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59화 (59/318)

# 59

< 내 언데드 100만 >

제 59 화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 (1)

[희한한 몬스터 발견함. 이거 뭔가요?]

“희한한 몬스터?”

한성은 글을 클릭해서 들어갔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는 설명과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글을 올린 사람은 레벨 200대의 유저였다.

그는 중앙 대륙 외곽에 있는 해변가 필드에서 이상한 몬스터 하나를 발견했다고 했다.

“확실히 이상하기는 하네.”

해변가 필드에는 멀록을 비롯한 거대한 가재나 게처럼 생긴 수 속성 몬스터들이 출몰한다.

그런데 사진 속에는 해변가 필드에서 있어서는 안 될 몬스터 하나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이, 이건?’

한성은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틀림없었다.

사진 속에는 고대 마도병기가 찍혀져 있었다.

‘이번에는 동물형인가?’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에서 한성이 조우했던 고대 마도병기는 거미형이었다.

하지만 지금 사진 속의 고대 마도병기는 사자처럼 생겼다.

그뿐만이 아니다.

목 부분에서 붉은 화염이 갈기털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비주얼 쩐다, 진짜.”

사진 속 붉은 사자의 모습에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거미형 고대 마도병기처럼 기계적인 느낌의 몸을 가지고 있었으며, 피부 표면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금속이었다.

거기다 목 부분에서 갈기털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는 붉은 화염 덕분에 위압감까지 느껴졌다.

[와, 저거 뭐임?]

[졸라 멋있네.]

[새롭게 업데이트된 몬스터 아닌가?]

[그런데 제목 어그로 아님? 그렇게까지 희한한 몬스터는 아닌 거 같은데?]

[바닷가에 화염 몬스터가 있어서 그런 게 글 작성자가 희한하다고 지은 모양인 듯.]

[근데 저거 몬스터 뭔가 좀 이상하지 않냐? 저런 기계적인 몬스터는 티르 나 노이에 없을 텐데?]

[아, 여기 진짜 멍청한 놈들 많네. 야, 저게 뭔지 형이 가르쳐 주마. 티르 나 노이에서 기계적인 몬스터는 하나밖에 없어. 저건 고대 마도병기야!]

[미친. 관심종자 보소. 저게 고대 마도병기랜다. ㅋㅋㅋ]

[어디서 약을 팔려고. 오딘 사에서 고대 마도병기는 설정상에서만 존재한다고 못 박았구만.]

[야야. 오딘 사에서 새롭게 추가한 것일 수도 있잖아.]

[추가했으면 저런 곳에 나올 리가 없지. 어느 미친놈이 바닷가에서 불 사자를 키워? 물에 빠뜨리면 불 꺼지겠구만.]

[녹이나 안 슬면 다행이지.]

[저게 진짜 오딘 사에서 추가한 마도병기면 고대 유적 같은 던전이나 필드에서 나오지 바닷가에서 나오겠냐?]

[맞네. 그러네.]

자유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댓글이 실시간으로 달리고 있었다.

플레이어들도 의아해 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사진 속에 찍혀 있는 기계적인 몬스터의 정체가 무엇인지 말이다.

또한, 한성도 생각을 다시 했다.

‘하긴, 저게 진짜 고대 마도병기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정체가 밝혀진 건 아니니까.’

댓글들을 바라보며 한성은 생각에 잠겼다.

댓글에서 설전이 오가고 있는 것처럼 사진 속의 몬스터가 정말 고대 마도병기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단지 한성이 고대 마도병기 같다고 생각했을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 점이 아니다.

정체불명의 몬스터가 고대 마도병기인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글을 올린 작성자도 한성과 세이란이 겪었던 경험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이 글을 올린 작성자는 동료들과 함께 고대 마도병기로 추정되는 화염 사자를 사냥했던 것이다.

[아, 근데 이건 또 무슨 개소리죠? 몬스터를 잡았는데 안내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됨?]

[아이템이 나오지 않은 건 극악 드랍이라고 쳐도, 골드랑 경험치 못 받았다는 건 안 믿기네. 지나가는 토끼를 잡아도 골드랑 경험치를 주는데 말이야.]

