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
< 내 언데드 100만 >
제60화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 (2)
“으윽!”
한성의 품속에서 매드니스 도적단의 단원이 무너져 내렸다.
[축하합니다. Lv95 매드니스 도적단 경계 보초 단원을 처치하셨습니다. 950 골드를 지급합니다.]
[전승 특전 붉은 유성의 효과로 보상을 3배로 받습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빈민가의 소녀 데이지의 행방을 알아냈습니다. 히든 연계 퀘스트(1)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다음 히든 퀘스트로 이동합니다.]
“역시 납치를 당했던 건가…….”
조금 전 한성은 보초를 서고 있던 도적단원에게서 필요한 정보를 들었었다.
플로렌스 도시의 빈민가 소녀를 납치한 적이 없었냐고 물었던 것이다.
그것만 말해 준다면 죽이지 않고 이대로 조용히 물러나겠다고 하면서.
거기에 혹한 도적단원은 순순히 인정했다.
소녀들을 납치해서 노예로 팔아넘겼다고.
그 말을 들은 직후, 한성은 도적단원을 처치했다.
‘어차피 살려 줬으면 다른 단원들을 이끌고 날 잡으려 했겠지.’
매드니스 도적단의 알아서는 안 될 중요 기밀 사항을 한성이 알아냈다. 당연히 매드니스 도적단은 한성을 살려 두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분명 한성을 붙잡아서 아지트에 가둬 놓고 부활할 때마다 죽이려고 했으리라.
아무리 한성이 다시 부활이 가능한 방문자들이라고 해도 이 방법을 쓰면 속수무책이었다.
실제로 이러한 상황에 처해서 게임을 제대로 못하게 된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그들은 오딘 사에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였다.
[스스로 해결하시길 바랍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지만, 오딘 사의 방침은 그러했다.
다른 방문자들이나 켈트인들의 도움을 받아 탈출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외에 외부에서 시스템적인 개입은 오딘 사에서 해 주지 않았다.
그 때문에 방문자들은 어지간하면 힘이 있는 켈트인 단체나 왕국의 귀족 및 왕족들과 대립하지 않으려 했다.
그건 켈트인들 쪽도 마찬가지.
서로가 아는 것이다.
자신들이 반목해 봐야 좋을 게 없다는 사실을.
고레벨 방문자들도 켈트인들을 조심하는 편이었다.
미션도 미션이지만, 켈트인들 중에서는 방문자들보다 더 강한 자들이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듀칼리온 제국의 붉은 검이라고 불리는 레오폴드 공작은 랭커들과 비교해도 강하다.
일각에서는 랭커들보다 더 강하지 않을까,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비단 레오폴드 공작뿐만이 아니다.
다른 켈트인들 중에서도 방문자들만큼 강한 존재들이 많았다.
랭커와 비교되는 켈트인들이 적지 않게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제정신이 박힌 방문자들은 켈트인들과 공존하는 관계를 택한다.
그래야 미션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일부 정신 나간 방문자 놈들이 함부로 켈트인들을 건드렸다가 플레이어와 켈트인 양쪽으로부터 제재를 받는 일도 더러 있었다.
방문자들과 켈트인들의 인간관계는 굉장히 다양하다고 봐야 했다.
마치 현실처럼.
그리고 지금처럼 매드니스 도적단이 한성을 붙잡았을 경우, 자신들이 직접 무한 살해를 해도 되지만 다른 방문자들에게 넘길 수도 있었다.
뒤처리를 전문으로 처리하는 방문자 클랜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한성은 히든 연계 퀘스트창을 띄웠다.
[히든 연계 퀘스트(2): 빈민가의 소녀, 데이지를 조사하라.]
당신은 빈민가의 소녀 데이지가 매드니스 도적단에게 납치되었다는 증언을 들었습니다.
매드니스 도적단에 납치된 데이지가 어떻게 되었는지 조사하고, 아지트를 솔플로 클리어하십시오.
파티를 맺을 경우, 퀘스트를 완료할 수 없습니다.
