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81화 (81/318)

# 81

< 내 언데드 100만 >

제81화  노예 상단 습격 (1)

‘그래도 오랜만에 본다고 생각하니 반갑기는 하네.’

어찌되었든 그녀들은 미녀들이었으니까.

디아나와 셀라스틴도 미녀들이긴 했지만, 그녀들은 어딘가 모르게 위험한 구석이 있었다.

그 때문에 언제나 긴장을 하고 있어야 했다.

특히 디아나의 경우는 한성이 주도권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에 반해 사라와 세라는 대하기가 쉬웠다.

“바보 언니! 정말 너무 하지 않아? 방문자님은 왜 나만 못살게 구는 거야? 내가 작아서? 역시 내가 작아서 그런 거야?”

그때 세라의 목소리가 한성의 귓가로 날아들었다.

세라는 한성에게 등을 보이고 있는 위치에 앉아 있었다.

“…….”

한성은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눈앞을 바라봤다.

이미 거하게 한잔한 듯 세라가 붉어진 얼굴로 흑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며 사라에게 푸념을 늘어놓고 있었다.

세라의 맞은편에서는 사라가 고양이 귀를 팔락팔락거리며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술을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고.

“언니는 어떻게 생각해? 하긴 언니는 상관없겠다. 그렇게 큰 게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세라는 사라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꺅!”

갑작스러운 세라의 행동에 사라는 깜짝 놀라며 몸을 뒤로 물렸다.

“세라, 너…….”

그러다 고개를 치켜들며 세라에게 한 소리 퍼부으려고 하던 사라는 건너편에 있는 한성과 눈을 마주쳤다.

한성은 사라를 향해 한쪽 눈을 찡그리며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조용히 하라는 의미였다.

사라는 다시 자세를 가다듬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사이 한성은 세라의 등 뒤에 다가가 있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언제나 존댓말을 하던 세라는 술에 취한 채 한성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았다.

“나쁜 사람. 맨날 나만 괴롭히고…… 내 맘도 모르는 로리콘!”

유난히 로리콘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며 세라는 고양이 꼬리로 의자를 탁탁 쳤다.

그런 그녀의 푸념에 한성은 골치가 아픈 듯 이마에 손을 대고 있었으며, 사라는 아예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한성이 세라를 매일매일 괴롭히는 변태 로리콘이라고 생각하리라.

한성이 세라와 함께 있었던 기간은 고작해야 매드니스 도적단에서 구출했던 날을 포함해도 이틀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골치가 아파져 오려는 머리를 잠시 진정시킨 한성은 정신없이 맥주를 퍼마시고 있는 세라의 등  뒤에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할 말은 이제 다 했나?”

“히끅?”

갑작스럽게 한성의 목소리가 들리자 세라는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 오셨어요?”

한성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세라의 말투는 다시 존댓말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긴장한 듯 고양이 꼬리와 귀가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어, 언제……?”

“‘내가 작아서?’라고 말하는 부분부터.”

“……!”

한성의 대답에 세라는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미, 미안해요!”

결국 세라는 의자를 박차며 뛰어나갔다.

아마도 부끄러웠으리라.

고양이처럼 날렵한 움직임으로 주점 안에 있는 의자와 테이블들을 피하며 세라는 밖으로 뛰어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술을 마신 흔적이 역력히 남아 있었다.

평소보다 이동 속도가 좀 느렸으며, 가끔씩 비틀거리기도 했으니까.

오히려 술을 진탕이 되도록 마시고도 의자와 테이블을 피해 도망가고 있는 게 용할 정도였다.

“라이. 잡아 와.”

크와아앙!

순간 한성의 옆에서 라이가 푸른빛과 함께 소환되었다.

라이는 쏜살같이 튀어나가며 의자와 테이블을 박찼다.

라이가 지나간 의자와 테이블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덩치에 비해서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가벼운 몸놀림이었다.

사뿐사뿐 의자와 테이블을 즈려밟으며 라이는 순식간에 세라를 따라잡았다.

미처 세라가 주점 밖으로 뛰쳐나가기도 전에 붙잡힌 것이다.

라이는 세라를 들어 옆구리에 끼었다.

그러자 세라는 비명을 내질렀다.

“꺄아악! 개! 싫어!”

크르르릉.

라이도 자신의 옆구리에서 발버둥치는 세라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한성의 명령대로 세라를 옆구리에 끼운 채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잘했어.”

한성은 세라를 붙잡아 온 라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크릉크릉.

그러자 라이는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냈다.

“그럼 이제 이야기 좀 들어볼까?”

한성은 의자 한쪽에 짱 박혀 있는 세라와 술을 홀짝거리고 있는 사라를 바라봤다.

“타깃은 어디서 뭘 하고 있길 래 너희들은 여기서 술을 마시고 있는 거지?”

“건너편에서 영업 중. 우린 그걸 감시 중이고.”

“술을 퍼마시면서?”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한성은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한 사라를 보며 말했다.

감시를 한다면서 술을 마시고 있다니?

현실이었으면 근무태만이었다.

“아니, 그게…….”

사라는 고개를 돌리며 볼을 긁적였다.

“머릿속이 항상 폭발하고 있는 너는 둘째치고 쟤는…….”

한성은 테이블 위에 뻗어 있는 세라를 바라봤다.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사라와 세라가 마셨을 거라 추정 되는 술병들이 놓여 있었는데, 둘 다 합해 봐야 2병이 채 되지 않았다.

“원래는 조금만 마시려고 했는데 말이야. 세라가 술이 약하다는 걸 깜박했지 뭐야. 같이 마신 적이 별로 없어서.”

“그래서 술도 마시지 못하는 애한테 강제로 먹인 거냐?”

