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
< 내 언데드 100만 >
제 72 화 데이지의 꽃 한 송이와 ???
“다른 곳에 납치당한 여성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올게요. 방문자님도 도와주세요.”
한성의 귀에 세라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데이지의 꽃 한 송이와 ??? 조합을 선택하려고 했던 한성은 손을 멈췄다.
“그러지.”
한성은 세라의 말을 따랐다.
지하 감옥에 갇혀 있는 여성들을 구출해 내면 한 명당 명성이 10씩 오른다.
조금 전 납치당한 여성들을 구했다면서 한성의 명성은 50 올랐다.
지금 있는 지하 감옥 방에 다섯 명의 여성들이 감금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감옥 방에 갇혀 있는 여성들을 구해 내면 명성이 더 오를 것이다.
‘일단 납치당한 여성들부터 먼저 구해야겠군. 그 전에…….’
한성은 우람한 덩치를 자랑하는 라이를 바라봤다.
강인한 늑대 얼굴을 가진 라이컨슬로프 라이.
비록 다른 라이컨슬로프에 비하면 작은 체구지만 혹시나 구출해 낸 여성들이 라이를 보고 놀랄 수 있었다.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해 심신이 쇠약해진 여성들이 만약 라이를 보고 도망을 가거나, 혹은 놀라서 심장마비로 죽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오딘 사 놈들이라면 그런 경우도 상정해 뒀을 테지.’
오딘 사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두려울 정도로 리얼티리가 높았으니까.
“라이.”
크릉?
“너 이제부터 기어 다녀.”
캥?
한성의 말에 라이는 화들짝 놀란 얼굴로 한성을 바라봤다.
어디 그뿐만인가?
언제나 쫑긋하게 세워져 있던 라이의 귀가 축 늘어졌다.
“여자들 놀랜다. 엎드려서 기어 다녀.”
끼잉끼잉.
라이는 기어 다니기 싫은지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거절의 의사를 보였다.
마치 자신은 귀여우니까 괜찮다는 듯이.
“지랄하지 말고 안 엎드리냐? 너도 말 안 듣는 해골 놈들처럼 다리몽둥이 분질러져 볼래?”
캥!
한성의 윽박지름에 이길 수 없었는지 라이는 복종의 표시로 배를 드러내며 드러누웠다.
그리곤 네 발로 바닥을 기었다.
“그럼 가자.”
그렇게 한성은 라이를 데리고 지하 복도에 있는 감옥들을 돌며 여성들을 구해 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세라는 한성 모르게 고개를 살짝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 * *
[축하합니다. 매드니스 도적단에게 납치당한 여성들을 발견했습니다.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에서 납치당한 여성들을 5명 구출합니다. 보상으로 명성이 50 상승합니다.]
[축하합니다. 매드니스 도적단의…….]
한성과 세라는 총 20명의 여성들을 구출해 냈다.
그 결과 한성은 이번에 명성이 200 상승했다.
‘지지리도 안 오르네.’
명성은 어지간해선 잘 오르지 않는다.
새로운 던전을 발견한다던가, 숨겨진 히든 던전을 발견한다던가 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그리고 전승 특전 효과를 받는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때문에 명성을 올리기란 상당히 힘들었다.
‘아무래도 전승 특전 붉은 유성의 효과는 경험치나 골드, 일반 아이템만 가능한 모양이군.’
“납치당한 여성들은 이걸로 전부인 거 같네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한성의 귀에 세라의 말이 날아 들어왔다.
“이제 플로렌스 도시로 돌아가면 되나?”
“예. 뒤처리는 플로렌스 도시의 경비대에 맡기면 될 거에요.”
매드니스 도적단을 토벌한 사실과 그곳에 갇혀 있던 여성들을 구출했다는 사실을 플로렌스 도시의 경비대에 보고하면 모든 일이 끝난다.
납치 감금되어 있던 여성들은 플로렌스 도시 경비대가 알아서 뒤처리를 해 줄 테니까.
한 가지 다행인 점은 감옥 안에서 죽은 동태눈처럼 멍하니 있던 여성들이 하나둘 제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그 덕분에 한성과 세라가 시키는 대로 몸을 움직일 정도는 되었다.
