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
< 내 언데드 100만 >
제 25 화 루루 왔어요
별동대를 전멸시킨 한성은 언데드 군단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트레인. 이번에는 어떻게 할 거지?”
한성의 뒤에서 셀라스틴은 늑대 귀를 쫑긋 세우며 말했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언데드 군단을 상대로 싸움을 건 사내.
그녀는 언데드 군단을 상대로 절대 싸울 수 없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사내는 자신의 그런 생각을 비웃듯 소규모 언데드 병사들만으로 해골 병사 100명과 오우거 두 마리를 전멸시켰다.
이제는 믿어 줄 수밖에 없는 상황.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다르지.”
언데드 군단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한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될 거 같아?”
“아마 테오도르나 어둠의 신봉자들은 언데드 군단 후미를 공격한 게 네크로맨서의 짓이라는 걸 알았을 거야.”
해골 궁병들은 보여 주지 않았지만, 해골 창병과 프로즌 좀비 울프들의 모습은 보여 줬다.
바보가 아닌 이상 네크로맨서의 소환수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터.
“분명 자존심에 상처를 좀 입었겠지.”
한성은 입꼬리를 씩 말아 올렸다.
어둠의 신봉자들이 소환한 어둠의 군세는 어마어마했다.
일반적인 네크로맨서의 지배력으로는 저만한 언데드 군단을 자유롭게 조종할 수 없었다.
히든 2차 직업 데스메이커로 전직한 지금의 한성으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둠의 신봉자들은 완벽하게 언데드 군단을 컨트롤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극히 일부라고는 하나 언데드 군단의 별동대가 전멸했다.
그것도 어디서 굴러먹다가 나타난 네크로맨서에게 말이다.
“어둠의 신봉자 놈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어떻게 나올 것 같아?”
“음. 아마 철저하게 짓밟으려고 하지 않을까. 그놈들은 체면을 중요시 하니 말이야.”
“그럼 결과는 하나지.”
셀라스틴의 말에 한성은 네로폴리스 도시를 포위하고 있는 언데드 군단을 바라봤다.
도시를 포위하고 있는 탓에 언데드 군단의 병력은 두텁지가 않았다. 그리고 언데드 군단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분명 테오도르가 숨어 있을 터.
“움직이기 시작하는군.”
그때 드디어 언데드 군단에 움직임이 생겼다.
꽤 많은 숫자의 해골 병사들이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언데드 오우거와 거대한 늑대들도 뒤로 빠졌다.
이전에 투입되었던 별동대의 약 5배에 가까운 병력이었다.
그리고…….
“찾았다.”
한성은 언데드 군단 속으로 틴달로스를 잠입시켰었다.
어두운 달밤의 그림자 속으로 녹아들어 간 틴달로스는 아무도 언데드 군단 내부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조금 전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일련의 무리들을 발견했다.
테오도르를 포함한 어둠의 신봉자의 간부들이었다.
그들을 발견한 한성은 씩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스마트 밴드워치를 조작해서 동영상 녹화 모드를 활성화 시켰다.
‘지금까지는 레벨업 하고 2차 전직을 한다고 바빴지만 이제는 돈도 벌어야 되니까.’
티르 나 노이에서 찍은 동영상은 돈이 된다.
인터넷으로 방송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한성은 전승을 하기 전에 보스 몬스터의 레이드 동영상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려 괜찮은 수익을 올렸었다.
하지만 블랙 레이븐 클랜에서 배신당하고 전승을 한 후에는 정신없이 레벨을 올렸다.
2차 전직도 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동영상을 찍을 여유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냥하기도 바빴으니까.
‘어차피 모자이크 처리를 할 거지만 최대한 얼굴을 가리는 게 좋겠지.’
한성은 검은 망토를 깊게 눌러쓰며 얼굴의 절반을 가렸다.
혹시나 인터넷 방송을 통해 블랙 레이븐 클랜 놈들에게 지금 위치가 알려질지도 모르니까.
어둠의 신봉자들이 소환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언데드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한성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법 괜찮은 동영상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 * *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놈이구나! 이곳이 어디라고 감히 나타난 것이냐!”
테오도르는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그는 직감했다.
눈앞에 있는 청년이 별동대를 전멸시킨 건방진 네크로맨서라는 사실을.
