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75화 (75/318)

# 75

< 내 언데드 100만 >

제 75 화  어마어마한 착각

“이 여자가 왜 여기 있는 거야?”

한성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자신의 옆에 누워 있는 여성을 바라봤다.

가끔씩 움찔움찔거리고 있는 귀여운 고양이 귀.

그리고 침대 위로 치렁치렁하게 흩어져 있는 붉은 머리카락.

시선을 뗄 수 없는 아찔한 볼륨의 가슴.

한성의 옆에 누워 있는 인물은 다름 아닌 미트리아 왕국 크리스토 백작가의 묘인족 메이드 여성인 사라였다.

“흐응.”

그때 사라가 잠꼬대를 하며 한성을 향해 달라붙었다.

달콤한 향기가 한성의 코를 간질이고 속옷차림의 풍만한 가슴이 압박을 가해 온다.

“…….”

한성은 조용히 침묵했다.

머릿속에서 108번뇌가 엄습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덮쳐! 덮쳐! 남자라면 이럴 때 덮쳐야지!’

‘안 돼! 너는 신사라고! 이럴 때 일수록 이성을 유지해야 돼!’

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한성은 잠시 번민에 빠졌다.

하지만 한성의 고뇌는 길지 않았다.

스으윽.

침대 발치에서 작고 귀여운 무언가가 올라왔으니까.

“마스텅. 뭐하세영?”

‘흐어어어억!’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한성은 가까스로 입 밖에서 튀어나오려고 하는 비명을 삼켰다.

침대 발치에서 귀여운 곰 옷을 입고 있는 루루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었던 것이다.

“루루 있었니? 언제 나왔데?”

“방금 전에 왔어영.”

루루는 방글방글 웃으며 대답했다.

아마 한성이 티르 나 노이에 접속한 걸 알고 알아서 나타난 모양이었다.

루루는 한성이 직접 소환하지 않아도 나타날 수 있었다.

소환 중에도 한성의 마나를 소모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 점에서 보면 라이도 마찬가지였지만, 라이의 경우 한성이 직접 불러야 했다.

“우응?”

그때 한성의 품에서 자고 있던 사라가 눈을 뜨기 시작했다.

“……?”

눈을 뜬 사라는 한성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의 행동을 보고 있자니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올라 있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일어났냐?”

심드렁한 얼굴로 한성은 사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한성의 속은 안도감과 아쉬움으로 뒤섞여 있었다.

“꺄아아아악! 변태!”

순간 사라가 비명을 지르며 한성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이제야 지금 상황을 이해한 것이다.

“변태! 치한! 강간마! 나 이제 시집 못 가, 흐아아앙!”

사라는 한성을 향해 여관방에 있는 온갖 물건들을 집어던졌다. 베게가 날아다니고, 이불이 날아다녔다.

그뿐만이 아니라 사라의 메이드 복도 날아다니고, 여관방에 있던 책들까지도 날아다녔다.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루루의 눈도 빛나고 있었다.

“크왕크왕!”

루루는 침대 위로 올라가더니 곰 춤을 추며 소리쳤다.

“흐아아앙!”

덥썩!

그때 사라가 울면서 루루를 손으로 붙잡았다.

작은 체구의 루루.

그 때문에 붙잡기도 쉽고 가벼웠다.

“오오오.”

사라의 손에 붙잡혀 들려지자 루루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부웅!

“루루!”

사라가 루루를 집어 들고 던지자 한성은 놀라며 루루를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펄럭펄럭!

귀여운 곰 옷을 입고 있는 루루의 등에 검은 피막 같은 날개가 활짝 펼쳐지는 게 아닌가?

“캬오오오.”

루루는 귀엽게 괴성을 지르며 검은 날개를 펄럭이면서 여관방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_<]

이에 질세라 한성의 그림자 속에서 틴달로스도 튀어나왔다.

형체가 없는 틴달로스는 꼬물꼬물거리면서 머리 위에 귀여운 이모티콘을 띄웠다.

“…….”

‘이건 뭐 완전 난장판이로세.’

