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
< 내 언데드 100만 >
제 52 화 언노운 (1)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 입구를 통해 저수지의 물이 꾸역꾸역 흘러 들어갔다.
잊혀진 유적의 던전 내부는 개미굴 같은 지하 동굴이었다.
입구에서 여러 갈래로 나눠진 통로들은 여러 방들과 연결되었고, 각 방마다 고대 유적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제단이나, 돌로 쌓은 담 같은 건축물들의 흔적들이 있었던 것이다.
던전 자체 크기가 큰 편이 아니라 솔로 플레이라고 해도 넉넉잡고 1시간이면 충분히 클리어가 가능했다.
그 때문에 잊혀진 유적의 입구를 통해 저수지의 물들이 들어 간지 수 분 후, 한성과 세이란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Lv87 그린 맨티스를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435 골드를 획득합니다.]
[축하합니다. Lv88 블루 맨티스를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440 골드를 획득합니다.]
[축하합니다. Lv89 레드 맨티스를…….]
“이제 뜨기 시작하는 군.”
눈앞에서 무수하게 떠오르기 시작하는 안내 메시지를 바라보며 한성은 한층 더 짙은 미소를 지었다.
이미 세이란과 파티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보상으로 받는 골드가 절반으로 나뉘어졌다.
그리고 전승 특전 붉은 유성의 효과로 절반으로 나누어진 골드에서 3배를 더 받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히든 던전 내에 있는 몬스터들을 처치했다는 메시지가 쌓여 갔다.
“…….”
세이란 또한 시야에 떠오른 안내 메시지를 보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던전을 하나 수몰 시켜서 몬스터들을 잡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축하합니다. Lv90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의 보스, 인섹트 킹을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4500골드와 인섹트 킹의 목걸이, 인섹트 킹의 반지, 인섹트 킹의 팔찌가 나왔습니다.]
[주사위의 결과에 따라 트레인 님이 인섹트의 킹의 목걸이와 팔찌를 획득합니다.]
“그렇지!”
기어코 한성의 시야에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의 보스까지 잡았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야말로 손 안 대고 코푼 격이었다.
그냥 가만히 히든 던전의 입구를 열고 저수지의 물을 흘러내리게 만들었을 뿐이니까.
그리고 보스가 죽고 나서 인섹트 킹의 장신구들이 나왔는데 그중 두 개를 한성이 먹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티르 나 노이 최초로 히든 던전을 수몰시켰습니다. 또한 티르 나 노이 최초로 히든 던전을 10분 내에 공략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을 최단 시간 안에 공략하셨습니다.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의 공략 보상으로 9000골드와 Lv90 유니크 등급 보물 상자를 지급합니다.]
[티르 나 노이 최초로 히든 던전을 수몰시킨 당신에게 특별 보상, 물귀신 칭호를 지급합니다.]
[레벨이 5올랐습니다!]
“오?”
연이어 떠오르는 메시지 한성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역시 최초로 히든 던전을 수몰시키고, 빠른 시간 안에 클리어 했더니 특별 보상으로 칭호를 받았던 것이다.
“살다 살다 던전 공략을 이런 식으로 하는 인간을 보게 될 줄이야…….”
세이란은 기가 찬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설마 진짜로 던전 하나를 수몰시켜서 몬스터들을 잡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럼 이제 조사만 하면 되는 건가?”
“어.”
한성의 물음에 세이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수십 마리가 넘는 곤충형 몬스터들과 보스가 수몰로 잡혔다.
이걸로 던전 내의 몬스터들은 전부 제거되었을 터.
오딘 사 특별 대응 전담 프로젝트팀의 이성식 대리의 말에 의하면 던전 내의 몬스터들을 전부 제거했을 때 무슨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이제 발생될 문제를 조사를 하는 일뿐.
“흠…….”
한성은 하얀 바위 아래를 내려다봤다.
이제 수위는 발목 높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다.
이미 산 위 저수지에서 터트린 물들이 거의 다 흘러내렸던 것이다.
이제 오딘 사에서 의뢰한 조사를 위해 던전에 진입하면 된다.
