(Spiral Kick)!

변이한 레이몬드를 향해 떨어져 내리는 라이의 다리에 파이어 스톰 볼텍스가 나선으로 회전하면서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라이의 발끝에는 나선으로 회전하고 있는 파이어 스톰 볼텍스가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회전하고 있는 드릴처럼 보였다.

콰아앙!

이윽고 드릴처럼 나선으로 회전하고 있는 파이어 스톰 볼텍스의 선두가 변이한 레이몬드의 가슴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변이한 레이몬드도 가만히 당하지 않았다.

양팔을 교차해 방어를 한 것이다.

그러나…….

콰가가가가가각!

드릴처럼 뾰족한 파이어 스톰 볼텍스의 선두 부분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크워어어어어어!

변이한 레이몬드는 고통스러운 괴성을 내질렀다.

아무리 레이몬드가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로 폭주 및 강화되었다고 해도 지금의 공격을 막는 건 무리였다.

파이어 스톰 볼텍스 상태에서 시전한 스파이럴 킥은 강철도 꿰뚫을 수 있는 드릴과도 같았으니까.

퍼버버버벅!

얼마 지나지 않아 안간힘을 다하며 스파이럴 킥을 막으려고 한 레이몬드의 양팔이 종잇장처럼 짓이겨지며 풀려났다.

그 직후 스파이럴 킥이 변이한 레이몬드를 관통하면서 라이는 지면에 내려섰다.

라이의 등 뒤에는 몸이 관통한 레이몬드가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레이몬드의 얼굴에 안도의 표정이 떠올랐다.

콰아아아아앙!

그 순간 라이의 등 뒤에서 레이몬드가 폭발했다.

몸에 구멍이 뚫린 레이몬드가 죽음을 직감하자 폭주한 흑수정의 마력이 제어를 완전히 잃고 날뛰다가, 파이어 스톰 볼텍스의 푸른 화염과 격렬한 반응을 일으키면서 폭발한 것이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Lv155 변이된 레이몬드를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5500 골드와 안드로말리우스의 흑수정 조각을 얻습니다.]

[전승 특전 붉은 유성의 효과로 보상을 3배로 받습니다.]

“드디어 끝났나.”

눈앞에 떠오르는 안내 메시지를 보며 한성은 한시름 놓은 표정을 지었다.

노예 상인 하나 붙잡는데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호위 병력이었던 젠킨스 용병단은 비교적 쉽게 처리했다.

하지만 노예 상단 뒤에는 레이몬드가 이끌고 온 크리스토 백작가의 옴팔 기사 단원들이 매복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한성을 비롯한 사라와 세라가 역으로 함정에 걸렸던 것이다.

만약 한성이 아니었다면 사라와 세라는 꼼짝없이 레이몬드에게 붙잡힐 수밖에 없었다.

레이몬드를 비롯한 옴팔 기사단은 강했으니까.

‘역시 문제는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야.’

한성은 주변을 둘러봤다.

레이몬드를 상대하면서 아직 살아남은 언데드 몬스터들은 주변 경계로 돌려보냈다.

“수고했어. 라이. 루루.”

한성은 자신의 곁에 다가온 루루와 라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크르릉.

“헤헤.”

한성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라이는 기분이 좋은지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헥헥거렸다.

루루도 한성의 칭찬에 기분이 좋은지 날개를 파닥파닥거리며 귀여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라이와 루루를 곁에 둔 한성은 레이몬드가 죽은 장소를 바라봤다.

‘아쉽게 됐어.’

한성은 레이몬드가 죽은 장소를 바라봤다.

제어를 완전히 잃고 폭주한 흑마력과 라이의 파이어 스톰 볼텍스의 푸른 화염 때문에 폭발한 레이몬드는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레이몬드를 붙잡아서 정보를 캐낼 생각이었던 한성은 아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매드니스 도적단 단장 카엘처럼 안드로말리우스의 흑수정으로 2차 각성을 하려고 했던 레이몬드는 어찌된 영문인지 실패했으니까.

어디 그뿐인가?

안드로말리우스의 흑수정이 가지고 있던 마력이 폭주하면서 레이몬드는 마수화가 되어 이성이 없어진 괴물로 변해 버렸다.