열심히 온갖 물건들을 집어던지는 사라와 여관방 천장을 빙글빙들 날아다니는 루루, 그리고 틴달로스마저 분위기에 동조해 다양한 이모티콘들을 띄우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한성의 수난은 이제 시작이었다.

왜냐하면…….

“익스플로…….”

상급 폭발 마법 익스플로전을 사라가 시전하려고 한 것이다.

“안 돼!”

퍼엉!

하지만 한성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여관방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말았다.

*       *       *

“죄송합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붉은색 머리카락을 왼쪽으로 묶어 올린 사이드 포니테일 스타일과 메이드 복을 입은 사라가 무릎을 꿇고 손을 들고 있었다.

“죄송해요. 설마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그리고 그 옆에는 세라가 고개를 숙이며 한성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옆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사라를 흘낏 바라봤다.

“우으…….”

세라의 시선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파악한 사라의 고양이 귀와 꼬리가 축 늘어졌다.

조금 전 여관방에서 있었던 소란 때문에 한성은 일행들을 데리고 도망쳤다.

네로폴리스라면 또 모를까, 플로렌스 도시에서 사라가 공격 마법을 쓴 것이다.

기본적으로 일반 도시 내에서는 전투 행위는 금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투 스킬이나 위험한 공격 마법이 시전될 경우, 경비병들이 달려온다.

그 때문에 한성은 일행들을 데리고 도망쳤다.

한동안은 플로렌스 도시에 가지 않는 편이 안전했다.

그리고 지금 한성이 있는 장소는 플로렌스 도시에서 좀 떨어진 필드 안전지대 중 하나인 숲속 공터였다.

이따금 방문자들이 한 명, 두 명 지나갈 뿐인 한적한 곳이었다.

“대체 어떻게 내 방에 들어온 거지?”

한성은 눈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세라를 노려봤다.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서 여관방은 일종의 안전지대다.

프라이빗한 공간이기에 아무나 함부로 들어오지 못한다. 그런데 켈트인인 사라가 들어온 것이다.

“그냥 들어가니까 되던데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순간 한성은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사라와 세라에게는 알아볼 것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들을 파티원으로 등록했었다.

‘망할 파티 등록!’

파티 등록을 한 파티원들끼리는 서로의 여관방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다.

그래서 사라가 한성이 묵고 있던 방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 방에는 왜 들어온 건데?”

골치가 아파진 한성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사라와 세라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그녀들을 지켜본 결과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라는 머릿속에 익스플로전밖에 든 게 없고, 세라는 머리가 잘 돌아간다는 것.’

분명 사라가 자신의 방에 있던 이유도 세라의 사주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했다.

한성의 질문에 세라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사라를 바라봤다. 세라와 다르게 사라에게는 남성들의 시선을 강탈하는 무기가 있었다.

바로 글래머스러운 아찔한 몸매다.

세라는 한성이 하루 동안 시간을 달라는 말에 위기감을 느꼈다.

그녀와 사라는 목적이 있었다.

그 목적을 위해서는 한성의 힘이 필요했다.

그래서 사라에게 한성을 유혹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런데…….

‘하라는 유혹은 안하고! 익스플로전이나 쓰고!’

역시 자신의 바보 언니에게 일을 맡기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티르 나 노이의 여신은 공평하다는 생각을 했다.

여신께서 언니에게는 완벽한 몸매를 주었지만, 머리는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 차라리 내가…….’

그 생각에 세라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는 언니와 다르게 세라는 슬림했다.

오죽하면 매드니스 도적단의 단장 카엘이 사라를 본 뒤 바로 옆의 세라를 봤을 때 피식 웃었을까.

그때 당시 기억을 떠올린 세라는 울컥했다.

‘나 주제에 무슨…….’

자신의 슬림하기 짝이 없는 몸매에 세라의 고양이 꼬리가 내려갔다.

마치 세라의 자존심처럼.

“저희들의 부탁을 들어줬으면 해서요.”

잠깐 동안 머릿속을 정리한 세라는 한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거라면 내가 다음 날에 대답해 주겠다고 말했을 텐데.”

