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64화 (64/318)

# 64

< 내 언데드 100만 >

제 64 화  매드니스 도적단의 단장 카엘 (2)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새하얀 세상.

눈부시게 하얀 섬광이 전장에서 터져 나오며 모든 이들의 시력을 빼앗아 갔다.

“내 누우우운!”

“막크리 부단장님!”

여기저기서 매드니스 도적 단원들이 부단장인 막크리를 부르며 비명을 내질렀다.

막크리 부단장의 플래시 애로우는 피아불문 적용된다.

적이든, 아군이든 동일하게 효과를 준다.

미리 대비를 해 놓고 있지 않으면 아군이라고 해서 플래시 애로우의 효과를 피할 수 없었다.

“미리 말 좀 해 주시지!”

도적단원들은 볼멘소리를 하며 부단장을 탓했다.

하지만 부단장인 막크리를 비롯해서 단장인 카엘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계획대로군.’

비록 정예 도적단원들이 섬광에 당해서 앞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것은 적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현재 눈앞이 보이는 건 카엘과 막크리뿐이었다.

대규모 업데이트를 하기 전, 부단장인 막크리 혼자 보스로 등장했을 때부터 지금 같은 상황 연출을 많이 해 왔다.

부하들을 미끼로 플래시 애로우를 써서 보스룸에 있는 모든 자들의 시력을 빼앗았던 것이다.

그러한 막크리의 트롤짓에 플레이어들은 혀를 차며 별명을 하나 붙여 주었다.

다름 아닌 시력 강탈자라고.

“끝을 내주마!”

새하얀 빛이 섬광처럼 지나간 보스룸에서 멀쩡한 시각을 가진 카엘과 막크리는 한성을 비롯한 소환수들을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파이어 애로우!”

막크리의 석궁에서 불타는 화살들이 연사로 쏟아져 나왔다.

그 뒤를 이어 카엘이 거대한 대검을 지면에 꽂아 넣었다.

“그라운드 블래스터!”

콰콰콰콰쾅!

카엘의 앞에서 돌기둥들이 솟구쳐 올라왔다.

그들의 목표는 플래시 애로우로 앞을 보지 못하고 있는 한성과 언데드 소환수들이었다.

쌔애액!

콰콰쾅!

파이어 애로우가 공간을 쇄도하고, 지면에서 솟아오른 돌기둥들이 한성과 언데드 소환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본 실드! 본 월! 본 리터레이션!”

한성의 눈앞에서 하얀 뼈로 이루어진 방패와 방벽이 솟구쳐 올라왔다.

한성이 시전한 본 실드와 본 월은 각각 3개씩이었다.

텅! 터터텅!

그 직후, 막크리의 파이어 애로우가 본 실드와 충돌했다.

막크리가 속사로 발사한 파이어 애로우의 숫자는 무려 수십 발. 위협적인 연사 속도였다.

콰콰콰콰쾅!

파이어 애로우가 본 실드를 두들기는 동안, 뒤이어 카엘의 그라운드 블래스터가 들이닥쳤다.

‘큭!’

막크리의 파이어 애로우와 카엘의 그라운드 블래스터가 동시에 공격하자 본 실드는 버티지 못했다.

파삭!

세 개의 본 실드 중 하나가 허무하게 부서졌다.

허나, 아직 본 실드는 두 개 더 남아 있었다.

쉽게 돌파할 수는 없을 터.

하지만…….

파삭! 파사삭!

‘제길. 역시 본 실드로는 힘드나?’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파이어 애로우와 그라운드 블래스터가 서로 힘을 합치며 어마어마한 기세로 불도저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그 앞에서 한성의 본 실드는 어느 정도 버티는가 싶더니 이내 깨 부서졌다.

남은 건, 본 월뿐이었다.

콰콰콰콰콰쾅!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본 월에 충돌하는 파이어 애로우들과 돌기둥들.

특히 지면을 미끄러지듯이 밀려오는 돌기둥들의 공격에 한성은 이를 악물었다.

‘해 볼까?’

