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80화 (80/318)

# 80

< 내 언데드 100만 >

제80화  디아나의 선물

“마스터~”

“어라. 루루.”

한성이 있는 침실 방에서 뿅 하고 나타난 루루는 디아나를 향해 날아와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어제 그렇게 붙어 있더니 오늘도 그러고 싶니?”

“넹!”

디아나의 말에 루루는 귀엽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루루를 대하는 디아나의 얼굴은 어머니의 표정이었다. 그녀는 루루를 딸처럼 따스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디아나와 루루는 서로 얼굴을 부볐다.

어젯밤에 술을 마실 때부터 서로 그러고 있었는데 지금도 그러고 있었다.

‘사이가 진짜 좋네.’

어떻게 보면 언니와 동생처럼, 어떻게 보면 어머니와 딸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그만큼 디아나가 루루를 아끼고 있다는 뜻.

‘절대로 루루를 울리지 말아야지.’

그렇게 한성은 다시 한 번 다짐을 했다.

“그, 그래서? 내 방에는 무슨 용무로?”

“……?”

한성의 말에 디아나와 셀라스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어제 너무 마셔서 기억이 잘…….”

“저도요.”

‘그러고 보니 나도…….’

순간 한성의 방 안 분위기가 축 늘어졌다.

어젯밤 술을 마구 마신 탓에 다들 기억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기억이 있다고 해도 단편적으로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으윽.”

그리고 뒤늦게 숙취를 느끼기 시작한 건지 다들 이마를 부여잡았다.

“일단 좀 더 쉬어야겠군.”

“저도요. 디아나 님.”

디아나와 셀라스틴은 다시 한성의 양옆에 누웠다.

“자, 잠깐.”

그녀들의 행동에 한성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지금 그녀들은 얇은 속옷만 입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루루도 같이 잘래요!”

그때 루루도 디아나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위, 위험하다.’

이대로 계속 침대에 있다가 디아나와 셀라스틴에게 무슨 짓을 당할지 알 수 없었다.

한성은 그녀들에게 탈출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럼 난 이만…….”

“어딜 가려고.”

“같이 잘 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아니다. 트레인.”

침대 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한성의 손목을 디아나와 셀라스틴은 양쪽에서 붙잡았다.

“아니, 잠깐…….”

은근히 기대감이 깃들어 있는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디아나와 셀라스틴.

“어젯밤처럼 뜨거운 시간을 보내자꾸나.”

“뜨거운 시간은 무슨!”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는 디아나의 말에 한성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어젯밤에 다 같이 술을 마시고 뻗었으면서 그런 말을 하다니.

한성은 자신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디아나와 셀라스틴의 손에서 살짝 힘이 빠지자 얼른 팔을 뒤로 뺐다.

‘누굴 속이려고.’

한성은 디아나를 바라봤다.

한성을 바라보고 있는 디아나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머물러 있었다.

디아나가 유혹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거기에 넘어갈 수 없었다. 그녀는 한성을 끊임없이 시험하고 있었으니까.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한성은 뒤로 물러난 것이다.

1명 빼고.

“아, 트레인.”

붉게 달아오른 몽롱한 얼굴로 셀라스틴은 한성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발정 난 들개 한 마리도 있었지.’

한성은 자신을 바라보는 셀라스틴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디아나가 한성을 시험하기 위해 마치 유혹을 하는 듯 마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에 반해, 셀라스틴은 진심이었다.

‘여기서 코 꿰일 순 없지.’

“루루. 이리와.”

일단 한성은 루루를 불렀다.

이런 위험한 여성들 사이에 아직 순진한 루루를 놔둘 수 없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루루가 서큐버스라는 사실을 외면했다.

“마스터?”

디아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얼굴을 부비고 있던 루루는 한성의 부름에 고개를 들었다.

디아나의 품속이 좋았던 모양인지 루루는 반쯤 졸린 표정이었다. 그런 루루가 귀여운지 디아나는 살풋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네 마스터가 질투하는 것 같구나. 가 보렴.”

“헤헤. 넹.”

