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
< 내 언데드 100만 >
제 40 화 드로이얀의 최후
콰지직! 퍼서석!
드로이얀의 주먹질을 버티지 못한 해골 검병들의 뼈가 부서져 내린다.
쌔애액!
그 너머로 하늘을 가득 채우는 하얀 뼈화살들이 파공성을 내며 드로이얀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깡! 까가가강!
하지만 드로이얀은 손과 팔로 뼈화살들을 쳐냈다.
드로이얀을 달려들고 있던 한성은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무슨 강철이 따로 없네.’
드로이얀의 손과 팔에 뼈화살들이 부딪치면서 쇳소리가 울려 퍼졌던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카앙! 캉!
데스나이트의 거대한 대검도 드로이얀은 팔로 막아 내고 있었다. 몸 전체가 나무로 이루어졌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강도였다.
“미친 강철 나무 같으니.”
어느덧 드로이얀의 바로 눈앞까지 온 한성은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을 치켜들었다.
드로이얀의 몸을 이루는 나무는 강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때문에 방문자들이 기피하는 보스 몬스터였다.
물론 드로이얀의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약점을 알아도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건 매한가지였다.
왜냐하면…….
휙!
부웅!
간단히 피해 버리니까.
“제길!”
한성은 자신의 공격을 간단히 피해 버리는 드로이얀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강철과 같은 방어력과 가벼운 움직임 때문에 드로이얀을 상대하기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혹시 드로이얀의 몸체가 나무라고 해서 화염 공격을 하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드로이얀은 나무 주제에 화염에 대한 내성도 강한 편이었다.
괜히 강철 나무가 아니었던 것이다.
슈욱!
그때 드로이얀의 나무 주먹이 라이트 스트레이트로 한성을 향해 찔러져 들어왔다.
한성은 재빨리 얼굴을 옆으로 젖혔다.
슈아악!
나무 주먹이 날카롭게 얼굴을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자 한성의 뺨 위로 피가 주룩 흘렀다.
직격은 면했지만, 그 여파로 뺨이 살짝 찢어진 것이다.
하지만 한성은 신경 쓰지 않았다.
드로이얀의 공격을 피하면서 카운터 공격을 날리고 있었으니까.
한성의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은 정확히 드로이얀의 약점인 이마를 향해 날아들었다.
콰각!
“큭!”
한성은 침음성을 삼키며 뒤로 물러났다.
자신의 카운터 공격을 드로이얀이 왼손으로 막아 냈던 것이다.
타닥. 타닥.
뒤로 물러난 한성의 눈에 드로이얀이 리듬을 타며 스텝을 밟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망할 놈.”
드로이얀의 방어력이나 몸놀림이 까다로운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성가신 점도 있었다.
바로 격투 센스였다.
별다른 무기나 방어구가 없음에도 강철과 같은 몸과 격투 센스로 무장한 드로이얀은 상당히 강했다.
“그럼 이건 어떠냐? 루루!”
번쩍!
한성이 루루를 부르자 검은 기운이 소용돌이치는 차원 포탈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도도.
그리고 차원 포탈 너머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루루 왔어요~”
등허리에 붙어 있는 검고 앙증맞은 날개.
머리에는 뾰족 모자를 쓰고, 다리까지 내려오는 웨이브 진 보라색 머리카락과 붉은 눈을 가진 루루가 차원 포탈에서 활기차게 뛰쳐나왔다.
“루루. 버프 좀 걸어 줘.”
“네에~”
마계로 잠시 돌아가 있다가 한성의 부름에 급하게 달려온 루루는 이내 고양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고양이 춤은 아군에게 공격력과 방어력을 높여 준다.
그 외에도 공격 속도를 올려 주거나, 생명력과 마나 회복에 도움을 주는 버프형 춤도 있었고, 적에게 디버프를 걸어 주는 춤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루루는 바드 계열의 소환수였다.
한성에 의해 소환된 루루는 고양이 춤뿐만이 아니라 강아지 춤, 호랑이 춤, 사자 춤까지 연달아 펼쳤다.
[루루의 고양이 춤에 의해 공격력과 방어력이 20% 증가합니다.]
[루루의 강아지 춤에 의해 공격 속도가 20% 증가합니다.]
[루루의 호랑이 춤에 적들이 공포를 느낍니다. 공격력이 5% 하락합니다.]
