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
< 내 언데드 100만 >
제68화 심연의 군단 심판자 상의 갑옷
“망할 자식. 내가 저놈 저럴 줄 알았어. 내가 저놈 드로이얀의 나뭇가지를 입수했을 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니까? 아니, 대체 저 미친놈은 뭘 어떻게 해서 매드니스 도적단 단장을 잡은 거야? 레벨 100 이하면 절대 잡지 못하는 설정일 텐데! 대체 얼마나 독종인 거냐!”
한참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던 이 대리는 시원하게 정신줄을 놓아 버렸다.
아무리 전승을 해서 히든 전직까지 했다고 해도 2차 각성을 한 카엘을 잡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한성은 해냈다.
그 때문에 기가 막힌 이 대리는 신한철 팀장이 된 것처럼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오, 이제 우리 망했다.’
‘야근 확정이네.’
‘집에 좀 보내 달라고!’
‘뭐 하나 해결하면 다른 데서 일이 자꾸 터지는 거야?’
이 대리의 반응을 지켜본 특수 대응 전담 프로젝트 팀의 팀원들은 썩어 들어가는 표정으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외쳤다.
그렇지 않아도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스테리한 사건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야근은 밥 먹듯이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팀원들은 만족했다.
왜냐하면 내일은 주말이었으니까.
그것도 그냥 주말이 아니다.
지금까지 고생한 대가로 무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푹 쉬라는 팀장님의 말씀이 있었던 것이다.
사실 주말에 쉬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어디 회사 일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던가.
토요일은 무조건 출근이었으며, 문제가 터지거나 일거리가 밀려 있으면 일요일도 반납해야 했다.
특히 특수 대응 전담 프로젝트팀은 그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그런 상황에서 이틀간 주말 휴식이라는 달콤한 명령이 팀장님 입에서 나왔는데, 지금 그게 날아가게 생긴 것이다.
“박 주임.”
“옙.”
이 대리의 부름에 박상철 주임이 재빨리 달려왔다.
“저거 해결하려면 얼마나 걸릴 것 같나?”
“그, 그게…….”
이 대리의 질문에 박 주임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왜냐하면 답이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를 총괄 관리 운영하는 이시스와 논의하면서 해결해야 했다.
“자세한 건 직접 확인을 해 봐야겠지만, 응급처치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이, 이틀 정도…….”
그 말에 특수 대응 전담 프로젝트팀의 사무실 여기저기에서 탄식과도 같은 한숨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말을 반납해야 된다는 사실에 박 주임이 쐐기를 박은 것이다.
“만약 직접 조사해서 응급처치가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되지?”
“응급처치가 안 될 경우 말입니까?”
이 대리의 대답에 박 주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 일어난 상황은 시나리오와 연관이 있었다.
까닥 잘못하면 시나리오가 꼬이면서 연쇄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이시스가 문제가 커지지 않게 조정은 해 주겠지.’
대략적인 문제는 이시스가 해결해 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손으로 해결해야 될 부분도 많았다.
이번 사태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박 주임은 눈앞이 까마득했다.
잠시 앞으로 일어날 최악의 상황들을 가정하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린 박 주임은 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땐 저 회사 나갈게요.”
“…….”
뜬금없는 박 주임의 말에 이 대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반문했다.
“왜?”
“이번에 발생한 일이랑 현재 벌어지고 있는 원인 불명의 미스터리 사건들까지 감안하면 견적이 안 잡혀서요.”
현재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서는 이시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 불명의 미스터리 사건들이 종종 생겨나고 있다.
그 뒤처리만 해도 죽을 거 같은데, 이번에는 플레이어 한 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이래서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지.’
박 주임은 속으로 한숨을 푹 내셨다.
“끙.”
박 주임의 말에 이 대리는 골치가 아픈 듯 신음 소리를 흘렸다. 그래도 박 주임은 제법 실력이 있는 프로그래머로 이 대리가 신뢰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저런 말을 할 정도면 정말 힘들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도 그렇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회사를 그냥 나간다니?
“그럼 그땐 나랑 같이 회사 때려 치자.”
끄덕.
끄덕.