만약 운 좋게 생포를 한다고 해도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린 정신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2차 각성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정 조건이나 확률이 있는 건가?’

어째서 레이몬드가 2차 각성에 실패했는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한성은 2차 각성을 실패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흑수정에 대한 정보를 하나 더 알게 된 것이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저놈들뿐이군.’

노예 상인 행렬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피루드와 옴팔 기사단의 기사 두 명.

지금 피루드와 기사 두 명은 사라와 세라의 손에 의해 온몸을 포박당한 채 입에 게거품을 물고 기절해 있었다.

눈앞에서 무시무시한 언데드 군단의 전투를 보면서 바지에 소변을 지리면서 정신을 잃었던 것이다.

한성은 피루드 앞에 섰다.

대체 지금까지 얼마나 좋은 음식을 처먹고 지냈는지 살이 뒤룩뒤룩 쪄 있었다.

“네놈은 내가 특별히 상냥하게 대해 주마.”

피루드를 내려다보며 한성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훗날 그 모습을 본 사라와 세라는 악마가 그곳에 서 있었다고 회고 했다.

*       *       *

“역시 하등 생물은 어쩔 수 없군. 안드로말리우스님의 마력을 가지고도 저런 쓰레기 하나 처리하지 못하다니.”

숲속 상공에서 페르젠은 혀를 찼다.

그는 숲속에서 일어나고 있던 한성과 레이몬드의 전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뭐, 그래도 좋은 데이터를 뽑을 수 있었지만.”

페르젠은 이 전투로 신형 흑수정의 실험과, 2차 각성을 실패하고 폭주한 생명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정보들은 앞으로 흑수정을 개량하는 데 있어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그나저나 저놈 꽤 하는데?”

페르젠은 발밑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랜 세월 지루함을 달래 줄 존재를 찾아왔다.

그리고 그런 페르젠을 만족시켜 줄 존재가 드디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매드니스 도적단에 이어서 옴팔 기사단까지. 그 전에는 네로폴리스에서 어둠의 신봉자들을 괴멸시키는데 일조하고.”

지금까지 이렇게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존재가 있었던가?

“일이 너무 순조롭게 풀리면 재미가 없는 법이지.”

페르젠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아래 숲속에 있는 한성을 내려다봤다.

어둠이 완전히 내리고 숲이 있는 지면과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상공이었지만 페르젠의 눈에 한성의 모습은 잘 보였다.

페르젠은 당분간 한성을 두고 볼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없었으니까.

지금 저곳에 강림해서 관련자들을 모조리 죽여도, 단 한 명 죽일 수 없는 존재가 있었다.

이계(異界)에서 티르 나 노이를 방문해 오는 불사자들.

그들은 죽여도 죽여도 신전에서 다시 되살아난다.

그들은 티르 나 노이 세계에서 여신의 축복을 받은 차원 여행자들이었으니까.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서 플레이어들의 설정이었다.

그 때문에 그들을 완전히 죽이는 건 불가능했다.

유일하게 불사자들을 죽이는 방법은 단 하나.

티르 나 노이에 오지 못하도록 봉인시키는 방법뿐이었다.

하지만 그럴 경우 티르 나 노이 세계의 여신이 개입해 오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었다.

그것만큼은 피해야 했다.

그 때문에 페르젠은 당분간 한성을 지켜 볼 생각이었다.

어차피 지금 숲에 내려가서 관계자들을 다 죽여 봤자 한성만큼은 되살아날 테니까.

그럼 당연히 한성은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아직 나설 때가 아니야. 어디까지 기어 올라올지 기대되는군.”

페르젠은 한성이 어디까지 성장해서 자신을 즐겁게 해 줄지 기대하고 있었다.

그는 강자와의 전투를 즐기는 전투광이기도 했으니까.

“이래서 방문자들을 상대하는 건 재미있단 말이야.”

어둠 속에서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페르젠은 몸을 돌렸다.

그러자 휘날려진 붉은 코트 자락 끝에서 어둠이 물들어 가듯 퍼져 갔다.

잠시 후, 페르젠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남은 건,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고 있는 시리도록 차가운 하얀 달빛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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