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
< 내 언데드 100만 >
제78화 히든 3차 전직 미션
‘정말 방심할 수 없는 여자라니까.’
어떻게 보면 유혹을 하고 있는 디아나의 행동에 한성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리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흑수정에 대한 정보를 알아냈다.”
“뭐?”
한성의 말에 디아나의 두 눈이 살짝 크게 떠졌다.
그리고 디아나는 자세를 다시 고쳐 앉으며 물었다.
“뭘 알아냈지?”
“자세히 알아낸 건 아니야. 다만 실마리는 잡았지. 플로렌스 도시 근처에서 도적질을 하는 매드니스 도적단이 어둠의 신봉자들과 얽혀 있더군.”
“매드니스 도적단이?”
한성의 말에 디아나는 생각에 잠겼다.
매드니스 도적단이라면 디아나도 알고 있었다.
디아나 또한 부하들을 통해서 어둠의 신봉자들에 대한 정보를 끌어 모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네로폴리스를 중심으로 주변 도시에 대한 정보도 입수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매드니스 도적단에 대한 정보도 일부 들어왔던 것이다.
“매드니스 도적단의 단장이 안드로말리우스의 흑수정을 가지고 있더라고.”
“단장과 만났단 말인가?”
한성의 말에 디아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매드니스 도적단의 단장은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매드니스 도적단의 단장 카엘과 만나 본 방문자들이나 켈트인들은 없는 걸로 디아나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단장과 만났다니?
“거기다 어둠의 신봉자 간부 놈들이 가지고 있던 흑수정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더군. 그게 진품인지 아니면 레플리카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카엘이 가지고 있던 흑수정과 같은 걸 간부 놈들도 가지고 있었으면 제압하기 힘들었을 거야.”
어둠의 신봉자 간부들은 흑수정에 깃들어 있는 마력을 대부분 언데드 몬스터들을 소환하는데 사용했다.
그 때문에 흑수정을 사용했다고 해도 카엘만큼 강해지지는 않겠지만, 만약 카엘이 사용한 수정구와 같은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상대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
어둠의 신봉자들이 소환한 언데드 몬스터들의 숫자가 늘어난다거나 더 강해질 수 있었으니까.
“그 정도로 강했다는 말이군.”
“맞아.”
디아나의 말에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더 있어.”
“문제? 어둠의 신봉자들보다 더 큰 문제가 있나?”
“어.”
“그게 뭐지?”
디아나는 꼬고 앉아 있던 매혹적인 다리를 풀고 테이블을 손으로 짚으며 한성의 바로 눈앞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녀에게서 기분 좋은 상큼한 향기와 뜨거운 숨이 느껴졌다.
한성은 디아나를 살짝 밀어내기 위해 손을 치켜들었다.
물컹.
‘헉?’
순간 한성의 손에 부드럽고 따스한 무언가가 잡혔다.
“아…….”
한성은 화들짝 놀라며 디아나를 바라봤다.
붉은 루비 같은 디아나의 눈이 요염한 색기를 발하며 빛나고 있으며, 붉은 입술에는 위험한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
‘위, 위험하다!’
디아나에게서 위험을 감지한 한성은 재빨리 변명을 하기 위해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디아나의 행동이 빨랐다.
“그대는 정말 대담하구나. 당당하게 내 가슴을 만지다니.”
디아나와 한성의 얼굴이 매우 가까워졌다.
그녀의 뜨거운 숨결이 볼에 닿아 느껴질 정도로.
“아니, 그게 아니라…….”
“너의 그런 행동 싫지 않아.”
“뭐?”
디아나의 말에 한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응징을 당할지 긴장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것이다.
“상을 주지.”
“……!”
순간 한성은 아찔한 기분을 느꼈다.
자신의 목에 부드럽고 촉촉한 무언가가 와 닿았던 것이다.
“자, 잠깐!”
자신의 목에 키스를 하고 있는 디아나의 행동에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밀쳐내려고 했다.
꽉!
“윽!”
순간 한성은 자기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냈다.
디아나가 자신의 몸을 강하게 붙들며, 목을 깨물었기 때문이다.
“후후훗.”
한성의 목을 한차례 깨 물은 디아나는 부드러운 웃음소리를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무, 무슨 짓을?”
한성은 디아나에게 물린 목을 손으로 붙잡으며 앞을 노려봤다.
디아나는 매력적인 진홍빛 입술을 붉은 혀로 핥으며 한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화를 내지마라. 아니면…….”
붉은 눈을 빛내며 디아나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목이 아니라 입술에 해 주길 바란 것이냐?”
‘쯧. 말렸네.’
디아나의 페이스에 말려든 한성은 속으로 혀를 차며 목을 문질렀다.
아직 목덜미를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키스 마크가 진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장난은 그쯤하지? 흑수정에 대해 알고 싶지 않은 건가?”
“장난이라니. 역시 그대는 셀라스틴의 말대로 여자 마음을 가지고 노는데 일가견이 있군. 어째서 고고한 은빛 늑대 일족인 셀라스틴이 그대를 따르는지 알 것 같아.”
“하?”
한성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고고?
자신을 바라보면서 붉어진 얼굴로 흥분하는 셀라스틴이 고고하다고?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두지? 자꾸 그렇게 나오면 그냥 가 버릴 거야.”
한성은 골치 아픈 표정으로 말했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디아나를 상대하는 건 어려웠다.
