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
< 내 언데드 100만 >
제79화 한성의 위기
[히든 3차 전직 미션(2): 디아나의 시련]
디아나는 당신을 매우 마음에 들어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당신에게 시련을 부여했습니다.
중앙 대륙에서 Lv130에서 Lv140 사이의 일반 던전을 공략하십시오. 단, 솔플로 클리어하셔야 합니다. 최대 제한 레벨을 초과하면 전직에 실패합니다.
최대 제한 레벨: Lv120.
난이도: A랭크.
보상: 3차 전직을 완료합니다.
‘흠.’
난이도 랭크 A.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최대 제한 레벨인 120을 넘어가면 전직에 실패한다고 하지 않는가?
“반드시 클리어해 주지.”
디아나도 한 번 거쳐 간 길이다.
자신이 못할 리 없었다.
거기다 한성의 직업은 히든 네크로맨서 계열이다.
언데드 소환수들이라면 어떻게 비벼 볼 만했다.
“그럼 이제 흑수정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무엇을 알아낸 거지.”
본래 한성과 디아나는 안드로말리우스의 흑수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잠시 3차 전직 이야기로 샌 것이다.
“흑수정이 중앙 대륙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역시 중앙 대륙 쪽 어둠의 신봉자들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더군.”
“역시 중앙 대륙도…….”
한성의 말에 디아나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안드로말리우스의 흑수정이 중앙 대륙에도 있지 않을까 추측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성이 예상대로 중앙 대륙에서도 흑수정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시작의 대륙에서 어둠의 신봉자들은 흑수정을 이용해 언데드 군단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중앙 대륙에 있는 어둠의 신봉자들은 대체 무슨 목적으로 흑수정을 사용하려고 하는 것일까?
“중앙 대륙 쪽은 상황이 여기보다 심한 것 같아. 아무래도 크기가 크기다 보니 암암리에 유통되는 숫자도 많은 것 같더군.”
“그럼 그들의 목적은? 대체 누가 유통시키고 있는 거지? 어둠의 신봉자들을 움직이고 있는 배후 세력은 찾았나?”
디아나는 한성을 다그치듯 물어왔다.
어둠의 신봉자들과 흑수정의 조합은 디아나에게도 위협적이었다.
그리고 안드로말리우스의 흑수정을 유통시킨 놈은 자신의 제자인 테오도르를 구렁텅이로 유도한 놈이기도 했다.
비록 테오도르가 비뚤어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언데드 군단을 소환해서 도시 하나를 전복시킬 정도로 막나가는 성격이 아니었다.
디아나는 뒤에서 테오도르를 조종한 놈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건 아직이다.”
한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한성은 사라와 세라로부터 안드로말리우스의 흑수정에 대한 실마리를 잡았을 뿐이었다.
그 때문에 아직 월드 히든 미션도 갱신되지 않고 있었다.
보다 자세한 건 중앙 대륙으로 넘어가서 조사해 봐야 했다.
“그런가.”
디아나는 소파에 등을 기댔다.
아직 구체적인 건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동안 예상만하고 있던 사실을 한성이 확인해왔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아직 한성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문제는 더 있어.”
“문제? 무슨 문제?”
한성의 말에 디아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중앙 대륙에서 어둠의 신봉자 놈들과 귀족, 그리고 일부 방문자 클랜들이 손을 잡고 있는 모양이더라고.”
“귀족들과 방문자들이?”
한성의 말에 디아나는 살며시 고운 눈썹을 찌푸렸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여러 세력이 얽혀 있는 것 같더군. 그리고…….”
한성은 조금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사라와 세라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한성은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건…….
“천공섬.”
“……!”
한성의 한마디에 디아나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그래도 지금까지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한성을 대하던 디아나였지만, 천공섬이라는 단어에 경악한 표정을 지은 것이다.
“천공섬이 왜?”
여전히 놀란 표정으로 반문하는 디아나.
천공섬은 얼마 전 오딘 사에서 대규모 업데이트를 하면서 추가한 하늘 섬 대륙이었다.
켈트인들 사이에서는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천공 대륙 혹은 천공섬으로 통하고 있었다.
“어둠의 신봉자 세력이 여러 커넥션을 통해서 천공섬을 공략할 생각인 거 같더군.”
하늘 섬 대륙, 천공섬은 고레벨 방문자들과 클랜이 공략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장소였다.
그런데 그곳을 어둠의 신봉자들이 노리고 있다는 말을 세라로부터 들은 한성은 지금도 반심반의하고 있었다.
‘직접 중앙 대륙에 가서 알아보는 수밖에 없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직접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라의 이야기는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왜냐하면…….
“미트리아 왕국의 크리스토 백작가가 어둠의 신봉자들과 손을 잡고 있다. 정확히는 전(前) 가주인 라이먼이 물러나고, 그의 형인 리차드가 가주 자리에 오르면서 어둠의 신봉자들과 손을 잡았다고 하더군.”
“크리스토 백작가가?”
한성의 말에 디아나는 생각에 잠기는 눈치였다.
미트리아 왕국에서 크리스토 백작가는 제법 영향력이 있는 가문이다.
영지도 상당히 크며, 재력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前) 가주인 라이먼에 대한 평판이 드높았다. 근면 성실한 것뿐만이 아니라 영주민들에 대한 정책이 좋다고 평가되고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영지에서는 말도 안 되는 비율의 세금을 걷어가는 반면에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지는 영지민들에게 무상 급식을 하는 등 복지가 좋았으니까.
