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
< 내 언데드 100만 >
제39화 드로이얀의 난입
“미친…….”
한성도 기가 막힌 표정으로 드로이얀을 바라봤다.
드로이얀은 레벨 90의 파티 보스몹이다.
신장은 3미터가 조금 넘으며 전신이 나무로 이루어져 있다.
형태는 인간형으로 굉장히 날렵하게 움직인다.
그뿐만이 아니라 파이터 스킬도 쓰기 때문에 여간 까다로운 상대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머리에는 머리카락처럼 수풀이 우거져 있었으며 그 중심에 하얀 꽃이 있었다.
저 꽃이 데이지가 의뢰한 퀘스트 물품이었다.
데이지의 동생을 구하려면 드로이얀의 머리에 있는 꽃이 필요했다.
“에르네스트 산 중간 보스도 아닌 놈이 왜 여기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드로이얀을 바라보며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산 정상에 있어야 할 놈이 중턱에 와 있었으니 말이다.
‘지난번 업데이트의 영향인가?’
그러고 보니 티르 나 노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종종 보스몹이 있어야 할 곳에 없고, 없어야 할 곳에 나타난다는 글이 올라오긴 했었다.
아무래도 신대륙 하늘 섬을 추가하면서 시행한 대규모 업데이트의 영향인 모양이었다.
푸욱!
“크억!”
순간 크란이 비명을 질렀다.
어느 틈엔가 한성이 만인 앞에 평등한 죽창을 소환해 크란을 향해 던졌던 것이다.
죽창은 정확히 크란의 심장을 꿰뚫었다.
“끄으으윽.”
심장이 꿰뚫린 크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한성이 죽창에 디지즈와 포이즌 스킬을 걸어 두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죽창에 찔려 출혈 상태였던 크란은 질병과 중독 상태 이상에도 걸리면서 지속 데미지를 입었다.
거기다 이미 프로즌 좀비 울프와 해골 궁병의 공격에 생명력이 반 가까이 깎여져 있었다.
생명력이 그리 많지 않은 크란으로서는 버틸 수 없었다.
크아아아아!
그때 드로이얀이 괴성을 지르며 시스테아와 유미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안 돼!”
그 모습을 본 테일런이 놀라 소리쳤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성이 소환한 데스나이트가 테일런을 붙잡고 놓아 주지 않고 있었으니까.
시스테아와 유미나는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드로이얀을 바라봤다.
신장이 3미터가 조금 넘는 드로이얀이 괴성을 지르며 다가온다. 그 모습을 본 시스테아와 유미나는 넋이 나갔다.
이대로 있다간 드로이얀의 손에 순살당하고 말 것이다.
그렇게 그녀들은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이곳에서 그녀들을 구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성의 외침이 울려 퍼지기 전까지는.
“본 월(Bone Wall)!”
콰가가가각!
순간 시스테아와 유미나 앞에서 하얀 뼈로 이루어진 방벽이 땅속에서 솟구쳐 올라왔다.
콰쾅!
뒤이어 본 월과 드로이얀이 충돌하면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뼈로 이루어진 방벽을 세울 수 있는 본 월은 2차 직업 데스메이커의 전용 스킬이며, 레벨 80이 되었을 때 활성화되었다.
그리고 본 월이 드로이얀을 막고 있는 사이 한성은 시스테아와 유미나 곁에 다가가 섰다.
역시나 그녀들은 놀란 눈으로 한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한성이 드로이얀의 손에서 자신들을 구해 줄 줄이야.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엄밀히 말해서 그녀들은 한성의 적이었으니까.
“어, 어째서……?”
한성이 구해 주었다는 사실에 시스테아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한성은 눈앞에 있는 시스테아와 유미나를 내려다봤다.
시스테아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붉은 웨이브 머리카락과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붉은 눈이 매력적인 미녀였다.
목뒤까지 내려오는 짧은 검은색 단발머리인 유미나는 아직 앳된 소녀에서 벗어나지 못한 풋풋한 이미지였다.
둘 다 미녀와 미소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위기에 처해 있는데 당연히 도와주어야지.”
믿음이 느껴지는 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시스테아뿐만 아니라 유미나까지 가슴이 뛰었다. 그녀들은 위기의 순간 자신들을 구해 준 한성에게 조금씩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그녀들이 겪고 있는 상황은 흔들다리 효과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톡홀름이나 리마 증후군과도 비슷했다.
하지만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여기서 보스 몬스터 따위에게 스틸을 당할 수는 없으니까!”
그건 바로 한성이 가상현실 게임 폐인이라는 사실이었다.
“시체 소환!”
번쩍!
한성이 시체 소환 스킬을 시전하자 시스테아와 유미나의 발밑에 시체 4구가 나타났다.
“자, 잠깐!”
갑작스러운 한성의 태세전환에 시스테아와 유미나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을 도와줄 것처럼 행동하더니 지금은 대체 뭘 하는 것이란 말인가?
“잘 가라.”
시스테아와 유미나를 뒤로하며 한성은 손가락을 튕겼다.
딱!
콰아아아아앙!
시스테아와 유미나가 뭐라고 말할 새도 없이 시체 4구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그녀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폭발에 휘말린 채 나가떨어졌다.
뒤이어 부패 가스가 그녀들을 덮치며 지속 데미지를 입히기 시작했다.
이미 한성은 그녀들로부터 멀찍이 물러나 있었다.
시체 폭발은 피아불문의 스킬.
시전자마저 피해를 주기 때문에 안전거리를 미리 확보해야 했으니까.
또한 시스테아와 유미나는 피통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한성의 시폭을 버틸 수 없었다.
