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
< 내 언데드 100만 >
제 45 화 루루, 원숭이들을 배달하다
화르륵!
거세게 타오르는 불꽃 원숭이의 꼬리가 한성을 향해 휘둘러져 온다.
한성은 자세를 낮추며 화염 꼬리를 피하고 손바닥을 활짝 펴서 불꽃 원숭이의 안면을 움켜잡으려고 했다.
키익!
하지만 불꽃 원숭이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상체를 뒤틀며 한성의 손을 피해 냈다.
그뿐만이 아니라 몸을 회전시키며 역으로 한성을 향해 불꽃이 튀기 시작하는 주먹을 날렸다.
콰앙!
불꽃 주먹과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이 부딪치면서 폭발이 일어났다.
“큭!”
붉은 폭염 속을 헤치며 나온 한성은 뒤로 물러났다.
크익!
그에 반해 붉은 폭염 속에서 튕겨져 나온 불꽃 원숭이는 공중제비를 몇 바퀴 돌면서 지면에 착지했다.
조금 전 한성의 얼굴을 향해 날린 공격과는 달라진 화력.
“본격적으로 싸워 보겠다 이거지?”
불꽃 폭발 펀치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렬한 위력을 지닌 일격에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정말 건방지기 짝이 없는 원숭이가 아닐 수 없었다.
조금 전 자신의 얼굴을 공격했을 때 불꽃 원숭이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때문에 불꽃 원숭이는 바닥에 내동댕이쳐졌으면서도 웃음을 보였었다.
생각보다 한성이 강하다고 생각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자신도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은 상황.
지금도 아주 조금 본 실력을 보여 줬을 뿐이다.
불꽃 원숭이는 전신에 근육에 힘을 주며 화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크이이익!
화르르르륵!
마치 기를 모으듯 화력을 끌어모으고 있는 불꽃 원숭이.
꼬리에서 시작된 작은 화염이 거세게 타오르며 눈 깜짝할 사이에 몸 전체를 감쌌다.
꼬리에서 시작된 화염이 몸 전체를 감싸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5초 정도.
“디지즈. 디케이. 포이즌.”
그 시간이면 한성도 공격할 준비를 마치기에 충분했다.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에 디버프 흑마법들을 부여한 후, 한성은 불꽃 원숭이를 바라봤다.
‘레벨에 비해 꽤 강해.’
파티 보스까지는 아니지만, 정예 몬스터보다 훨씬 더 강했다. 그렇기에 한성의 숙련도 노가다 상대로 안성맞춤이었다.
‘능력치 숙련도 중에서 중요한 건 마법 공격력이야.’
한성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에 흑마법을 부여시킨 덕분에 물리 공격력은 물론 마법 공격력 숙련도도 올릴 수 있었다.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으로 공격하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소리다.
“라이트닝 드라이브!”
번쩍!
4차 직업 패왕의 전승 스킬 라이트닝 드라이브를 시전하자 지면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길이 보였다.
약속된 승리의 길.
불꽃 원숭이를 공격하기 위해 빠르게 다가갈 수 있는 최적화된 길이다.
슈아아아악!
어둠을 가르는 한 줄기 빛처럼 한성은 불꽃 원숭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때 이미 불꽃 원숭이는 전신에서 붉은 화염을 내뿜고 있었다.
‘슈퍼 파이어 몽키냐?’
어느 일본 애니에 등장하는 인물을 떠올린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있는 힘껏 불꽃 원숭이를 향해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을 휘둘렀다.
퍼억!
순간 불꽃 원숭이의 얼굴이 홱 돌아갔다.
콰지지직!
그뿐만이 아니라 튕겨져 날아간 불꽃 원숭이의 몸이 주변을 빽빽하게 메우고 있던 소나무들을 쓰러트리며 나가떨어졌다.
전신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화염을 뚫고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이 강렬한 일격을 가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직접 공격을 당한 불꽃 원숭이는 세 가지 상태이상에 걸렸다.
질병, 부패, 중독.
하나같이 지속적인 도트 데미지를 입히는 상태 이상 스킬들이다.