이 대리와 박 주임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차피 안 나갈 거면서.’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특수 대응 전담 프로젝트팀 사무실에 있는 팀원들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회사원들이 언제나 입에 그만둬야지, 그만둬야지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계속 다니자 않던가?
정말로 힘들어서 그만두는 경우가 있기야 하겠지만, 대부분의 회사원들은 말로만 그만둔다고 할 뿐 정작 계속 다니고 있었다.
다른 회사로 이직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지금 당장 먹고 사는 것도 문제인데다가 재취업하기도 힘든 세상이니까.
“일단 그 전에 저 인간부터 어떻게 좀 해야 될 것 같은데…….”
이 대리는 지긋지긋한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며 모니터를 바라봤다.
모니터에는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의 보스룸에 있는 한성을 비추고 있었다.
“설마 2차 각성을 한 카엘을 쓰러트릴 줄은 몰랐네요.”
박 주임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치트나 버그 플레이인 건 아니지?”
“그럴 리가요. 이 대리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저희 티르 나 노이에서 저런 버그나 치트, 오토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요.”
“그건 그렇지.”
자신감이 넘치는 박 주임의 말에 이 대리는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서 치트나 오토 플레이는 일단 불가능하다.
이시스가 항상 감시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가상현실 게임 프로그램인 이상 100% 버그가 없다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하여 자잘한 작은 버그들이 생겨날 수 있었다.
물론 그럴 경우에는 가상현실 게임의 서버를 통합 관리 운영을 하는 이시스가 수정에 들어간다.
그 덕분에 그동안 별 탈 없이 가상현실 세계가 유지되어 온 것이다.
“현재 티르 나 노이에서 발생하고 있는 미스터리한 상황은 제외하고 말이죠.”
박 주임은 어두운 얼굴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언제부터인가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 사건들이 티르 나 노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개발팀이나 이시스가 제작하지 않은, 게임에 존재할 리 없는 몬스터가 나타난다던가, 아무리 가상현실이고 판타지 계열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기본 법칙을 무시하는 현상들이 수차례 목격되었다.
그 때문에 그걸 해결하기 위하여 특수 대응 전담 프로젝트팀이 발족된 것이다.
“그럼 저게 순수한 실력이란 말이야?”
“아무래도 전승을 하고 네크로맨서 히든 직업을 얻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게 말이 돼? 2차 각성을 한 카엘을 처치할 수 있을 정도로?”
이 대리는 쓴 웃음을 지으며 박 주임을 바라봤다.
이 대리도 박 주임도 알고 있었다.
아무리 전승을 하고 네크로맨서 계열 히든 직업을 얻었다고 해도 2차 각성을 한 카엘을 쓰러트릴 수 없다는 사실을.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박 주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문제는 역시 마이너스 레벨이겠지.”
“네.”
이 대리와 박 주임은 골치 아픈 표정을 지었다.
네크로맨서 계열 히든 직업인 데스브링어는 마이너스 10레벨에 전직할 수 있다.
하지만 한성은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에게 집단 린치를 받고 있던 상황이라 그 2배인 마이너스 20레벨까지 내려갔었다.
그 결과 기획팀에서 설정한 마이너스 레벨보다 2배 더 내려가고, 스텟도 2배 더 받게 된 것이다.
만약 한성이 마이너스 레벨 10에서 다시 정상적으로 몬스터를 잡고 레벨업을 했었다면 2차 각성을 한 카엘을 쓰러트릴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2차 각성을 한 카엘을 거의 종이 한 장 차이로 제압했었으니까.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서 스텟의 차이는 결투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었다.
컨트롤도 물론 좋아야 하겠지만, 스텟 차이로 아깝게 패배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 때문에 고레벨 방문자들은 보다 더 등급이 높은 장비를 얻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거기다 한성의 스텟은 소환수들에게까지 영향을 주니 더욱 중요했다.
하지만 카엘의 2차 각성은 설정상의 스펙이 문제가 아니다.
이 대리는 모니터 화면 속에 있는 한성을 지긋이 바라봤다.
그리고 박 주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박 주임. 마이너스 레벨이 되는 게 쉬운가?”
