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82화 (82/318)

# 82

< 내 언데드 100만 >

제82화  노예 상단 습격 (2)

“뭐, 뭐야?”

노예 상인이 있는 상단의 인물들은 우왕좌왕하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럽게 정체불명의 인물이 상단 앞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웬 놈이냐!”

“이 자식 도적인가?”

상단을 호위하기 위한 켈트인 용병들이 한성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1단계는 성공했군.’

검은 망토로 몸을 가리고 얼굴에도 은색 가면을 쓰고 있던 한성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일단은 상단 일행이 야영을 할 것 같은 유력한 장소를 빠르게 지나가려고 하는 것을 막은 것이다.

“이런 곳까지 도적이 있을 줄은…….”

상단의 호위를 맡은 용병단의 단장 젠킨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은 한성의 모습을 보고 도적단이라고 생각했는지 주변을 경계했다.

도적단은 무리를 지어 습격을 해 오니까.

“네놈은 누…… 제길!”

젠킨스는 한성을 노려보며 소리치다가 재빨리 방패를 들어 올렸다.

상단 행렬의 가장 최전방에 있던 젠킨스를 향해 갑작스레 한성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까가가강!

“크, 크헉!”

‘가, 강하다.’

신음성을 흘리는 젠킨스의 얼굴에는 경악이 가득했다.

한성의 공격을 막은 자세 그대로 뒤로 몇 미터나 지면을 끌며 밀려났으니까.

그래도 명색이 용병단의 단장인지 땅바닥을 나뒹구는 볼썽사나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꽤 하는군. 내 공격을 막을 줄이야.”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는 눈가면 속에서 한성의 눈동자가 이채를 띄었다.

<브레이브 용병단의 단장, Lv99 젠킨스>

젠킨스의 레벨은 아직 100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성의 공격을 멀쩡히 막아 낸 것이다.

“모두 조심해라! 최소 레벨이 100이 넘는 강자다!”

그 말에 젠킨스 용병단의 용병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숫적으로는 이쪽이 우위지만, 저쪽은 레벨이 높은 강자였다.

거기다 동료가 있을지도 모를 터!

“덤벼.”

한성은 용병들을 향해 검지를 까닥거리며 도발했다.

“이 자식이!”

아무래도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대부분의 용병들은 다혈질적이고 거칠었다.

그 덕분에 열두 명의 용병들 중 두 명이 눈살을 찌푸리며 무기를 앞세우고 한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렇게 나와야지!”

한성도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마주 달렸다.

“죽어라!”

“감히 우리를 도발해?”

한 명은 양손창을, 다른 한 명의 용병단원은 양손도끼를 들고 달려들었다.

거기다 달려오는 두 명의 용병단원들에게서 갖가지 색의 희미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공격력과 속도를 증가시켜 주는 버프가 걸려 있었던 것이다.

젠킨스 용병단에는 전투에 도움을 주는 버퍼가 있었으니까.

‘이거라면!’

비록 상대가 강자라고는 해도 자신들은 두 명이었으며, 거기다 버프까지 받고 있었다.

그 덕분에 일시적으로 그들은 100레벨이 넘는 실력을 갖췄다. 거기다 둘의 합격은 젠킨스 단장이라고 해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용병단원 두 명은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한성 앞까지 온 후, 좌우에서 무기를 앞세우고 달려들었다.

“멍청이들. 틴달로스!”

콰가가각!

“앗!”

순간 공격해 들어가던 용병단원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좌우에서 완벽하게 동시에 달려들었는데 갑자기 검은색 막이 자신들의 공격을 막아 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용병단원들의 뒤통수에 한성의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이 슬그머니 다가갔다.

콰아앙!

그들의 뒤통수를 붙잡은 한성은 인정사정없이 땅바닥에 머리부터 박아 넣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땅바닥이 무른 흙이라는 사실이었다.

맨땅에 헤딩을 하게 된 두 명의 용병단원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상태이상 기절에 걸렸다.

용병들을 지면에 한차례 때려 박고 다시 들어 올린 한성은 손을 놓았다.

