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77화 (77/318)

# 77

< 내 언데드 100만 >

제77화  디아나와 제회

해골 검병들은 당황했다.

자신들이 누구던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멸의 전사다.

불멸의 언데드 군단을 이루는 일각 중 하나인 자신들에게 긍지 높은 하얀 뼈검이 아니라 곡괭이와 삽을 들라고 하다니!

“검검!”

스물다섯 기의 해골 검병들은 항의하는 얼굴로 한성을 향해 하얀 뼈검을 높이 치켜들고 소리쳤다.

마치 폭동이라도 일으키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해골 검병들을 본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등을 돌렸다.

“싫으면 뼈칼로 땅 파든가.”

“검검.”

해골 검병들 중 하나가 엄숙한 표정으로 한성의 어깨를 붙잡았다.

한성의 어깨를 살며시 붙잡고 있는 해골 검병의 얼굴에는 곡괭이와 삽으로 열심히 땅을 파겠다는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그럼 어서 파.”

“검검!”

한성의 말에 해골 검병들은 각자 곡괭이와 삽 중 하나를 들고 땅 위에 널려 있는 철광석이나 스타더스트를 캐기 시작했다.

[철광석 1개가 채취되었습니다.]

[스타더스트 1개가 채취되었습니다.]

[철광석 1개가…….]

얼마 지나지 않아 한성의 시야에 철광석과 스타더스트가 채취되었다는 안내 메시지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좋군.’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디아나를 만나러 네로폴리스 도시에 가기 전, 아크스태프 오브 세이크리드 어비스를 제작하기 위한 재료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 지하 광산 언더마인에 왔다.

대부분 구하기 힘든 재료 아이템들이었지만, 그나마 철광석과 스타더스트는 구하기 쉬웠다.

단지 필요한 양이 많아서 문제지만.

철광석과 스타더스트는 장비 제작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재료 아이템들이다.

장비 제작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금속이 철광석이었으며, 스타더스트는 고온에서 금속 가공변형을 조금 더 쉽게 해 주고 강도와 경도를 올려 주는 역할을 해 준다.

그 때문에 스타더스트는 장비제작에 무조건 들어가는 필수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많은 양이 필요한 편이며, 장비를 강화시킬 때도 필요했다.

카앙! 카앙!

해골 검병들이 열심히 철광석과 스타더스트를 채굴하고 있을 때 한성은 계속해서 해골 병사들을 소환하고 있었다.

최대 100마리까지 소환해서 굴릴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다 채우지는 못하겠지.’

아크스태프 오브 세이크리드 어비스는 히든 성장형 장비였기 때문에 까다로운 재료들뿐이었으며, 철광석과 스타더스트도 많이 필요했다.

일반적으로 장비 제작에 들어가는 철광석과 스타더스트는 수백 개 내외였다.

하지만 세이크리드 어비스는 철광석이 2000개, 스타더스트는 3000개나 필요했다.

끄워어어어!

그때 지하 광산 언더마인 3층을 배회하고 있던 몬스터 세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쯧. 몬스터네.”

한성은 혀를 찼다.

그나마 지금 한성이 있는 자리는 지하 3층에서 나름 명당 자리였다. 몬스터들이 많지 않고 채굴할 수 있는 자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자원인 철광석과 스타더스트뿐이기는 하지만.

지하 광산에는 철광석과 스타더스트뿐만이 아니라 다른 고급 광물들도 많이 있지만, 그런 자리에는 당연히 몬스터들도 많이 있었다.

키야아아아!

해골 검병들을 발견한 좀비 광부들은 곡괭이를 들고 달려들었다. 선공 몬스터들이었기 때문이다.

“검검?”

좀비 광부들의 등장에 해골 검병들은 ‘이게 뭐냐?’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눈에서 푸른 안광을 흘리며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좀비 광부들을 노려봤다.

퍼억!

선두에서 달려오던 좀비 광부 한 마리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15골드짜리 삽을 들고 땅을 파며 스타더스트를 채굴하고 있던 해골 검병 하나가 삽으로 냅다 후려쳤던 것이다.