그러면 되는데…….
“이거… 어떻게 하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봐? 네가 저지른 일이니 네가 해결해야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던전 안으로 들어간 물을 제거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던전 내부의 물들은 높이가 적어도 한성의 가슴까지 올라왔으며, 세이란은 턱밑까지 차올라 있는 상황.
물속을 수영하며 던전 내부로 들어갈 수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움직이기가 불편했다.
거기다 물이 이렇게 많으면 던전 내부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조사를 하는데 방해될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조사를 하기 힘들게 된 것이었다.
“골치 아프네.”
한성은 턱밑을 긁적였다.
본래 한성의 계획은 던전 하나를 수몰시켜서 공략하는 것으로 끝난다. 던전 공략 보상을 받고 그냥 떠날 생각이었으니까.
거기다 오딘 사의 의뢰는 히든 던전의 조사이기는 했으나, 일단 던전 내부의 몬스터들을 전부 제거해야 된다고 했었다.
그래서 한성은 자신이 미리 준비했던 시체들을 폭발시켰던 것이다.
빠른 시간 안에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을 공략하기 위해서.
그 결과가 지금 눈앞의 상황이었다.
“물이 마를 때까지 기다릴까?”
“어느 세월에?”
“언젠가는?”
스르릉.
한성의 대답에 세이란은 조용히 성검, 엑스칼리버를 뽑아 들었다.
“아무래도 내가 널 믿은 건 실수인 것 같아. 동영상 파일이나 빨리 내놔, 망할 놈아!”
결국 다시 성질이 폭발한 세이란은 부들부들 떨며 엑스칼리버를 한성을 향해 겨눴다.
“워워. 진정해. 나한테 방법이 있어.”
“구라면 벤다. 즉시 바로 벤다.”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진정 좀 해라.”
한성은 양손을 내밀며 세이란을 진정시켰다.
조금 전 한성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사실 이미 지금 같은 상황이 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준비한 방법이 하나 있었다.
“틴달로스.”
스르륵.
한성의 그림자 속에서 귀여운 강아지 모습을 한 칠흑의 어둠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유자재로 형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그림자 소환수, 틴달로스였다.
컹!
강아지의 모습으로 나타난 틴달로스는 한성을 보더니 한 차례 짖었다.
딱히 틴달로스는 형체가 정해져 있지 않아 한성이 임의로 평상시에는 강아지 모습으로 나타나도록 설정한 것이다.
“저 안에 들어 있는 물 좀 빼 줘.”
“…….”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의 입구를 통해 가득 들어차 있는 물을 본 틴달로스는 침묵했다.
강아지 모습인 주제에 표정이 다채롭게 변해 갔다.
아무래도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컹컹!
이윽고 틴달로스는 한성을 향해 두 차례 짖었다.
“왜 그래? 설마 못하는 건 아니겠지?”
한성은 불안한 표정으로 틴달로스를 바라봤다.
틴달로스의 내부는 수십 마리의 언데드 몬스터들을 이동시킬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존재한다.
그 정도 공간이라면 충분히 던전 안에 있는 물들을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한 번 만에 전부 제거할 수는 없겠지만.
컹컹!
다시 한 번 더 틴달로스는 한성을 바라보며 짖었다.
“…….”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한성은 침묵했다.
개처럼 짖고 있는 틴달로스의 머리 위에 메시지가 떠올랐던 것이다.
[밥 주세요.]
“배고파서 그런 거였냐!”
틴달로스의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한 차례 소리쳤다.
“밥은 나중에 줄 테니까, 물부터 빼.”
멍!
밥을 주겠다는 한성의 말에 그제서야 틴달로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차례 짖었다.
그리고 히든 던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슈슉! 첨벙첨벙!
틴달로스의 등에서 두 개의 촉수가 뻗어 나오더니 이내 히든 던전 내부를 채우고 있는 물속에 빠졌다.
이제 틴달로스가 펌프처럼 촉수를 통해서 물을 빨아 당기며 제거하는 걸 기다리는 일만 남은 것이다.
