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42화 (42/318)

# 42

< 내 언데드 100만 >

제 42 화  특수 전담 프로젝트 팀

[만약 저 아이를 울리면 용서하지 않겠다.]

눈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루루를 보고 있자니 한성은 절로 식은땀이 났다.

‘어, 어쩔 수 없지.’

한성은 비장의 수단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자, 루루야. 이거 줄 테니까 이제 울지 마. 그러다 나 죽을지도 몰라.”

인벤토리에서 비장의 물건을 꺼낸 한성은 루루의 입에 물렸다.

“우웅.”

한성이 준 과자를 입에 문 루루는 이내 얼굴이 풀어졌다.

우물우물.

“마시쪄여.”

도토리를 입에 가득 넣은 다람쥐처럼 볼을 잔뜩 부풀린 루루는 행복한 표정으로 입을 우물거렸다.

‘휴, 다행이다.’

초코바를 루루에게 먹인 한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지금 루루에게 먹인 초코바는 어둠의 신봉자들과 관련된 미션을 깨면서 지급 받은 레어 보물 상자에서 나왔다.

기가 막히게도 레어 보물 상자에서 종합 과자 선물 상자 세트가 나온 것이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고 황당했었지만, 다행히 루루가 좋아해서 그나마 마음이 풀렸었다.

곰 옷을 입고 행복한 표정으로 과자를 먹고 있는 루루를 보고 있으면 치유가 된다는 느낌이었으니까.

사실 블랙 레이븐 클랜의 배신으로 인해 한성은 마음이 삭막해져 있었다.

티르 나 노이에서 방문자들이나 켈트인들을 잘 믿지 않고 일단 의심부터 먼저했다.

겉으로는 말을 듣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움직였다.

그리고 최대한 레벨을 올리고 블랙 레이븐 클랜을 향해 복수할 생각으로 골몰해 있었다.

하지만 루루와 함께 지내면서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블랙 레이븐 클랜에 대한 복수심이나 경계가 느슨해진 건 아니다.

지금도 한성의 첫 번째 목표는 최대한 레벨을 빨리 올리고 블랙 레이븐 클랜에게 복수를 하는 일이었다.

단지, 여유가 생긴 것이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좁아져 있던 시야가 넓어졌다.

‘단순히 복수심만 가진다면 잃는 게 많아.’

지난번 자신과 약속을 한 친구 이재영을 만난 후, 한성은 자신이 왜 게임을 하려고 했는지 초심으로 돌아갔다.

이유는 두 가지.

‘재밌으니까.’

그리고 돈이 되니까.

블랙 레이븐 클랜에게 배신당한 후, 레벨업을 하고 전직을 하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려왔다면 이제부터는 모든 상황을 즐길 작정이었다.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 때문에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를 즐기지 못하면 손해이니 말이다.

‘반드시 바닥으로 끌어내려 주마.’

한성은 다시 한 번 블랙 레이븐 클랜의 마스터, 슈타인을 떠올리면 이를 악물었다.

“마스텅. 더 주세영.”

그때 한성이 준 초코바를 다 먹었는지 루루가 다가왔다.

한성의 바지를 붙잡고 올려다보고 있는 귀여운 루루.

‘아기 곰이 따로 없네.’

흐뭇한 아빠 미소를 지으며 한성은 인벤토리에서 초코바를 더 꺼냈다.

“많이 먹어라~”

“네~”

허공에서 쏟아지는 초코바의 향연에 루루는 눈을 빛내며 엄청난 소도로 움직였다.

초코바들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전부 손에 쥐더니 다람쥐처럼 우물우물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루루의 체중은 착실히 불어 가고 있었다.

*       *       *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의 개발사, 오딘.

오딘 사의 개발팀 사무실은 부산스러웠다.

오딘사의 개발팀 사무실에는 특수 대응 전담 프로젝트팀이 따로 존재한다.

특수 대응 전담 프로젝트팀은 최근 신대륙 하늘 섬을 추가하면서 단행한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생기기 시작한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부서였다.

특수 프로젝트팀의 팀장 신한철은 찌푸린 얼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40대 초반인 그는 지금도 서류와 모니터 화면을 노려보며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이거 문제가 끊이질 않는구나.”

특수 프로젝트팀의 팀장실에서 신한철은 눈살을 찌푸리며 모니터 세 개를 노려봤다.

각 모니터에는 세분화된 화면에서 티르 나 노이의 내부 상황이 비치고 있었다.

각 장면들은 스쳐 지나가듯이 보였다.

톡톡톡.

신한철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겼다.

생각에 잠길 때 나타나는 버릇이었다.

지난번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며칠도 지나지 않아서 티르 나 노이의 운영을 관리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통칭 이시스에게서 문제가 보고되었다.

오딘 사는 이시스의 보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후, 특수 대응 전담 프로젝트팀을 구성했다.

팀장 신한철 밑으로 약 30명이 나 되는 유능한 능력자들이 팀장실 밖 특수 프로젝트 사무실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중 일부는 티르 나 노이에 접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더 이상 정보를 통제하기 힘들어질 텐데…….”

지난번 업데이트 이후 생겨난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의 치명적인 문제가 플레이어들 사이로 퍼져 나가는 게 신한철은 걱정되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더 나빠져 가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계속 지난다면 티르 나 노이를 즐기는 플레이어 유저들도 문제점을 조금씩 알아갈 터.

“최대한 빨리 버그를 뿌리 뽑아야 돼.”

신한철은 티르 나 노이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는 장소들을 비추고 있는 모니터 화면을 노려봤다.