일부 여성들은 한성과 세라에게 구해 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몰골이 초췌한 여성들을 바라보며 한성은 데이지가 그녀들을 구해 주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병에 걸린 동생을 구하기 위해 혼자 도시 밖으로 나섰다가 매드니스 도적단에게 납치당한 데이지.
매드니스 도적단에는 데이지와 마찬가지로 납치당한 소녀와 여성들이 있었다.
결국 데이지는 매드니스 도적단 때문에 죽고 말았지만,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던 여성들을 구해 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한성에게 자신의 행방을 조사해 달라고 했을 수도 있었다.
‘하긴 데이지가 아니었으면 구해 줄 수 없었을 테지.’
방문자들이 파티를 맺어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를 공략해도 납치되어 있는 여성들은 구출하지 못했을 것이다.
납치된 여성들이 감금되어 있는 지하 감옥은 숨겨져 있었으니까.
그렇게 한성은 상념에 잠기며 구출한 여성들과 함께 비밀 통로 밖으로 향했다.
자신의 소환수들이 기다리고 있는 보스룸을 향해서.
‘어?’
순간 한성은 떠올렸다.
지금 자신들이 나가고 있는 보스룸에 무엇이 있는지를.
흉흉한 푸른 안광을 빛내고 있는 하얀 뼈갑옷과 뼈칼 혹은 뼈활로 무장한 해골 병사들.
그리고 차가운 한기를 내뿜고 있는 거대한 얼음 늑대들까지.
“자, 잠깐만!”
이제야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 여성들이 한성의 언데드 소환수들을 보고 패닉에 빠질 염려가 있었다.
그 때문에 구출한 여성들 뒤에서 느긋하게 라이를 데리고 걸어가던 한성은 다급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먼저 보스룸에 도착해 언데드 소환수들을 해제하기 위해서 말이다.
* * *
샤아아아.
어두운 지하 복도에서 하얀 빛무리가 생겨나 뭉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하얀 빛은 소녀의 형상을 취했다.
플로렌스 도시의 빈민가 소녀, 데이지였다.
[고마워, 오빠.]
하얀 빛으로 된 데이지는 저 멀리서 사라져 가는 한성의 등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 * *
플로렌스 도시.
한성과 사라, 세라는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에서 구출한 여성들을 무사히 경비대에게 인수인계했다.
“방문자님.”
경비대 본부에서 나온 직후 세라가 한성을 불렀다.
그녀의 부름에 한성은 고개를 돌렸다.
“왜?”
“늦었지만 저와 바보 언니를 구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세라는 한성을 향해 메이드 드레스 자락을 붙잡아 올리며 우아하게 인사했다.
“내가 바보라고 하지 말랬…….”
“언니도 인사해.”
바보라는 말에 반응하는 사라의 머리를 세라는 손으로 눌렀다. 그 모습에 한성은 피식 웃었다.
“겸사겸사야.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한성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손을 한 차례 흔들며 말했다.
애초에 한성이 매드니스 도적단의 단장 카엘을 처치하고, 납치당한 여성들을 구한 건 퀘스트 때문이었다.
하지만 구해 준 사람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듣는 건 나쁘지 않았다.
크르릉.
“엣헴.”
오히려 라이와 루루가 사라와 세라의 인사에 거드름을 피웠다. 라이는 팔짱을 끼며 낮은 울음소리를 냈고, 루루는 한성의 등이 마음에 들었는지 지금도 거북이 등딱지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저기…….”
그때 아직 할 말이 남았는지 세라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며 한성을 바라봤다.
“저희들을 도와주시지 않을래요?”
‘응?’
세라의 말에 한성은 속으로 흠칫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이 패턴은?’
느낌이 온다.
이건 아직 무언가 더 큰 게 있다는 느낌이 스카이다이빙처럼 한성의 뇌리에 내리 꽂히고 있었다.
[미트리아 왕국의 크리스토 백작가의 가신인 사라와 세라가 당신에게 중요한 부탁을 하려고 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Y/N]
‘떴다!’