“그럴 리가요. 이 대리님도 아시다시피 마이너스 레벨이 되는 건 어렵습니다. 애초에 우리가 공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저들 스스로도 마이너스 레벨이 있다는 걸 모르고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 마이너스 레벨이 되는 조건이 정상은 아니니까. 레벨 1에서 일부러 여러 번 죽지 않는 이상 마이너스 레벨이 될 수 없지.”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는 첫 시작 했을 때 10레벨까지 올리기 굉장히 쉽다.
조금 과장하면 몸만 움직여도 레벨을 올릴 수 있으니까.
그런 쉬운 레벨업이 가능한 환경에서 여러 번 죽어서 마이너스 레벨이 된다?
이 대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 때문에 이 대리는 한 가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박 주임과 대화를 하던 이 대리는 시선을 모니터 화면으로 돌렸다.
“저놈은 대체 뭐지? 변태인가?”
* * *
[축하합니다. Lv120 매드니스 도적단의 보스, 흑화한 카엘을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2000 골드를 지급합니다.]
[당신은 티르 나 노이 세계 최초로 매드니스 도적단의 보스 흑화한 카엘을 처치하셨습니다. 히든 등급 심연의 군단 심판자 상의 갑옷을 지급합니다.]
[전승 특전 효과로 보상을 3배로 받습니다. 히든 등급 심연의 군단 심판자 상의 갑옷은 전승 특전 효과를 받지 않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00레벨이 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히든 3차 전직 미션을 확인하십시오.]
[축하합니다. 레벨 100을 달성하면서 그라운드 임팩트(Ground Impact)가 활성화되었습니다. 다음 단계 레벨 스킬 패왕의 오러(Overload Aura)가 개방되었습니다.]
“헐?”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매드니스 도적단의 단장 카엘이 자결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어디 그뿐만인가?
레벨이 어마어마하게 오르면서 4차 전직 패왕 스킬이 하나 더 개방되었으며, 3차 전직 미션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전승 특전 효과를 받지 않는다고?’
지금까지 한성은 전승 특전 붉은 유성의 효과로 모든 보상을 3배로 받아왔다.
그런데 심연의 군단 심판자 상의 갑옷은 전승 특전 효과를 받지 않는다고 안내 메시지에 떠오른 것이다.
‘히든 등급이라 그런가?’
아무래도 히든 등급의 장비는 전승 특전 효과를 받지 않는 모양.
그 점이 한성은 조금 아쉬웠다.
‘경우에 따라서 고레벨 레전드 등급의 장비도 효과를 보지 않을 지도 모르겠군. 보물 상자는 효과를 계속 받으려나?’
전승 특전 붉은 유성의 효과는 던전이나 미션을 클리어해서 보상을 직접 받지 않는 한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오딘 사에서 밸런스를 생각해 레전드 등급에는 일부 제한을 둘지도 몰랐다.
확실히 모든 보상 3배는 자신이 생각해도 사기적인 효과였으니까.
일단 한성은 심연의 군단 심판자 상의 갑옷부터 확인했다.
[심연의 군단 심판자 상의 갑옷]
타입: 경갑.
최소 요구 레벨: 100.
등급: 히든(Hidden).
제한: 근력 100. 민첩 100. 체력 100.
옵션: 방어력 +20%, 이동속도 +20%, 모든 속성 저항력 +20%, 모든 능력치 +20%.
내구도: 2500/2500.
설명: 심연의 군단 심판자 갑옷 세트 중 하나.
다른 심연의 군단 심판자 갑옷 세트 장비를 장착하면 세트 효과가 생긴다.
한 번 착용하면 귀속되며 타인에게 판매 및 양도가 불가능하다.
갑주 세트 효과:
1) 심연의 군단 심판자 상의(입수 완료).
-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에서 입수 완료.
2) 심연의 군단 심판자 견갑(미입수).
- 안데스 바위산에서 입수 가능.
3. ??? (심연의 군단 심판자 견갑 입수 시 개방).
“헐. 대박이다.”
심연의 군단 심판자 상의 갑옷을 확인한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효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100레벨대 후반까지는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겠는데?’
아무리 히든 등급이라 해도 100레벨 갑옷이었다.
성장형 장비가 아닌 이상 고렙이 되면 바꿔 줘야 했다.
그래도 심연의 군단 심판자 갑옷은 꽤 오랫동안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장비를 확인한 한성은 주변을 둘러봤다.
그때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