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84화 (84/318)

# 84

< 내 언데드 100만 >

제84화  옴팔 기사단 (2)

콰가가가각!

“……!”

순간 레이몬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라를 향해 대검을 내려치려는 순간, 검은 막 같은 게 나타나 자신의 공격을 막아 냈던 것이다.

레이몬드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검은 망토를 눌러쓰고, 그 안에 얼굴을 반을 가린 눈 가면을 쓰고 있는 정체불명의 인물.

단번에 자신의 공격을 막은 자를 알아챈 레이몬드는 한성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방해하지 마라!”

“너야말로 내가 하는 일에 방해하지 마라. 대머리 놈아.”

“하? 뭐라고? 대머리?”

레이몬드의 눈초리가 치켜 올려갔다.

아직 중년 나이인 레이몬드.

그의 신체는 끊임없는 단련으로 강해졌으며 다른 누구보다도 건강하다.

그런 자신에게 대머리라니!

‘저놈이 대체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거지?’

선조 대대로 대머리 집안인 레이몬드는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금을 들여 마법 가발을 쓰고 다닌다.

레이몬드뿐만 아니라 그의 집안 남자들 전부가 그렇다.

귀족 세계에서, 그리고 기사 세계에서 체면은 중요하다.

그 때문에 레이몬드 집안의 남자들이 대머리라는 사실은 비밀이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알고 있다니.

‘죽인다. 저 자식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티르 나 노이 세계에서 떠나게 만들어야 한다!’

레이몬드의 가슴 한구석에서 한성을 없애라는 마음이 싹터 올랐다.

“제아무리 방문자라고는 하나 귀족을 모욕한 댓가는 죽음으로 갚아라!”

세라를 노렸던 레이몬드는 이번에는 한성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육중한 갑주를 걸치고 있는 것에 비해 움직임은 매우 재빨랐다.

하긴, 나름 스피드가 있는 세라를 따라잡았던 레이몬드였다.

레벨이 높은 만큼 신체 능력도 하이 스펙일 터.

“죽음을 두려워하는 방문자를 본 적 있냐?”

방문자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만, 짜증이 날뿐이다.

죽으면 경험치와 아이템을 드랍하니까.

경험치가 떨어지면 레벨이 떨어진다.

그 때문에 아무런 메리트도 없이 다시 원래 레벨로 복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비싸고 등급이 높은 장비까지 떨군다면?

상상만 해도 짜증이 절로 솟구쳐 오른다.

까가가강!

눈 깜짝할 사이에 달려든 레이몬드의 대검과 한성의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이 맞부딪치며 불꽃을 튀겼다.

“제법 하는군! 시작의 대륙 방문자치고는 상당히 강한데? 중앙 대륙에서 왔나?”

“뭐, 반은 맞다고 해 두지.”

레이몬드의 말에 한성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본래 한성은 전승을 하기 전, 중앙 대륙에서 활동을 하다가 시작의 대륙으로 넘어왔다.

레벨이 마이너스까지 되었다가 말이다.

그 후 저레벨에서 다시 시작의 대륙을 돌아다니며 성장해 왔다. 그러니 레이몬드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텅!

한성은 레이몬드의 대검을 쳐내며 거리를 뒀다.

레이몬드의 레벨은 136.

그에 비해 한성의 수치상 레벨은 112이나, 장비와 칭호 등 여러 가지 추가 스텟들까지 합하면 150은 가뿐히 넘는다.

다만 레이몬드 또한 장비나 칭호를 가지고 있을 터.

한성보다 낮다고는 해도 150은 넘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성의 대부분 스텟은 지력, 마력, 지배력에 투자되어 있었다. 근접 전투 능력과 연관이 있는 근력, 민첩, 체력은 장비를 착용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찍어 놓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

레이몬드는 신중했다.

‘이러면 상대하기 까다로워지는데.’

한 번 교전을 하고 나서 레이몬드는 명백하게 한성을 경계하며 달려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투학!

어마어마한 속도로 레이몬드가 한성을 향해 뛰어들었다.