지금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에는 보스가 두 마리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본래 기존 보스였던 부단장 막크리와 더불어 매드니스 도적단의 단장 카엘의 등장은 던전의 난이도를 급상승시켰다.

지금 이 상태로는 90레벨 후반의 파티원들 6명이 모여도 공략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아차 하는 순간 파티원들이 전멸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부단장 막크리와 단장 카엘의 연합 공격은 굉장히 위력적이었다.

그걸 지금 한성은 혼자서 막아 내야 했다.

‘그때처럼만 할 수 있다면……!’

한성은 고대 마도병기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대형 몬스터를 떠올렸다.

초고열을 내뿜는 붉은 마도포를 막기 위해 자기도 모르게 마나를 움직여서 본 월을 강화시켰었다.

그때 이후, 종종 마나를 움직여보려고 실험했었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미션을 깨고 100레벨이 되어 중앙 대륙으로 가야 된다는 생각에 뒤로 미루었다.

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한성의 레벨은 90레벨 대였으며, 스텟은 140이 넘어간다. 시작의 대륙에서 한성의 앞을 막을 수 있는 몬스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었다.

지금처럼 보스가 두 마리일 경우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콰아아앙!

잠깐 한성이 생각에 잠긴 사이, 막크리와 카엘의 연합 공격이 첫 번째 본 월과 충돌했다.

콰가가가각!

카엘의 돌기둥들이 맹렬한 기세로 본 월을 깎으며 파고들었다. 확실히 부단장인 막크리보다 단장인 카엘의 공격력이 월등히 높았다.

콰직!

이윽고 첫 번째 본 월이 부서졌다.

하지만 맹렬하게 돌진해 오던 돌기둥들의 기세도 한풀 꺾였다. 막크리와 카엘의 공격이 위협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한성이 그들의 공격을 막아 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기존의 스킬들만으로도 어떻게든 막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한성은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다시 한 번 그때처럼…….’

한성은 체내의 마나를 의식적으로 움직이려고 애를 썼다.

지금 이대로라도 막크리와 카엘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지만, 고대 마도병기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대형 몬스터와 싸웠을 때처럼 본 월을 강화시키고 싶었다.

더욱 더 강해지고 싶었으니까.

파삭!

그때 드디어 두 번째 본 월마저 부서지며 사방으로 하얀 뼈가 퍼져 나갔다.

이제 본 월은 하나밖에 남지 않은 상황.

푸스스.

‘아…….’

한성은 아쉬운 눈빛으로 카엘의 돌기둥을 바라봤다.

카엘의 그라운드 블래스터인 돌기둥이 먼지처럼 부서지며 흩어지고 있었다.

막크리의 플래시 애로우로 시력을 강탈한 뒤, 카엘이 날린 회심의 일격은 한성의 뼈방벽 앞에서 무너지고 만 것이다.

“어, 어떻게?”

한성과 좀 떨어진 곳에서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카엘과 막크리의 모습이 보였다.

조금 전 화려하게 공격을 한 덕분에 폭음과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었다.

한성의 본 실드와 본 월이 파이어 애로우와 그라운드 블래스터와 부딪치면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치솟아 오른 흙먼지 속에서 한성이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막크리와 카엘은 눈을 부릅떴다.

부하들을 미끼로 써 가며 실행한 회심의 일격이 먹혀들지 않았으니까.

“어째서 플래시 애로우에 걸려들지 않은 거지?”

카엘은 눈살을 찌푸리며 한성을 바라봤다.

“그딴 꼼수에 내가 걸릴 줄 알았냐? 멍청한 놈.”

카엘 앞에서 한성은 코웃음을 쳤다.

막크리가 공격을 하려고 했을 때, 한성은 직감적으로 플래시 애로우임을 알아차렸다.

전승하기 전,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의 보스였던 부단장 막크리가 자주하는 짓이 플래시 애로우로 눈을 괴롭게 만드는 일이었으니까.

앞이 좀 보일라 하면 또 플래시 애로우를 썼다.

그 짓을 막크리는 계속 반복적으로 했다.

