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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언데드 100만-38화 (38/318)

# 38

< 내 언데드 100만 >

제 38 화  사냥터 싸움 (2)

콰아아앙!

“크아아악!”

방어 스킬도 전개하지 않고 다급하게 방패를 치켜들었을 뿐이다.

그 정도의 방어로는 한성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쿠우우웅!

방패를 든 채로 에릭의 다리가 무너졌다.

위에서 전해진 어마어마한 일격에 몸이 버티지 못한 것이다.

‘무, 무슨 위력이 이래? 정말 네크로맨서가 맞아?’

기본적으로 네크로맨서 같은 마법사들은 육체가 약하다.

대부분 스텟을 지력이나 마력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근력이나 민첩, 체력은 어느 정도 필요 최저치만 맞춘다.

하지만 지금 한성의 일격은 마법사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근력만 놓고 보면 나보다 높은 거 아니야? 설마 고레벨인 건 아니겠지?’

에릭은 살짝 식은땀을 흘렸다.

방어를 했음에도 꽤 데미지를 입었다.

생명력은 반 이하까지 내려갔다.

‘빌어먹을!’

에릭은 몸을 뒤로 뺐다.

힐러들의 지원을 받아 재정비를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언 스킨.”

“이, 이 자식이?”

에릭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뒤로 물러나고 있는 자신의 바로 눈앞에 한성이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내가 놓아줄 줄 알고?”

한성은 에릭을 바라보며 씩 미소를 지었다.

퍼억!

“크허어억!”

에릭의 오른쪽 옆구리에 리버 블로우 같은 펀치가 꽂혀 들어갔다. 이어서 한성의 왼 주먹이 에릭의 턱밑을 훅처럼 날아들며 스치고 지나갔다.

“크윽!”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는 리얼리티가 높았다. 턱밑을 공격당한 에릭이 현실처럼 몸을 후들거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현실에서 턱을 공격당하면 뇌가 흔들려 몸을 가누기 힘들어진다.

일반 게임이었으면 생명력만 깎이고 끝났을 테지만, 티르 나 노이에서는 현실과 동일한 증상을 에릭이 보이고 있었다.

퍽! 퍽! 퍽! 푸욱!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해골 검병 2마리가 에릭을 향해 다가와 검을 내려쳤다.

“끄아아아악!”

얼마 지나지 않아 에릭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사망한 것이다.

“에릭!”

그 모습을 본 테일런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

테일런뿐만 아니라 원거리 딜러들인 카일과 크란, 그리고 힐러들인 시스테아와 유미나도 얼굴이 좋지 못했다.

그들은 에릭을 도우려고 했었지만 해골 검병 5마리와 해골 궁병 8마리가 견제를 하는 통에 에릭을 도와줄 수 없었다.

그 결과 에릭이 사망하고 만 것이다.

“이 망할 새끼가!”

에릭이 사망하자 테일런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그리고 카일과 크란의 공격이 거세졌다.

그동안 그들도 놀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한성이 해골 검병 2마리를 빼서 에릭을 처치하는 이 해골 병사들도 피해를 입었다.

해골 검병 3마리가 부서졌던 것이다.

“무슨 해골 병사가 이렇게 세?”

“원래라면 우리들한테 한 방감 들일 텐데…….”

카일과 크란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들은 화력 담당이다.

화려한 화염 마법과 강력한 화살 공격으로 적들을 몰살시키는 게 주된 일이었다.

거기다 지금 자신들의 상대는 해골 병사들이 아닌가?

해골 병사들은 한 대 툭 치면 퍼서석거리며 부서지는 걸로 유명했다.

오죽하면 골다공증 걸린 해골이라고 불릴까.

그 정도로 해골 병사들은 약했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공격에 몰살되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카일의 화염 마법에도, 크란의 강렬한 화살 공격에도 해골 검병들은 버텨 냈다.

비록 세 마리를 처치하기는 했지만, 해골 검병들을 몰살하고 해골 궁병들까지 제압해야 하는 그들로서는 속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다 조금 전에 동료인 에릭마저 잃었다.

카일과 크란은 물론 테일런을 비롯한 나머지 힐러인 시스테아와 유미나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죽여 주마!”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에릭이 사망한 덕분에 테일런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하지만 그의 이성은 냉철했다.

어떻게 하면 한성에게 한 방 먹일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캉! 카앙!

