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56화 (56/318)

# 56

< 내 언데드 100만 >

제 56 화  히든 퀘스트

[세이란 님께서 친구 등록을 신청하셨습니다. 등록하시겠습니까?]

‘어라? 친구 신청?’

갑작스럽게 떠오른 메시지에 한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 소녀가 친구 신청을 해 올 줄은 몰랐으니까.

‘안 하면 안 되겠지?’

한성을 향해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는 세이란.

만들어진 거짓 미소에 한성은 식은땀을 흘렸다.

저 미소 너머로 친구 신청을 거절하는 순간 칼을 날리겠다는 굳건한 의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어디 보통 칼인가?

분명 사상무장병기, 성검 엑스칼리버가 빛살처럼 날아들 터!

[친구 신청을 수락하셨습니다.]

“응, 잘 생각했어.”

한성이 친구를 수락하자 세이란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연락했을 때 무시하면 벤다?”

“어, 어.”

무시무시한 세이란의 말에 한성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그 말을 남기고 세이란은 빠르게 사라졌다.

조금 전 연락이 온 언니라는 사람을 만나러 간 것이다.

“이제 다 끝났네.”

크게 한숨을 내쉬며 한성은 자리 털썩 걸터앉았다.

이제 에르네스트 산에서 해야 할 모든 일들이 끝난 것이다.

그 사실에 긴장이 풀어진 한성은 피곤한 얼굴로 자리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그런 한성을 향해 루루와 라이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지금까지 루루와 라이는 세이란을 피해 있었다.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주변에 살기를 흘리던 세이란이 거북했던 모양이었다.

“얘들아. 우리 좀 쉬다 가자.”

“네~”

컹.

그렇게 루루와 라이는 한성의 옆에 함께 드러누우며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       *       *

“드디어 다시 돌아왔네.”

한성은 눈앞에 펼쳐져 있는 도시를 바라보며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에르네스트 산에서 모든 일을 끝낸 후, 한성은 다시 사랑과 정열의 도시 플로렌스로 돌아왔다.

길고 길었던 모든 미션이 끝난 것이다.

‘일단 데이지부터 찾아가 볼까?’

이미 한성은 빈민가의 소녀 데이지 부탁 미션을 클리어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했다.

드로이얀의 꽃을 입수했으니까.

이제 데이지를 찾아서 꽃을 넘기기만 하면 미션 완료였다.

“없네.”

플로렌스 도시에서 데이지가 방문자들에게 꽃을 한 송이 주면서 부탁을 하던 장소에 도착한 한성은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데이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는 거지?”

혹시나 싶어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데이지를 찾을 수 없었다.

‘빈민가에 있나?’

내친김에 한성은 빈민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빈민가는 한성이 있는 장소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었다.

얼마 후, 한성은 빈민가에 도착했다.

빈민가에 들어서자마자 삶에 의욕이 없는 표정으로 길거리에 주저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런 부분을 보면 진짜 같단 말이야.’

당연한 말이겠지만 저들은 켈트인들이다.

티르 나 노이 세계를 즐기기 위해 접속하는 플레이어들이 빈민가에서 저러고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하지만 저들과 같은 모습을 한성은 현실에서 종종 봤다.

주로 역이나 공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숙자들.

여러 가지 이유로 노숙자들이 된 사람들과 지금 한성이 빈민가에서 보고 있는 켈트인들은 비슷해 보였다.

시대적인 배경만 다를 뿐 현실과 다를 바 없는 풍경들.

한성은 빈민가들의 켈트인들을 지나치며 데이지를 찾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오빠.”

그때 한성의 바로 옆에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반사적으로 한성은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향했다.

그러자 좀 떨어진 곳에서 데이지가 손짓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 뭐지?’

순간 한성은 살짝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 목소리가 들렸을 때는 바로 곁에서 들리는 것처럼 가까웠다.

그런데 지금 데이지는 약 10미터가량 떨어져 있었다.

대체 언제 저만큼 이동한 것일까?

“이쪽, 이쪽.”

데이지는 한성을 향해 손짓을 하더니 종종걸음으로 뛰어갔다.

“기다려.”

한성은 재빨리 데이지를 쫓았다.

기역자로 꺾인 길목으로 데이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성은 데이지가 사라진 길목에 도착했다.

“오빠. 이쪽이야.”

길목에 도착하자 10미터 너머에서 데이지가 한성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뭐야? 엄청 빠르네?’

한성은 귀신에 홀린 표정을 지었다.

데이지와 가까워졌으면 가까워졌지 멀어질 리 없었다.

그런데 데이지를 쫓으면 쫓을수록 점점 멀어져 가는 느낌이었다. 아니 실제로 멀어져 있었다.

이제는 약 15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어디까지 가는 거야?”

한성은 빈민가 내부를 뛰며 데이지의 뒤를 쫓았다.

그러기를 수차례, 어느덧 한성은 폭이 좁은 골목길의 막다른 곳에 도착했다.

“여긴가?”

빈민가 한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막다른 장소.

그곳에 작고 허름한 집 한 채가 있었다.

일방통행과도 같은 작은 골목길 끝에 문조차 제대로 달려 있지 않은 허름한 집이었다.