아지트를 공략하러 온 방문자들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부하들인 정예 도적단원들한테까지도 말이다.

정예 도적단원들 입장에서는 시력이 맛 갈 것 같지만 어쩌겠는가.

자신들의 상관이 막크리인 것을.

위에서 까라고 하면 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방문자들이 막크리에게 시력 강탈자라는 별명을 지어 준 것이다.

때문에 막크리가 플래시 애로우를 쓰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챈 한성은 재빨리 눈을 가렸다.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언데드 소환수들에게도 눈을 가리라고 명령을 내렸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러지 못했다.

시간이 부족했으니까.

한성 혼자 대비하기도 벅찼다.

하지만 플래시 애로우로 시력 강탈을 한 후, 시전된 보스들의 범위 공격을 막아 냈으니 한성으로서는 할 만큼 한 셈이었다.

“뭐라고? 이 버러지 같은 네크로맨서 놈이.”

카엘은 한성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수많은 도적 단원들을 이끄는 자신이 네크로맨서 따위에게 농락당하다니.

절대 인정 할 수 없었다.

“함부로 혓바닥을 놀린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지랄한다. 아가리 파이터가.”

한성은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을 움켜쥐며 카엘을 노려봤다.

카엘 또한 한성을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보며 거대한 대검을 빙글빙글 돌렸다.

그사이 막크리도 카엘의 등 뒤에서 한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도적단원들과 언데드 소환수들도 서서히 시력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었다.

“막크리. 저 새끼 붙잡아서 내 앞으로 끌고 와라. 저놈 혓바닥을 뽑아 버릴 테니까.”

“알겠습니다.”

카엘의 명령에 막크리는 앞으로 나섰다.

“네깟 버러지는 막크리만으로도 충분할 테지.”

카엘은 입가에 비웃음을 흘렸다.

막크리는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의 전(前) 보스.

그에 반해 한성은 네크로맨서다.

조금 전 전투로 한성이 제법 강하다는 사실을 인지했지만 그래 봤자 네크로맨서였다.

네크로맨서의 진가는 소환수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지금 한성의 소환수는 플래시 애로우로 인해 시력이 강탈당한 상황.

한성 혼자서 막크리를 상대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카엘은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서 네놈이 멍청하다는 거다. 라이!”

아우우우우!

순간 긴 울음소리와 함께 키가 2미터 남짓 되는 늑대 인간이 한성의 눈앞에 떨어져 내렸다.

크르르르르.

윤기가 흐르는 잿빛 털에서 푸른 화염이 일렁거리며 불타오른다.

푸른 화염에 휩싸여 있는 라이는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막크리와 카엘을 노려봤다.

“벌써 회복했다고?”

갑작스럽게 등장한 라이의 모습에 카엘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막크리의 플래시 애로우에 당한 다른 도적단원들과 언데드 몬스터들은 이제야 서서히 시력을 회복하고 있는 도중이었다.

아직 정확히 상대가 어디에 있는지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회복되지 않았다.

“라이의 회복 능력을 우습게 보면 안 되지. 그리고 우리 쪽에는 유능한 버퍼도 있거든.”

“뭐?”

눈살을 찌푸리며 카엘은 한성을 노려봤다.

버퍼라니?

대체 누가 버퍼란 말인가?

그때 카엘은 한성의 너머에 있는 작은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한성의 허리 높이에 겨우 오는 작은 형체.

작은 형체는 꼼지락꼼지락거리면서 열심히 몸을 흔들고 있었다.

[루루가 열심히 토끼 춤을 추고 있습니다. 상태이상 회복 속도가 상승합니다.]

작은 형체의 정체는 다름 아닌 루루였다.

루루 또한 플래시 애로우에 당한 탓에 눈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한성의 지시에 따라 상태이상에서 회복할 수 있는 토끼 춤을 열심히 추고 있었던 것이다.

“라이!”

한성은 라이를 부르며 막크리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파이어 스톰 브레스(Fire Storm Breath)!”

쿠아아아아!

한성의 명령에 따라 라이의 입에서 푸른 화염이 소용돌이치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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