하긴, 그럴 수밖에.
겉모습으로 보면 디아나는 20대 후반 정도의 매력적인 여성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나이를 짐작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존재였다.
한성의 입장에서 보면 요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런 디아나의 모습에 자제심을 잃고 넘어간 인물도 있지 않은가?
네로폴리스에서 어둠의 신봉자들을 이끌고 있던 수장, 테오도르가 말이다.
“그대와 나 사이에 섭섭하군. 나의 길을 올바르게 걷고 있는 한 그대의 요구라면 무엇이든지 받아줄 수 있는데 말이야. 무엇이든지.”
무엇이든지 요구를 받아주겠고 말하며 뜨거운 눈빛으로 한성을 바라보는 디아나.
그런 디아나의 붉은 눈은 요사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그 속에 어떤 속마음이 숨겨져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리라.
다만…….
‘난 쉬운 남자가 아니라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과연 속마음까지 그럴까?”
“어라? 난 내 성격이 솔직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테오도르에게는 이런 식으로 대한 적이 없었으니까.”
매력적인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디아나는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흥. 내가 안 봤는데 알 수가 있나.”
하지만 한성은 코웃음을 쳤다.
“그대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
결국 디아나는 한걸음을 물러났다.
그 순간,
화악!
한성의 목덜미에서 검은빛이 터져 나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디아나를 노려봤다.
“이게 무슨…….”
막 소리를 치려고 하는 한성의 입술에 디아나는 부드러운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입을 막았다.
“그대는 3차 전직을 하고 싶지 않은 건가?”
“……!”
디아나의 말에 한성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대가 레벨이 100을 넘었다는 사실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 각인은 3차 전직을 위한 표시이지.”
‘여우같은 년.’
역시 디아나는 만만하게 볼 여자가 아니었다.
한성의 목덜미에 키스 마크를 진하게 남긴 것도, 마치 유혹을 하는 듯, 아닌 듯한 애매모호한 말을 한 것도 전부 한성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다.
“3차 전직이라고? 그럼 이번엔 뭘 하면 되지?”
한성의 질문에 디아나는 위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번에는 중앙 대륙에 가서 던전을 하나 공략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던전 공략?”
던전을 공략하는 거라면 한성으로서는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는 무수한 던전들이 있으며, 그것들을 공략하면 업적이 생기기도 하니까.
하지만 한성은 한 가지 사실이 꺼림칙했다.
‘분명 간단한 일이 아니겠지.’
디아나는 간단하다고 말했지만, 이번에 한성은 3차 전직을 한다.
전승하기 전, 일반 무투가 직업에서 3차 전직을 할 때도 갖은 고생과 노가다 끝에 겨우 전직을 할 수 있었다.
하물며 히든 3차 전직이다.
결코 쉬울 리가 없었다.
“매우 간단하다. 120레벨이 되기 전에 중앙 대륙에서 130레벨에서 140레벨 사이의 던전을 혼자서 하나 공략하면 된다.”
“…….”
순간 한성은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이내 디아나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야! 120레벨이 되기 전에 130레벨에서 140레벨 던전을 공략하라니?”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는 중앙 대륙으로 넘어가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모험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난이도가 시작의 대륙일 때보다 높았다.
몬스터들의 인공지능이나 장비가 시작의 대륙 몬스터들보다 더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시작의 대륙 몬스터들의 전투패턴이나 인공지능은 낮은 편이 아니었다.
다른 게임과 비교한다면 높은 편에 속했다.
그런데 중앙대륙 몬스터들은 그보다 더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작의 대륙에서라면 본래 레벨보다 조금 더 높은 던전이라면 어떻게든 공략할 수 있었다.
장비빨이나 컨트롤빨 등으로 말이다.
하지만 중앙 대륙에서는 그게 좀 힘들어진다.
난이도가 다르니까.
거기다 더욱 큰 문제는 혼자서 던전을 클리어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나마 파티 플레이라면 어떻게 비벼 볼 수 있겠지만, 솔플로 공략하라는 건 사실 무리수에 가까웠다.
거기다 레벨제한도 있지 않은가?
120레벨이 되기 전에 130레벨에서 140레벨 사이의 던전을 공략하라니?
일반적이라면 무리였다.
“왜? 던전 공략에 실패할 것 같아서? 그대라면 충분히 가능할거라고 생각하는데?”
“중앙 대륙 몬스터가 얼마나 강한지 알면서 하는 소리야? 파티 플레이도 아니고 혼자서 10에서 20레벨이 더 높은 던전을 공략하라니…….”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닌가. 그대는 나와 같은 직업을 가진 존재니까.”
“…….”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는 디아나의 말에 일순 한성은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그 말대로 지금 한성은 디아나가 걸어온 길을 뒤따라 걷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당신도 이걸 클리어한 건가?”
한성의 질문에 디아나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물론.”
‘쳇.’
디아나의 대답에 한성은 혀를 찼다.
“좋아. 받아들이겠다.”
[축하합니다! 히든 3차 전직 미션이 갱신되었습니다.]
“그대에게 걸고 있는 기대가 크다. 부디 나를 실망시켜 주지 말았으면 좋겠군.”
디아나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한성을 바라봤다.
그런 그녀의 본심이 무엇인지 한성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생각뿐.
한성은 히든 3차 전직 미션 정보창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