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
< 내 언데드 100만 >
제51화 잊혀진 유적 공략 특별 보상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 변태가!”
세이란은 붉어진 얼굴로 소리쳤다.
설마 자신의 말을 들어달라고 했던 것이 이런 것이었을 줄이야!
손과 팔, 그리고 성검 엑스칼리버의 검면까지 이용하며 최대한 몸을 가린 세이란은 한성을 노려봤다.
“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진정 좀 하지?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까 무기와 방어구 좀 벗어 두라고.”
“뭐?”
“신화 등급 사상무장병기라니. 어디 무서워서 내가 말을 할 수 있겠냐?”
한성은 질린 눈으로 세이란을 바라봤다.
그녀의 무기는 어마어마한 공격력을 가진 신화 등급의 성검 엑스칼리버였다.
레전드 등급까지는 종종 봐 왔지만 설마 신화 등급을 직접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거기다 가볍게 툭 쳤을 뿐인데 지면이 쩌저적 갈라지는 것을 본 한성은 최대 경계 상태로 세이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
흥분한 그녀가 마구 휘두른 눈 먼 성검에 맞아 죽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이, 이상한 짓 하려는 건 아니지?”
세이란은 성검을 꼭 끌어안으며 한성을 바라봤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한성은 한숨을 내쉬듯 대답했다.
“현실에서든, 게임에서든 사회에서 생매장 당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걱정마라.”
“알았어.”
스르릉.
그제야 세이란은 천천히 성검 엑스칼리버를 검집 안에 집어넣었다.
‘이제야 제대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네.’
은색 발키리 아머만 착용 중인 세이란의 모습에 한성은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원하는 게 뭐야?”
전투태세에서 해제한 세이란은 한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곳에 온 이유. 랭킹 9위씩이나 되는 검성이 이런 누추한 곳까지 온 이유가 뭐지?”
처음에는 월드 히든 미션 때문에 온 줄 알았다.
하지만 세이란을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에 들어가게 하기 위해 운영자들은 입장제한을 해제했다.
‘즉, 운영자들이랑 연관이 있다는 말인데…….’
냄새가 났다.
어마어마한 보상의 냄새가.
“…….”
한성의 말에 세이란은 잠시 머뭇거렸다.
‘이번 일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세이란은 이번 일을 맡기 전, 운영자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야 잊혀진 던전을 공략하려고…….”
“그건 당연히 아는 거고. 왜 레벨 100도 안 되는 히든 던전을 공략하려고 여기까지 말하라니까.”
“그, 그건…….”
세이란은 머뭇머뭇거리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한성은 직감했다.
역시 그녀는 운영자들과 연관이 있다고 말이다.
“왜? 운영자가 말하면 안 된다고 부탁이라도 했나?”
“……!”
그 말에 세이란은 살짝 놀란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역시.”
이로써 운영자가 개입 중이라는 사실을 한성은 확신했다.
그리고 점점 더 한몫 단단히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이란을 통해서 운영자들에게 특별 보상을 지급하라고 독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성에게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다.
오딘 사에서는 운영자들이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 개입이나 간섭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영자들이 시스템을 변형시키면서까지 개입해 온 것이다.
그 때문에 한성은 그들에게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었다.
오딘 사에서 1인 솔로 플레이 히든 던전에 개입해서 입장 인원수를 해제시켰으니까.
한성은 세이란을 바라봤다.
그리고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딘 사와 교섭해 줘. 나도 한 몫 챙기고 싶거든.”
* * *
오딘 사의 특수 대응 전담 프로젝트팀으로부터 받은 일을 같이하고 싶다며 한성은 세이란에게 교섭을 요구했다.
당연히 세이란은 어이없어 하며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칼자루는 한성이 쥐고 있는 상황.
한성의 요구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과는 뜻밖이었다.
“OK…… 래.”
세이란은 질린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설마 오딘 사에서 눈앞에 있는 녀석을 합류시켜 줄 줄이야.
오딘 사의 이성식 대리로부터 연락은 간단했다.
- 두 분이서 같이 히든 던전을 공략해 주십시오. 저희들이 발견한 문제는 던전 안에 있는 보스를 포함한 모든 몬스터들을 처치했을 때 발생하는 걸로 조사되었습니다. 그때 무슨 일이 생기는지 보고해 주십시오.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들을 섬멸해 달라고 부탁해 왔던 것이다.
보상은 추후에 논의하기로 했다.
그리고 던전 입장 제한을 해제한 일에 대해 사과도 함께 받았다.
역시 생각대로 운영자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성은 항의했다.
공평성을 지켜야 할 운영자가 게임에 개입해도 되는 거냐고.
그런 한성의 항의에 이성식 대리는 관련부서가 징계 처분을 받았고, 추후에 그와 관련해서 임무 완료 보상을 충분히 해 주겠다는 말로 한성을 달랬다.
그 말에 일단 한성은 물러났다.
어찌되었든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었으며 관련 부서가 징계처분까지 당했다고 했으니까.
거기다 만족할 만한 보상도 준다고 하는 마당에 굳이 더 들이댈 필요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다 해결된 건가?”
한성은 넌지시 세이란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말에 세이란의 눈썹이 꿈틀 거렸다.
“어딜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빨리 내놔.”
세이란은 한성에게 손을 내밀었다.
동영상 녹화 파일을 내놓으라는 소리다.
“그건 일이 끝나고 나서 넘겨줄게.”
“뭐? 그게 무슨 헛소리야?”
단숨에 세이란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한성이 녹화한 동영상은 세이란에게 있어 최악의 흑역사와도 같은 물건이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빨리 처분하고 싶었다.