“그걸로는 안돼요!”

한성의 대답에 세라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뭐, 알겠어.”

그녀의 반응에 한성은 대충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역시 부탁 때문이었나?’

어차피 한성은 그녀들의 부탁을 받아 줄 생각이었다.

분명 보상이 큰 미션일 게 분명 할 테고, 그녀들에게 알아볼 정보도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넌 모든 걸 언니에게 맡길 작정이었나? 날 유혹하라고 사라에게 시킨 건 너일 텐데 말이야.”

한성은 세라의 귓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

한성의 속삭임에 세라의 눈에서 동공지진이 일어났다.

“나, 나는……!”

“흥.”

무언가 변명을 하려는 사라에게서 한성은 코웃음을 치며 떨어졌다.

사라와 세라들의 행동을 보면 조급함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라가 속옷차림으로 자신을 유혹하려고 했으니까.

문제는 바보스러운 성격 때문에 실패했다는 사실이지만.

다만 마음에 들지 않는 사실이 있었다.

다름 아닌 세라가 사라를 이용해 먹으려고 했다는 사실이었다. 아마 세라는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애를 구해야 한다는 명목 하에 사라에게 자신을 유혹하라고 시켰을 것이다.

사라는 그 말에 순순히 따랐을 테고.

‘날 유혹할 생각이었으면 직접 하던가.’

그 점이 한성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다.

하기 싫은 일은 사라에게 떠넘기고, 정작 본인은 뒤에서 구경하고 있었으니까.

“…….”

결국 아무런 반론도 하지 못하고 세라는 고개를 떨궜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었다.

한성의 말대로였으니까.

“뭐, 좋아. 너희들의 의뢰를 받아들이도록 하지.”

“뭐?”

“네?”

한성의 말에 사라와 세라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들은 이제 한성에게 부탁하는 건 물건 너 갔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들은 어떻게 해서든 매드니스 도적단에게 납치당하고 노예상인에게 넘겨진 크리스토 백작가의 영애 이리아를 구출해야 했다.

하지만 둘이서는 아무래도 힘에 부쳤다.

사라는 100레벨이 넘는 화염 마법을 전문으로 다루는 적법사이고, 세라도 100레벨이 넘는 얼음 속성을 전문으로 다루는 검사였다.

또한 레벨에 비해 비교적 높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 봐야 겨우 둘뿐이었다.

둘이서 어찌어찌 매드니스 도적 단원들을 상대했었지만, 결국 부단장인 막크리와 단장인 카엘이 등장하자 밀리고 말았다.

그 결과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에 붙잡히고 말았던 것이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매드니스 도적단과 노예 상인은 사라와 세라, 이리아를 함부로 죽일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들은 매드니스 도적단과 노예 상인이 원하는 정보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 정보를 얻기 위해 매드니스 도적단은 사라와 세라를 살려 두어야 했다.

그리고 이리아도 마찬가지였다.

매드니스 도적단과 노예 상인의 의뢰주가 이리아를 원하고 있었으니까.

“정말이신가요?”

세라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자신의 의도를 알아내고, 자신에게 실망한 한성이 의뢰를 받아 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받아 주겠다니?

“물론 무료는 아니야. 내 요구를 해결해 주면 나도 너희들을 도와주지.”

“……!”

한성의 말에 사라와 세라의 표정이 마구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그녀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짓을 주고받더니 결단을 내린 표정을 지었다.

“알겠어요.”

“좋아. 그럼 거래 성립이다.”

세라의 대답에 한성은 씩 미소를 지었다.

[히든 미션이 생성되었습니다.]

순간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예상대로.’

한성은 입 꼬리를 슥 말아 올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예상대로 히든 미션이었던 것이다.

“그럼 방문자님.”

그때 세라가 미소를 짓고 있는 한성을 불렀다.

한성은 그녀를 바라봤다.

“……?”

그리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사라와 세라가 붉어진 얼굴로 가슴 부근에 있는 메이드 복 단추를 하나씩 풀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성을 바라보며 세라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 여기서 방문자님의 욕구를 해결해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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