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86화 (86/318)

# 86

< 내 언데드 100만 >

제86화  레이몬드의 2차 각성

레이몬드가 라이를 상대하는 잠깐 동안, 해골 검병들은 루루의 버프를 받고 옴팔 기사들을 마구 후려 팼다.

그리고 레이몬드에 비해 레벨이 낮고 장비도 썩 좋지 않았던 라이가 호각으로 싸울 수 있었던 이유도 사실 루루의 댄싱 버프 덕분이었다.

“해, 해골들이 미쳤어!”

“움직임이 왜 이래?”

해골 검병들은 눈부신 속도로 본 소드를 기사들을 향해 내려쳤다.

이전과 확연히 다른 공격 속도에 기사들은 당황했으며, 수적으로 열세인 탓에 호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레이몬드가 빠진 시간 동안 생명력이 바닥이었던 기사들의 절반가량이 길바닥에 드러눕고 말았다.

공속은 물론 공격력과 방어력까지 증가한 해골 검병들의 공세를 막아 낼 수 없었다.

루루의 버프 스킬은 강아지 춤뿐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이런 젠장!”

그 때문에 레이몬드는 뒤로 물러나는 라이를 쫓아 갈 수 없었다.

라이가 물러나고 있는 순간에도 자신의 심복들인 옴팔 기사들 한 명, 한 명이 시원하게 바닥에 드러눕고 있었으니까.

“죽어라!”

레이몬드는 다시 해골 검병들을 상대했다.

이제 해골 검병들도 열서너 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에 반해 옴팔 기사단은 생명력이 붉게 물들어 있는 개피 상태인 기사들이 4명 정도 남아 있을 뿐이었다.

‘설마 일이 이렇게 꼬여 버리다니!’

본래 레이몬드는 사라와 세라뿐만이 아니라 그 외 다른 변수도 상정했다.

그래서 옴팔 기사단의 기사들을 열 명이나 데려온 것이다.

사실 사라와 세라만 상대한다고 하면, 자신 혼자서도 충분했으며 부하들을 보낸다고 해도 다섯 명이면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크나큰 변수가 있었다.

‘저 네크로맨서 자식!’

남아 있는 해골 검병들을 빠르게 베어 넘기며 레이몬드는 한성을 곁눈질로 노려봤다.

남은 해골 검병들은 이제 열 마리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성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무슨 속셈이지?’

분명 해골 검병들은 회심의 한수일 터.

하지만 그 해골 검병들은 이제 곧 있으면 전멸한다.

그 후에는 자신의 차례다.

해골 검병들만 없다면 바로 한성이나 사라와 세라를 족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날 우습게 보고 있는 모양이군.’

레이몬드는 입술을 일그러트렸다.

하지만 그럴 만도 했다.

설령 레이몬드가 해골 검병들을 전부 처리한다고 해도, 한성 쪽은 아직 사라와 세라가 건재하다.

그뿐만이 아니라 라이와 루루도 남아 있었으며, 한성과 틴달로스도 남아 있었다.

그에 반해 레이몬드 쪽은 어떤가?

기껏해야 빈사 상태의 기사 2명과 레이몬드밖에 없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레이몬드가 불리한 상황.

하지만…….

‘비장의 수는 너만 있는 게 아니지.’

레이몬드는 속으로 한성을 비웃었다.

여유를 부리고 있는 한성의 어리석음을 탓하면서.

*       *       *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 되나?’

한성은 피식 웃으며 레이몬드를 바라봤다.

설마 이 정도까지 버틸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상대가 강하다고 한들 해골 검병 50기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미리 틴달로스 내부에 준비해 두었다. 여차할 때 사용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설마 레이몬드라는 기사가 혼자서 해골 검병 50기를 거의 다 쓰러트릴 줄은 몰랐다.

‘역시 레벨이랑 장비 빨이 크다니까.’

거기에 레이몬드의 검술 실력까지도.

덜그럭덜그럭!

그때 한성의 눈에 드디어 마지막 남은 해골 검병 1기가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 직후 어둠이 짙게 깔린 숲속에 조용한 적막감이 잠시 감돌았다.

젠킨스를 포함한 13명의 용병들도 전멸했고, 남은 상인들 9명도 해골 검병들의 본 소드에 전멸했다.

상인들 중에서는 피루드만이 살아남아 있었다.

그리고 옴팔 기사들도 8명이 죽고 2명이 살아남았다.

레이몬드까지 포함하면 3명이었다.

“이제 남은 건 네놈들뿐인 것 같군.”

레이몬드는 사납게 웃으며 한성을 노려봤다.

그런 레이몬드의 모습에 한성은 코웃음을 쳤다.

“혼자서 우리를 상대해 보겠다고?”

레이몬드 쪽 세력은 처참했다.

거의 빈사 상태인 기사 두 명과 레이몬드 혼자만 남아 있었으니까

그에 반해 한성은 아직 사라와 세라가 건재하고 라이와 루루도 있었다.

거기에 한성과 틴달로스까지 포함하면 전력은 총 6명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성이 유리한 상황.

“당연. 네놈들 따위는 나 혼자서 충분하다.”

레이몬드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었다.

“어디서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건지 오히려 알고 싶군.”

“가르쳐 줄까?”

한성의 질문에 레이몬드는 씩 웃으며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무언가를 꺼냈다.

“헐?”

레이몬드가 꺼내든 것을 확인한 한성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물건이 눈앞에 불쑥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저, 저건 안드로말리우스의 흑수정이에요!”

레이몬드가 꺼낸 수정구를 본 세라가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리고 한성은 속으로 절규하고 있었다.

