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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언데드 100만-71화 (71/318)

# 71

< 내 언데드 100만 >

제 71 화  숨겨진 장소

사라와 세라가 열고 나온 문은 지하로 이어져 있는 계단과 연결되어 있었다.

계단은 생각보다 어둡지 않았다.

벽에 횃불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계단을 따라 내려간 한성의 눈에 길게 이어진 복도가 보였다.

복도에도 마찬가지로 어지럽게 흔들리고 있는 횃불이 걸려 있어 사물을 분간할 정도는 되었다.

“으음.”

복도에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독한 악취가 코를 찔렀기 때문이다.

크릉. 크르릉.

한성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인데, 사람보다 후각이 몇백 배는 더 좋은 라이는 연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울음소리를 흘렸다.

그리고 길게 이어져 있는 복도의 좌우 벽에는 창살이 있는 곳이 보였다.

“여기는?”

“지하 감옥이에요.”

“감옥이라고?”

창살 너머에는 작은 방이 있었다.

“……!”

창살 너머로 작은 방을 본 한성은 놀란 듯 눈을 부릅떴다.

그곳에 세상 살기를 포기한 듯 썩은 동태눈을 한 여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는 다양했다.

10대 소녀도 있었고, 20대의 젊은 여자도 있었다.

대부분 소녀들이 많았다.

그녀들은 기력이 없는지 한성과 라이가 복도에 있어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교육실에 갔다 온 여자들의 말로예요. 살아 있어도 산 것 같지 않은…….”

언제나 무표정하던 세라의 얼굴에 안타까운 빛이 드러났다.

이 복도의 지하 감옥에 있는 여성들만 수십 명에 달했다.

그녀들은 전부 의욕을 잃고 그저 멍하니 있었다.

움직이려고 해도, 음식은커녕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해 탈수 증세에 시달리며 기력이 다 빠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사라와 세라는 둘이서 탈출을 할 때 그녀들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자신들의 몸을 건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다른 여성들까지 챙겨 줄 만큼 여력이 되지 않았으니까.

거기다 어차피 매드니스 도적단의 단장 카엘을 쓰러트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었다.

“교육실은 또 뭐야?”

“이쪽으로…….”

세라는 지하 감옥 옆에 있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한성도 따랐다.

“여기가 교육실, 아니 심문실이에요. 단장인 카엘이나 부단장인 막크리만이 올 수 있는 비밀 장소죠. 쓰레기 같은 카엘 말로는 말 안 듣는 여성들을 위한 교육실이라고 하더군요.”

“뭐라고?”

세라의 말에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밧줄이나 가죽 채찍 같은 것들이 벽에 걸려 있고, 수갑처럼 생긴 여러 구속 도구들이 널려 있었다.

이런 곳이 교육실이라니.

“교육은 얼어 죽을.”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다지 오래 있고 싶은 장소는 아니군.”

“동감이에요.”

한성의 말에 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혹시나 심문실 내부에 붙잡혀 있는 사람이 없을까 확인한 한성과 세라는 다시 복도로 나왔다.

그리고 사실 이곳 심문실은 원래대로라면 이벤트가 발생해야 할 장소였다.

본래 한성이 2차 각성을 한 카엘에게 패배했을 때, 심문실에서 사라와 세라를 만나는 이벤트가 발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성은 혼자 2차 각성을 한 카엘을 쓰러트렸다.

그로 인해 사라와 세라도 상황에 맞게 행동했다.

카엘이 없는 틈을 타서 자력으로 심문실을 탈출한 것이다.

원래라면 심문실에서 만난 사라와 세라와 함께 힘을 합쳐서 탈출하다가 도중에 만난 2차 각성을 한 카엘을 상대해야 했다.

사라와 세라는 보기보다 상당히 강했다.

각자 레벨이 100레벨 초반대로 사라는 화염 마법이 전문인 마법사였으며, 세라는 얼음 속성을 가진 검사였다.

사라와 세라 둘만이라면 2차 각성을 한 카엘을 상대하기 힘들지만, 거기에 플레이어 방문자가 한 명 들어가면 상대할 수 있었다.