‘그런데 어떻게 이곳까지 온 거지?’
테오도르와 어둠의 신봉자 간부들 주위에는 많지는 않지만 호위를 위한 언데드 병사들이 있었다.
눈앞에 있는 청년과 언데드 호위 병사들이 싸웠다면 자신들이 모를 리 없었다.
“그런 말을 하는 것치고는 방비가 허술하던데? 고작 해골 병사들 따위로 방어가 되나?”
“뭐라고?”
도발적인 한성의 말에 테오도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자신이 소환한 해골 병사들은 고작이라는 말로 넘길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해골 병사는 일반 인간 병사 한 명보다도 강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인간 병사 두 명까지 쓰러트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상대는 한성이었다.
“틴달로스.”
스르륵.
한성의 그림자 속에서 검은 기운이 튀어나왔다.
검은 기운은 이내 구체 형상을 취하며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소환사의 그림자 속에서 숨어 사는 어둠의 암살자, 틴달로스.
딱히 형체가 고정되지 않아 아메바와 다를 바 없으며 정찰, 암살, 사냥에 특화된 존재다.
그 때문에 한성은 틴달로스를 사용하여 언데드 군단 속 어딘가에 있을 테오도르의 위치를 찾아냈다.
그렇지 않아도 언데드 군단은 네로폴리스 도시를 포위하고 있는 탓에 병력층이 두텁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테오도르는 별동대를 전멸시킨 건방진 네크로맨서를 뭉개 버리기 위해 제법 큰 병력을 움직였다.
그로 인해 언데드 군단 곳곳에 구멍이 생겼다.
그 틈을 노리고 틴달로스가 조용히 호위 병력들을 처리했던 것이다.
또한, 애초에 테오도르와 간부들을 보호하는 언데드 병사들은 그리 많지도 않았었다.
“그, 그건……?”
틴달로스의 등장에 테오도르의 눈빛이 변했다.
“네놈! 그걸 어디서 얻은 것이냐!”
“알아서 뭐하게?”
한성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건방지기 짝이 없는 놈이로군. 뭐, 좋아. 좀비로 만들어서 네놈이 알고 있는 걸 전부 불게 만들면 될 테니까.”
테오도르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대로 된 형체를 가지지 못한 틴달로스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소환수가 아니었다.
그리고 테오도르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틴달로스는 디아나의 소유였다.
눈앞에 있는 청년이 가지고 있는 틴달로스가, 디아나가 가지고 있던 틴달로스와 동일한 존재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걸 조사하려면 먼저 한성을 제압할 필요가 있었다.
테오도르는 비웃음을 흘리며 흑천의 지팡이를 치켜 올렸다.
“무슨 생각으로 이곳에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놈은 큰 실수를 범했다.”
어둠의 신봉자 간부들과 수장인 테오도르를 보호하는 병력이 많지 않았던 이유.
사실 병력 따위 있을 필요 없었다.
“나는 모든 네크로맨서의 정점인 죽음의 길을 걷는 자. 너 같은 쓰레기 네크로맨서가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테오도르는 입가에 비웃음을 흘렸다.
일반 네크로맨서는 쓰레기지만, 테오도르나 그의 제자들은 상당히 강하다.
소환수들이 강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테오도르는 디아나의 수제자.
다른 네크로맨서 따위와는 차원이 달랐다.
“너는 오늘 여기서 죽는다. 이곳에서 살아 돌아갈 생각은 버려라!”
쿠웅!
테오도르는 흑천의 지팡이를 지면에 내리쳤다.
그러자 육중한 굉음과 함께 가벼운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쩌저적!
그리고 지면에서 시커먼 틈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크아아아.
키야아아.
지면에 생긴 틈에서 언데드 마수들이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수들이라…… 재미있군.”
“무지로 인한 자신감인가? 네놈은 절대 내 언데드 마수들을 이길 수 없다. 네놈이 상대한 해골 병사들이나 언데드 오우거와는 차원이 다르니까 말이야.”
테오도르의 얼굴에 자신감이 넘치는 미소가 걸린다.
그의 말대로 지면에서 기어 올라온 마수들은 차원이 달랐다.
생김새는 늑대를 닮았다.
다만 크기가 컸다.