조사는 그 후에 하면 될 터.
“그럼…….”
틴달로스가 물을 제거하는 사이 한성은 소환수들을 다시 소환했다.
펑!
한성의 눈앞에서 루루와 라이, 파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루루, 왔어영~”
재소환된 루루는 한성을 향해 쪼르르 달려오더니 다리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리고 한성의 목까지 기어 올라와서 얼굴을 마구 부벼댔다.
“마스텅! 보고 싶었어영. 왜 빨리 안 불러주셨어영.”
“미안 미안. 알았으니까 그만 좀 해. 보는 사람도 있으니까.”
“넹~”
한성의 말에 루루는 얼굴 부비기를 멈췄다.
하지만 여전히 한성의 등 뒤에 매달려 있었다.
“변태 로리콘.”
‘커헉!’
세이란의 언어 공격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데미지를 입은 한성은 한쪽 무릎을 꿇을 뻔했다.
하지만 이어서 세이란의 추가타가 날아들었다.
“역시 내 유혹에 넘어오지 않은 이유는 게이가 아니라 로리콘이었기 때문이구나!”
“아니야!”
멀쩡한 사람을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세이란의 말에 한성은 발끈하며 소리쳤다.
“왜 자꾸 멀쩡한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려고 하는 거야?”
“흥!”
한성의 말에 세이란은 듣기 싫다는 듯 혼자 팔짱을 끼며 고개를 휙 돌렸다.
‘크, 크윽!’
오늘 세이란과 함께 말싸움을 하면서 처음으로 크게 한 방 먹은 기분이었다.
‘그냥 내가 참아야지.’
한성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차피 이대로 더 싸워 봐야 좋은 소리를 못들을 것이고, 불리한 건 자신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싸움을 멈추는 게 나았다.
‘그나저나 저런 기능도 있었네?’
한성은 열심히 던전 내부의 물을 퍼 나르고 있는 틴달로스를 바라봤다.
틴달로스의 머리 위로 떠올랐던 한 줄 메시지.
설마 그런 기능이 있을 줄은 여태껏 몰랐었다.
‘레벨이 올라서 그런가?’
지금 한성의 레벨은 93이었다.
아마 90레벨이 되면서 루루처럼 의사소통을 잘하지 못하는 소환수들에 한해서 머리 위로 메시지를 띄울 수 있게 된 모양이었다.
지금까지 틴달로스는 그저 한성의 명령을 묵묵히 수행하기만 했으니 말이다.
아마 레벨이 오르면 지금보다 더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될지도 몰랐다.
‘나중에 한번 확인해 봐야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한성은 열심히 물을 빨아 당기고 있는 틴달로스를 바라봤다.
그때 틴달로스의 머리 위로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배불러요. >_<]
“잘됐네. 계속해.”
틴달로스의 메시지에 한성은 굿을 외쳤다.
밥값이 굳었으니까.
이미 수백만 골드를 벌었기 때문에 틴달로스의 사료 값이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중앙 대륙으로 넘어가면 강화나, 장비 뽑기를 해야 한다. 수백만 골드가 거덜 나는 건 한순간이었다.
[다 했어요!]
컹!
몇 분 후.
틴달로스가 한성을 바라보며 짖었다.
“좋아. 잘했…….”
쿠구구구궁!
순간, 에르네스트 산 전체가 뒤흔들렸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뭐, 뭐야? 갑자기 또 무슨 일이야?”
갑작스러운 상황에 세이란은 놀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이건…… 설마?’
계속 산을 뒤흔들고 있는 진동 속에서 한성은 날카로운 히든 던전 입구를 노려봤다.
히든 던전 안에서 진동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진동은 점점 더 던전 안에서 입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콰가가가각!
샤하아아아아악!
“……!”
순간 히든 던전 안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괴성을 지르며 튀어나왔다.
그 모습을 세이란은 물론 한성조차도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
“저, 저게 뭐야?”
멍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세이란.
한성 또한 세이란과 같은 심정이었다.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서 볼 수 없는 정체불명의 거대 몬스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