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85화 (85/318)

# 85

< 내 언데드 100만 >

제85화  레이몬드 vs 라이

“뭐, 뭐야?”

옴팔 기사단의 기사들과 피루드를 비롯한 상인들이 놀란 표정으로 지면을 바라봤다.

확실히 지금 그들이 있는 장소는 어둠이 완연하게 내린 숲속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면 바닥에 새까맣게 보일 정도로 어둡지는 않았다.

하늘에서 은은하게 쏟아지는 달빛과 별빛 덕분에 사물을 분간할 정도는 되었으니까.

“버, 벗어날 수가 없어!”

“이게 대체 뭐야?”

일부 기사들과 상인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발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심연과도 같은 어둠이 넓게 퍼져 있었으니 말이다.

“당황하지 마라!”

그중에서 레이몬드만이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부하 기사들에게 소리쳤다.

그 소리에 기사들은 정신을 차리고 한성을 노려봤다.

“이딴 눈속임으로 우리를 어찌해 보려고 했나? 가소롭기 짝이 없군. 어리석은 놈.”

레이몬드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리석은 건 네놈이지. 문어 대가리야. 아직 난 시작도 안 했다고.”

“허세를 부리는 것도 작작…….”

고개를 흔들며 한껏 한성을 비웃으려고 하던 레이몬드는 순간 말을 멈췄다.

스르륵.

한성을 비롯한 사라와 세라를 중심으로 넓게 원형을 그리며 지면에서 무언가가 올라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가 아까 말했지? 다구리에는 장사 없다고.”

덜그럭덜그럭.

눈에서 푸른 광망을 내뿜으며 솟아올라오고 있는 수많은 해골 병사들.

전신에는 하얀 바탕에 검은 무늬가 기하학적으로 새겨져 있는 본 아머로 무장을 하고, 손에는 날카롭게 벼려진 하얀 본 소드가 들려 있었다.

“서, 설마?”

지면에서 수도 없이 솟구쳐 올라오고 있는 해골 검병들을 바라보며 레이몬드와 옴팔 기사들, 그리고 피루드를 비롯한 상인들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바닥에 넓게 퍼진 틴달로스로부터 한성이 해골 검병들을 소환시켰던 것이다.

그 숫자는 약 50여 기에 달했으며, 레벨은 한성과 동일한 112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라이. 루루.”

크르릉!

“루루 왔어영~!”

한성은 좌우에서 라이와 루루까지 소환했다.

메에에에에------!

“뭐야? 파카도 같이 왔네?”

“네.”

루루는 골드 알파카, 파카의 등에서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메엑.

그에 반해 파카의 얼굴이 늙어 보이는 건 착각일까?

오랜만에 골드 알파카를 본 한성은 파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힘내. 꿋꿋하게 살다 보면 좋은 일 있을 거야. 그리고 요 주변에 떨어져 있는 아이템 다 주워 와라. 나중에 바닥 확인해서 아이템 떨어진 거 있으면 하나당 한 대씩? OK?”

메에에…….

[골드 알파카의 기운이 급속도로 빠집니다. 당신과의 친밀도가 소량 하락합니다.]

“그렇다고 삐지냐?”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파카의 귀에 입을 가져다댔다.

“일 잘하면 소고기 쏜다. 콜?”

메엑!

한성의 귓속말에 파카는 번개같이 고개를 치켜 올렸다.

메엑! 메에엑!

파카는 한성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골드 알파카가 기운을 회복합니다. 당신과의 친밀도가 10 올랐습니다.]

“…….”

안내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말없이 파카를 지그시 바라봤다.

‘얘 초식동물 아니었어? 왜 소고기를 이렇게 좋아하지?’

본래 알파카는 초식성이다.

그런데 설마 고기를 이렇게 좋아할 줄이야.

그것도 다른 고기도 아닌 소고기를 말이다!

‘나중에 고급 풀을 먹이면 되겠지. 괜히 소고기 먹고 탈날라.’

자고로 소고기는 주인이 먹어야 하는 법.

한성은 전방을 바라봤다.

