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47화 (47/318)

# 47

< 내 언데드 100만 >

제 47 화  검성, 세이란

[축하합니다. 융합 소환에 성공하였습니다.]

“휴…….”

한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갑작스럽게 실패할 수 있다고 메시지가 떠서 조마조마했었기 때문이다.

‘더블 퓨전도 장비 강화와 마찬가지군. 설마 확률이 존재할 줄이야.’

프나코틱 스펠 북의 더블 퓨전 설명에는 실패한다는 구절이 없었다.

하지만 장비 강화처럼 일정 확률로 실패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성공해서 다행이군.’

한성은 눈앞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융합 몬스터를 바라봤다. 바람의 늑대와 불꽃 원숭이가 하얀 빛에 감싸인 채 합쳐지고 있었다.

잠시 후, 하얀 빛이 사라지고 융합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언데드 몬스터 Lv87 파이어스톰 라이컨슬로프가 융합 소환되었습니다.]

“오?”

드디어 눈앞에 융합 소환된 언데드 몬스터 파이어스톰 라이컨슬로프를 바라보며 한성은 감탄사를 터트렸다.

기본적으로 융합 소환된 몬스터는 언데드다.

애초에 소재 자체가 몬스터 시체이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 한성의 눈앞에 있는 융합 몬스터는 언데드처럼 보이지 않았다.

생전의 모습과 별다를 바 없어 보일 정도로 잿빛 털에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으니까.

그리고 티르 나 노이의 몬스터들 중에서도 라이컨슬로프, 즉 늑대인간이 있었다.

일반적인 라이컨슬로프는 키가 3미터가 넘을 정도로 컸다.

그에 반해 한성이 융합 소환한 라이컨슬로프의 키는 2미터 남짓. 덩치가 일반 라이컨슬로프보다 작긴 했지만 생김새는 일반 라이컨슬로프와 똑같았다.

인간의 몸 형태에 머리는 늑대였으니까.

그리고…….

아우우우우------!

화르륵.

길게 포효하는 파이어스톰 라이컨슬로프의 잿빛 털 위로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푸른 화염.

전신에서 넘실거리는 푸른 화염이 피어오르고, 푸른 화염이 바람에 실려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불꽃 원숭이가 그랬듯이, 파이어스톰 라이컨슬로프도 화염을 자기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었다.

그렇지 못했으면 불꽃 원숭이 때문에 에르네스트 산은 벌써 불바다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불꽃 원숭이는 항상 꼬리에 촛불 같은 화염을 달고 다니니까.

파이어스톰 라이컨슬로프도 마찬가지로 사방에 푸른 화염을 폭풍처럼 퍼트리고 있었지만, 불이 나무에 붙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크르르.

한 차례 포효하며 푸른 화염을 피어 올렸던 파이어스톰 라이컨슬로프는 낮게 울며 한성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Lv87 파이어스톰 라이컨슬로프가 당신에게 복종을 맹세합니다. 앞으로 그는 당신의 부름에 언제든지 나타나 도와줄 것입니다.]

‘좋아.’

한성은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파이어스톰 라이컨슬로프가 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네 이름은 라이다.”

참으로 영혼이 없는 이름 짓기였다.

융합 몬스터의 종족은 라이컨슬로프.

그 때문에 한성은 라이라고 이름을 지은 것이다.

[Lv87 파이어스톰 라이컨슬로프의 이름이 라이로 정해집니다.]

크르릉.

파이어스톰 라이컨슬로프, 아니 라이의 몸에서 푸른 화염이 한 차례 일어났다가 사라졌다.

고개를 한층 더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자기 나름대로 기쁨을 표현한 듯 했다.

한성은 라이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파이어스톰 라이컨슬로프]

레벨: Lv87

종족: 라이컨슬로프.

충성도: 80.

상태:

스텟: 세부 항목 확인.

스킬: 세부 항목 확인.

설명: 화염과 바람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라이컨슬로프.

프나코틱 스펠 북의 더블 퓨전으로 탄생했다.