퍽퍽퍽!

그 후 해골 검병 세 마리가 삽으로 바닥에 쓰러진 좀비 광부 한 마리를 마구 내려쳤다.

[축하합니다. 트레인 님의 해골 검병이 Lv60 돌연변이 좀비 광부를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600 골드를 지급합니다.]

[전승 특전 효과로 보상을 세  배로 받습니다.]

해골 검병들의 다구리에 좀비 광부가 사망하자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잘하네.”

해골 검병들의 활약에 한성은 피식 웃었다.

한편, 해골 검병들은 남아 있는 좀비 광부들을 바라봤다.

끄, 끄어어?

순간 좀비 광부들이 흠칫거리는 것으로 보이는 건 착각인 걸까.

하지만 자신들의 상징인 하얀 뼈칼을 버리고 삽과 곡괭이로 자원 채굴 노가다를 하던 해골 검병들에게 자비란 없었다.

잠시 주춤거리는 듯하던 좀비 광부들을 향해 삽과 곡괭이로 무장한 해골 병사 10마리가 달려들었다.

푹! 퍽퍽! 빠각! 우지끈! 투닥투닥!

잠시 후, 온갖 둔탁한 소음이 울려 퍼지면서 좀비 광부들은 불쌍하게 다구리를 당하며 처리되었다.

“빠르네.”

순식간에 좀비 광부들을 처리하는 해골 검병들을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바라봤다.

그리고 루루와 라이를 소환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한성의 눈앞에서 루루와 라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루루. 넌 해골들을 감독해. 작업 속도 잘 나오게 해골들 속도 버프 좀 걸어 주고.”

“넹~”

한성의 말에 루루는 해골들에게 속도 버프를 걸어 주었다.

그 순간 작업 속도가 꽤 빨라졌다.

“라이. 너는 호위해.”

크릉.

라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성의 옆에서 열중 쉬어 자세로 허리에 양손을 가져다 댄 채 섰다.

이따금 던전을 배회하는 몬스터들이 자원 채취를 방해하러 올 때 좀 더 빨리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해골 검병들이 몬스터들을 처리하느라 빠지면 그만큼 작업 속도가 느려지기도 하니 말이다.

“그럼 난 이제 잔다.”

한성은 근처에서 좀 평평한 곳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잠깐 동안 한숨 잘 생각이었다.

그때 루루가 누워 있는 한성을 향해 달라붙어 왔다.

“마스터~ 루루도 같이 잘래여.”

“루루. 넌 해골들 관리하랬잖아.”

“저도 마스터랑 잘래영.”

한성의 말에도 루루는 품속으로 파고들어 왔다.

결국 어쩔 수 없어진 한성은 고개를 흔들며 루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루루는 숨을 고르게 내쉬며 꿈나라로 떠났다.

그리고 한성도 이내 루루와 함께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       *       *

[철광석 617/2000, 스타더스트 1020/3000.]

“흠. 딱 예상대로네.”

루루와 함께 한숨 푹 잔 한성은 해골 검병들이 채취한 철광석과 스타더스트를 확인했다.

해골 병사들은 후들거리는 뼈다귀 몸으로 세이크리드 어비스 제작에 필요한 철광석과 스타더스트를 약 3분의 1정도 채굴했다. 그 덕분에 주변 일대에 존재하던 철광석과 스타더스트들은 이제는 흔적만 남아 있었다.

‘언제 철광석이랑 스타더스트를 다 모을지.’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채굴 속도 자체는 적당했다.

다만 채굴 가능한 개수가 문제였다.

그 때문에 한성은 딱 100마리만 해골 병사들을 운용한 것이다.  100마리의 해골 병사들로 채굴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 일대의 철광석과 스타더스트는 씨가 말라 버렸으니까.

지하 광산 3층의 다른 곳으로 가면 되겠지만, 여기 말고는 배회하고 있는 몬스터들이 꽤 있는 데다가 다른 방문자들도 있었기 때문에 채굴하는데 방해가 되었다.

“이제 슬슬 가 봐야겠군.”