“응!”

사라는 한성을 향해 눈부신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사라의 머리 위로 한성의 촙이 날아들었다.

빡!

“아파!”

사라는 머리를 감싸 쥐며 쓰러졌다.

그리고 그녀의 고양이 귀는 축 늘어졌다.

“잘하는 짓이다.”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요컨대, 노예 상인을 감시하기 위해 건너편에 있는 주점에 왔다가 술을 한잔했다는 말이 아닌가?

아무래도 주점이다 보니 술을 시켰다가 한잔 마신 듯 했다.

세라는 마시지 않으려고 했지만, 사라가 억지로 마시게 한 모양이고.

술에 강한 사라는 멀쩡했지만, 술이 약한 세라는 서너 잔 정도 마시고 나서 취해 버린 것이다.

“일에 차질은 없겠지?”

“물론.”

‘불행 중 다행이군.’

사라와 세라, 한성의 목적은 노예 상인이다.

그녀들이 술을 마시든 뭘 하든 제대로 일만 해 두었다면 아무 문제없었다.

“일정에 변동은 없어. 예정대로 내일 자이렌 항구 도시로 출발할 거야.”

한성의 질문에 사라는 술술 대답했다.

확실히 사라와 세라는 한성이 네로폴리스 도시에 갔다 오는 동안 대상에 대해 조사를 착실히 해 두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럼 기다리는 것만 남았나?”

“응.”

아직 자잘한 준비들을 해야 하지만, 노예 상인이 플로렌스 도시에서 자이렌 항구 도시로 가는 걸 기다리기만 되었다.

어차피 노예 상인이 플로렌스 도시를 나가야 한성들이 행동을 취할 수 있을 테니까.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내일 행동한다. 차질 없이 준비해 둬.”

“맡겨 두라고.”

한성의 말에 사라는 고양이 귀를 쫑긋쫑긋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 있는 맥주잔처럼 큰 술잔을 들어 올렸다.

“술은 이제 금지야.”

한성은 재빨리 사라의 술잔을 가로챘다.

“……?”

순간 한성은 이상함을 느꼈다.

술의 색과 향이 남달랐던 것이다.

‘이거 설마?’

한성은 아주 살짝 술맛을 봤다.

그리고 물끄러미 사라를 내려다봤다.

사라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잘 불지도 못하는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그런 사라의 머리에 한성은 또 다시 촙을 날렸다.

“넌! 앞으로! 영원히! 술 금지다! 이 폭탄마야.”

빡! 빠악! 빠아악!

“아, 아파!”

사라는 다시 머리를 감쌌다.

사라가 마시고 있던 술은 다름 아닌 폭탄주였던 것이다.

그것도 도수가 강력한 걸로.

그렇게 사라는 한성에게 머리 촙을 당하며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       *       *

다음 날.

플로렌스 도시 밖 숲속의 비포장 도로.

그곳에 다섯 대의 행상인 마차들이 천천히 가고 있었다.

상단 규모는 그럭저럭 작지도, 크지도 않았다.

그리고 마차 주위에는 호위 병력으로 보이는 용병들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저건가?”

숲속의 풀숲에 숨어 상단 행렬을 바라보고 있던 한성은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예.”

한성의 질문에 세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다섯 대 중에서 중앙에 있는 마차가 타깃이에요.”

“확실히. 한눈에 알겠군.”

한성은 짧게 혀를 찼다.

다섯 대의 마차 중 유난히 중앙에 있는 마차가 눈에 띄었던 것이다.

하긴 그럴 수밖에.

중앙에 있는 마차는 황금 장식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으며, 크기도 남달랐으니까.

황금 마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 앞으로 조금 남았군.’

한성은 어둠이 짙게 드리우기 시작하는 숲속을 둘러보며 때를 기다렸다.

지금 사라와 세라, 한성이 매복하고 있는 숲은 자이렌 항구 도시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였다.

그 때문에 하룻밤은 야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가 가장 기습하기 좋은 시기였으며,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야영을 하기에 편한 공터가 나온다.

야영 장소로 최적인 곳이었다.

분명 노예 상인이 있는 상단 행렬도 그곳에서 야영을 하려고 할 터.

‘그때가 작전 시작이다.’

한성은 씩 미소를 지었다.

함정까지 준비해 두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정도로 시간은 많지 않았다.

플로렌스 도시에서 지금 있는 지점까지 왔다 갔다 하는데 하루가 넘게 소모되니 말이다.

그렇게 사라와 세라, 한성은 노예 상인의 상단 행렬이 야영을 하는 걸 기다렸다.

얼마 후, 그들은 사라와 세라, 한성이 예측한 야영 지점에 도달했다.

하지만…….

“……?”

상단 행렬이 야영 지점을 그냥 통과해 버리는 게 아닌가?

그때 황금 마차에서 창문이 벌컥 열리더니 살이 뒤룩뒤룩 찐 상인이 고개를 내밀었다.

“뭣들 하는 거야? 오늘 밤 안으로 자이렌 항구 도시에 도착해야 된다는 거 몰라? 이래 가지고 언제 도착하려고?”

‘저 돼지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거야?’

한성은 기가 막힌 얼굴로 황금 마차 속에 있는 돼지 상인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건 사라와 세라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야영을 하지 않고 오늘 밤 안에 자이렌 항구 도시로 가겠다니!

“별수 없군.”

상단 행렬의 속도가 높아졌다.

이대로 있으면 눈 뻔히 뜨고 표적인 노예 상인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플랜 B로 간다.”

한성의 말에 사라와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그녀들과 함께 한성은 노예 상인이 있는 상단 행렬의 옆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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