플레이어 혼자 보스룸에서 상대할 때 카엘은 중앙 대륙의 150레벨 보스만큼 강해지지만, 사라와 세라를 포함해서 싸울 때면 2차 각성한 120레벨만큼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 정도라면 어떻게 해볼 만했다.

비록 사라와 세라가 100레벨 초반이라고는 하나 각자가 레벨에 비해서 좀 더 강한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셋이서 카엘을 쓰러트리고, 쓰러진 카엘은 어금니 속에 숨겨둔 독약을 깨물면서 자결을 하는 게 원래 시나리오였다.

“그나마 여기가 낫군.”

지하 복도로 나온 한성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심문실 내부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해져 왔으니까.

“으으…….”

그때 한성의 귀에 한 여성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한성은 신음 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곳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하 감옥이었다.

“이런 미친.”

순간 한성은 얼굴을 찡그렸다.

조금 전부터 복도에서 감돌던 냄새의 원인을 찾았기 때문이다.

“설마 시체와 함께 있는 건가?”

한성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감옥 한구석에 누워 있는 여성들을 바라봤다.

아직 죽은 지 하루도 되지 않은 것 같았지만 썩은 내가 진동을 했다.

그 주변에 있는 여성들은 냄새 때문인지, 아니면 죽어 가고 있기 때문인지 신음 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까앙!

순간 쇠창살에서 쇳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어느새 세라가 감옥 문에 걸려 있던 걸쇠를 부수고 있었던 것이다.

걸쇠를 내려치고 있는 세라의 손에는 푸른색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저건…… 마나인가?’

한성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순수한 마나가 손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니?

한성과 같은 방문자들에게 있어 마나란 스킬이나 마법을 발현시키기 위한 에너지 같은 개념이었다.

그런데 그걸 저런 식으로 직접적으로 사용할 줄이야.

“이곳에 있는 아이들은 상품 가치가 없다고 판단된 아이들이에요. 그래서 매드니스 도적 단원들은 저 아이들에게 신경도 안 쓰고 있죠.”

자신의 손에서 발현된 푸른 마나를 보고 한성이 놀라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세라는 쇠창살의 문을 열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한성은 다시 지하 감옥에 있는 여성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조금 전 시끄럽게 울려 퍼졌던 쇳소리에도 여성들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잠깐 움찔거렸을 뿐이었으니까.

감옥 안으로 들어간 세라는 여성들의 상태를 살폈다.

도적단 아지트에 남아 있는 도적 단원들은 거의 전멸한 상황.

이제 납치당한 여성들을 한성 덕분에 구해줄 수 있었다.

[축하합니다. 매드니스 도적단에게 납치당한 여성들을 발견했습니다.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에서 납치당한 여성 5명을 구출합니다. 보상으로 명성이 50 상승합니다.]

‘헐?’

지금 한성과 세라가 있는 지하 감옥을 해방한 덕분인지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보상은 명성이었다.

명성은 어지간해서는 잘 오르지도 않았고 전승 특전 붉은 유성의 효과를 받지 않기 때문에 한성으로서도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명성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명예의 전당에 캐릭터 닉네임이 등록된다.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서 명예의 전당은 거의 각 분야마다 존재한다.

명성이나, 각 직업별 레벨, 일반 던전을 최단 시간 안에 깬 순서대로 닉네임이 각각의 명예의 전당에 등록이 되는 식이다.

그 외에도 요리나 낚시, 탐험, 농사 등등 다양한 명예의 전당이 있다.

그 때문에 각 분야별 명예의 전당들을 레벨의 전당이라든가 명성의 전당, 요리의 전당, 낚시의 전당 등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단순히 명예의 전당에 등록되기만 할 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순위에 들어가면 각 분야에 도움이 되는 특별 보상을 준다는 소리도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예의 전당은 바로 랭킹과 명성이다.

랭킹 서열은 티르 나 노이의 방문자들과 켈트인들도 열광하며 누구나가 랭커가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전체 플레이어 방문자들 중에서 랭커가 되는 존재들은 거의 한 줌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명성의 전당은 티르 나 노이 세계에 도움이 되는 업적들을 쌓다 보면 닉네임을 올릴 수 있었다.

