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48화 (48/318)

# 48

< 내 언데드 100만 >

제 48 화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

“누구냐!”

세이란은 뒤로 물러서며 소리쳤다.

그리고 뜬금없이 나타난 눈앞의 인물을 노려봤다.

‘어째서 이런 곳에 방문자가 있는 거야?’

눈앞의 인물은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복장을 하고 있는 방문자였다.

그의 모습에 세이란은 눈썹을 꿈틀 거렸다.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 근처에 방문자가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으니까.

에르네스트 산 최심부에 도착했을 때, 이성식 대리로부터 연락이 오긴 했었다.

빨리 문제를 해결해 달라면서.

그러면서 무언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이성식 대리의 연락을 세이란은 가차 없이 끊어 버렸다.

한창 몬스터들과 한바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후로 몇 번인가 더 이성식 대리로부터 연락이 왔었지만 무시했다.

최대한 빨리 이성식 대리에게서 부탁받은 일을 처리할 생각이었으니까.

‘나와 같은 목적인가?’

세이란은 경계의 눈초리로 한성을 노려봤다.

잊혀진 유적 근처에서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키 아이템인 드로이얀의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목적이 같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이러면 곤란한데…….’

그녀가 이성식 대리에게서 부탁 받은 건 제한 레벨 90인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을 클리어하고 무슨 문제가 있는지 조사하고 보고하면 끝나는 간단한 일이었다.

그에 반해 보상은 두둑했다.

이번 일을 잘 마치면 250레벨이 넘는 레전드 아이템을 지급받기로 약속받았기 때문이다.

이성식 대리가 사정사정하며 부탁한데다 나름 괜찮은 보상이었기에 세이란은 일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지금 세이란의 눈앞에 난데없이 웬 방문자 하나가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드로이얀의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방문자가!

“그러는 당신은 누군데?”

설마 드로이얀의 나뭇가지를 들고 히든 던전 근처를 기웃거리고 있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한성은 경계가 가득한 눈으로 세이란을 노려봤다.

전신을 은빛 갑주로 무장하고 드로이얀의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정체불명의 인물.

틀림없었다.

상대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을 공략하기 위해 왔을 가능성이 높았다.

‘상당히 고레벨인 거 같은데…….’

한성은 찬찬히 눈앞에 있는 인물을 바라봤다.

실버 풀 플레이트 갑주로 전신을 가리고 있는 정체불명의 인물. 가느다란 목소리로 보아 여성인 듯 했다.

그리고 후광이 비치고 있는 것처럼 은빛 갑주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적어도 강화를 10강 이상 했다는 반증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은 굉장히 화려했다.

한눈에 봐도 시작의 대륙에서 얻을 수 있는 무기가 아니었다. 저런 식의 문양과 기운을 가진 무기는 중앙 대륙에서나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눈앞에 있는 은빛 갑주의 인물에게서 느껴지는 무거운 기운.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는 고레벨이 되면 저레벨들에게 위압감을 준다.

마치 위압감을 주는 패시브 오러 스킬 같은.

물론 고레벨이 저레벨들에게 위압감을 주는 스킬은 존재하지 않는다.

스킬과 관계없이 그렇게 느낄 뿐이다.

그래서 저레벨들은 그 위압감을 기준으로 상대가 고레벨인지 아닌지 가늠할 수 있었다.

한성이 디아나에게서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처럼.

“굳이 알 필요 있나?”

“그것도 그렇네.”

한성과 세이란은 서로를 노려봤다.

그들은 이미 한참 전에 서로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둘 다 히든 던전 공략을 목표로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은 1인 입장만 가능하니까.

세이란은 이성식 대리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었으며, 한성은 전승 전에 잊혀진 유적을 발견했을 때 시스템 메시지로 알게 된 사실이었다.

“히든 던전은 내가 먼저 발견했어. 그쪽이 포기했으면 좋겠는데…….”

“…….”

‘역시 이렇게 나오는 건가?’

한성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상대는 자신보다 고레벨이다.

그리고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을 공략하려고 한다.

즉, 지금 이 자리에서 한성을 죽이고 히든 던전에 갈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실제로 눈앞의 인물은 전신에서 살기와 위압감을 풀풀 풍기고 있었다.

마치 알아서 기어! 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한성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중앙 대륙에서 온 거 같은데 왜 저렙 존에서 놀고 있는 거지? 히든 던전 같은 곳은 레벨 제한으로 못 들어갈 텐데 말이야.”

히든 던전에는 레벨 제한이 있다.

그 때문에 전승 전에 90레벨이 넘긴 시점에서 잊혀진 유적을 발견한 한성은 던전에 입장하지 못했다.

그것은 눈앞에 있는 상대도 마찬가지일 터.

“다 방법이 있지. 그리고 이제 날 귀찮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투구 속에서 아름다운 금색 눈이 위험하게 빛난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간섭을 받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현실에서 이미 많이 받고 있으니까.

그 때문에 적어도 게임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행동했다.

‘큭! 망할.’

돌연 세이란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에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크르르.

메, 메르르륵.

“마, 마스터.”

한성뿐만이 아니라 소환수들도 압박감을 받고 있었다.

라이는 세이란을 향해 이를 드러내고 있었고, 파카는 입에 게거품을 물고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리고 루루는 한성의 다리를 꼭 붙잡은 채 큰 눈을 깜박깜박 거리고 있었다.

‘아, 귀엽네.’

워낙 레벨이 낮은 탓에 존재감이 없던 소환수들의 존재를 이제야 눈치 챈 세이란은 루루를 보고 기운을 멈췄다.