최소 요구 레벨: 95.
난이도: A랭크.
보상: 데이지의 꽃 한 송이(서브 퀘스트와 연동), ???
“흠.”
새롭게 갱신된 퀘스트 설명을 바라보며 한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가장 궁금했던 ??? 보상은 아무래도 히든 연계 퀘스트를 전부 다 클리어해야 받을 수 있는 모양이었다.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를 공략하면 끝나는 일이긴 하지만…….’
보상에서 다음 연계 퀘스트로 이어진다는 부분이 없었다.
즉,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를 공략하면 자연스럽게 히든 연계 퀘스트도 클리어된다는 소리였다.
‘솔플이 문제네.’
본래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는 6인 파티를 맺어야 공략 가능한 던전이다.
전승을 하기 전, 파이터 직업이었을 때 한성은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를 공략해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동료들과 정면에서 공격했다.
그 덕분에 입구에서 망을 보고 있던 단원이 무슨 피리 같은 걸 불었다.
그 결과 아지트 동굴 내에서 도적 단원들이 무슨 개 떼처럼 몰려나와서 몇 번이나 공략을 실패 한 적이 있었다.
생각보다 도적단 아지트의 동굴 내부가 넓었었던 것이다.
동굴 내부 크기만큼 매드니스 도적단의 단원들 숫자는 어마어마했다.
거기다 레벨도 무시할 수 없었다.
도적단원들의 레벨은 전원 95 안팎이었으니까.
그 때문에 6인 파티라도 정면에서 공격하면 공략하기가 힘들다.
‘뭐, 그렇다고 공략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한성은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 입구를 바라봤다.
다음 번 보초를 설 교대자가 오기까지 한 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일부러 도적단원이 교대를 한 직후, 처치했던 것이다.
시간은 여유로웠다.
‘지난번처럼 조용히 처리해 나가면 돼.’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를 공략하기 위한 열쇠.
그것은 잠입과 암살이었다.
아지트에서 등장하는 도적 단원들을 하나하나 조용히 처리하는 게 공략 방법이었던 것이다.
이 방법으로 한성은 예전 동료들과 함께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를 공략했었다.
지금은 그걸 혼자서 해야 되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한성의 직업이 혼자서 충분히 해 먹을 수 있는 네크로맨서 계열 히든 직업이라는 사실이었으며, 스텟만 놓고 보면 150레벨 정도 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미 매드니스 도적단을 공략하기 위한 준비는 마쳐 둔 상태였다.
“그럼 들어가 볼까?”
입구에서 망을 보는 단원을 처리한 한성은 매드니스 도적단의 아지트에 입장했다.
* * *
“죽어라!”
한성의 눈앞에서 단검을 든 도적단원 하나가 달려들었다.
양손으로 꽉 움켜쥐고 들이 밀고 있는 단검에는 붉은 기운이 어려 있었다.
방어구 관통력이 높은 스킬 피어싱이었다.
“흐읍!”
한성은 짧은 기합성과 함께 도적단원의 붉은 단검을 왼손과 왼팔로 걷어 쳐냈다.
텅!
안에서 밖으로 쳐내듯이 휘두른 한성의 왼팔에 도적단원의 단검이 바깥으로 튕겨졌다.
그와 동시에 단검을 쥐고 있던 양손과 양팔도 왼쪽으로 치켜들려졌다.
순간적으로 도적단원의 몸 중심부가 훤히 드러난 것이다.
슈악!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한성의 오른 손이 공기를 가르며 쏘아져 나갔다.
쾅!
도적단원의 명치에 한성의 정권 지르기가 정확하게 들어갔다. 그리고 도적단원의 등 뒤로 조금 전 일격의 충격파가 퍼졌다.
“끄윽…….”
도적단원은 눈을 까뒤집으며 무너지듯이 제자리에서 쓰러졌다.
[축하합니다. Lv95 매드니스 붉은 단검의 도적을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950 골드를 지급합니다.]