눈앞에 떠오른 안내 메시지를 바라보며 한성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안 그래도 세라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다.
사라와 세라는 월드 히든 미션과 연관이 있는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에 대해 알고 있었으니까.
그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자신에게 부탁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이거 분명 월드 히든 미션과 연관이 있는 거겠지?’
한성은 속으로 씩 미소를 지으며 사라와 세라를 바라봤다.
그사이 한성의 구닥다리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나한테 도와 달라고?”
“네.”
“구체적으로 뭘?”
“저희들을 도와주신다면 자세히 말해 드릴게요.”
역시나 세라는 한발 뒤로 뺐다.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그럼 나도 도와 줄 수 있다고 말해 주기 힘든데…… 무슨 일인지 모르니 말이야.”
“그건…….”
세라는 말꼬리를 흐렸다.
불리한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와줄지 도와주지 않을지 모르는 사람에게 자세한 정보를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위험했기 때문이다.
“그럼 기브 앤 테이크로 가자고.”
“저, 저희에게 뭔가 원하시나요?”
한성의 말에 사라와 세라는 손을 가슴 높이 정도로 들어 올리며 뒤로 한걸음씩 물러났다.
“너희들 머릿속에서 내가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건 모르겠지만, 일단 그건 아니니 손 좀 내리지?”
“죄송합니다.”
한성의 말에 세라는 금방 사과했다.
하지만 무표정한 얼굴에 영혼이 없는 목소리였다.
“내가 원하는 건 정보다. 나한테 숨기는 게 없었으면 좋겠는데.”
“그걸로 만족하시나요?”
“물론 기본적인 보상도 있어야지.”
“…….”
한성의 말에 세라는 잠시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런 세라에게 사라가 입을 열었다.
“세라야. 그냥 나한테 맡겨. 내가 노예 상인 놈들을 전부 익스플로전으로 폭파시키면 되잖아!”
“언니는 입 다물어요!”
뒤늦게 세라가 사라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세라는 사라가 한 말에 뒤늦게 반응했다.
그 덕분에 한성은 한 가지 정보를 입수 할 수 있었다.
“나한테 부탁하고 싶은 일이란 노예 상인들과 연관이 있는 건가?”
“…….”
한성의 말에 세라는 사라를 무섭게 노려봤다.
그 서슬 퍼런 모습에 차가운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으우…….”
세라의 화난 모습에 사라는 고양이 귀를 축 늘어트리며 한없이 작아만 갔다.
“정말 바보 언니는 어쩔 수 없네요.”
결국 세라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 말대로예요. 저희는 매드니스 도적단과 끈이 있는 노예 상인들을 만나야 해요.”
“왜?”
“그건…….”
한성의 반문에 세라는 잠시 말을 멈췄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은 듯 한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희들의 주인이신 이리아 폰 크리스토 아가씨를 구출하기 위해서요.”
* * *
플로렌스 도시의 여관 방.
세라와 이야기를 나눈 한성은 여관방에서 쉬고 있었다.
라이와 루루는 소환을 해제한 상태였다.
히든 연계 퀘스트를 깨기 위해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를 소탕하고 2차 각성한 보스를 상대하느라 지쳤기 때문이다.
“흠.”
한성은 여관에 오기 전 세라와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일단 그녀의 부탁은 보류해 둔 상태였다.
하루 동안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한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한 차례 튕겼다.
그리고 히든 연계 퀘스트를 하면서 받은 보상들과 레벨업을 하면서 받은 스텟과 스킬 포인트들도 분배해야 해서 시간도 필요하긴 했다.
“일단 보상들부터 확인해 볼까?”
가장 먼저 한성은 히든 연계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받은 데이지의 꽃 한 송이와 ???를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이것들을 조합하면 뭐가 튀어 나오려나?”
이번에야 말로 한성은 기대되는 표정으로 데이지의 꽃 한 송이와 ???를 조합하겠냐는 안내 메시지를 바라봤다.
일정 확률로 실패 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한성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Yes를 클릭했다.
[데이지의 꽃 한 송이와 ???가 조합을 시작합니다. 조합이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