털썩. 털썩.

그러자 땅바닥에 쓰러진 용병단원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

그 모습에 남아 있는 용병단원들 사이로 두려움이 전염병처럼 퍼져 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들과 비슷한 실력을 가진 용병 두 명이 손도 못 써 보고 쓰러진 것이다.

저벅저벅.

그들 앞에서 한성은 천천히 상단 행렬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마, 막아!”

가장 먼저 젠킨스가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이쪽은 아직 젠킨스를 포함해 열 명이나 남아 있었다.

“적은 한 명이다! 막아!”

젠킨스의 명령에 용병단원들은 진형을 짜기 시작했다.

“빨리 움직여!”

그들은 전형적인 파티 사냥의 모습을 보였다.

생명력이 높은 탱커형 직업을 가진 용병들이 앞에서 서고,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딜러들이 그 뒤에 선 것이다.

그리고 최후방에는 버퍼와 힐러들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어, 바보들아.”

그들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익스플로전!”

콰아아아아아앙!

어둠 속에서 돌연 붉은 화염 폭발이 일어났다.

“크아아아악!”

“우와아아아악!”

폭연과 화염 속에서 폭발에 휘말린 용병들은 사방으로 내동댕이쳐지듯이 나가떨어졌다.

“크, 크으윽…….”

“대, 대체 무슨 일이…….”

잠시 후, 연기가 걷히고 드러난 참상에 용병들은 눈을 부릅떴다. 진형을 짜고 있던 용병들의 중심에서 폭발마법 익스플로전이 터졌다.

그 폭발에 휘말려 나가떨어진 용병들 대다수는 기절했거나, 혹은 생명력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

대부분 전투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용병단원들의 맨 앞에서 한성을 상대하려고 했던 젠킨스는 그나마 무사했다.

대부분 90레벨 중반 정도 되는 용병 단원들 중에서 가장 레벨이 높은데다가 생명력과 방어력이 높은 탱커였기 때문이다.

“어때? 내 폭발 마법은?”

“나이스 타이밍.”

한성은 자신의 등 뒤에서 다가오는 사라를 향해 피식 웃으며 엄지를 치켜 올려줬다.

사라의 폭발마법은 위력은 강하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바로 잡아먹는 마나가 크고 시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한성이 젠킨스 용병단을 상대로 벌었다.

그 결과 한 방에 젠킨스 용병단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역시 바보 언니답게 위력은 엄청하네요.”

“이제 너도 알겠지? 폭발은 예술이다! 그리고 바보라고 하지 말라니까!”

“아, 네네.”

세라는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잡담은 그쯤하고 노예 상인 놈부터 잡지?”

“알고 있다고!”

“네.”

한성의 말에 사라와 세라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용병들을 지나쳤다.

“기, 기다려!”

그때 젠킨스가 한성 일행의 앞을 막아섰다.

“나를 쓰러트리지 않는 여기를 지나갈 수 없다!”

생명력이 반 이하로 떨어져 있는 젠킨스.

그는 검과 방패를 들어 올리며 앞을 막아섰다.

“그렇게 죽고 싶은 건가?”

한성은 무심한 눈으로 젠킨스를 날카롭게 노려봤다.

어차피 젠킨스를 비롯한 용병단원들도 노예 상인과 같은 놈들이었다.

인간을 납치해서 매매하는 쓰레기 같은 놈들.

하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운 좋게 죽지 않았다.

그저 빈사 상태에서 기절해 있었으니까.

“으…….”

한성의 눈빛에 젠킨스는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한성에게서 살기가 넘쳐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까닥 잘못하면 진짜 죽는다.’

결국 젠킨스는 자기도 모르게 옆으로 물러섰다.

“흥.”

전의를 상실한 젠킨스의 한성은 코웃음을 치며 지나갔다.

‘다시 덤벼들지는 않겠군.’

젠킨스의 모습을 보니 완전히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복수니 뭐니 하면서 귀찮게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켈트인들에게 있어 방문자들은 불사의 축복을 가진 존재들이었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건드리고 싶어 하지도 않고 말이다.