또한, 명예의 전당은 각 분야별로 1만 명까지 등록된다.

굉장히 많아 보이는 숫자 같지만, 티르 나 노이의 플레이어들 수는 약 1억 명이다.

전체 유저들 숫자에서 보면 1만 명이라고 해도 무려 0.01%다. 무시할 수 없는 숫자였다.

“좋지 않군.”

잠시 안내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이내 여성들을 챙기고 있는 세라를 도우기 시작했다.

장시간 갇혀 있었던 탓에 여성들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아아.”

여성들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한성을 올려다봤다.

그래도 거기서 한성은 한시름 놓았다.

지금까지는 여성들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조금씩 한성과 세라의 행동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매드니스 도적단에게 납치당한 여자들은 이걸로 다인가?”

“현재 남아 있는 인원은 이게 다일 거예요. 다른 여자들은 다른 곳으로 갔을 테니까.”

“다른 곳?”

“노예 상인이요.”

“…….”

세라의 대답에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지하 감옥에 소녀들이 많다 싶었다.

매드니스 도적단은 여자들, 특히 그중에서 나이가 어린 소녀들 위주로 납치를 해 노예 상인에게 팔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여자들은 노예 상인에게 팔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어 감금시켜 놓았던 것이다.

여자들을 지하 감옥에 감금시켜 놓고 무슨 짓을 했는지는 그저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의 현실이라고 하더니 진짜 현실스럽네.’

한성은 속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오딘 사의 방침은 현실과 같은 리얼리티.

그 때문에 가상현실 게임이라고 해도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이 일어난다.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의 배경은 중세 유럽 사회였으니 말이다.

그 시절이라면 지금 한성의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충분히 있을 수 있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2차 각성을 한 매드니스 도적단의 단장, 카엘을 쓰러트리고 매드니스 도적단에게 납치당한 여성들의 행방을 전부 파악했습니다. 히든 연계 퀘스트(2): 빈민가의 소녀를 클리어합니다.]

‘응?’

갑작스럽게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했다는 안내 메시지에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씁쓸함이 마음에서 피어올랐다.

안내 메시지대로라면 빈민가의 소녀가 데이지가 이곳 지하 감옥에서 사망했던가, 아니면 노예 상인에게 팔려 나간 끝에 사망했다는 소리였으니까.

‘데이지에 대해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구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그 생각에 한성은 괜히 마음이 울적해졌다.

[히든 연계 퀘스트 빈민가의 소녀를 클리어 보상으로 데이지의 꽃 한 송이와 ???를 지급합니다.]

[히든 아이템 보상은 전승 특전 효과를 받지 않습니다.]

2차 각성을 한 카엘을 쓰러트리면서 히든 등급의 성장형 장비인 흉갑을 지급받았을 때처럼, 이번에도 전승 특전 효과를 받지 못했다.

‘설마 이번에도 히든 등급인가. ???는 대체 뭐지?’

한성은 데이지의 꽃 한 송이와 ???를 확인해 봤다.

[데이지의 꽃 한 송이]

타입: 꽃.

설명: 데이지가 남긴 예쁜 꽃.

자신을 도와준 한성을 향한 데이지의 고마움이 깃들어 있는 붉은 꽃이다. 보이는 이로 하여금 기운이 나게 해 주며 조합용으로 사용 가능하다.

[???]

타입: ???.

최소 요구 레벨: ???

등급: ???

내구도: ???

설명: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받은 보상.

아직 무엇인지 알 수 없다.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아이템이 개방된다.

데이지의 꽃 한 송이와 조합이 가능하다.

‘헐?’

데이지의 꽃 한 송이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를 확인한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놀랍게도 데이지의 꽃과 ???는 서로 조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대체 조합을 하면 뭐가 나온다는 말일까?

[일정 확률로 데이지의 꽃 한 송이와 ??? 조합이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조합하시겠습니까?  Y/N]

한성의 시야에 선택지가 떠올랐다.

한성은 조합을 할지, 아니면 하지 말지 선택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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