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
< 내 언데드 100만 >
제 66 화 나는 군단이다
카엘을 중심으로 흑마력이 나선으로 솟구쳐 올라왔다.
2차 각성 중인 카엘은 겉보기엔 무방비 상태였지만 공격할 수 없었다.
무적 상태였기 때문이다.
잠시 후, 흑마력을 방출하며 2차 각성이 끝난 카엘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신을 칠흑의 갑옷으로 무장하고, 등에는 거대한 투 핸드 소드를 장비한 카엘.
거기다 조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렬한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다.
“이게 흑수정의 힘인가?”
전신에서 끓어오르는 힘을 느끼며 카엘은 웃음을 흘렸다.
레벨이 무려 20 상승하고, 장비들도 강해졌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에 잠재되어 있던 흑마력이 카엘 본인은 물론 장비까지도 강화시켰던 것이다.
한성은 날카로운 눈으로 카엘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네놈 어둠의 신봉자들과 한통속이었냐?”
“우리들에 대해 상당히 알고 있나 보군. 네놈은 대체 정체가 뭐지?”
카엘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흑수정을 알고 있지를 않나, 어둠의 신봉자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지를 않나 일반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야? 아직 나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거냐? 네놈들의 수장인 테오도르를 내가 직접 때려잡았는데 말이야.”
“뭐?”
한성의 말에 카엘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어둠의 신봉자들이 어떤 조직인가?
티르 나 노이 세계 전역에 퍼져 있는 비밀 결사 조직이다.
그리고 티르 나 노이 전역에서 어둠의 신봉자들을 이끌고 있는 47인의 수장들이 존재한다.
테오도르는 47인의 수장들 중 한 명으로 네로폴리스 도시 주변에서 활동하는 어둠의 신봉자들을 이끌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각 지역의 어둠의 신봉자들을 이끄는 수장들은 지부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설마 네놈, 네로폴리스 도시에서 활동 중이던 지부 괴멸과 연관이 있는 거냐?”
의심스러운 눈으로 카엘은 한성을 바라봤다.
비밀 결사 조직, 어둠의 신봉자들 사이에서 네로폴리스 지부의 괴멸은 유명했다.
아니, 유명할 수밖에 없었다.
네로폴리스 도시 한정 이벤트였던, 언데드 군단의 침략.
대규모 언데드 몬스터들을 발생시켜서 네로폴리스 도시를 상대로 전쟁을 걸었다가 전멸한 사건은 어둠의 신봉자들뿐만이 아니라, 플레이어들인 방문자들에게도 널리 퍼졌다.
인터넷을 통해 당시 전쟁 상황이 녹화된 동영상들이 수도 없이 올라오기도 했었으니까.
한성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하면 어쩔 건데?”
“미친놈. 하필 건드려도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우리들을 건드리다니. 아무리 방문자라고 해도 지부를 괴멸시킨 건 너무 나갔어. 죽이고 계속 죽여서 두 번 다시 이 세계에 ‘방문’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주마.”
비웃음을 흘리며 카엘은 대검을 고쳐 잡았다.
그러자 카엘의 전신에서 검은 기운이 넘실넘실 흘러나왔다.
스륵.
순간 카엘의 모습이 흐릿해졌다.
그와 동시에 검은 그림자가 한성의 앞을 막아섰다.
콰앙!
“이걸 막아?”
눈 깜짝할 사이에 한성의 앞으로 다가와 대검을 휘두른 카엘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흑수정의 힘으로 카엘의 스텟은 어마어마하게 올라 있었다.
이동 속도만 해도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빨랐다.
때문에 카엘은 자신의 일격을 한성이 막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성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칠흑의 칼날이 카엘의 대검을 막아 냈던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슈슈슉!
“헛!”
순간 카엘은 크게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카엘의 대검을 막아 내고 있던 그림자 칼날이 분열하면서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공격이 막히는 것조차 상정하지 못했는데 반격까지 당하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챙챙챙!
하지만 틴달로스는 카엘을 쉽사리 놓아주지 않았다.
그림자 칼날이 길게 쭉 늘어나면서 카엘을 뒤쫓은 것이다.
어지럽게 날아드는 세 개의 그림자 칼날 때문에 카엘은 검은 대검을 휘두르며 막아 냈다.
대검에는 칠흑의 마나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마치 허공에 어둠이 수놓아진 것처럼 보였다.
검은 대검이 지나간 공간에 어둠이 막처럼 남겨졌기 때문이다.
“잘했어. 틴달로스.”
한성은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와 카엘의 대검을 막아 낸 틴달로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_+]
그러자 틴달로스의 머리 위에 귀여운 이모티콘이 떠올랐다.
“제법 하는군.”
틴달로스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난 카엘은 눈살을 찌푸리며 한성을 노려봤다.
틴달로스의 공격 범위는 길지 않았다.
대략 2~3미터 정도였으니까.
잠시 뒤로 물러난 카엘은 태세를 재정비하며 다시 달려들 준비를 했다.
“이미 늦었어.”
그 모습을 본 한성은 손가락을 딱 튕겼다.
크허어어어엉!
덜그럭덜그럭.
“제길.”
카엘은 칠흑의 대검을 들어 올리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거리를 벌린 게 실수였다.
한성의 손짓에 사방에서 대기 중이던 언데드 몬스터들이 카엘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차가운 냉기를 내뿜는 프로즌 좀비 울프와 뼈갑옷으로 무장한 해골 병사들이 카엘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캉! 카가가강!
사방에서 날아오는 언데드 몬스터들의 공격에 카엘은 칠흑의 대검을 휘두르며 맞섰다.
스걱! 슈가가각!