[루루의 사자 춤에 적들이 공포를 느낍니다. 공격 속도가 5% 하락합니다.]
루루의 버프, 디버프 스킬 효과가 발동되었다.
‘흠.’
뒤에서 귀엽게 춤을 추기 시작하는 루루를 바라보며 한성은 힘이 솟아났다.
한성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남아 있는 언데드 소환수들도 버프가 걸렸다.
해골 병사들과 데스나이트는 푸른 안광을 빛내며 드로이얀을 노려봤다.
반대로 루루의 디버프 스킬에 걸린 드로이얀은 주춤주춤하고 있었다.
분명 디버프 계열 스킬인 맹수의 춤 때문이리라.
디버프 계열 스킬은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를 흉내 낸 춤이었으며, 버프 계열 스킬은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귀여운 동물을 흉내 낸 춤이었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한 번 해보자.”
전신에서 넘쳐 오르는 마력을 느끼며 한성은 씩 미소를 지었다.
“시체 소환. 해골 병사 소환.”
펑! 펑!
쿨타임이 끝나는 대로 한성은 시체를 소환하고 해골 병사들도 소환했다.
“스켈레톤 커맨더 소환!”
뒤이어 다섯 가지 속성을 가진 해골 지휘관들이 소환되었다.
빨강, 파랑, 초록, 보라, 노랑색 스켈레톤 커맨더들은 해골 병사들 앞에 섰다.
해골 병사들의 숫자는 약 100에 달했다.
“체인 오브 바인드!”
촤아악!
한성의 손에서 마력으로 이루어진 쇠사슬이 튀어나왔다.
칠흑의 마력 사슬은 마치 뱀처럼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드로이얀을 덮쳤다.
캉! 캉캉! 캉캉캉!
그래도 레벨이 90인 파티 보스의 체면이 있다는 것일까.
드로이얀은 한성의 마력 사슬을 손으로 쳐내면서 저항하기 시작했다.
“소용없어.”
한성은 손가락으로 마력 사슬을 조정했다.
그러자 마력 사슬은 드로이얀의 손을 피해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드로이얀을 칭칭 묶었다.
풀기가 어렵게 복잡한 모양으로 드로이얀을 구속하는 칠흑의 마력 사슬.
그뿐만이 아니다.
꽈아아악!
팔과 다리가 꽉 묶이면서 구속된 드로이얀은 한성이 가진 지력의 4배 데미지를 입었다.
하지만 그건 시작일 뿐이었다.
“가라.”
한성의 명력에 마력 사슬로 구속된 드로이얀을 향해 해골 병사들과 스켈레톤 커맨더들이 달려들었으니까.
* * *
[축하합니다! 에르네스트 산을 지배하는 Lv90 보스 몬스터 드로이얀을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9000 골드와 드로이얀의 나뭇가지, 드로이얀의 나무갑옷, 드로이얀의 꽃을 획득합니다.]
[전승특전 붉은 유성의 효과로 보상을 3배로 받습니다.]
“끝났나?”
한성은 짤막하게 숨을 토해 냈다.
역시 에르네스트 산의 라스트 보스 레벨 90의 드로이얀은 상대하기가 힘들었다.
아무리 한성의 스텟이 본래 레벨보다 약 2배 가까이 높다고는 해도 스텟 포인트 대부분을 지력, 마력, 지배력에 투자를 했다.
그 덕분에 같은 레벨에 비해 위의 세 스텟은 훨씬 높았다.
하지만 근력, 민첩, 체력은 같은 레벨과 비교했을 때 그리 크게 차이는 나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템 옵션 덕분에 한성이 좀 더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역시 그 정도 능력치로 90 레벨 파티 보스 몹과 1:1 싸움은 힘들었다.
특히 상대는 강철과 같은 방어력을 가지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격투 센스를 가진 드로이얀이지 않은가?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오딘 사의 방침 때문에 티르 나 노이의 보스를 비롯한 모든 몬스터들은 일정한 패턴이란 게 없었다.
물론 약점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패턴이 없는 적을 상대로 그 부분을 노리기란 쉽지 않았다.
적들도 자신의 약점이 어딘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적들도 자신의 약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터.
‘그래서 티르 나 노이가 재밌는 거지.’
한성은 씩 미소를 지었다.