그 때문에 주변 귀족들이 시기하고 있는 대상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미트리아 왕국에서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지만 세금을 더 걷어가거나 예산을 삭감하는 바람에 국민들에게 빈축을 산 적도 있었다.
“그리고 아마 신봉자 놈들과 손을 잡고 있는 귀족들은 크리스토 백작가만이 아니겠지. 어쩌면 왕족들과도 끈이 이어져 있을 수도 있어. 거기에 방문자들로 이루어진 클랜들과도 손을 잡고 있는 모양이고.”
“설마 그 정도까지였다니…….”
어둠의 신봉자들이 손을 뻗고 있는 세력은 세라의 말만 들어봐도 상당히 커 보였다.
‘그러니까 월드 히든 미션이겠지.’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어둠의 신봉자들에 대해 조사를 하려면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한성은 시작의 대륙에서 네로폴리스 도시 지부에 해당하는 어둠의 신봉자들을 괴멸 시키는데 큰일을 했으니까.
“내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다.”
할 말을 끝마친 한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둠의 신봉자들에 대한 보고와 히든 3차 전직 미션도 갱신했다.
네로폴리스 도시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끝낸 것이다.
“벌써 가려고?”
자기 볼일을 마친 한성이 바로 가려고 하자 디아나는 아쉽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볼일이 끝났으니 가야지. 해야 할 일도 아직 남아 있으니까.”
“급한 일인가?”
“아니. 아직 여유가 있다.”
이제 한성이 할 일은 나흘 뒤에 있을 노예 상인을 습격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했다.
그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럼 여기까지 왔는데 그대를 그냥 보낼 수는 없지.”
한성의 대답에 디아나는 아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 부하들이 그대를 그리워하더군. 특히 셀라스틴이.”
“…….”
디아나의 말에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서?”
“여기가 어딘지 알고 있겠지?”
디아나의 미소가 점점 더 진해졌다.
“당연히.”
한성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곳은 달빛 속에서 술 한 잔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여전히 이으며 운영하고 있는 술집이었다.
“그럼 그냥 가면 안 되지. 오늘은 밤새도록 마셔 보는 게 어떤가? 그대를 위해서라면 옷을 한 꺼풀이든 두 꺼풀이든 벗을 용의가 있다.”
“지금도 벗을 옷은 없어 보이는데…….”
한성은 물끄러미 디아나를 바라봤다.
지금 디아나의 복장은 그렇지 않아도 노출이 심했다.
풍만한 가슴은 반쯤 드러나 있었으며, 민소매 티와 짧은 스커트를 입고 있는 탓에 매력적인 초콜렛색 피부의 팔과 다리가 다 드러나 있었다.
여기서 옷을 한 꺼풀 혹은 두 꺼풀 벗겠다는 말은 알몸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디아나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런 디아나의 행동에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뭐 오랜만에 마셔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어찌되었거나 디아나의 부하들과 한성은 한배를 타고 어둠의 신봉자들을 전멸시켰다.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그들과 술 한잔을 해도 나쁘진 않을 터.
결국 한성은 디아나의 제안에 찬성하며 주점 1층에 내려가 정신없이 술을 마셨다.
* * *
다음 날.
한성은 눈을 떴다.
숙취는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다.
가상현실 세계도 현실과 다를 바 없이 맛없는 음식은 맛없고, 맛있는 음식은 맛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술을 마시면 취한다.
다만, 신체 능력치가 현실과는 비교도 안 되게 좋다는 사실이 다를 뿐이다.
그 때문에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셔도 숙취는 심하지 않았다.
특히 상태이상 회복 능력이 좋으면 거의 순식간에 숙취는 사라진다.
숙취도 상태이상에 속하는 걸로 설정되어 있었으니까.
“방인가?”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본 한성은 금방 자신이 있는 장소를 알아냈다.
달빛 주점 2층에 있는 침실 중 한 곳이었다.
한성은 상체를 일으켰다.
물컹!
순간 한성은 흠칫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이 감촉은 설마?’
불과 얼마 전에 느껴봤던 부드럽고 따스한 감촉.
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적나라한 느낌이 오른손에서 느껴졌다. 볼록 튀어 나와 있는 부분과 매끄럽고 부드러운 느낌이 직접적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역시 그대는 대담한 남자로군.”
“헉?”
오른 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왼쪽으로 몸을 옮겼다.
뭉클!
“……!”
순간 왼손에서 느껴진 감촉에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른손에서 느껴진 감촉에 비하면 크기가 조금 부족하지만, 이쪽은 탱탱한 느낌이었다.
꽉.
한성은 자기도 모르게 오른손을 움켜쥐고 말았다.
“하아.”
그러자 한성의 왼편에서 들려오는 뜨거운 신음 소리.
“세, 셀라스틴?”
“역시 내가 눈여겨보고 있는 남자로군. 나는 이런 과격한 플레이도 싫지 않다. 상냥하게 해 준다면 더 좋겠지만 말이야.”
‘크헉!’
침대 위에서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살짝 돌리며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말하는 셀라스틴의 모습에 한성은 화들짝 놀라며 반대로 몸을 틀었다.
“호오? 이번에 나를 노리는 건가? 그대는 욕심이 많구나.”
한성의 오른편에 누워 있던 디아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한성의 팔을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겼다.
“윽!”
좌 셀라스틴, 우 디아나.
한성은 자기도 모르게 등 뒤로 식은땀을 흘렸다.
대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한단 말인가?
아무리 봐도 한성에게 도망 갈 곳은 없어 보였다.
그때 한성의 구원 투수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