루루는 마치 어리광 부리듯 얼굴을 디아나의 얼굴에 한 차례 부빈 후, 힘차게 날아올랐다.

파닥파닥.

“마스터~”

루루는 한성을 향해 두 팔을 내밀고 등에 달린 작은 날개를 열심히 파닥거리며 날아왔다.

한성은 가슴팍으로 날아든 루루를 안전하게 받았다.

“헤헤. 마스텅.”

루루는 한성의 가슴에 볼을 부비며 눈을 감았다.

한성의 품속에서 잠이 든 것이다.

그렇게 루루를 가슴에 안은 한성은 디아나와 셀라스틴을 바라보며 한마디 던졌다.

“이제 뜨거운 시간은 너희들끼리 보내면 되겠군.”

그 말을 끝으로 한성은 루루를 데리고 방문으로 향했다.

“앗, 트레인.”

뒤늦게 셀라스틴이 아쉬운 목소리로 한성을 불렀다.

하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루루와 함께 방을 나갔다.

“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 버리는 한성의 행동에 셀라스틴은 뜨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방치 플레이도 나쁘지 않아.”

한성이 방에서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셀라스틴의 얼굴은 조금 전보다 더 달아올라 있었다.

그때 셀라스틴의 하얀 얼굴을 따스하고 가느다란 초콜릿빛 손가락이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디, 디아나 님?”

손가락의 주인은 디아나였다.

그녀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셀라스틴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은 후 점점 손을 아래로 내렸다.

꾸욱꾸욱.

“아, 아앗.”

속옷 바로 위 가슴에서 느껴지는 디아나의 손길에 셀라스틴은 몸을 움찔움찔거리며 신음 소리를 흘렸다.

“앗. 거, 거긴…….”

순간 셀라스틴의 몸이 한 차례 크게 떨었다.

디아나의 손가락이 셀라스틴의 가슴 중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런 셀라스틴의 귀에 디아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트레인의 말대로다. 즐거운 시간을 즐겨보자꾸나.”

“아, 디아나 님.”

잠시 후, 한성의 방에서 셀라스틴의 신음이 끊임없이 메아리쳤다.

*       *       *

그날 오후.

달빛 주점 집무실에서 한성은 다시 디아나와 마주했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군.”

“역시 그래 보이나? 그대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냈거든.”

디아나는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팔과 어깨, 가슴이 반쯤 드러나 보이는 파격적인 디자인의 옷을 입고 있는 디아나의 초콜릿색 피부는 밝은 윤택이 돌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전체적으로 디아나는 한 몇 년 정도는 더 젊어 보일 지경이었다.

“과연. 그래서 들개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군.”

회춘한 것처럼 보이는 디아나의 모습에 한성은 혀를 찼다.

“그대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야.”

디아나는 뜨거운 눈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한성은 코웃음을 쳤다.

“마음에도 없는 말은 하지말지?”

“어라, 거짓말은 아니야. 반 정도는.”

한쪽 눈을 찡그리며 디아나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즉 반은 진심, 반은 농담이라는 소리다.

‘정말 테오도르를 유혹한 건 아니겠지?’

한성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디아나를 바라봤다.

테오도르에게 있어 디아나는 스승이었으며, 부모라고 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디아나가 그를 보살펴 왔으니까.

그런 디아나에게 테오도르는 일그러진 사랑을 가졌고, 결국 최후에는 넘어서는 안 될 선까지 넘었다.

마족에게 영혼을 팔아 버렸으니까.

“뭔가 실례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군.”

그때 디아나가 한성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눈치 하나는 빠르다니까.’

“아니, 아무것도. 나 말고도 다른 남자들을 이렇게 유혹하고 있나 싶어서.”

“어라, 그게 질투?”

“아니야!”

디아나의 말에 한성은 바로 소리쳤다.

그러자 디아나는 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건 그대뿐이니까. 테오도르에게도 그러지 않았지. 그 아이는 자식과 같았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디아나의 눈빛이 깊어졌다.

테오도르와 함께했던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한성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 영감탱이를 아이라고 하다니. 역시 엘프는 엘프군. 대체 그녀는 몇 살일까?’