아무래도 이곳이 데이지가 살고 있는 집인 모양이었다.

“실례합니다.”

한성은 문밖에서 집 안에 있을 사람들을 불렀다.

“누, 누구……?”

집 안에서 어느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데이지 집 맞나요?”

“네. 맞아요.”

얼마 지나지 않아 집안에서 초췌한 안색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이는 이제 서른 중반은 되었을까.

안색이 좋지 않다는 것만 빼면 제법 예쁜 편이었다.

그녀는 한성을 보더니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바, 방문자님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 어쩐 일로…….”

여성은 한성이 손목에 차고 있는 스마트 밴드워치를 보고 한 눈에 방문자라는 사실을 알아봤다.

“데이지를 만나러 왔습니다.”

“제, 제 딸을요?”

“네.”

“……!”

한성의 대답에 여성은 놀란 표정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명백히 겁에 질린 기색이었다.

‘왜 그러지?’

갑작스러운 여성의 태도에 한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사시나무마냥 몸을 떨어대면서 안색이 파래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성이 여성에게 말을 걸려는 찰나,

“그, 그 아이가 죽기 전에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나요?”

‘뭐?’

믿기지 않는 말을 들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황망한 표정으로 한성은 반문했다.

“우리 데이지가 무슨 잘못을 해서 오신 거 아닌가요?”

“아니 그 전에요.”

“예?”

한성의 말에 여성은 여전히 몸을 떨면서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데이지가 어쨌다고요?”

“딸아이는…… 수십 일 전에 죽었어요.”

‘헐?’

물기가 어려 있는 여성의 말에 한성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데이지가 죽었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성은 여성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데이지를 쫓아 이곳에 온 것이니 말이다.

‘가만. 수십 일 전이라면…….’

정확한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대규모 업데이트를 했을 때와 시기가 비슷했다.

‘설마 그때 무언가 바뀐 건가?’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었다.

그 외에는 지금 상황을 설명할 수 없었으니까.

‘그럼 나한테 부탁을 했던 애는 뭐지?’

한성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플로렌스 도시의 길거리에서 꽃을 주며 부탁하는 데이지에게서 미션을 받았다.

그리고 그 미션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한성은 여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

그러자 여성은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성의 얼굴에서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두 달 전에 막내 딸 데이나가 몹쓸 병에 걸렸다는 걸 알았어요. 그 후부터 데이지가 길거리에 나가며 방문자님들에게 약초를 구해 달라고 부탁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죠.”

여성은 흐르는 눈물을 잠시 닦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러다가 어느 날 데이지가 드로이얀의 꽃을 구해오겠다며 도시 밖으로 나갔어요.”

“설마 혼자서?”

“예.”

‘이런…….’

한성은 속으로 혀를 찼다.

플로렌스 도시 바깥은 어린 소녀가 혼자 다닐 수 있을 만큼 호락호락 한 곳이 아니었다.

위험한 몬스터들은 물론이고 도적단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도시 바깥으로 나간 날 이후로 데이지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즉, 살았는지 죽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여성은 데이지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만약 살아 있다면 집으로 돌아왔을 테니까.

‘그럼 내가 본 그녀는…….’

한성이 본 소녀는 이미 죽어 버린 데이지의 영혼이었다.

어린 소녀는 죽어서도 자신의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플로렌스 도시의 길거리에서 방문자들에게 꽃을 주며 부탁을 해 왔던 것이다.

‘제길…….’

한성은 살짝 눈시울이 붉어졌다.

허름한 옷차림으로 길거리에서 방문자들에게 꽃을 주며 도와 달라고 소리치는 데이지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동생을 구하기 위해 죽어서도 도와 달라고 소리치는 그녀를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대규모 업데이트가 끝나고 수십 일이 지나도록.

한성이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때까지.

“그런데 방문자님께서는 어쩐 일로 오셨나요?”

여성의 말에 한성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미 오래전에 데이지가 죽었다는 사실은 놀랍지만 지금 자신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이곳에 데이지의 여동생이 있습니까?”

“데이나 말씀인가요?”

‘좋아, 있군.’

여성의 말에 데이지의 여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한성은 인벤토리에서 드로이얀의 꽃을 꺼냈다.

“이, 이건?”

드로이얀의 꽃을 본 여성의 얼굴에 놀람과 감격의 빛이 지나갔다.

그녀도 알고 있는 것이다.

드로이얀의 꽃이 데이나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초라는 사실을.

“받으세요.”

한성은 드로이얀의 꽃을 여성에게 넘겼다.

그 순간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서브 퀘스트 빈민가의 소녀 데이지의 부탁을 완료했습니다. 데이지에게서 보상을 지급받으십시오.]

‘뭐?’

한성은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데이지에게서 보상을 지급받으라니?

죽은 사람에게서 보상을 받아 내란 말인가?

‘무슨 영혼까지 털어 버리는 사채업자도 아니고 말이야.’

살짝 한숨을 내쉬며 한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한성에게서 드로이얀의 꽃을 건네받은 여성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왔다. 드로이얀의 꽃으로 데이나의 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데이지는 어떻게 해야 만날 수 있을까?

[서브 퀘스트와 연동된 숨겨진 히든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뭐?’

그때 갑작스럽게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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