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76화 (76/318)

# 76

< 내 언데드 100만 >

제76화  지하 광산 언더마인

“여, 여기서 방문자님의 욕구를 풀어 드릴까요?”

“……?”

순간 한성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세라를 바라봤다.

“그건 또 무슨 고양이 풀 뜯어 먹는 소리야?”

“조, 조금 전 말하셨잖아요. 요, 욕구를 해결해 주면 우리들을 도와주신다고요.”

“내가?”

끄덕끄덕.

한성의 반문에 이번에는 사라가 열렬히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

한성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욕구라니?

자신은 분명 요구라고 하지 않았던가?

대체 뭘 어떻게 곡해해서 들어야지 저런 해석이 나온단 말인가?

“대체 너희들의 머릿속에는 내가 어떤 이미지로 박혀 있는 거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여기 애도 있는데.”

한성은 루루를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아…….”

눈앞에 있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한 루루를 바라보며 사라와 세라는 얼굴을 붉혔다.

미처 아직 나이가 어린 루루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깜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루루가 팔다리를 흔들며 소리쳤다.

“마스터. 저도 알 거 다 알아여! 서큐버스거든영!”

‘아, 맞아. 얘, 서큐버스였었지.’

한성은 등 뒤로 식은땀을 흘렸다.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루루의 종족을 깨달은 것이다.

루루가 마족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서큐버스라는 사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중요한 건 루루가 여러 가지 버프와 디버프 스킬을 가지고 있으며, 디아나에게 양도받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절대 울리는 일이 없어야 했다.

디아나로부터 루루를 울리면 각오하라는 말을 들었으니까.

“서큐버스…….”

가늘게 뜬 세라의 눈초리가 찌를 듯이 한성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 손을 들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사라의 눈초리도 날카로웠다.

그뿐만이 아니다.

세라는 이내 조금 전에 한성이 한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 깨달았다.

“설마 이쪽 취향이셨던가요? 그래서 그런 말을…….”

사라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하고, 루루에 비하면 조금 여유로운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가리며 세라는 한성을 바라봤다.

그녀는 루루의 말에서 확신했다.

한성은 작은 가슴 취향이라고!

“아니야!”

즉각 강하게 부정하는 한성.

그런 한성에게 세라는 가늘게 뜬 눈으로 말했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던데…….”

“윽.”

세라의 반격에 한성은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세라는 불과 조금 전까지는 바보 언니를 이용했다는 사실에 한성이 비웃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단지 한성이 작은 가슴 취향이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로리콘.”

“커헉!”

확인 사살과도 같은 세라의 한 마디에 결국 한성은 무릎을 꿇고 말았다.

*       *       *

[히든 연계 미션(1):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애 구출]

미트리아 왕국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애인 이리아 폰 크리스토가 정체불명의 인물들에게 납치되었습니다.

크리스토 백작가의 메이드인 사라와 세라가 이리아 폰 크리스토의 행방을 알고 있습니다.

그녀들과 함께 사라진 이리아의 행방을 조사하십시오.

최소 요구 레벨: 100.

난이도: B랭크.

보상: 10000 골드, Lv100 유니크 등급 보물 상자.

“흠.”

낮에 있었던 소동 이후, 사라와 세라의 의뢰를 받아들인 한성에게 히든 연계 미션이 주어졌다.

최종적인 목표는 미트리아 왕국의 크리스토 백작가 영애를 구출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사흘 뒤에 플로렌스 도시에서 자이렌 항구 도시로 노예 상인이 이동한다는 말이지?”

“네.”

한성의 말에 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한성은 생각에 잠겼다.

‘이리아를 데려간 노예 상인을 족치면 되는 일인가? 너무 간단한데?’

문제는 난이도 랭크가 B라는 사실이었다.

대부분 일반 미션의 경우 D랭크와 C랭크가 훨씬 더 많다.

히든 미션의 경우 난이도가 오르긴 하지만 C랭크가 평균적으로 많은 편이었다.

하물며 연계 미션의 경우 1차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난이도가 B랭크라는 말은 이번 미션이 쉽지 않다는 소리였다.

‘특히 지금 같은 경우는 말이야.’

타이밍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앞으로 나흘 뒤에 플로렌스 도시에서 노예 상인이 자이렌 항구 도시로 간다고 세라가 정보를 물어 왔다.

플로렌스 도시는 치안이 잘 되어 있는 편이라 난동을 부리면 경비병이 달려온다.

