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
< 내 언데드 100만 >
제 30 화 월드 히든 미션 (2)
“대체 누가 수정구를 유통시켰느냐지.”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는 마계의 물건이다.
그게 티르 나 노이로 흘러들어왔다.
누군가가 안드로말리우스와 함께 유통시켰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수정구를 유통시킨 자가 테오도르를 안드로말리우스와 연결시켰을 터.
테오도르와 반목하던 30년 전에 말이다.
“그만 진정하는 게 어때?”
한성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조금 전부터 디아나에게서 싸늘한 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긴 그럴 수밖에.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디아나는 알게 되었다.
자신의 제자를 꼬드긴 썩을 자식이 있었다는 사실을.
디아나의 싸늘한 살기에 셀라스틴과 루루는 덜덜덜 떨며 디아나를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에는 쫑긋 세워져 있을 셀라스틴의 늑대 귀는 축 늘어져 있었으며 꼬리도 말려 있다.
루루는 디아나의 살기에 놀랐는지 평소에는 숨기고 있던 마족의 뿔과 꼬리가 튀어나와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예 셀라스틴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박고 트럼프 카드의 스페이드처럼 생긴 꼬리 끝을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미안하군.”
셀라스틴과 루루를 본 디아나는 한숨을 살짝 내쉬며 살기를 거뒀다.
그제야 셀라스틴은 숨통이 트이는지 늑대 귀를 파닥파닥거렸으며, 루루는 셀라스틴의 가슴에서 얼굴을 빼곰 내밀었다.
하지만 아직 디아나의 분노는 가시지 않았다.
디아나는 가슴 속에서 파이프 담배를 하나 꺼냈다.
파이프 담배치고는 한국의 곰방대처럼 꽤 길었다.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는 디아나를 바라보며 한성은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나한테 뭘 바라는 거냐?”
“그대에게 부탁을 하나 하고 싶다.”
“부탁?”
‘또 미션인가?’
한성은 씩 미소를 지으며 디아나를 바라봤다.
“설마 잊은 건 아니겠지? 내 몸값이 세 배라는 걸.”
“……!”
순간 디아나는 움찔했다.
그랬다.
눈앞에 있는 사내는 무슨 이유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보상이 세 배였다.
디아나는 질린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거 말인데 어떻게 좀 안 되나?”
“안 돼.”
“나한테 자비를 베풀어 두면 좋은 일이 생길지도?”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강조하며 디아나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에 한성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안 돼.”
“그대는 정말 단호하구나.”
결국 디아나는 한숨을 내쉬며 물러났다.
“그래서 나한테 또 무슨 부탁을 하고 싶은 거지?”
“이 수정구를 유통시킨 놈을 찾아 주었으면 한다.”
‘역시…….’
예상대로 디아나는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을 유통시킨 자를 찾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이유는 복수겠지.
30년 전. 테오도르가 막나가기 시작한 이유가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전해 준 자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찾아서 뭐하게?”
디아나는 한성의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조금 전에 불을 붙인 파이프 담배를 붉은 입술로 물고 한 모금 빨았다.
그리고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후. 알아봐야지. 정말 그놈이 테오도르를 타락시킨 것인지 아닌지…….”
착하고 상냥했던 귀여운 제자 테오도르.
어째서 자신의 제자가 힘을 추구하기 시작했는지 디아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힘이 진리라고 뒤에서 바람을 넣은 존재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놈이 정말 내 제자를 타락시킨 거라면…….”
다시 한 번 디아나에게서 싸늘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지금까지는 그저 테오도르가 자신의 기대를 저버리고 욕망의 노예가 되어 마족과 손을 잡은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누군가가 뒤에서 조종한 거라면, 아직 미숙한 테오도르를 꼬드겨서 마족과 계약을 맺도록 누군가가 계획적으로 움직인 거라면…….
“어두운 밤을 살아가는 일족으로서 용서할 수 없지.”
그놈은 죽음과 가까운 길을 걸으며 어둠 속에서 살아 가는 다크 엘프의 가족을 건드린 것이다.
디아나는 조용히 자신의 분노를 표출했다.
그러자 주변 온도가 10도는 내려간 것처럼 추워졌다.
그 때문에 셀라스틴과 루루는 또다시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몸을 떨었다.
“알겠다. 받아들이지.”
잠시 디아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던 고개를 끄덕이며 부탁을 수락했다.
‘켈트인들의 부탁은 들어주는 게 좋아.’
하물며 지금 한성에게 부탁을 하고 있는 인물은 디아나다.
전직과 스킬에 연관이 깊은 그녀의 부탁은 거절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그리고 디아나의 부탁은 어둠의 신봉자들 배후 세력에 관한 조사였다.