귀여운 곰 옷을 입고 있는 루루를 보고 마음이 조금 풀어진 것이다.

“다치기 싫으면 그냥 가라.”

하지만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

거기다 명백한 협박.

투구 속에서 빛나고 있는 금색 눈을 보면 빈말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물러나야 하나?’

말없이 눈앞의 인물을 노려보고 있는 한성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을 공략하기 위해 추정 레벨이 250에 가까운 방문자가 일부러 시작의 대륙에 왔다.

그 말은 잊혀진 유적의 보상이 어마어마하다거나 아니면 가치가 큰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는 뜻.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얼마 전에 있었던 대규모 업데이트였다.

그때 새롭게 생긴 미션을 통해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에 대해 알게 되어서 왔을 수도 있었다.

‘게임 시스템인 히든 던전 입장 제한 레벨을 무시할 정도면 적어도 월드 히든 미션급은 되겠지.’

티르 나 노이 세계의 숨겨진 비밀들을 파헤칠 수 있는 월드 히든 미션. 그 정도 미션이라면 게임 시스템을 무시한다고 해도 납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보상은 아마 히든 클래스 아이템일 터.

‘포기하기에는 아깝다.’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을 공략하면 고레벨일 때 착용할 수 있는 레전드 등급, 혹은 신화 등급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면 한성이 얻었던 히든 전직서나 전승 아이템에 비견되는 보상이 나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고레벨 방문자 때문에 히든 던전에 들어가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1인 입장만 할 수 있는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

그렇다면…….

‘선수필승이다!’

“라이트닝 드라이브!”

한성은 공속과 이속을 500%까지 상승시켜 주는 스킬, 라이트닝 드라이브를 시전하며 뛰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루루를 비롯한 라이와 파카를 소환 해제했다.

지금 같은 경우 뒤를 생각하면 혼자 움직이는 편이 나았기 때문이다.

목표는 당연히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의 입구였다.

“아, 안 돼!”

뒤늦게 세이란이 한성을 향해 손을 뻗으며 달려들었다.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기 시작하는 세이란.

하지만 한성이 한발 빠르게 움직인데다가, 라이트닝 드라이브는 마스터 레벨 스킬이었다.

‘뭐, 뭐가 저렇게 빨라?’

빠른 속도로 잊혀진 유적 입구로 달려들고 있는 한성을 바라보며 세이란은 식은땀을 흘렸다.

거기다 애초에 그들은 잊혀진 유적 입구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았다.

먼저 유적 입구에 먼저 도착하면 끝나는 게임.

[축하합니다. 당신은 잊혀진 유적 입구를 발견하셨습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

눈 깜짝할 사이에 잊혀진 유적 입구에 도착한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지체 없이 Yes를 클릭했다.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 입구가 열립니다.]

그그그극!

수풀에 감싸여 있는 하얀 바위가 좌우로 갈라졌다. 그리고 갈라진 바위 틈 사이로 던전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겼다!’

히든 던전의 입구가 열렸다.

그 말은 곧 한성이 히든 던전에 입장할 수 있는 방문자로 인식되었으며, 한성 이외에 던전 입구 근처로 올 수 없다는 소리였다.

“너, 너어!”

히든 던전 입구 근처에서 세이란이 분해하는 목소리로 한성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던전 입구에서 반경 2미터 크기의 접근 불가 공간이 생겼기 때문에 다가올 수 없었던 것이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최초로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에 입장하셨습니다. 명성이 500 상승하고 1만 골드를 지급합니다. 히든 던전 최초 입장 특전으로 몬스터를 잡을 시 경험치 추가 보너스 +50%를 더 획득합니다.]

“헐…….”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경험치 추가 보너스라니!

‘이래서 히든 던전을 공략해야 된다니까.’

한성은 미소를 지으며 세이란을 바라봤다.

그녀는 던전 입구 밖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뭘 그렇게 보고 계시나. 그만 가 보세요. 어차피 들어오지도 못할 텐데.”

피식 웃음을 흘리며 훠이훠이 손을 흔들고 있는 한성.

“큭!”

세이란은 주먹을 꽉 움켜쥐며 부들부들 떨었다.

자신이 누구던가?

티르 나 노이 전체 랭킹 9위.

빛의 검성, 세이란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저 모습은 대체 뭐란 말인가!

세이란은 머리끝까지 열이 치솟아 올렸다.

빠직!

결국 세이란의 머릿속에서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철컥.

결국 세이란은 투구를 벗었다.

들어 올리는 투구 속에서 눈부신 금발이 흘러내려 왔으며, 길쭉하게 튀어나온 귀가 튀어 나왔다.

‘엘프 종족이군.’

그녀의 귀를 본 한성은 세이란이 어떤 종족인 바로 파악했다. 티르 나 노이에서 방문자들은 종족을 선택할 수 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종족인 인간은 물론 엘프나, 드워프를 다양한 이종족까지.

또한, 각 종족마다 장점과 단점이 존재했다.

가령 엘프가 지력이나 마력 증가치가 높다면, 드워프는 근력 증가치가 높았다.

그리고 한성은 모든 능력이 평균적인 인간 종족이었다.

‘자, 잠깐. 저 얼굴 어디서 본 거 같은…….’

“어?”

투구 속에서 완전히 드러낸 세이란의 얼굴을 본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살짝 붉어져 있긴 했지만, 어디선가 자주 보아온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서, 설마? 검성 세이란?”

이제야 한성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방문자가 어떤 존재인지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런 한성을 날카롭게 노려보며 세이란이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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