“마이티 배쉬(Mighty Bash)!”

슈와아아아악!

레이몬드의 대검에서 눈부신 하얀 빛이 쏟아지며 공간을 날카롭게 갈랐다.

“본 실드! 본 리터레이션!”

한성은 재빨리 하얀 뼈로 이루어진 방패와 중첩 스킬을 시전했다.

파바바밧!

레이몬드의 대검과 한성 사이에 오각형 형태의 하얀 뼈방패가 세 개 생겨났다.

쾅!

레이몬드의 대검에 첫 번째 방패가 터져 나갔고,

쾅!

이어서 두 번째 방패도 터져 나갔다.

콰앙! 콰가가각!

마지막 세 번째 방패에서 한성은 가까스로 레이몬드의 스킬 마이티 배쉬를 막아 냈다.

“아직이다!”

레이몬드의 대검이 뒤로 크게 젖혀졌다고 생각한 순간,

슈아아아악! 콰아아앙!

이미 마지막 본 실드에 레이몬드의 대검이 후려쳐지고 있었다.

촤아아아아아악!

본 실드와 함께 한성은 지면을 끌며 뒤로 밀려났다.

“크윽.”

뒤로 한참이나 밀려난 한성은 전방을 다시 바라봤다.

레이몬드의 공격에 밀려난 흔적이 지면에 남아 있었다.

‘역시 136 레벨 상대로 근접전은 힘든가?’

확실히 레벨이 레벨인 만큼 레이몬드는 위력이 남달랐다.

순수 레벨만 놓고 스텟 수치를 본다면 레이몬드의 근력, 민첩, 체력은 현재 한성보다 거의 2배 가까이 높을 것이다.

“건방진 놈이로군.”

레이몬드는 한성을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다.

조금 전에 있었던 공방전에서 한성의 직업이 무엇인지 확신한 것이다.

“네크로맨서인 주제에 나와 근접전을 벌여? 내가 우습게 보였나 보지?”

“대머리 놈한테 질 거라는 생각이 안 들었거든.”

한성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이 자식이…….”

레이몬드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면서 살기가 흘러나왔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주마!”

레이몬드는 양손대검을 치켜 올렸다가 지면에 내려쳤다.

콰앙! 쩌저적!

그러자 지면에 금이 가면서 한성을 덮쳐 오는 게 아닌가?

“라이트닝 드라이브!”

순간 한성의 몸에서 금빛이 터져 나왔다. 공속과 이속이 5배 증가하는 라이트닝 드라이브를 시전한 것이다.

순식간에 자신을 향해 덮쳐 오던 공격을 피해 냈다.

“디케이! 디지즈! 포이즌!”

그리고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에 저주 마법들을 인챈트하면서 한성은 레이몬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에 반해 레이몬드는 어떤가?

그는 그저 놀란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갑작스럽게 빨라진 한성의 스피드와 조금 전 지면을 갈라 버릴 정도로 강력한 일격을 내려친 덕분에 잠시 경직되어 있었던 것이다.

한성의 도발에 넘어간 탓이었다.

쾅! 콰쾅! 콰콰쾅!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이 무방비하게 서 있는 레이몬드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마치 검은 뇌격과도 같은 연타.

그 스피드에 레이몬드는 바람에게 희롱당하는 나뭇잎처럼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최후의 일격.

“그라운드 임팩트.”

콰아아아앙!

한성의 정권이 레이몬드의 명치에 꽂혀 들어갔다.

본래 그라운드 임팩트는 지면에 내리꽂으면서 충격파로 주변에 있는 적들에게 데미지를 주면서 쓰러트리는 스킬이다.

거기다 직업 특전으로 계승한 패왕 스킬은 마스터 레벨.

위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크허어어억!”

한성의 라이트닝 드라이브의 지속 시간이 끝나자, 레이몬드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콰가가가각!

하지만 지면에 대검을 꽂으면서 튕겨져 날아가는 것만큼은 버텨 냈다.