그런데 일이 끝나고 준다니?
“내가 좀 걱정이 많아서 말이야. 일이 끝나면 확실하게 넘겨줄 게.”
한성은 웃으며 말했다.
‘지금 넘겨줬다가 뒤통수를 맞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이거 잘하면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야.’
비록 오딘 사의 운영자들과 이야기가 잘 되서 세이란과 함께 일을 하게 되었지만 뒷일은 아무도 모른다.
꽤 긴 시간 동안 한성은 블랙 레이븐 클랜원들과 함께했었다. 그동안 블랙 레이븐 클랜을 위해서 한 일이 얼마였던가.
하지만 그럼에도 배신당했다.
하물며 눈앞에 있는 세이란은 영상매체를 통해서 자주 보긴 했었지만, 오늘 처음 보는 사이였다.
아직 신용할 수 없었다.
거기다 그녀는 한성을 안 좋게 생각하고 있을 터.
동영상 녹화 파일이 없었다면, 이미 한성은 세이란에게 수도 없이 살해당했을 것이다.
적어도 이번일이 끝날 때까지 만이라도 보험을 하나 들여 놓는 게 마음 편했다.
“그럼…….”
한성은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을 바라봤다.
이제 남은 건, 눈앞에 있는 던전의 공략뿐이다.
“그러니까 던전 내에 있는 몬스터들을 전부 잡으면 된다 이거지?”
“그래. 보스까지 포함해서.”
“그럼 내가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데.”
“뭐? 어떻게?”
한성의 말에 세이란은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런 세이란을 바라보며 한성은 말없이 씩 미소를 지어보였다. 직접 던전 내부를 조사해야 된다는 사실에 맥이 빠져 있었지만, 세이란과 이야기를 해 보니 던전 내부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들을 처리하면 된다고 했다.
한성에게는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는 상황.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을 빠르게 클리어할 수 있는 방법이 그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딱!
“시체 폭발!”
콰아아아앙!
손가락을 튕기며 스킬을 시전하자 산 위쪽에서 어마어마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뭐, 뭐야? 무슨 짓을 한 거지?”
갑작스러운 상황에 세이란은 놀란 표정으로 산 위쪽을 올려다봤다.
사방에서 놀란 산새들이 날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거기 있으면 위험할 거야. 이쪽으로 올라오지 그래?”
한성은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의 입구인 하얀 바위 위로 뛰어오르며 말했다.
쿠구구구구구궁!
그 직후, 산 위에서 진동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이……?”
멍한 표정으로 산 위를 바라보는 세이란.
하지만 이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콰콰콰콰콰콰!
마치 산사태가 난 것처럼 나무와 흙들이 밀려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나무와 흙들 위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물들이 흘러내려오고 있었다.
“야, 이 미친놈아!”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한성의 짓이라는 걸 직감한 세이란은 자기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가상 현실 게임에서 산사태를 일으키다니!
아니, 그보다 오딘 사가 리얼리티를 추구한다더니 설마 에르네스트 산에서 산사태까지 일어나게 할 줄이야!
“얼른 올라와라. 휩쓸리고 싶지 않으면.”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머리 위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나무와 흙,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흙탕물을 올려다보며 세이란은 기가 막힌 듯 소리쳤다.
그러면서 잽싸게 한성의 옆으로 뛰어올랐다.
어쨌든 살고 봐야 하니까.
콰콰콰콰콰!
얼마 지나지 않아 산사태와 같은 흙탕물들이 세이란과 한성이 있는 곳까지 흘러왔다.
‘계획대로군.’
한성은 발밑에서 흐르고 있는 산사태처럼 내려온 저수지의 물을 내려다보며 씩 미소를 지었다.
하얀 바위 위에 올라서 있는 한성과 세이란은 저수지에서 내려온 물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물의 수위가 하얀 바위를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의 하얀 바위의 절반보다 조금 더 높을 뿐이었다.
그래도 성인 남성 키 높이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성의 계획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었다.
산 위에서 내려온 물들이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 입구를 통해 흘러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잊혀진 유적 입구는 산 위쪽을 바라보고 있는데다가 지하 던전이었다.
그 때문에 산 위에서 내려오고 있는 돌이나 나무, 흙탕물이 그대로 잊혀진 유적을 향해 쭉쭉 흘러들어갔다.
종종 물에 휩쓸린 나무가 입구를 막을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는 한성이 처리했다.
“거, 참. 시원하게 들어가네.”
끊임없이 흘러 내려오고 있는 흙탕물들이 지하 던전 안으로 들어가자 한성은 씩 미소를 지었다.
“마, 말도 안 돼…….”
그 모습을 세이란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녀 정도의 레벨이라면 직접 몸으로 산사태를 버텨낼 수 있었다.
하지만 편한 방법 놔두고 괜히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한성의 옆에서 하얀 바위 위에 올라와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흙탕물들을 피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세이란의 관심사는 산사태가 아니었다.
세이란은 하얀 바위 위에서 웃고 있는 한성을 바라봤다.
‘대체 머리가 어떻게 되어 있는 거야?’
설마 던전 하나를 수몰 시킬 생각을 하다니!
마음 같아서는 당장 한성의 머리를 열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뇌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한 건지 궁금했으니까.
하지만 세이란은 모를 것이다.
한성이 블랙 레이븐 클랜에 있었던 시절 미친 사냥개라고 불렸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성의 시야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티르 나 노이 최초로 히든 던전을 수몰시켰습니다.]
[특별 보상으로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