‘아, 이 빌어먹을 안드로말리우슨지 말려 죽일 놈인지 이 자식 대체 뭐하는 놈이야? 흑수정 만드는 공장장이냐? 왜 저걸 개나 소나 다 가지고 다니는 거냐고!’

한성은 기가 막혔다.

어둠의 신봉자들이 흑수정을 가지고 다니는 건 그러려니 했다. 안드로말리우스를 추종하는 무리들이었으니 말이다…….

매드니스 도적단의 단장 카엘이 흑수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의외였지만 오히려 반겼다.

흑수정에 대한 실마리를 붙잡을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눈앞에 있는 레이몬드까지 흑수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건 대체 누구의 농간인거야? 이젠 개나 소나 다 가지고 다니네. 저거 설마 어디 공장에서 찍어 내고 있는 건 아니겠지?”

“이거 놀랍군. 안드로말리우스의 흑수정에 대해서도 알고 있나 보지?”

“도적단 놈이 가지고 있더라고. 그보다 역시 네놈도 어둠의 신봉자들과 연관이 있었던 거냐?”

“글쎄…… 그건 어떨까?”

레이몬드는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분명 현 가주님이 연관되어 있을 거예요.”

레이몬드의 말에 이어서 세라가 확신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역시 그런가?”

한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레이몬드를 바라봤다.

레이몬드가 안드로말리우스의 흑수정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는 어둠의 신봉자들과 연관이 있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세라의 말대로라면 레이몬드의 보스인 리차드 폰 크리스토 백작 또한 어둠의 신봉자들과 깊은 연관이 있을 터.

‘저놈을 붙잡으면 흑수정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을지도 몰라.’

혹은 리차드 백작이 보다 자세히 정보를 알고 있을 터.

하지만 한성을 바라보고 있는 레이몬드는 여전히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네놈만큼은 두 번 다시 티르 나 노이 세계로 오지 못하게 만들어 주마.”

순간 레이몬드는 정색하며 안드로말리우스의 흑수정을 치켜들었다.

사라와 세라는 그렇다쳐도, 안드로말리우스의 흑수정이나 어둠의 신봉자에 대해 알고 있는 한성은 아니었다.

‘저놈은 위험해.’

레이몬드는 한성만큼은 확실하게 티르 나 노이 세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죽이고, 죽이고, 계속 죽여 주마!’

번쩍!

순간 레이몬드의 몸에서 검붉은 빛이 터져 나왔다.

[경고! 크리스토 백작가 옴팔 기사단의 단장, Lv136 레이몬드가 안드로말리우스의 흑수정을 사용하여 2차 각성을 합니다. 2차 각성 중 레이몬드는 무적 상태에 들어갑니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레이몬드는 안드로말리우스의 흑수정을 사용하여 2차 각성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한성을 비롯한 사라와 세라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각성 중에는 무적 상태였으니까.

거기다 레이몬드를 중심으로 검붉은 마력이 충격파처럼 퍼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공격하기도 힘들었다.

용솟음을 치는 것처럼 레이몬드를 중심으로 나선을 그리며 퍼져 나가는 불길한 검붉은 마력.

‘레벨 상승에, 마력 강화에, 장비도 좋아지겠군.’

지난번 매드니스 도적단에서 단장 카엘이 그러했으니까.

이번에도 분명 그럴 것이다.

하지만…….

“크아아아아아아아!”

검붉은 마력이 퍼져 나오고 있는 중심부에서 비명과 같은 괴성이 울려 퍼졌다.

“뭐, 뭐야?”

갑작스러운 괴성에 한성은 놀란 표정으로 레이몬드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페, 페르젠! 날 속였구나! 크아아아아악!”

어찌된 영문인지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검붉은 마력 속에서 레이몬드는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이내 비명은 잠잠해졌다.

그리고…….

[크리스토 백작가의 옴팔 기사단 단장, Lv136 레이몬드가 2차 각성에 실패했습니다.]

“헐?”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2차 각성이 실패했다니?

이런 경우도 있단 말인가?

‘뭐지, 이건?’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한성은 놀란 표정으로 레이몬드가 있는 장소를 바라봤다.

하지만 한성은 이상함을 느꼈다.

2차 각성을 실패했다면 지금 터져 나오는 기운이 약해져야 정상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강렬한 기운이 매섭게 한성은 물론이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강타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저, 저게 뭐야?”

이전엔 레이몬드였던 걸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한성의 눈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       *       *

“역시 실패인가?”

숲속 상공.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붉은 코트의 사내, 페르젠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혀를 찼다.

“기껏 신형 수정구를 건네주었건만.”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

오리지널은 현재 페르젠이 가지고 있으며 인간들이 가진 절망, 분노, 좌절, 슬픔 같은 감정들을 에너지로 해서 흑마력으로 모으고 있는 중이었다.

오리지널을 모방한 레플리카들을 통해서 말이다.

어둠의 신봉자 간부들이 가지고 있는 수정구들과 매드니스 도적단 단장 카엘이 가지고 있던 수정구도 전부 레플리카들이었다.

단, 매드니스 도적단 단장 카엘이 가지고 있던 수정구는 조금 특별했다.

네로폴리스에 있는 어둠의 신봉자들이 가지고 있던 수정구들보다 완성도와 위력이 남달랐던 것이다.

“비스트 모드가 가능한 수정구는 아직 개량의 여지가 있는 건가?”

페르젠이 가지고 있는 안드로말리우스의 오리지널 수정구를 모체로 한 레플리카 수정구들은 여러 가지 버전으로 개량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최근에 신형이 개발되어서 레이몬드에게 넘겨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실패였다.

“그래도 재미있는 실험 데이터를 가져갈 수 있겠군.”

페르젠은 숲속에서 폭주하고 있는 레이몬드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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