먼저 테일런은 침착하게 해골 검병들을 상대했다.

‘반드시 죽여 주마!’

테일런의 직업은 가디언이다.

에릭처럼 성기사가 아니기 때문에 단 일격으로 해골 검병을 잡을 수 없었다.

그저 해골 검병들을 상대로 시간을 벌 뿐이었다.

카일과 크란이 해골 검병들과 해골 궁병들을 처치할 때까지 말이다.

번쩍! 샤아아아.

‘제길! 에릭만 있었으면 이런 놈은 금방 잡을 텐데…….’

테일런은 이를 악물었다.

역시 혼자서 해골 병사들을 상대하려니 생명력이 쭉쭉 깎였다. 물론 깎인 생명력은 시스테아와 유미나가 회복 스킬로 채워 주고, 보조 스킬인 방어력 증가나 물리 공격 내성 같은 것도 걸어 주었다.

그럼에도 조금 힘들었다.

‘하지만 해골 검병들만 처리할 수 있으면…….’

테일런은 앞을 바라봤다.

그곳에 해골 검병들 뒤에서 팔짱을 끼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청년이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네놈만큼은 반드시 죽여 버릴 테니까.”

테일런은 이를 갈았다.

감히 겁도 없이 자신의 동료를 건드리다니.

동료를 잃었다는 사실에 테일런과 파티원들은 한성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자신들이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자신들은 80레벨 후반이며 여섯 명이었으니까.

그에 반해 눈앞에 있는 한성은 잘해야 자신들과 비슷한 80레벨 후반대이고, 직업은 네크로맨서다.

남은 다섯 명이 합심하면 한성을 무릎 꿇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거기다 해골 병사들의 숫자도 꽤 줄었다.

시간이 지나면 한성을 처리할 수 있을 터.

“시체 소환.”

“뭐?”

순간 테일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 있던 청년이 또 다시 시체 4구를 소환했던 것이다.

“서, 설마?”

“그 설마다. 프로즌 좀비 울프 소환!”

펑!

한성의 외침에 시체 4구가 터지면서 프로즌 좀비 울프 8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가운 한기를 내뿜으며 살아 있을 당시와 변함이 없는 모습의 프로즌 좀비 울프들.

스킬 레벨이 4가 되면서 프로즌 좀비 울프는 시체 1구당 2마리씩 소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킬 레벨 1때보다 훨씬 더 강해지고 겉모습도 조금 변했다. 덩치가 이전보다 좀 더 커졌으며, 푸른 갈기털이 더 길어진 것이다.

물론 공격력과 방어력도 좀 더 강해졌으며, 차가운 한기도 한층 더 강해졌다.

“프, 프로즌 좀비라고?”

테일런은 놀란 표정으로 프로즌 좀비 울프들을 바라봤다.

해골 병사들보다 최소 2배 이상 강한 서리 늑대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한성의 레벨이 80이 되면서 활성화된 데스메이커 전용 스킬이 하나 있었다.

“데스나이트 소환.”

[데스나이트]

- 숙련도: Lv4.

- 죽음의 기사. 시체 1구로 1기 소환 가능하며 최대 3기까지 소환할 수 있다.

- 지배력 4 소모. 지속시간 600초. 쿨타임 300초.

번쩍!

한성이 스킬을 시전하자 바닥에 쓰러져 있던 에릭의 몸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터져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장갑주로 무장한 죽음의 기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갑옷으로 중무장한 데스나이트는 키가 무려 3미터에 달했다.

칠흑의 투구 속에서 푸른 안광이 번득였다.

크오오오오오!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데스나이트는 테일런을 비롯한 파티원들을 향해 포효성을 내질렀다.

“크, 크윽.”

그 기세에 테일런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데스나이트가 장비하고 있는 거대한 투 핸드 소드가 테일런을 향해 내려쳐졌다.

콰앙! 콰지직!

“크악!”

테일런은 재빨리 방패로 디펜스 스킬을 쓰며 방어했다.

하지만 데스나이트의 어마어마한 일격에 테일런을 중심으로 지면이 거미줄처럼 갈라졌다.

“마, 말도 안 돼…….”

테일런과 파티원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데스나이트와 한성을 바라봤다.

설마 에릭의 시체로 데스나이트를 소환할 줄이야.