밤이 늦어지기 전에 한성은 네로폴리스 도시에 갈 생각이었다. 이미 해골 병사들은 전부 소환 해제했으며, 아직 쓸 만한 곡괭이와 삽들도 전부 회수했다.

한성은 라이와 루루를 데리고 지하 광산 언더마인을 나왔다.

중간중간에 방문자들이 라이와 루루를 신기한 듯 힐끔힐끔 봤지만 별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지하 광산 언더마인을 벗어난 한성은 라이와 루루를 데리고 네로폴리스 도시로 향했다.

*       *       *

“여기도 오랜만이네.”

늦은 저녁 시간.

네로폴리스 도시에 도착한 한성은 바로 달빛 속에서 술 한 잔 주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본래 그곳은 스캐빈져 클랜인 페스틸렌스가 아지트로 삼고 있었지만, 네로폴리스 도시에서 있었던 언데드 군단의 침략 이벤트 이후 다른 도시로 이동해 갔다.

그 덕분에 디아나와 그녀를 따르는 부하들은 달빛 주점을 아지트로 삼아서 활동하고 있었다.

끼익.

달빛 주점에 도착한 한성은 안으로 들어갔다.

달빛 주점은 예전과 별다를 바 없었다.

“앗!”

그때 누군가가 깜짝 놀란 소리를 지르는 소리가 한성의 귀에 날아와 꽂혔다.

“너, 너는!”

가느다란 미성이 기쁜 듯, 놀란 듯 달빛 주점 안에서 울려 퍼졌다.

한성은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봤다.

카운터에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허리까지 길게 내려오는 차가운 은색의 머리카락과 숲속 같은 초록색 눈, 그리고 볼륨감 넘치는 아찔한 몸매의 미녀.

살짝 붉어진 얼굴로 늑대 귀를 쫑긋쫑긋거리고 있는 셀라스틴이 달빛 주점 카운터에 있었던 것이다.

“또 나를 괴롭히려고 온 거냐!”

셀라스틴은 한성을 보더니 흥분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말에 한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되받아쳤다.

“그건 또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야?”

“개 풀…….”

셀라스틴은 흥분한 표정으로 몸을 떨며 말했다.

“과, 과연 내가 인정한 남자답군. 자랑스러운 은빛 늑대 일족인 나에게 암캐라고 말하는 것도 모자라 풀이나 뜯어 먹는 지조 없는 여자라고 돌려서 말할 줄이야.”

“…….”

한성은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셀라스틴을 바라봤다.

대체 자신의 말을 어떻게 들어야 저런 식으로 해석한단 말인가?

‘어째 내 주위에 있는 여자들은 성격이 왜 이런 거지?’

한성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헛소리는 집에 가서 하고, 디아나는 어디 있지?”

“역시 너한테는 소질이 있어. 이 뒤는 집에 가서 하자. 기대하도록 하지. 따라와라. 마스터는 3층에 계신다.”

셀라스틴은 한성을 데리고 3층으로 올라갔다.

그 뒤를 따르는 동안 한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셀라스틴에게 씨알도 안 먹힌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내가 그냥 말을 말아야지.’

자신의 앞에서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늑대 꼬리를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거리고 있는 셀라스틴의 등 뒤를 바라보며 한성은 깊은 한숨을 토해 냈다.

*       *       *

달빛 주점 3층에 있는 디아나의 집무실.

그곳 중앙에 있는 테이블을 중심으로 좌우에 있는 소파 위로 한성은 편하게 앉아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구나. 트레인.”

한성의 맞은편에서 디아나도 짧은 스커트 아래로 훤히 드러나 있는 초콜릿색 피부의 매혹적인 다리를 꼬며 앉았다.

그녀의 매혹적인 다리에 자꾸만 가려고 하는 시선을 붙잡으며 한성은 디아나를 바라봤다.

화려하게 빛나는 은색 머리카락과 위험하게 빛나고 있는 붉은 두 눈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강조하면서 디아나는 매력적인 붉은 입술로 한성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치 한성을 유혹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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