해골 검병들을 소환한 시점에서 이미 옴팔 기사들과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한성의 레벨이 110을 넘었고, 스킬 레벨도 5가 된 덕분인지 해골 검병들은 이전보다 확연히 강해졌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올라갔으며, 움직임도 좀 더 기민해져 있었던 것이다.

“이딴 허약한 뼈다귀들한테 당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겠다. 전부 부숴 버려!”

그때 레이몬드로부터 어마어마한 외침이 어두운 밤의 숲속을 쩌렁쩌렁 울렸다.

“와아아아아!”

그에 호응하듯 열 명의 옴팔 기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해골 검병들을 상대했다.

특히 레이몬드의 활약이 눈부셨다.

그래도 명색이 136 레벨인지 그의 대검이 공간을 가를 때마다 해골 검병이 두 동강 났다.

본 소드째로 잘려 나갔던 것이다.

‘쯧. 아직 장비가 좋지 않군.’

레이몬드에게 마구 썰려 나가는 해골 검병들을 바라보며 한성은 혀를 찼다.

만약 한성이 3차 전직까지 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3차 전직을 하면 스켈레톤 솔져들의 장비를 단계별로 강화시켜주는 스킬이 새롭게 생기기 때문이다.

대신 골드가 많이 들어갈 뿐.

‘흠.’

레이몬드의 활약으로 해골 검병들이 썰려 나간다.

수적으로 열세이던 기사들도 레이몬드에게 자극을 받았는지 해골 검병들을 상대로 버티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해골 검병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

“크윽!”

“숫자가 너무 많아.”

하지만 한 손으로 다섯 손을 막기란 힘든 법이다.

옴팔 기사들도 조금씩 피해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기절해 있던 젠킨스 용병단의 용병들이 정신을 차리며 깨어났다.

“으으. 뭐, 뭐야 이건?”

“뭐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 거야?”

“이, 이건 대체…….”

용병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기절해 있다가 눈을 떠 보니 눈앞에서 해골들이 칼을 휘두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해골 검병들은 기사들뿐만이 아니라 이제 막 정신을 차리고 깨어난 용병들도 적으로 간주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크, 크아아악!”

“사, 살려 줘!”

“이, 이쪽으로 오지 마!”

젠킨스 용병단뿐만이 아니라 해골 검병들은 노예 상인들도 공격했다.

한성은 이곳에 있는 모든 자들을 쓸어버릴 생각이었다.

미션 목표인 노예 상인 피루드와 마차 하나에 갇혀 있는 노예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흠.”

틴달로스를 통해서 소환한 해골 검병들의 숫자가 어느덧 절반 정도 줄어들었다.

기사들의 피해도 막심했다.

대부분 생명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으며 일부 몇 명은 빈사 상태였다.

다만 레이몬드 혼자 미친 듯이 날뛰고 있을 뿐.

‘그럼 슬슬 끝을 내 볼까.’

직업 특전으로 계승한 패왕 스킬의 쿨 타임이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기사들과 해골 검병들이 난전을 벌이고 있는 동안, 사라와 세라는 노예 상인 피루드를 붙잡으러 갔다.

남은 건, 레이몬드 하나뿐.

“이번에는 너로 정했다!”

한성은 혼자 기세 좋게 날뛰고 있는 레이몬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크와아앙!

그러자 라이는 쏜살같이 움직이며 레이몬드를 향해 달려 나갔다.

“헛!”

해골 검병들을 신나게 썰고 있던 레이몬드는 숨을 삼켰다.

라이의 날카로운 앞발이 쇄도해 왔기 때문이다.

까아아앙!

“큭! 네놈은…….”

레이몬드는 눈살을 찌푸리며 라이를 바라봤다.

크르릉!

레이몬드를 향해 라이는 하얀 이를 드러냈다.

위협적이기 짝이 없는 지그재그로 생긴 날카로운 이빨.

크아아아아앙!

“헉!”

순간 라이의 입이 크게 벌어지며 목을 물려고 하자 놀란 레이몬드는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라이는 레이몬드의 뒤를 따르며 재차 공격을 감행했다.

화르르륵!