아무리 고레벨 방문자라고 해도 경비병들을 상대로 싸우기란 힘든 일이었다.

그 때문에 플로렌스 도시에서 노예 상인을 습격할 수 없었다.

그런데 불과 나흘 뒤에 그 노예 상인이 자이렌 항구 도시로 노예들을 운송한다고 하는 게 아닌가?

사흘을 기다려야 하지만 그 정도쯤이야 얼마든지 기다려 줄 수 있었다.

‘차라리 잘된 일이지. 그사이에 3차 전직을 하면 될 테니까.’

오히려 한성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나흘, 아니 사흘이면 충분히 전직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럼 사흘 뒤 아침에 플로렌스 도시에서 보는 걸로 하지.”

“어디로 가실 생각인가요?”

“잠시 다른 곳에 볼일이 있어서.”

“알겠어요. 그럼 저희들은 플로렌스 도시에 있으면서 동향을 주시할게요.”

“때가 되기도 전에 사고는 치지 말라고.”

현재 노예 상인은 플로렌스 도시에 있다.

사흘 뒤 노예 상인이 자이렌 항구 도시로 가기 전까지, 사라와 세라는 플로렌스 도시에 남아 있을 예정이었다.

그동안 노예 상인의 움직임을 감시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흘 뒤, 노예 상인이 플로렌스 도시를 나서고 적당한 틈을 타서 기습을 하면 될 터.

‘플로렌스 도시에서 항구 도시까지 하루는 걸리겠지.’

달랑 몸 하나만 간다면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

하물며 방문자의 경우는 훨씬 빨리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노예 상인은 여러 물품들, 특히 노예들을 데리고 이동할 예정일 테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현재 한성이 있는 아르센 왕국은 기본적으로 노예 매매를 금지하고 있었다.

불법이었던 것이다.

티르 나 노이에는 노예가 합법인 국가와 불법인 국가가 있다.

하지만 아르센 왕국을 포함한 노예가 불법인 국가에도 노예 상인들은 상당히 많았다.

고위 귀족들이 노예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어두워졌을 때가 가장 적기인가?’

자이렌 항구 도시에 도착하기 전, 노예 상인의 상단은 하룻밤 노숙을 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그에 따른 대비도 해 놓을 터.

그 때문에 한성은 나흘 뒤가 아니라, 사흘 뒤에 보자고 한 것이다.

적어도 하루 전날 한성을 비롯한 사라와 세라도 전투 준비를 해 두어야 할 테니까.

“알겠어요.”

“그건 그렇고…….”

한성은 세라를 바라봤다.

“우리 잠깐 산책 좀 할까?”

그리고 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라와 세라에게는 들어 두어야 할 정보가 있으니 말이다.

*       *       *

사랑과 정열의 도시, 플로렌스.

일단 한성은 묘인족 메이드 소녀들과 함께 플로렌스 도시로 돌아왔다.

하지만 플로렌스 도시에 도착하고 나서 쌍둥이 메이드 소녀들과 헤어졌다.

디아나를 만나러 가기 전 준비할 것도 있었고, 잠시 다른 곳에 갈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일부지만 한성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세라에게서 들어 둔 상태였다.

‘아직 디아나가 네로폴리스 도시에 있다니 다행이네.’

루루를 통해서 현재 디아나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한 결과, 여전히 네로폴리스 도시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래서 네폴로리스 도시에 가기 전, 잠시 다른 곳에 가기 위한 준비를 위해 한성은 지금 잡화점에 와 있었다.

“곡괭이 50개, 삽 50개 주세요.”

“보아하니 혼자인 것 같은데 곡괭이랑 삽을 왜 그렇게 많이 사는 거지?”

한성의 주문에 잡화점 주인인 켈트인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혼자서 살 만한 양이 아니었으니까.

거기다 무기면 또 모르겠는데, 전투와 전혀 상관이 없는 곡괭이와 삽을 50개씩 달라고 하니 놀랄 법도 했다.

“쓸 때가 있어서요. 필요한 인원도 이미 충분히 있고요. 피골이 상접해 있어서 걱정이긴 하지만.”

잡화점 주인의 말에 한성은 씩 웃어 보였다.

그러자 잡화점 주인은 더 이상 가타부타 말없이 곡괭이와 삽을 내주었다.

*       *       *

네로폴리스 도시에서 그리 멀지 않은 평원.