이런 경우 미션은…….
[월드 히든 미션이 시작됩니다.]
‘미친! 월드 히든 미션이라고?’
시야에 떠오른 안내 메시지를 본 한성은 꽤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름 아닌 디아나가 주고, 마계 귀족과 연관된 미션인 만큼 난이도나 보상이 클 거라고 예상은 했었다.
지난번처럼 히든 미션 정도는 될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월드 히든 미션이라니!
모든 히든 미션들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어렵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단발성 미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장기 연계인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보상이 어마어마했다.
연계 미션을 클리어하는 동안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을 보상으로 받을 확률이 높으며, 모든 연계 미션을 클리어할 경우 어떤 보상을 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보상이 중요한 게 아니지.’
월드 히든 미션은 소문만 무성했다.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설마 소문으로 듣던 월드 히든 미션을 직접 받게 될 줄이야.’
누구 하나 월드 히든 미션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단지 월드 히든 미션이라는 게 있으며, 어마어마한 보상을 비롯한 티르 나 노이 세계의 핵심 스토리와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만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수많은 플레이어들은 확신하고 있었다.
티르 나 노이의 랭킹 100위 안에 들어가 있는 괴물들 중 대부분은 월드 히든 미션 수행자들이라고 말이다.
월드 히든 미션을 수행하다 보면 티르 나 노이 세계에 숨겨져 있는 비밀들과 접할 수 있으며, 그걸 통해서 강력한 히든 장비들을 구할 수 있으니까.
일반 월드 미션은 하나의 메인 스토리만 가지고 있으며, 보상도 기본적인 것밖에 없는데다가 레벨에 따라 흘러갈 뿐이었다.
하지만 월드 히든 미션은 다르다.
월드 히든 미션마다 각각 다른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일반 메인 스토리와는 다르게 티르 나 노이 세계의 핵심 스토리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중에는 가상현실 게임 티르 나 노이의 엔딩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월드 히든 미션도 있었다.
그리고 월드 히든 미션의 클리어에 따라 새로운 업데이트가 일어나기도 한다.
지난번 하늘 섬 업데이트도 사실 월드 히든 미션과 연관이 깊었다.
플레이어들인 방문자들의 진척도에 따라 유기적으로 새로운 미션이나 대륙, 던전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방문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을 즐기고, NPC인 켈트인들이 진짜 사람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유는 뛰어난 인공지능 시스템 덕분이었다.
유그드라실 인텔리전스 시스템 인터페이스 유닛(Yggdrasil Intelligence System Interface Unit).
통칭 이시스가 티르 나 노이 세계의 모든 걸 관리하고 있었으니까.
[월드 히든 미션: 어둠의 신봉자들의 배후 세력을 찾아라]
검은 숲의 은자, 디아나는 어둠의 신봉자들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배후 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놀랍게도 어둠의 신봉자 세력은 티르 나 노이 세계의 중앙 대륙을 비롯한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포착되었습니다. 중앙 대륙에서 72 마계 귀족 중 하나인 안드로말리우스와 연관이 있는 배후자를 찾으십시오.
최소 요구 레벨: 100.
난이도: C랭크.
보상: 10000골드. Lv100 유니크 보물 상자. 다음 미션으로 연계.
“어둠의 신봉자 놈들이 중앙 대륙에도 있다고?”
월드 히든 미션의 설명을 확인한 한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렇다. 우리들이 조사한 결과 수정구는 중앙 대륙에서 넘어왔을 확률이 크다. 그 때문에 그대가 중앙 대륙에서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를 유통시킨 자를 찾아 주었으면 한다.”
“확률이 크다고? 그럼 중앙 대륙에 넘어오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나?”
“그것까지 포함해서 전부 조사해 주면 바랄 게 없지.”
한성의 말에 디아나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요컨대, 중앙 대륙에 가서 어둠의 신봉자들은 물론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 달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중앙 대륙에도 어둠의 신봉자들이 있다면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는 그쪽에서 넘어왔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둠의 신봉자들의 총본산은 테오도르가 이끄는 이곳이 아니라 중앙 대륙에 있을 수 있었다.
“알겠어. 어차피 한 배를 탄 상황이니 어쩔 수 없지.”
한성은 고개를 흔들며 디아나에게 대답했다.
어찌 되었든 한성은 시작의 대륙에 존재하는 어둠의 신봉자들을 괴멸시켰다.
중앙 대륙에 넘어가서도 분명 어둠의 신봉자들과 한바탕할 것이다.
‘블랙 레이븐 놈들도 처리해야 되고 말이야.’
이래저래 중앙 대륙으로 넘어가면 바빠질 것 같았다.