거기다 한성은 시폭 데미지에 영향을 주는 지력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동 레벨의 공격형 마법사 직업과 비교해도 40에서 50은 더 높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성의 시야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Lv87 하이프리스트 시스테아 님을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870 골드를 획득합니다.]
[축하합니다. Lv86 클레릭 유미나 님을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860 골드를 획득합니다.]
[전승 특전 효과에 의해 보상을 세 배로 받습니다.]
눈앞에 떠오른 안내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미소를 지었다.
PK로 방문자들을 잡으면 몬스터와 마찬가지로 골드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드로이얀이 시스테아와 유미나를 처치했다면 보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드로이얀에게 스틸을 당하게 되는 것이니까.
그 때문에 한성은 그녀들을 구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끝을 내기 위해서.
‘어차피 날 죽이려고 했으니, 뭐…….’
비록 시스테아와 유미나가 바라보던 시선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미련을 버렸다.
어차피 그녀들은 자신을 적대한 적이었으니 말이다.
“이제 남은 건 네놈뿐이다.”
한성은 마지막으로 남은 테일런을 바라봤다.
“큭.”
테일런은 이를 악물었다.
확실히 눈앞에 있는 청년은 강했다.
혼자서 자신의 파티원들을 전멸시켰으니까.
크아아!
그때 드로이얀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시체 폭발을 시전하고 나서 한성은 프로즌 좀비 울프들을 전부 드로이얀에게 투입했다.
본 월로 드로이얀을 막고 있긴 하지만 어차피 일시적이었다.
머지않아 본 월을 뚫고 올 게 뻔했기 때문에 프로즌 좀비 울프들을 대기시켜 놓았던 것이다.
테일런의 파티를 마무리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프로즌 좀비 울프들은 드로이얀을 오래 붙잡지 못했다.
깨갱! 캥캥!
드로이얀의 주먹질과 발길질 한방에 프로즌 좀비 울프들의 거구가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한성은 남아 있는 해골 병사들에게 드로이얀을 막으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테일런을 향해 달려들었다.
“내가 호락호락 당할 것 같으냐!”
한성이 달려오기 시작하자, 데스나이트의 대검을 방패로 막아 내고 있던 테일런이 악에 받쳐 소리쳤다.
“이걸로 끝내자. 그동안 애썼다. 이기적인 새끼야.”
눈 깜짝할 사이에 테일런의 옆으로 달려간 한성은 그대로 블랙 레오파드 건틀렛을 내질렀다.
퍼억!
“커헉!”
옆구리에 일격을 받은 테일런은 피를 토하며 튕겨져 날아갔다. 데스나이트의 대검을 검과 방패로 막고 있던 테일런으로서는 한성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테일런이 튕겨 날아가자 그 뒤를 따라 데스나이트가 움직였다.
마무리를 하기 위해 테일런을 따라간 것이다.
“크, 크윽…….”
지면을 몇 바퀴 구르며 쓰러진 테일런은 데스나이트를 올려다봤다.
일어나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전신 골절 상태였으니 당연했다.
부우웅.
데스나이트의 대검이 테일런의 눈앞에서 치켜 올려졌다.
“젠장.”
테일런이 짧게 욕지거리를 내뱉은 순간.
푸욱!
데스나이트의 대검이 테일런의 명치를 관통했다.
[축하합니다. Lv88 가디언 테일런 님을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880 골드를 획득합니다.]
[전승 특전 효과로 보상을 세 배로 받습니다.]
[축하합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굿!”
데스나이트가 테일런에게 마무리를 가하자 한성의 시야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소환수가 몬스터를 잡으면 한성에게 그대로 골드와 경험치가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테일런 일당들을 잡으면서 한성은 레벨업을 했다.
가상 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에서 PK는 걸리지 않으면 장땡이었다.
거기다 PK로 얻는 경험치는 몬스터보다 훨씬 더 컸다.
어디 그뿐인가?
보상으로 받는 골드는 별 차이 없지만, PK를 할 경우 부가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었다.
PK를 당한 플레이어가 아이템을 드랍하니 말이다.
크아아아아아!
테일런을 쓰러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로이얀의 포효가 들려왔다.
“……!”
고개를 돌린 한성의 눈에 미친 듯이 해골 병사들을 치워 내고 있는 드로이얀의 모습이 보였다.
해골 검병들이 드로이얀을 막고, 뒤에서 해골 궁병들이 뼈화살을 날리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드로이얀의 주먹질 한 방에 해골 병사들의 뼈가 우수수 부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망할.”
드로이얀의 강한 모습에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해골 병사 스킬 레벨이 1이었을 때는 골골이라고 부를 정도로 약했었다.
하지만 스킬 레벨이 어느 정도 오른 지금 해골 병사들은 이제 강골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럼에도 드로이얀의 공격이 골다공증에 걸린 뼈처럼 가볍게 부서지고 있었다.
“시체 소환! 해골 병사 소환!”
한성은 다시 해골 병사들을 소환했다.
시체만 충분하다면 한 번에 해골 병사들을 많이 소환할 수 있었다.
물론 한성이 지배할 수 있는 숫자까지지만.
충원된 해골 검병들이 덜그럭덜그럭 소리를 내며 드로이얀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해골 궁병들이 활시위를 당겼다.
쿵쿵쿵!
그뿐만이 아니다.
이번에는 데스나이트도 대검을 치켜들고 드로이얀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데스나이트와 해골병사들의 총력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거기에…….
“라이트닝 드라이브.”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한 줄기 빛처럼 한성은 번개와 같은 움직임으로 드로이얀을 향해 쇄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