라이컨슬로프 특유의 신체 능력과 탁월한 전투 센스를 가지고 있으며, 주인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프나코틱 스펠 북의 등급이 상승하면 다른 몬스터와 한 번 더 융합이 가능하다.

‘흠.’

파이어스톰 라이컨슬로프의 상태창을 확인한 한성은 속으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프나코틱 스펠 북의 더블 퓨전은 융합 몬스터를 한 마리밖에 가지지 못한다.

대신 그만큼 강하며, 스펠 북의 등급이 성장하면 기존 융합 몬스터를 베이스로 다른 몬스터와 한 번 더 융합이 가능하다고 하지 않는가?

그 말은 파이어스톰 라이컨 슬로프를 한 층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소리였다.

가령 지금 파이어스톰 라이컨 슬로프는 화염과 바람을 쓸 수 있는데, 거기에 뇌전 속성을 가진 몬스터를 융합시키면 어떻게 될까?

화염과 바람, 뇌전을 쓸 수 있는 융합 몬스터가 탄생한다.

그리고 어떤 몬스터를 융합시키느냐에 따라 종족이 달라질 수 있었다.

늑대와 원숭이를 융합시켜서 라이컨슬로프가 탄생한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가 기대되는군.’

한성은 눈빛을 반짝였다.

지금 한성의 눈앞에 있는 라이컨슬로프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했으니까.

‘문제는 스펠 북의 등급인가?’

현재 프나코틱 스펠 북의 등급은 레어다.

이미 이전에 한성은 디아나로부터 스펠 북의 성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의 대답은 명쾌했다.

‘몬스터들을 많이 잡아라. 그럼 오를 것이다.’

즉, 노가다가 답이라는 소리였다.

‘뭐, 몬스터들을 잡다 보면 언젠가 오르겠지. 어차피 속성 능력치 숙련도도 올려야 되고.’

한성은 속성 능력치 숙련도도 몬스터들을 잡으면서 올릴 생각이었다.

어떻게 보면 잘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터.

이제 에르네스트 산에 올라온 한성은 최소한의 목표를 이뤘다.

비조르의 털 30개를 모아서 땅 타입 동물 상자를 열었으며, 프나코틱 스펠 북의 더블 퓨전으로 융합 몬스터까지 얻었으니 말이다.

이제 남은 건, 히든 던전을 공략하러 가는 것뿐.

“얘들아. 준비해라. 던전 공략하러 가자.”

크르릉?

가장 먼저 라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성을 바라봤다.

메엑?

“네~ 금방 가요~”

그리고 저 멀리서 루루가 골드 알파카를 데리고 깽깽이 발로 뛰어왔다.

메륵?

한성을 향해 우아한 걸음걸이로 다가가던 골드 알파카의 눈에 라이의 모습이 보였다.

골드 아파카는 순간 흠칫거리며 발걸음을 멈췄다.

메엑! 메엑!

“왜 그래? 파카야? 양털 코트가 되고 싶니?”

갑작스럽게 경계의 울음소리를 외치고 있는 골드 아파카를 향해 루루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무서운 말을 던졌다.

또한, 어느 틈엔가 이름까지 지은 모양.

메륵!

루루의 말에 골드 알파카, 아니 파카는 고개를 격렬하게 흔들었다.

크아아아앙!

그때 라이가 루루와 파카를 향해 이를 드러내며 포효를 내질렀다.

메, 메륵. 메르르르륵.

털썩.

결국 파카는 라이의 포효 소리에 몸이 뻣뻣하게 굳은 채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나 참. 뭘 하는 건지, 원.”

그 모습을 본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       *

‘분명 이 근처일 텐데…….’

기절한 파카를 다시 깨운 한성은 루루와 라이를 데리고 에르네스트 산 최심부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중간 중간에 몬스터들이 나타났지만 라이의 활약으로 비교적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아, 저기다!”

그때 한성의 눈에 목적지의 모습이 보였다.