최소 매드니스 도적단처럼 세력이 좀 되는 켈트인들이라면 또 모를까.

물론 세력이 큰 조직이라고 해도 방문자의 부활 장소를 고정시키고, 부활할 때마다 죽여야 하는 리스크까지 생각한다면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

거기다 방문자의 동료들이 난입해 올 수 있으니까.

“왜 빨리 출발을 하지 않는 거냐? 오늘 자정 안에는 항구 도시에 도착해야 된단 말이다!”

그때 황금 마차에서 살이 뒤룩뒤룩 찐 켈트인 하나가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참 빨리도 나온다.’

면상이 넉넉해 보이는 노예 상인의 모습에 한성은 혀를 찼다. 뚱뚱한 만큼 움직임도 느린 건지, 상단 행렬을 멈춰 세운 지가 언제인데 이제야 기어 나온단 말인가?

“넌 뭐냐?”

황금 마차에서 모습을 드러낸 노예 상인, 피루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한성을 노려봤다.

그리고 열려 있는 문 너머로 보이는 마차 안의 내부와 피루드의 모습에 왜 이렇게 늦게 나왔는지 한성은 납득했다.

‘거하게 한 판 하시던 중이었구만.’

황금 마차 안에 하얀 이불로 몸을 가리고 있는 알몸 여자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뒤룩뒤룩 살이 쪄 있는 피루드의 몸에는 달랑 가운만 걸쳐져 있었다.

마차 안에서 거사를 치르다가 바깥 상황이 심상치 않자 뒤늦게 나온 모양이었다.

“여자의 적 같으니.”

“정말 불쾌하군요.”

사라와 세라는 눈살을 찌푸리며 황금 마차 내부와 피루드를 노려봤다.

“응? 너희들은?”

한 템포 늦게 사라와 세라를 발견한 피루드의 넉넉한 면상에 놀란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그는 온몸을 흔들며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크큭! 설마 네년들이 제 발로 나타날 줄이야. 바보 같은 년들이군.”

‘제 발로 나타났다고?’

피루드의 말에 한성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절대적으로 한성 쪽이 유리했다.

상단의 호위 병력인 열두 명의 젠킨스 용병단은 무력화되었다.

그리고 상단의 상인들로 보이는 자들도 전부 뒤쪽으로 피난을 가 있는 상황.

한성을 비롯한 사라와 세라를 막을 인간들은 없었다.

그걸 눈앞에 있는 돼지 상인도 알고 있을 터!

“야, 돼지고기! 그게 무슨 소리냐?”

피루드의 말에 사라가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저 미친년이 감히 누구한테……!”

사라의 도발에 피루드의 눈이 뒤집혔다.

가장 싫어하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닥쳐! 돼지고기 새끼야! 너 같은 놈은 내가 폭열 마법으로 노릇노릇하게 구워 주마!”

“저, 저……!”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피루드의 얼굴이 붉어졌다.

마치 잘 익은 돼지처럼.

“저년 놈들을 내 앞으로 끌고 와라!”

“뭐래는 거야. 아무도 널 지켜 줄 사람들이 없…… 어?”

피식거리며 양손에 화염을 피어 올리던 사라는 멈칫거렸다.

펄럭펄럭!

황금 마차를 제외한 나머지 네 개의 마차.

나머지 마차는 덮개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때문에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황금 마차를 제외한 네 개 중 세 개의 마차를 덮고 있던 덮개가 풀려나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함정에 걸려들었군. 사라, 그리고 세라.”

최후방에 있던 마차에서 얼굴에 칼자국이 나 있는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메이드 복을 입고 있는 사라와 세라를 바라봤다.

마치 먹이를 노리고 있는 독사와 같은 음흉한 눈빛으로.

“어, 어째서 당신이?”

드물게도 세라의 얼굴에 놀람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시작의 대륙에 있어서는 안 될 강자가 자신들의 눈앞에 나타났으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