라이의 팔다리에서 푸른 화염과 녹색 바람이 소용돌이를 치며 감쌌다.

라이가 가지고 있는 전용 스킬, 파이어 스톰 볼텍스였다.

크아아아아앙!

라이는 포효를 내지르며 레이몬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파이어 스톰 볼텍스의 효과로 공격력, 방어력, 스피드가 증폭된 상황.

콰가가가강!

“이 빌어먹을 개새끼가!”

레이몬드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대검을 휘둘렀다.

캉! 캉! 캉!

어지럽게 날아드는 라이의 손발이 레이몬드의 대검과 맞부딪쳤다.

그럴 때마다 레이몬드는 파이어 스톰 볼텍스의 효과인 화상 데미지를 입으며 움직임이 점점 느려졌다.

화상의 후유증으로 마비 증상까지 생겨난 것이다.

‘큭!’

레이몬드는 눈살을 찌푸렸다.

라이의 전투 스타일은 근접격투다.

거기에 파이어 스톰 볼텍스 효과가 추가되자 상대하기가 되게 까다로웠다.

안타까운 것은 무장이 기본적인 철제 갑주만 하고 있는, 그야말로 평범한 수준이었다.

그에 반해 레이몬드는 레벨도 높고, 장비도 좋았다.

크리스토 백작가의 기사단장이니 당연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라이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었다.

거의 호각에 가까웠다.

하긴, 그럴 수밖에.

이미 레이몬드는 한성과 일전을 벌인 탓에 평소보다 약해진 상태였으니까.

그러나…….

“이것도 막을 수 있나 어디 한 번 보자!”

레이몬드는 대검 끝을 라이를 향해 겨눴다.

슈팟!

순간 레이몬드의 대검이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트리플 피어스(Triple Pierce)!”

파파팟!

눈에 보이지 않는 스피드로 레이몬드의 대검이 세 번 라이를 찔러 들어왔다.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낌 라이는 파이어 스톰 볼텍스로 보호 받고 있는 양팔을 가슴 앞에서 교차시켰다.

캉캉! 퍼억! 슈와아아악!

크허어어어엉!

교차한 라이의 팔에서 붉은 피가 솟구쳐 나왔다.

파이어 스톰 볼텍스로 레이몬드의 대검을 두 번은 막아 냈지만 세 번까지는 막아 내지 못했던 것이다.

“흥. 주제를 알아야지.”

레이몬드는 차가운 눈으로 라이를 내려다봤다.

놀랍게도 그는 대검으로 세 번 연속 같은 지점을 찔렀다.

그것도 심장을 노리고.

만약 라이가 본능대로 팔을 교차해서 막지 않았다면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다.

“라이! 뒤로 빠져!”

한성은 라이에게 물러나라고 명령을 내린 뒤, 레이몬드를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봤다.

설마 대검으로 찌르기 스킬을 쓸 줄이야!

본래 대검은 찌르기보다 베기가 더 위력적인 무기다.

하지만 그건 찌르기 공격이 실전에서 쓰기가 쉽지 않아서 그런 거지, 자유자재로 쓸 수만 있다면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라이의 파이어 스톰 볼텍스가 깨진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래도 목적은 달성했지.’

한성은 씩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라이가 전투에 참여하기 전, 레이몬드는 해골 검병들을 썰고 다녔다.

그 덕분에 기사들과 해골 검병들의 밸런스가 어느 정도 맞았었다.

그런데 라이가 레이몬드를 상대하러 전장에 뛰어들면서 밸런스가 깨졌다.

해골 검병을 상대해야 할 레이몬드가 라이를 상대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비록 그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한성은 만족했다.

왜냐하면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으니까.

“크, 크아아아악!”

“아, 안 돼!”

“뭐야? 이 자식들 왜 이렇게 빨라?”

라이가 레이몬드를 상대하는 사이, 해골 검병들은 거침없이 기사들을 공격했다.

기사들은 해골 검병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왜냐하면…….

[루루의 강아지 춤에 의해 공격속도가 25% 증가합니다.]

한성의 옆에서 루루가 귀여운 강아지 춤을 추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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