[증거 사진이 있어서 구라 같지는 않은데…….]

[님들. 이글 올린 분 말 맞아요. 몬스터 잡았는데 아무것도 안 줌. 내가 직접 봤음.]

[네 다음 관종분.]

[에이, 뭐야. 사진 조작한 거네.]

[골드랑 경험치 안 나왔다는 부분은 너무 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왜 이렇게 사람들이 작성자 분을 못 믿어요? 이 글 보는 사람들 무슨 의심병 환자들인가. 제가 이 글 쓰신 분 아는데 관심종자는 절대 아닙니다. 왜 사람 말을 못 믿습니까? 버그일 수도 있잖아요.]

[버그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아무리 버그라고 해도 이건 말도 안 되죠. 작은 거면 또 모를까 이렇게 큰 버그를 이시스가 가만히 놔둘까요?]

[일해라, 이시스!]

[우리 귀여운 이시스 모욕하는 거임?]

[전설의 3대 명검 부활하는 소리하고 있네.]

[정기 점검, 긴급 점검, 연장 점검을 해 봐야 아, 지금까지 이시스가 열심히 일하고 있었구나 하고 깨닫지. 쯧쯧쯧.]

‘난리구만.’

댓글들을 바라보며 한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는 점검을 이유로 유저들의 접속을 제한하지 않는다.

인공지능 운영 관리 시스템인 이시스 덕분이다.

티르 나 노이에서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이시스가 바로 수정을 한다.

하지만 오류가 생긴 에어리어에 일시적으로 방문자들의 접근을 제한한 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쓰기에, 예전 온라인 게임처럼 서버를 닫고 점검을 하는 일은 없었다.

거기다 오딘 사는 대대적으로 이시스를 귀여운 소녀의 모습으로 선전했다.

거기에 혹해 이시스의 팬이 된 방문자들도 상당수 있었다.

이시스의 팬클럽까지 있을 정도니 말 다한 셈이다.

‘그나저나 역시 믿는 사람은 없는 건가?’

한성은 댓글들을 쭉 읽어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글을 작성한 플레이어를 커버 치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대다수는 회의적이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서는 지나가는 쥐새끼 한 마리를 잡아도 돈과 경험치를 준다.

쥐꼬리 만큼이지만 말이다.

또한 당연히 쥐새끼를 잡았다는 안내 메시지도 떠오른다.

그런데 돈과 경험치는커녕 안내 메시지조차 떠오르지 않았다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만약 그런 일이 생겼다면 이시스나 오딘 사에서 당장 수정하려 들 터였다.

‘하긴 당장 나만 해도 직접 겪지 않았으면 헛소리라고 했겠지.’

만약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한성도 다른 대다수 플레이어들처럼 이 글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지금 티르 나 노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오딘 사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건 확실했다.

전체 랭킹 9위인 세이란에게 의뢰를 해서 조사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으니까.

‘오딘 사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현재 돌아가는 상황으로 봐서는 티르 나 노이 세계 곳곳에서 정체불명의 몬스터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았다.

한성과 세이란뿐만이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도 정체불명의 몬스터와 만났으니까.

한성은 다시 한 번 글을 찬찬히 읽어 봤다.

“응?”

그때 한성의 눈에 추신이라고 적힌 글이 보였다.

조금 전까지는 없었던 글이었다.

아마도 게시판에 올린 글을 수정해서 새롭게 추가한 모양이었다.

[추신: 저 지금 너무 걱정스럽습니다. 저랑 같이 화염 사자를 같이 잡다가 죽은 친구가 있는데 연락이 안 되네요. 다시 접속할 줄 알았는데 접속도 안 하고 전화를 해 봐도 답변이 없어요. 조금 있다가 친구 집에 가 볼 생각입니다. 그때 친구랑 같이 증거 자료를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연락이 안 되고 있다고?”

추신 란을 읽은 한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이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몬스터한테 죽어서 빡친 건가? 초딩도 아니고 말이야.”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플레이어들도 한성과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몬스터한테 죽었다고 삐진 거 보소.]

[뭐야? 이글 작성자 혹시 초딩?]

[진짜 관종 글인가?]