하지만 한성의 공격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으로 불꽃 원숭이를 후려친 직후, 한성은 그대로 내달렸다.
소나무들을 부수며 튕겨져 날아가는 불꽃 원숭이를 향해서.
쉬이익!
라이트닝 드라이브 상태인 한성은 공기를 가르며 어마어마한 속도로 불꽃 원숭이를 따라잡았다.
그리고 허공을 날고 있는 불꽃 원숭이를 향해 도약했다.
한성의 바로 눈앞에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붉은 화염을 흩뿌리며 허공을 날고 있는 불꽃 원숭이의 모습이 보였다.
쾅!
한성은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으로 깍지를 끼며 불꽃 원숭이를 내려찍었다.
머리를 강타당한 불꽃 원숭이는 거의 직각으로 땅바닥 위로 떨어졌다.
쿠웅!
지면에 크레이터가 살짝 생길 정도로 처박힌 불꽃 원숭이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스아아아악!
그리고 지면에 착지한 한성은 달리던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쭉 미끄러졌다.
“본 스피어!”
그럼에도 스킬 시전은 잊지 않았다.
짧은 캐스팅 시간이 끝나고 불꽃 원숭이가 있는 장소 위에 2개의 하얀 뼈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길이가 2미터 정도 되는 하얀 뼈창의 창날 끝 부분이 불꽃 원숭이를 향해 겨눠졌다.
아직 불꽃 원숭이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그나이트(Ignite).”
팡!
순간 창대 끝에서 작은 마력 폭발이 일어났다.
그 추진력으로 뼈창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불꽃 원숭이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정예 비조르를 쓰러트렸을 때와 같은 상황.
화아아악!
그때 불꽃 원숭이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불꽃 원숭이가 방어를 하기 위해 다급히 붉은 화염을 전개한 것이다.
마치 폭발 하듯이 터져 나오는 붉은 화염들.
하지만…….
“이미 늦었어.”
푸우욱!
키이이이익!
마력 폭발의 가속력을 얻은 본 스피어의 공격을 막기에는 화력이 모자랐다.
만약 불꽃 원숭이의 화력이 본 스피어를 녹일 정도로 높았다면 또 모르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했다.
레벨이 낮은 이유도 있고, 워낙 다급하게 모은 터라 전부 다 모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본 익스플로전!”
콰아아앙!
불꽃 원숭이의 몸에 꽂혀진 본 스피어가 폭발했다.
지금처럼 본 스피어가 몬스터의 몸에 꽂혀진 상태에서 폭발을 하게 되면 추가적인 효과가 붙는다.
바로 방어 무시 데미지다.
몸 내부에서 폭발하는 데미지를 어떻게 막아낸 말인가?
그 때문에 본 익스플로전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기적인 스킬이 될 수 있었다.
[축하합니다. Lv88 불꽃 원숭이를 처치하셨습니다. 880 골드를 획득합니다.]
[전승 특전의 효과로 보상을 3배 지급받습니다.]
[축하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좋아!”
불꽃 원숭이를 잡고 레벨이 올랐다는 소리에 한성은 미소를 지었다.
아마 80레벨 후반 몬스터들 중에서 가장 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상대하기 까다로웠으며 경험치도 많이 주었으니까.
한성은 불꽃 원숭이를 내려다봤다.
“그럼 이제 더블 퓨전을…….”
순간 한성은 멈칫했다.
“…….”
본 익스플로전으로 폭사를 한 덕분에 거의 넝마가 되다시피 한 불꽃 원숭이의 시체.
“서, 설마 이거 더블 퓨전의 소재 몬스터로 못 쓰는 건 아니겠지?”
원형 그대로 보존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형태를 남겨 두어야 하는데, 불꽃 원숭이의 시체는 그렇지 못했다.
산산조각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시체 보관.”
[보관할 수 있는 시체가 없습니다.]
“아, 이런 망할!”
아니나 다를까 시스템 메시지에서 시체 보관을 할 수 없다고 알려왔다.
“기껏 어렵게 잡았는데 안 된다니!”
한성은 후회했다.
본 스피어까지만 사용하고 본 익스플로전은 사용하지 말았어야 했다.