[전승 특전 붉은 유성의 효과로 보상을 3배로 받습니다.]
“흠.”
매드니스 도적단의 아지트 동굴은 크기도 크지만 상당히 복잡하다.
그렇기 때문에 도적단원들은 최소 2~3명씩 짝을 지고 다녔다. 기본적으로 단검이나 건틀렛, 크로 같은 근접 무기를 가진 단원과 활 같은 원거리 무기를 가진 단원이 짝을 이루어져 있었다.
그 탓에 꽤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근접 무기를 든 단원들을 상대하는 동안 원거리 무기를 가진 단원이 엄호 사격을 해 오니까.
‘진짜 혼자였으면 힘들었을 테지만.’
한성은 등 뒤를 바라봤다.
그곳에 원거리 무기를 든 매드니스 도적단원 한 명이 바닥에 뻗어 있었다.
[쓰러트렸어요. >_<]
사냥개의 형체를 하고 있는 그림자.
틴달로스가 머리 위에 한 줄 메시지와 이모티콘을 띄우고 한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틴달로스는 그림자 같은 흐릿한 형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얼굴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
아마 그 때문에 이모티콘으로 기분을 표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언제부터 저렇게 된 건지, 원.’
틴달로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한성의 레벨이 성장하고 있는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틴달로스의 표현력이 점점 풍부해지고 있었다.
나중에 틴달로스의 스킬 레벨이 올라가고 한성의 레벨이 200이 넘어가면 어떻게 되어 있을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침입자다!”
“어떻게 침입자가 여기까지!”
“보초병들은 뭐하고 있는 거야?”
“저놈이 형제들을 죽여 왔구나!”
그때 사방에서 도적단원들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여기까지인가?’
한성은 혀를 찼다.
지금까지는 한성이 기습을 하는 형태로 조용히 도적단원들을 처리해 왔다.
즉, 한성이 먼저 도적단원들을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적단원들이 먼저 한성을 발견하고 소리를 치고 있었다.
‘뭐 혼자서 이만큼 잠입했으면 충분하지.’
한성은 씩 웃었다.
매드니스 도적단의 아지트 내부를 4분의 1이 넘게 잠입해 들어왔으며, 도적단원들 숫자도 꽤 줄였다.
도적단원들의 인공지능이 강아지 이하가 아닌 이상 침입자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소리겠지만 도적단원들의 인공지능은 강아지 이하는 아니었다.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오딘 사가 도적단원들의 인공지능을 그 정도까지 멍청하게 만들지는 않을 테니까.
“죽어라!”
“형제들의 복수를 해 주마!”
다만 도적단원들은 한성을 발견하자마자 미친개처럼 달려들었다.
앞뒤 생각 그런 거 없고 일단 한성을 공격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들을 노려보며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멍청한 놈들. 틴달로스!”
[문 열었어요, 마스터. >_<]
도적단원들의 머리 위에 틴달로스의 메시지와 이모티콘이 떠올랐다.
도적단원들의 발밑에 틴달로스의 검은 그림자가 넓게 퍼져 있었던 것이다.
“뭐, 뭐야?”
“언제부터 이런 게?”
약 열 명 정도 되는 도적단원들의 발밑에 나타난 넓고도 깊은 어두운 그림자.
마치 심연의 입구가 연상되는 검은 그림자의 모습에 도적단원들은 당황했다.
그 잠깐의 당황이 틈을 만들었다.
스르륵.
도적단원들이 당황하고 있는 틈을 타 심연과도 같은 틴달로스의 그림자 속에서 무언가가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
“히, 히이이익!”
폐부를 찢는 듯한 섬뜩한 괴성과 함께 심연과도 같은 어둠 속에서 기어 올라오기 시작하는 스켈레톤 솔져들.
어둠 속에서 푸른 안광을 토해 내며 기어 올라오는 해골 병사들의 모습에 도적 단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발밑을 내려다봤다.
“자, 쇼 타임이다.”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녹화하면서 한성은 씩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