허공에 어둠을 남기며 휘둘러지는 칠흑의 대검에 언데드 몬스터들은 종잇장처럼 썰려져 나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한 마리를 베면 그 뒤에 두 마리가, 두 마리를 베면 그 뒤에 네 마리가 달려들었다.
이래서는 한성을 향해 다가갈 수가 없었다.
거기다…….
‘움직임이 점점 조직적으로 되어가는군.’
언데드 몬스터들 뒤에는 스켈레톤 커맨더들이 있었다.
다섯 마리의 스켈레톤 커맨더들이 언데드 몬스터들을 지휘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카엘을 잡기 위해 효율적으로 움직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스켈레톤 커맨더들의 뒤에는 열심히 귀여운 동물 춤을 추고 있는 루루도 있었다.
“빌어먹을!”
콰앙!
카엘은 대검을 지면에 꽂아 넣었다.
“설마?”
카엘의 행동에 한성은 언데드 몬스터들을 뒤로 물렸다.
던전 보스 특유의 광역 스킬이 터지려고 하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다크 익스플로전(Dark Explosion)!”
콰아아아아앙!
카엘이 지면에 꽂아 넣은 대검을 중심으로 어둠이 폭발했다.
칠흑의 막이 충격파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미처 카엘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근거리에 있던 해골 검병들과 프로즌 좀비 울프들은 형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증발했다. 그리고 좀 떨어져 있던 언데드 몬스터들은 터져 나오는 칠흑의 막에 튕겨져 날았다.
“무슨 위력이…….”
한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전방을 노려봤다.
다크 익스플로전의 여파로 카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오른 데다 어둠의 막이 흐릿하게 잔상처럼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라이, 루루 괜찮아?”
한성은 주변에 있는 라이와 루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카엘이 광역기를 쓰려는 모션을 취했을 때 한성은 루루와 라이를 데리고 재빠르게 뒤로 물러났었다.
그 덕분에 카엘의 스킬에 휘말리지 않고 끝났다.
“루루는 괜찮아영.”
크르릉.
한성의 말에 루루는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대답했고, 라이는 낮은 울음소리로 대답을 대신했다.
한성은 루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스켈레톤 커맨더들은 데미지를 좀 입긴 했지만 무사했다.
비교적 후방에 있었던 데다가 언데드 몬스터들이 방패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어둠의 막이 사라지고 카엘의 주변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직 희뿌연 흙먼지가 떠올라 있었기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전멸했나?’
한성은 속으로 혀를 찼다.
대충 100 개체가 넘어가던 언데드 몬스터들이 조금 전 공격으로 절반 이상 사라졌다.
특히 폭심지라고 할 수 있는 카엘의 주변에 있던 언데드 몬스터들은 말 그대로 녹아 버린 것이다.
“버러지 같은 놈. 언데드 따위로 날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흙먼지 너머에서 카엘의 스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엘도 느끼고 있었다.
조금 전 공격으로 한성의 언데드들이 절반 이상 사라졌다는 사실을.
‘단숨에 쳐 죽여 주지.’
카엘은 흙먼지가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
이미 전투 준비는 끝내 놓았다.
대규모 광역 스킬을 직후에는, 일시적으로 경직 상태에 빠진다. 위력이 큰 만큼 리스크도 컸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카엘은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을 때,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시야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성이 공격을 해 올 거라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거기다 한순간에 한성은 많은 수의 언데드 병력을 잃었다.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터.
그리고 예상대로 공격은 없었다.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흙먼지 속에서 카엘은 대검을 고쳐 잡으며 자세를 낮췄다.
앞으로 있을 피의 복수에 정신이 고양되고, 전신에서는 흑마력이 끓어올랐다.
흙먼지가 사라지고 한성의 위치를 판별한 순간 카엘은 전력을 다해 뛰쳐나갈 생각이었다.
“거기냐!”
흙먼지 너머에 있을 한성의 기척을 느낀 카엘은 기세 좋게 소리쳤다.
그리고 단숨에 한성이 있는 장소를 향해 고속 이동이 가능한 스킬, 다크 플래시 스텝을 시전하려고 했다.
하지만…….
“젠장!”
카엘은 움직일 수 없었다.
흙먼지가 완전히 가라앉은 뒤, 자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존재들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크르르.
덜그럭덜그럭.
“전멸한 게 아니었나?”
카엘은 눈살을 찌푸리며 한성을 노려봤다.
분명 조금 전 전부 날려 버렸을 터인 언데드 몬스터가 자신을 포위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카엘의 얼굴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너는 날 너무 우습게 봤어.”
한성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카엘이 흙먼지 속에서 재정비를 하고 있을 때, 한성도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광역 스킬에 언데드 몬스터들이 날아간 만큼 다시 재소환을 했던 것이다.
소환에 필요한 시체는 충분했다.
아직 보스룸에는 스물 명이 넘는 정예 도적단원들의 시체들이 남아 있었으니까.
문제는 소환에 필요한 마나였지만, 마나 회복 포션을 물 마시듯이 마신 끝에 언데드 몬스터들을 소환할 수 있었다.
“네놈에게 한 가지 사실을 가르쳐 주지.”
치솟아 오른 흙먼지가 가라앉을 동안의 시간.
비교적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에 한성은 잃어버렸던 언데드 병력을 복구시켰다.
그 숫자를 본다면…….
“나는 군단이다.”
카엘을 향해 한성은 선언하듯이 말했다.
그 직후.
후우우우웅!
카엘을 중심으로 전방에서 하나, 비스듬하게 등 뒤쪽 양옆으로 둘.
그렇게 거대한 검은 그림자 세 개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카엘의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