일반몹도 아니고 80레벨 후반인 방문자 6명이 파티를 맺어서 싸워야 하는 드로이얀을 한성은 1:1로 맞붙었다.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한성은 네크로맨서 계열의 데스메이커지 파이터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 때문에 한성은 언데드 소환수들로 드로이얀을 상대했다.
한성의 특징은 소환수들의 물량 공격이었다.
거기다 드로이얀은 체인 오브 바인드에 묶이는 순간 사실상 모든 게 끝이 났다고 할 수 있었다.
체인 오브 바인드로 묶어 놓고 다구리를 쳤던 것이다.
비슷한 레벨의 보스들 중에서 방어력이 가장 높은 드로이얀이라고 해도 묶여진 바람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언데드 소환수들에게 다구리를 당하자 버틸 수 없었다.
결국 다구리를 버티지 못한 드로이얀은 뻗어 버리고 말았다.
한성은 드로이얀을 잡고 얻은 전리품들을 확인했다.
[드로이얀의 나무갑옷]
타입: 경갑.
최소 요구 레벨: 90.
등급: 레어.
제한: 근력 80. 민첩 50.
옵션: 방어력 +5%. 이동속도 +10%
내구도: 1000/1000.
설명: 드로이얀의 나무갑옷.
강철 같은 드로이얀의 방어력을 가진 갑옷이다.
나무로 만든 갑옷이기 때문에 상당히 가벼워 움직이기 편하다.
“흠.”
드로이얀을 잡고 얻은 나뭇가지와 꽃은 퀘스트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드로이얀의 나무갑옷은 꽤 쓸 만해 보였다.
진리의 퍼센트 옵션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퍼센트 스텟 상승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한성은 입맛을 다셨다.
아깝게도 퍼센트는 방어력과 이동 속도를 올려 줬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쓸 만했다.
‘고민되네, 이거.’
현재 한성이 착용하고 있는 갑옷은 주변 몬스터들의 공속과 이속을 10% 하향해 준다. 사실 그 덕분에 드로이얀은 본 실력의 10%만큼을 발휘하지 못했었다.
비록 지금 쓰고 있는 갑옷이 드로이얀의 나무 갑옷보다 방어력은 낮지만 붙어 있는 옵션만큼은 제법 괜찮았다.
“그래도 뭐 레벨 차이가 많이 나니 어쩔 수 없지.”
서리 거인의 얼음갑옷은 60레벨.
그러다 보니 최소 요구 레벨이 90인 드로이얀의 나무갑옷보다 방어력이나 속성 저항력이 떨어졌다.
잠시 생각에 잠긴 한성은 90레벨이 되면 드로이얀의 나무갑옷을 입기로 결정을 내렸다.
전승 특전 효과로 2개 더 받은 드로이얀의 나무갑옷은 경매장에 팔 생각이었다.
“그럼 이제 히든 던전을 공략하러 가 볼까?”
한성은 씩 미소를 지었다.
당초 목적대로 한성은 에르네스트 산의 보스, 드로이얀을 때려잡았다.
그리고 필요한 퀘스트 아이템을 전부 얻었다. 덕분에 에르네스트 산에 숨겨져 있는 히든 던전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으며, 플로렌스 도시에서 빈민가 소녀 데이지에게 받은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다.
남은 건, 비조르의 털 30개를 모으는 일과 히든 던전의 공략뿐.
“그 전에…….”
한성은 프나코틱 스펠 북을 바라봤다.
아직 프나코틱 스펠 북에 기록되어 있는 고유 스킬 더블 퓨전을 시험해 보지 못했다. 히든 던전에 가기 전 한성은 더블 퓨전을 시험할 생각이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오려나?”
씩 미소를 지으며 한성은 에르네스트 산 깊은 곳으로 향했다. 에르네스트 산 깊은 곳은 지형이 워낙 험준하기 때문에 방문자들이 잘 오지 않는 장소였다.
거기다 다양한 몬스터가 서식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더블 퓨전을 실험하기에는 최적이었으며, 동시에 히든 던전이 숨겨져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한성은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곳에 한성의 다리를 꼭 붙잡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던 루루가 한성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제 갈까?”
“네~”
한성의 말에 루루는 활짝 웃었다.
그렇게 한성은 루루와 함께 에르네스트 산 깊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