거기다 데스나이트는 엄청 강했다.

크르릉! 컹컹!

어디 그뿐인가?

이번에는 프로즌 좀비 울프들이 차가운 한기를 흩날리며 파티원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저리 가, 이 개새끼들아!”

데스나이트뿐이라면 테일런 혼자서 어떻게든 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프로즌 좀비 울프들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모두 도망쳐!”

프로즌 좀비 울프와 데스나이트가 모습을 드러낸 시점에서 테일런은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파티원들을 향해 소리치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러면서 데스나이트와 해골 검병 뒤에 있는 한성을 한 번 슬쩍 노려봤다.

‘망할 자식. 나중에 두고 보자.’

테일런은 훗날을 기약했다.

하지만 그건 테일런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어딜 도망가려고?”

콰앙!

순간 테일런의 앞에 있던 데스나이트가 지면을 박찼다.

그리고 테일런을 향해 맹렬히 돌진하는 게 아닌가?

“이런 망할!”

테일런은 검과 방패를 치켜들며 교차시켰다.

그 위로 데스나이트는 대검을 크게 휘둘렀다.

콰아앙!

“크아악!”

테일런은 비명을 지르며 나가 떨어졌다.

데스나이트의 공격을 막아 냈지만, 힘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약 십 미터가 넘게 날려진 테일런은 바닥을 뒹굴었다.

“테, 테일런!”

그 모습에 카일과 크란은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크아앙!

“큭!”

하지만 그들은 테일런에게 신경을 쓸 틈이 없었다.

눈앞에서 프로즌 좀비 울프들이 덤벼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원거리 화력형으로 캐릭터들을 키웠기 때문에 프로즌 좀비 울프들이 파고들자 속수무책이었다.

힐러들도 마찬가지.

시스테아와 유미나는 쉴 틈 없이 카일과 크란에게 회복 스킬을 걸어 주고 있었다.

카일과 크란이 무너지면 진짜 답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너지는 건 시간 문제였다.

지금이야 어떻게든 카일과 크란이 공격을 하고 등 뒤에 있는 힐러들의 회복 스킬로 버티고는 있지만 슬슬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으니까.

거기다…….

“라이트닝 드라이브.”

한성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성은 카일과 크란 앞에 섰다.

“허억?”

갑작스럽게 한성이 눈앞에 나타나자 카일은 놀란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빡! 퍽!

한 호흡이 끝나기도 전에 한성의 손날이 카일의 오른쪽 목 옆을 치고, 왼쪽 정강이에도 로우킥이 날아들었다.

“꾸엑!”

그대로 카일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움찔움찔.

바닥에 쓰러진 카일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쓰러지면서 머리를 강하게 부딪쳤던 것이다.

크르릉!

기절 상태에 들어간 카일을 향해 프로즌 좀비 울프들이 차가운 한기를 뿌리며 달려들었다.

“크, 크아아아악!”

프로즌 좀비 울프들에게 물어뜯기는 고통에 정신을 차린 카일은 비명을 질렀다.

“엄살은.”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캐릭터가 사망할 정도로 공격을 받거나 혹은 상처를 입으면 안전장치가 발동한다.

통증이 줄어드는 것이다.

플레이어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고통을 느끼는 통각은 반 이하로 줄여 놓는다.

거기다 사망에 이를 정도로 큰 상처를 입으면 자동적으로 안전장치가 발동해 통증이 10분의 1 이하로 줄인다.

즉, 생각보다 별로 아프지 않다는 소리다.

다만 기분이 나쁠 뿐이다.

“다음은…….”

프로즌 좀비 울프의 물어뜯기에 당한 카일은 사망했다.

남은 건…….

“너다.”

한성의 스산한 목소리가 크란의 귀를 때렸다.

“히익!”

크란은 딸꾹질까지 하면 놀랐다.

한성과 프로즌 좀비 울프가 푸른 안광을 빛내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작은 미소를 지으며 한성은 크란을 향해 달려들려고 했다.

그 순간,

키에에에엑!

가까운 곳에서 괴성이 터져 나왔다.

한성은 물론 테일런과 파티원들의 시선이 괴성이 울려 퍼진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은 전부 경악했다.

“어째서 저놈이 이곳에 있는 거야?”

한성의 눈앞에 에르네스트 산 정상에 있어야 할 라스트 보스 드로이얀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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