[누가 이 글 팩트 좀!]

[이시스 만세!]

대충 댓글을 확인한 한성은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고 나왔다.

‘좀 더 두고 봐야겠네.’

확실히 티르 나 노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오딘 사에서 준비한 깜짝 이벤트일 수도 있었다.

“일단 보상부터 받아 내야지.”

한성은 씩 미소를 지었다.

세이란과 헤어지고 난 후, 플로렌스 도시에 도착하기 전, 드디어 오딘 사의 운영진으로부터 메시지가 왔었다.

조만간 보상을 준비해서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제 자자.”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한성은 컴퓨터를 종료시켰다.

그리고 침대 위에 바로 드러누웠다.

*       *       *

다음 날.

정오가 넘어서 일어난 한성은 간단히 씻고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후, 티르 나 노이에 접속했다.

접속 장소는 플로렌스 도시의 여관방이었다.

“그럼 준비는 다 끝났고.”

여관을 나선 한성은 플로렌스 도시 입구로 향했다.

현재 한성의 레벨은 93이다.

앞으로 7레벨만 더 올리면 100레벨이 된다.

그리고 어디로 갈 건지는 이미 정했다.

‘매드니스 도적단의 아지트.’

플로렌스 도시와 항구 도시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일반 던전이다.

95레벨이 되면 입장할 수 있는 장소로 아직 한성은 갈 수 없었다.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에 도착하기 전에 레벨부터 올려야겠군.’

한성은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로 향하면서 사냥을 하기 시작했다.

*       *       *

어딘지 알 수 없는 으슥한 동굴.

이곳이 매드니스 도적단의 아지트다.

매드니스 도적단의 아지트는 일반 던전으로 분류되어 있다.

매드니스 도적단은 길을 오가는 상인들이나 켈트인들을 상대로 강도나 살인을 저지른다.

그 때문에 매드니스 도적단의 아지트를 없애기 위한 노력이 계속 되지만 소용없었다.

플로렌스 도시 광장 게시판에 일정 기간마다 토벌 미션이 나오지만 매드니스 도적단을 방문자들이 토벌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나타났다.

매드니스 도적단의 단원이 되는 켈트인들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매드니스 도적단의 단장은 아직까지 오리무중이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단장을 잡기는커녕 얼굴조차 본 방문자가 없었다.

매드니스 도적단의 아지트가 굉장히 넓은 것도 있지만, 애초에 보스로 설정된 부단장을 잡으면 자동적으로 던전이 클리어되어 버렸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방문자들은 그길로 바로 돌아갔다.

하지만 매드니스 도적단의 단장을 만나기 위해 별별짓을 다한 괴짜들도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바로 한성이었다.

‘그때는 볼 수 없었지.’

보스룸에서 부단장을 처치한 다음, 단장을 찾기 위해 숨겨진 입구가 있는지 샅샅이 찾아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 때문에 방문자들 사이에는 단장이 아지트에 없다는 게 지배적이었다.

방문자들에게 있어 매드니스 도적단의 단장은 미스터리 그 자체였다.

“오랜만이네.”

한성은 매드니스 도적단이 아지트로 삼고 있는 동굴 근처에 도착했다.

동굴 입구에는 도적단의 단원으로 보이는 켈트인이 망을 보고 있었다.

그 때문에 매드니스 도적단의 아지트를 공략하러 온 방문자들은 이곳과 좀 떨어진 곳에서 모인다.

매드니스 도적단 아지트 토벌 미션은 일반적으로 파티 사냥이 기본이었다.

그래서 도적단 토벌 미션을 받은 방문자들이 이곳에서 부족한 파티원들을 모아서 아지트 입구로 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도적단 토벌 미션이 나오지 않은 시기였다.

미션이 없는 던전을 클리어해 봤자 보상이 크지 않고, 차라리 그 동안 미션을 주는 다른 던전을 클리어하는 게 훨씬 더 이득이기 때문에 방문자들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한성에겐 상관없었다. 어차피 한성은 솔플을 하기 때문이다.

‘그럼 가 볼까?’

한성은 매드니스 도적단의 아지트 입구에서 망을 보고 있는 단원을 향해 조용히 다가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