최소 어깨 높이가 3미터는 되었으니까.
그리고 전신에는 검은색 기운이 촉수처럼 붙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테오도르가 자신하는 가장 강력한 언데드 마수가 지면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파티 랭크 보스>
“보스급이라고?”
한성은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나타난 3미터 높이의 마수들보다 훨씬 더 컸다.
최소 어깨 높이는 5미터가 넘었으며, 몸길이는 10미터가 넘었다.
전체적인 모습은 새까만 흑표범을 닮았다.
하지만 송곳니가 무려 1미터가 넘었다.
크아아아앙!
선혈의 세이버투스는 한성을 바라보더니 한차례 포효했다.
그 뒤로 늑대처럼 생긴 마수, 언더울프 약 서른 마리가 붉은 눈을 번뜩이며 한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얌전히 죽어라. 어리석은 방문자여.”
테오도르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상대가 아무리 다시 부활하는 방문자라고 해도 테오도르에게는 힘이 있었다.
만약 다시 자신을 찾아오면 그냥 죽여 버리면 되는 일.
그전에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느끼게 해 줄 생각이었다.
크르릉! 컹컹!
이윽고 선혈의 세이버투스를 필두로 언더울프들이 한성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 직후,
크아아아!
한성의 그림자 속에서 프로즌 좀비 울프들이 튀어나왔다.
“뭐, 뭐냐!”
갑작스러운 사태에 테오도르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혼자서 이곳에 올 리가 없잖아?”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한성은 테오도르를 바라봤다.
테오도르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그가 들고 있는 흑천의 지팡이가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틴달로스. 그놈이군.”
“빙고.”
테오도르는 눈썹을 찌푸렸다.
잊고 있었다.
틴달로스의 숨겨진 능력 중 하나를.
틴달로스에게는 그림자 속에 언데드 몬스터들을 숨길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수백, 수천이 넘는 병력은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스킬 숙련도 레벨 3인 틴달로스는 소대 규모 정도는 충분히 숨길 수 있었다.
한성의 지배력 수치에서 약 30%에 해당하는 언데드 몬스터들을 숨겨서 이송 시킬 수 있었으니까.
크르르르!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온 프로즌 좀비 울프들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싸늘한 한기를 내뿜었다. 그리고 한성을 향해 달려들던 새까만 언더울프들의 앞을 막아섰다.
프로즌 좀비 울프들의 숫자는 약 서른 마리.
충분히 언더울프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세이버투스가 남아 있다. 네놈 따위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지.”
프로즌 좀비 울프의 등장에 허를 찔리긴 했지만 테오도르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선혈의 세이버투스가 한 마리만 있어도 프로즌 좀비 울프들을 전부 몰살시킬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걸로 끝났다고 생각하면 섭섭하지.”
어둠의 신봉자들을 이끄는 간부들과 수장인 테오도르를 상대하기 위해 한성이 준비한 일발역전의 한 수.
스팟!
틴달로스의 그림자 속에서 다섯 색상의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다섯 가지의 색을 가진 스켈레톤 커맨더들이 한성의 앞에 착지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각가지 고유 속성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해골 병사들.
아니, 눈앞에 있는 해골들은 단순한 일반 병사가 아니었다.
이를테면 지휘관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 레벨이 낮은 터라 병종은 정해지지 않았다.
전부 날카로운 뼈칼과 고급스러워 보이는 뼈갑옷을 입고 있었다.
2차 전직을 하게 되면서 새롭게 생긴 스킬들 중 하나인, 스켈레톤 커맨더였다.
거기에.
“와라.
번쩍!
조용히 중얼거린 한성의 말에 사람 상체 크기만 한 검은 기운이 소용돌이치며 나타났다.
차원 포탈이었다.
“금방 가요~”
소용돌이치는 검은 포탈 너머로 밝고 경쾌한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마족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파닥파닥.
등허리에 붙어 있는 검고 앙증맞은 날개.
머리에는 뾰족 모자를 쓰고, 다리까지 내려오는 웨이브 진 보라색 머리카락과 붉은 눈을 가진 귀여운 소녀, 루루가 한성의 옆에 나타난 것이다.
“어서 와, 루루.”
“네, 루루 왔어요~”
루루는 한성을 올려다보며 귀엽게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