“팀장님!”

그때 팀장실 문을 벌컥 열며 프로젝트 팀원 중 한 명인 이성식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뭐야? 또 뭔데?”

다급한 표정으로 뛰어 들어온 이성식을 바라보며 신한철은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이성식이 들어온 이유가 뭔지 대충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성식은 신한철에게 고민거리 하나를 더 던져 주었다.

“아, 씨발……. 또 무슨 일인데?”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신한철은 따지듯이 이성식에게 질문했다.

신한철의 욕에도 이성식은 얼굴빛 하나 바뀌지 않았다.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성식의 얼굴에서는 긴장감이 확연히 느껴졌다.

물론 이성식이 긴장한 이유는 신한철의 욕 때문이 아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신한철도 알고 있었다.

“뭐야? 사람 불안하게 왜 그래?”

신한철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물었다.

그제야 이성식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떤 미친놈이 드로이얀의 나뭇가지를 얻었습니다.”

“뭐? 드로이얀의 나뭇가지?”

이성식의 말에 신한철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드로이얀의 나뭇가지가 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 신한철의 모습에 이성식은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에 들어갈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현재 검성이 저희가 전해 준 드로이얀의 나뭇가지로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히든 던전을 찾고 있는 중이죠. 본래라면 레벨 제한에 걸리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검성에 한해서 제한을 미리 풀어 두었습니다.”

“허억?”

이성식의 설명에 신한철은 뒷목을 부여잡았다.

이성식의 일처리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원래대로라면 레벨 제한으로 인해 검성이 히든 던전에 들어갈 수 없지만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이성식이 손을 써 두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 점이 아니었다.

“이런 미친 씨발! 어떤 미친 새끼가 나뭇가지를 왜!”

신한철의 입에서 욕이 랩처럼 신나게 튀어나왔다.

특수 프로젝트팀이 발족되고 나서 늘 있는 일이었다.

뭐 하나 해결하고 나면 다른 쪽에서 뜬금없이 문제가 생겨났기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특수 프로젝트팀은 24시간 대기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2교대로 돌아가면서 일을 하고 있었기에 힘들었다.

그런데 거기에 뜬금없이 문제가 터지면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 문제 해결에 전원이 매달려야 하니까.

“그래서 지금 상황은?”

“최근 드로이얀의 나뭇가지를 얻은 플레이어를 조사해 봤습니다. 드로이얀을 잡았을 때 레벨은 80. 캐릭터 명은 트레인이며, 이번 업데이트 때 처음으로 추가된 전승 시스템을 통해 전승을 한 전승자입니다. 직업도 마찬가지로 이번에 새롭게 업데이트된 히든 직업 데스브링어로 전직했습니다. 현재는 2차 전직까지 한 상황입니다.”

“뭐? 전승자? 데스브링어라고?”

분명 첩첩산중이라는 말은 이럴 때 있는 것이리라.

전승 시스템과 데스브링어는 지난번 업데이트 때 새롭게 추가되었다.

그리고 그와 관련해서 NPC들인 켈트인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새로운 켈트인들이 추가되거나, 기존에 있던 켈트인들에게 새로운 역할이 부여되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새롭게 추가된 전승 시스템과 히든 직업에는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현재 나뭇가지를 얻은 플레이어는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을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에르네스트 산속 깊은 장소로 이동 중입니다. 아마 잊혀진 유적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런 제기랄!”

쾅!

신한철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쳤다.

현재 드로이얀의 나뭇가지로 갈 수 있는 히든 던전은 절찬리에 문제가 발생 중이었다.

그 때문에 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 특수 프로젝트팀은 티르 나 노이의 랭커인 검성에게 부탁을 했다.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그렇지 않으면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하면서.

그런데 검성 외에도 일반 유저가 드로이얀의 나뭇가지를 들고 잊혀진 던전이 있는 장소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전승 시스템과 히든 직업으로 전직한 유저가!

만약 그 유저가 히든 던전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아니 어떤 버그가 생길지 신한철로서는 짐작도 되지 않았다.

“이성식 대리. 빨리 검성에게 연락해! 최대한 빨리 문제를 해결하라고 말이야.”

“그렇지 않아도 이미 먼저 연락을 넣어 놨습니다.”

“잘했어.”

발 빠른 이성식 대리의 일처리에 신한철은 그나마 조금 마음이 풀렸다.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신한철의 스트레스는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도 쭉.

*       *       *

“…….”

초코바로 루루를 달래 준 한성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바람의 늑대 시체를 말없이 내려다봤다.

에르네스트 산속 깊은 장소로 온 이유는 더블 퓨전을 시험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더블 퓨전의 소재로 쓸 몬스터를 찾을 생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바람의 늑대는 한성의 마음에 딱 드는 소재였다.

“시체 보관.”

한성은 프나코틱 스펠 북의 고유 스킬 더블 퓨전의 능력 중 하나인 시체 보관을 시전했다.

티르 나 노이의 몬스터들은 시체가 되고 나면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사라진다.

그 전에 한성은 시체 보관으로 바람의 늑대를 수거했다.

소재로 쓸 몬스터를 한 마리 더 잡은 다음 융합시킬 생각이었다.

“가자, 루루야.”

“네. 금방 가요~”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바위 위에 걸터앉아 일광욕을 즐기며 초코바를 먹던 루루는 한성이 부르자 깽깽이발로 뛰어왔다.

한성은 루루를 데리고 에르네스트 산속 최심부를 향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히든 던전, 잊혀진 유적이 있는 장소를 향해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