에르네스트 산 중심에 있는 직경 30미터 정도 되는 저수지, 리제르.

“마스텅. 여기서 뭐하게영?”

라이의 어깨 위에서 목마를 타고 있던 루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해 왔다.

“지켜보면 알 거야.”

한성은 씩 미소를 지으며 저수지를 향해 다가갔다.

“라이, 루루. 주변을 경계해라.”

크릉.

“네~”

한성의 말에 라이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낮은 울음소리를 흘렸고, 루루는 대답을 한 다음 뒤로 공중제비를 돌며 지면에 떨어져 내렸다.

그렇게 둘은 주변을 둘러보며 몬스터의 접근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한성은 저수지 주변에서 스킬을 발동시켰다.

“시체 소환.”

번쩍!

곧 저수지 주변 이곳저곳에서 시체들이 나타났다.

한성은 저수지의 아래쪽 부분을 중점적으로 시체들을 소환했다. 다음에 방문할 히든 던전에 가기 전 밑작업을 해 두고 있는 것이다.

‘이번 히든 던전은 잘만 하면 쉽게 공략 가능하니까 말이야.’

이번에 공략할 히든 던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한성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전승을 하기 전에는 레벨 제한으로 히든 던전을 발견하고도 입구를 열지 못했다.

하지만 입구만 열 수 있었다면 공략하는데 몇 분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보통 일반 던전은 빠르게 클리어한다고 해도 최소 30분 이상 걸린다.

하물며 이번 공략 대상은 히든 던전.

일반 던전보다 공략하는데 약 2배에서 3배 이상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한성은 단언했다.

‘3분. 3분이면 충분해.’

사실상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한 시간.

보스 하나 때려잡는데도 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리는데 3분은 무리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 지금 한성은 저수지에서 사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작업을 마친 한성은 눈앞의 결과물을 바라봤다.

그야말로 산처럼 쌓여 있는 시체들.

“얘들아, 이제 준비 끝났다. 내려가자.”

한성은 주변에서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던 루루와 라이, 파카를 불렀다.

그리고 그들을 데리고 지금 있는 장소에서 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       *       *

‘여기 어디쯤일 텐데…….’

루루와 라이, 파카를 데리고 한성은 산 아래로 조금 내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에르네스트 산 최심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산속 깊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한성이 공략하려고 하는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이 숨겨져 있다.

문제는 험한 산세와 수풀로 인해 입구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미 한 번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의 입구를 발견한 적이 있는 한성이었지만, 상당히 오랜만에 오는 데다가 비슷비슷한 장소가 많아 헷갈렸다.

그래서 지금 드로이얀의 나뭇가지를 손에 들고 에르네스트 산 최심부를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드로이얀의 나뭇가지를 들고 돌아다니다가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의 지역에 들어서면 자동적으로 안내 메시지가 떠오를 테니까.

사실 전승 전에 잊혀진 유적을 발견하게 된 것도 드로이얀의 나뭇가지를 들고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찾았을 뿐이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을 발견하셨습니다.]

등 뒤에 루루와 라이, 파카를 줄줄이 달고 드로이얀의 나뭇가지를 든 채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드디어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드디어 찾았다.”

“드디어 찾았네.”

순간 한성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안내 메시지에서 시선을 떼고 전방을 바라봤다.

눈앞에 잊혀진 유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하얀 바위가 있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 수풀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한성은 하얀 바위를 지나 좀 더 산 아래로 내려갔다.

““어?””

있었다.

하얀 바위 건너편에 자신과 비슷한 말을 동시에 한 인물로 추정되는 은빛 갑주를 입고 있는 방문자가.

어디 그뿐인가?

콰직!

한성이 들고 있는 드로이얀의 나뭇가지와 맞은편에 있는 방문자가 들고 있던 드로이얀의 나뭇가지가 서로 맞부딪쳤다.

마치 서로의 손가락 끝을 마주친 것처럼.

“누구냐!”

순간 티르 나 노이 랭킹 9위, 빛의 검성 세이란이 한성을 향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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