그곳 지하가 한성의 목적지였다.

“휴. 이제 도착했네.”

플로렌스 도시에서 말을 타고 몇 시간 정도 지난 후, 한성은 지하 광산에 도착했다.

각 도시마다 다양한 이동 수단이 있다.

가장 비싼 이동 수단은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해서 가고, 싼 건 당나귀를 타고 간다.

“수고했어.”

한성은 자신이 타고 온 백마의 갈기 털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푸르릉!

목적지에 도착한 백마는 한 차례 울음소리를 내고는 바람처럼 달려가며 사라졌다.

한성이 타고 온 백마는 꽤 상급으로 다리가 빠른 편이었다.

“흠.”

한성은 전방을 주시했다.

지금 한성이 있는 곳은 지하 광산 언더마인 입구였다.

언더마인은 평원에 있는 바위산 아래에 있으며, 입구는 거대한 동굴처럼 보였다.

이 입구를 따라 내려가면 지하 광산 언더마인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입구는 방문자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레벨 60 탱커 구합니다! 성기사, 전사 환영이요!”

“힐러 구합니다! 레벨 50 이상이면 무조건 OK!”

입구에서는 방문자들이 파티원들을 구하고 있었다.

지하 광산 언더마인은 지하 3층까지 이어진 데다가 한 층, 한 층이 일반 던전보다 1.5배 이상 큰 그야말로 대규모 던전이었다.

게다가 광산이라는 이름답게 각층마다 재료 아이템이 주변에 널려 있는데, 특히 장비 제작에 필수인 철광석과 스타더스트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곳에 오는 방문자들의 목적은 자원 채취였다.

하지만 지하 광산 언더마인에서 자원을 채취하려면 던전에서 배회하고 있는 몬스터들을 처리해야 한다.

그 때문에 혼자보다 파티를 맺어서 가는 편이 더 편했다.

하지만 한성은 혼자서 성큼성큼 지하 광산 언더마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그를 주변에 있던 방문자들이 의아한 듯 바라봤지만, 이내 레벨이 높은 플레이어가 자원 채취를 하러 온 것이라 생각하고 신경을 껐다.

한성이 좀 더 천천히 들어갔다면 자신들의 파티에 넣으려고 했겠지만 워낙 빠르게 들어간 터라 말을 걸 틈도 없었다.

[지하 광산 언더마인에 입장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렇게 빠른 걸음으로 던전에 입장하자 안내 메시지가 한성을 반겼다.

캉! 캉!

그리고 주변에서 광석을 캐고 있는 방문자들과 저 멀리서 언더마인에 출몰하는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는 방문자들이 보였다.

‘비교적 사람들이 적은 곳으로 가자.’

던전이 워낙 커서, 입장하는 방문자들의 밀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방문자들은 3층까지 내려가지 않는다.

거기다 3층은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는 플로어였다.

보스 몬스터 덕분에 일반 몬스터들도 강하다.

대부분 광석을 캐러 오는 방문자들로서는 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성은 단숨에 3층까지 내려왔다.

“이쯤이 좋겠군.”

한성은 씩 미소를 지었다.

3층에서도 외곽진 구역인지라 방문자들도, 몬스터들도 없었다.

그래선지 주변에는 철광석과 스타더스트들이 널려 있었다.

한성은 스킬을 시전했다.

“시체 소환.”

한성의 눈앞에 시체 5구가 나타났다.

시체 소환 스킬을 레벨 5까지 올렸기 때문이다.

“해골 병사 소환.”

퍼퍼펑!

시체 5구가 터지며 해골 검병 25마리가 나타났다.

해골 병사 소환 스킬도 레벨이 5가 되었기 때문에 시체 1구에서 5기까지 소환할 수 있었다.

“검검.”

해골 검병들은 한성을 바라보며 묵직한 소리를 냈다.

자신들은 이미 무슨 일이든 준비되어 있다는 의미로.

그 모습에 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투두둑.

순간 한성과 해골 검병들이 있는 바닥에 곡괭이와 삽들이 떨어져 내렸다.

플로렌스 도시 잡화점에서 한성이 구매한 곡괭이와 삽들이었다. 무려 개당 15골드나 주고 산 것들이다.

“들어. 땅 파. 그게 오늘 너희들이 할 일이다.”

한성은 해골 검병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검검?”

한성의 명령에 해골 검병들의 하얀 해골 뒤통수에서 식은땀을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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