한성은 다시 월드 히든 미션창을 바라봤다.
난이도는 C랭크인데 보상은 유니크였다.
역시 월드 히든 미션다운 보상이었다.
보통 유니크 보상은 난이도가 B랭크는 되어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감스럽지만 월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레벨이 부족했다.
아직 한성의 레벨이 75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어둠의 신봉자 간부들과 테오도르가 남기고 간 언데드 군단들을 처치하면서 레벨이 올랐지만 아직 역부족이었다.
물론 스텟상으로 본다면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겠지만, 최소 요구 레벨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행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중앙 대륙으로 가려면 100레벨을 찍어야 했다.
“그럼 기대하도록 하지. 그전에 레벨부터 올려야겠지만 말이야.”
작은 미소를 지으며 디아나는 한성을 바라봤다.
“흥. 말 안 해도 그럴 거다.”
피식 웃으며 한마디 던진 한성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명백했다.
최대한 빨리 100레벨을 찍는 것이다.
‘그전에 보상부터 확인해야겠지.’
어둠의 신봉자들 관련 미션을 수행하면서 한성은 랜덤으로 아이템이 튀어나오는 보물 상자를 얻었다. 우선은 여관에 돌아가서 보물 상자들부터 확인할 생각이었다.
“루루. 가자.”
“네. 금방 가요~”
한성의 부름에 루루는 쪼르르 달려왔다.
“그럼 다음에 보지.”
그렇게 한성은 루루를 데리고 디아나의 수하들이 사용하는 아지트에서 나왔다.
* * *
네로폴리스 도시 여관.
미션을 끝내고 몸도 쉴 겸, 보물 상자들을 확인하기 위해 한성은 작은 방을 하나 잡았다.
“상태창.”
[상태창]
이름: 트레인.
레벨: 75.
칭호(1): 최초로 전승을 한 자.
칭호(2): 최초로 마이너스 레벨이 된 자.
칭호(3): 너도 한방, 나도 한방(근력+15%, 지력+15%).
칭호(4): 서리 거인의 눈물(체력+20).
명성: 2400.
직업: 데스메이커(히든 2차).
스텟: 근력 80(+12). 민첩 80. 체력 80(+20). 지력 115(+27). 마력 125(+10). 지배력 150(+30). 행운 15.
스텟 포인트: 75.
스킬 포인트: 106.
골드: 2156420.
‘흠.’
어둠의 신봉자들 미션을 해결 하면서 한성은 어마어마한 숫자의 언데드 몬스터들을 때려잡았다.
그 결과 네로폴리스 도시에서 발생한 한정 이벤트를 클리어했다. 덕분에 20만 골드와 경험치를 보너스로 받았다.
거기다 전승 특전 효과로 보상을 3배로 받아 총 60만 골드와 15레벨 업을 하게 되었다.
레벨이 오른 덕분에 스텟 포인트가 75, 스킬 포인트가 15 올랐다.
‘문제는 스텟이군.’
한성은 생각에 잠겼다.
기본적인 스텟은 레벨에 비해 전부 높은 상태.
본래라면 마력이나 지배력에 스텟을 전부 투자해야 하지만…….
‘이제 근력이나 민첩, 체력에도 투자를 좀 해 놔야 돼.’
티르 나 노이는 리얼리티를 중시한 게임.
그 탓에 여러 가지 장비를 장착하려면 근력과 민첩이 필요하다.
근력이 되지 않으면 무거운 장비를 장착조차 할 수 없으며, 민첩이 낮으면 움직임이 느려진다.
그 때문에 마법사 계열 직업의 방문자들은 대부분 천 계열의 방어구를 선호했다.
거기다 한성은 파이터 계열의 4차 직업 패왕을 계승한 자.
파이터 계열 스킬뿐만이 아니라, 기본적인 몸놀림이나 기술도 게임 시스템에 구애되지 않고 쓸 수 있었다.
마치 격투 기술을 배운 격투가들처럼 말이다.
“스텟은 좀 더 생각해야지.”
스텟은 일단 뒤로 미뤘다.
보물 상자들부터 확인한 다음 스텟을 찍을 생각이었다.
“그럼 보물 상자들부터 먼저 확인해 볼까?”
현재 한성이 가지고 있는 보물 상자들은 Lv50 레어 등급이 3개, Lv55 레어 등급이 3개, Lv60 유니크 등급이 3개, Lv60 레전드 등급이 3개였다.
그중 레전드 보물 상자를 인벤토리 창에서 꺼냈다.
[Lv60 레전드 등급 보물 상자를 오픈합니다.]
한성의 눈앞에서 보물 상자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