바람의 늑대 때처럼 지속 도트 데미지로 시체 원형을 온전히 보전해야 더블 퓨전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다.
“뭐 어쩔 수 없지.”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이렇게 된 이상 다른 소재 몬스터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마스터~”
그때 한성은 골드 알파카를 타고 다가오는 곰 옷 입은 루루의 모습이 보였다.
불꽃 원숭이와 싸우게 되면서 루루와 골드 알파카는 안정한 장소로 피해 있었다.
그리고 한성이 불꽃 원숭이를 쓰러트리자 다시 다가오고 있는 것이리라.
“응?”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루루를 등에 태우고 있는 골드 알파카가 입에 게거품을 물고 낙타답지 않은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키익?
크익!
우끼긱!
“……!”
순간 한성은 눈을 부릅떴다.
그 사이 골드 알파카를 타고 어마어마한 속도로 다가온 루루는 해맑게 웃으며 한마디 했다.
“원숭이 배달 왔어영~”
한성의 눈앞에 다양한 속성의 원숭이 몬스터들이 골드 알파카 너머로 보였다.
루루가 한성에게로 몹몰이를 해 온 것이다.
한성은 필요한 때에 몬스터들을 이끌고 나타난 루루가 굉장히 고마웠다.
그리고 루루를 향해 한마디 했다.
“저거 반품 안 되냐?”
그 말에 루루는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반품? 루루 어려운 말 몰라영.”
루루의 대답에 한성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자신을 향해 달려들고 있는 다양한 속성의 원숭이들.
열 마리는 가뿐히 넘는다.
한성은 원숭이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 원숭이 골 요리 한번 배 터지게 먹어 보자!”
그렇게 소리치는 한성의 등 뒤에서 푸른 안광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이었다.
무려 수십 쌍이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잠시 후, 어마어마한 숫자의 언데드 몬스터들과 다양한 속성의 원숭이들이 맞붙기 시작했다.
* * *
에르네스트 산 최심부.
“분명 이 근처일 텐데…….”
그곳에 전신을 은빛 갑주로 무장한 인물이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몸집은 꽤 작았다.
하지만 작은 몸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어마어마했다.
그 예로 에르네스트 산 최심부에 서식 중인 몬스터들이 은빛 갑주를 입은 인물의 눈치만 살필 뿐 다가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머리에는 은빛 투구를 쓰고 있었기에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투구 속에서 살짝 일그러져 있는 아름다운 금색 눈이 보였다.
“나무들이 성가시군.”
스르릉.
허리에 찾고 있는 화려한 장식의 검집에서 맑은 검명이 울려 퍼졌다.
금색 빛을 흘리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위대한 황금의 검.
사상무장병기(思想武裝兵器),
성검(聖劍) 엑스칼리버(Excalibur).
티르 나 노이 세계에서 거의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신화 등급의 무기다.
붙어 있는 옵션 능력도 엄청나지만 무엇보다 스킬이 어마무시하다. 무려 초월 등급의 공격 스킬이 엑스칼리버에 붙어 있었으니까.
번쩍!
순간 엑스칼리버에서 눈부신 황금빛이 터져 나왔다.
전방을 향해 한차례 가볍게 휘두른 엑스칼리버의 궤적을 따라 황금빛이 허공에 수놓아졌다.
그리고…….
슈와아아아악!
날카로운 황금빛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 나무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콰콰콰콰콱!
시원하게 잘려 나가는 소나무들.
마치 숲속에 거대한 길이 난 것처럼 뻥 뚫렸다.
스킬을 쓰지 않고도 단순히 휘둘렀을 뿐인데도 저 정도의 위력이 나왔다.
“이제야 좀 숨통이 트이네.”
눈앞에 시원하게 뚫린 길을 바라보면서 은빛 갑주의 인물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가 볼까?”
티르 나 노이 전체 랭킹 9위.
빛의 검성, 세이란.
그녀가 바로 오딘 사의 특별 대응 전담 프로젝트 팀의 의뢰를 받고 에르네스트 산에 숨겨져 있는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을 찾고 있는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