본래라면 십 미터 이상 튕겨져 날아갔어야 했지만, 겨우 수 미터 정도 밀려나는 걸로 그쳤다.

‘보기보다 딴딴하네. 탱커형 기사였나?’

한성은 수 미터 이상 뒤로 밀려난 레이몬드가 숨을 고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조금 전 연타 공격과 마지막으로 그라운드 임팩트를 지면이 아니라 명치에 정통으로 먹였건만 레이몬드는 쓰러지지 않았다.

“이 건방진 놈이…….”

레이몬드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한성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지금 한성의 눈에는 레이몬드의 생명력이 약 15% 정도 날아간 게 보였다.

한성도 레이몬드와 비슷하게 생명력이 깎여 있었다.

다만 한성과 레이몬드는 상황이 달랐다.

‘쯧. 클린 히트였는데. 저 정도밖에 데미지를 입히지 못하다니.’

한성은 속으로 혀를 찼다.

라이트닝 드라이브의 어마무시한 스피드로 클린 히트를 냈다. 그에 반해 한성은 레이몬드의 공격을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비슷한 데미지를 입었던 것이다.

거기다 레이몬드에게 데미지를 입힐 수 있었던 라이트닝 드라이브와 그라운드 임팩트의 쿨 타임은 각각 5분, 10분이었다.

과연 그 시간 동안 레이몬드의 공격을 버텨 낼 수 있을까?

“쿨럭쿨럭.”

하지만 레이몬드는 레이몬드대로 지금 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내가 네크로맨서 따위에게 근접전에서 밀리다니!’

상대는 근접전에서는 쓰레기와도 다름없는 네크로맨서.

그렇다면 자신이 압도적으로 눌러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거의 동격이었다.

‘무슨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함부로 맞붙을 수는 없겠군.’

레이몬드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성을 노려봤다.

지금 이 순간에도 레이몬드는 추가적인 데미지를 지속적으로 입고 있었다.

한성이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에 인챈트한 디케이, 디지즈, 포이즌 때문이었다.

저주 계열 스킬의 효과로 레이몬드의 방어력이 내려가고, 생명력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효과 시간은 길지 않았다.

기껏해야 앞으로 수초.

방어력 하락은 좀 더 길지만 그래도 수 분 이내였다.

“쳐라!”

레이몬드는 뒤로 물러나며 부하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레이몬드와 한성이 공방전을 벌이는 동안 사라와 세라를 비롯한 기사들은 교착 상태에 빠져 견제만 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한다면 레이몬드와 한성의 전투를 정신없이 보고 있었다.

그 전투 결과에 따라 상황이 변할 테니까.

“역시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한성은 사라와 세라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과연 네놈들 세 명이서 우리들을 막을 수 있을까?”

레이몬드는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굳이 자신 혼자 정체를 알 수 없는 한성을 상대할 필요 없었다. 레이몬드의 부하 기사들은 10명이었으니까.

“그래 봐야 열 명뿐이잖아.”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사라와 세라의 이목을 숨기기 위해 레이몬드는 소수 정예를 택했다.

구색 맞추기로 고용한 젠킨스 용병단은 애초부터 전력 외로 취급했다.

그들은 레벨이 100도 안 되었으니까.

그에 반해 레이몬드와 옴팔 기사단의 기사들은 레벨이 100이 넘는 실력자들이었다.

사라와 세라도 그렇지만 어지간한 동 레벨의 방문자들보다도 더 강했다.

전투에서 레벨과 스텟, 스킬만이 전부가 아니니까.

상황, 실력, 운에 따라 전투의 행방이 갈릴 수도 있었다.

물론 레벨과 스텟이 높다면 전투에 유리하다.

하지만 그걸 사용하는 유저가 방심을 한다던가,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하면 당연히 질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걸 무시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존재한다.

그것은…….

“다구리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지.”

딱.

레이몬드와 기사들을 향해 입가에 비웃음을 띄우며 한성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레이몬드와 옴팔 기사단, 한성을 비롯한 사라와 세라, 그리고 다섯 대의 마차가 있는 넓은 지면에 검은 막이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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