자수정에 봉인되어 있던 30년이라는 세월을 빼더라도 분명 디아나의 나이는 상당하리라.

한성은 디아나의 나이가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괜히 물어 봤다가 본전도 찾지 못할 것 같았으니까.

“아무튼 날 왜 불렀지?”

한성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원래 한성은 오후가 되면 플로렌스 도시로 출발하려고 했다.

그런데 디아나가 출발하기 전에 보자고 해서 집무실에 온 것이다.

“그대에게 전해 줄 것이 있다.”

“전해 줄 거?”

디아나의 말에 한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자신에게 무엇을 주겠다는 말인가?

“뭐, 시작의 대륙에서 100레벨을 넘기고, 3차 전직을 할 자격을 가지게 된 기념으로 내가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선물?”

의아한 표정이던 한성의 얼굴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변했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여전히 의심을 못 버리고 있는 한성의 말에 디아나는 살짝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셀라스틴의 마음을 빼앗은 남자답군. 대가 없는 선물은 받지 않겠다고 하다니.”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단지, 디아나에게 선물을 받았다고 또 무슨 귀찮은 일이 생길지 걱정될 뿐.

“실은…….”

역시나 디아나는 한성에게 무언가 부탁할 게 있는 모양이었다.

“자이렌 항구도시에 있는 레일라의 엔젤스타 카페를 조사해 줬으면 한다.”

‘그럼 그렇지.’

디아나의 부탁에 한성은 역시나라는 표정을 지었다.

“내 부탁을 들어주면 이걸 주도록 하지.”

“뭔데?”

한성의 물음에 디아나는 말없이 테이블 위에 작은 상자를 올렸다.

한성은 작은 상자를 손에 쥐었다.

그러자 안내 메시지가 한 줄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소환수가 봉인되어 있는 상자를 획득하셨습니다.]

“이, 이건?”

디아나가 준 소환수가 봉인되어 있는 상자를 바라보며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한성에게 디아나가 한마디 더 붙였다.

“아, 그리고 앞으로 셀라스틴도 잘 부탁하도록 하지. 조만간 중앙 대륙에서 만나게 될 일이 있을 테니까.”

“뭐?”

한성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디아나를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       *       *

다음날, 늦은 오후.

이전 날 디아나에게서 선물을 받은 한성은 플로렌스 도시로 돌아왔다.

사라와 세라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여긴 변함이 없네.”

사랑과 정열이 춤추는 도시, 플로렌스.

이곳저곳에서 남녀들이 만남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성은 빠른 걸음으로 길거리를 걸으며 세라와 약속한 장소로 향했다.

[술과 함께]

“역시 여기가 마음에 들어.”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른 술집들은 커플들이 많은데다 도수가 낮고 달달한 술들 밖에 없었다.

하지만 술과 함께는 진짜 술을 아는 술꾼들이 마시는 주점이었다.

끼익.

한성은 주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술꾼들이 모인 곳이라 그런지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있는 방문자들과 켈트인들이 보였다.

‘사라와 세라는…….’

주점에 안에 들어간 한성은 주위를 둘러보며 고양이 귀와 꼬리를 가진 묘인족 메이드들을 찾기 시작했다.

‘저기 있군.’

얼마 지나지 않아 주점 구석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두 마리의 고양이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녀들은 여전히 메이드 복 차림이었다.

매드니스 도적단에서 거의 넝마가 된 메이드 복은 입을 수가 없었기에 버렸다.

그 이후 평범한 여행자 옷을 입으면 되지만, 여전히 그녀들은 메이드 복을 고수했다.

메이드 복이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라고 하면서.

사라와 세라 모두 단호하게 메이드 복을 고수하는 건 본 한성은 그냥 그러려니 했다.

현실에서도 다양한 인간들이 있는 것처럼, 가상현실 세계 티르 나 노이도 마찬가지였으니까.

한성은 오랜만에 사라와 세라를 다시 만난다는 사실에 즐거운 마음으로 다가갔다.

그녀들이 지금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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