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21화 (21/318)

# 21

< 내 언데드 100만 >

제 21 화  2차 전직 완료

슈와아아악!

수정체에서 눈이 아플 정도로 강렬한 자줏빛이 터져 나왔다.

한성은 손으로 눈을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 자줏빛이 가라앉았다.

“30년 만인가…….”

한성의 앞에서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성은 재빨리 앞을 바라봤다.

그리고 작게 혀를 찼다.

눈앞에 검은색 로브를 입고 있는 미녀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알몸으로 자줏빛 수정체에 있던 여인이었다.

“후에엥! 마스터!”

그때 루루가 등에 달린 검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디아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루루. 고생이 많았구나.”

디아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울먹이는 루루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디아나 님!”

늑대 귀를 파닥파닥거리고 꼬리는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며 셀라스틴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디아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참, 너도 있었지. 셀라스틴.”

디아나는 아찔한 미소를 지으며 가늘고 부드러운 손을 뻗어 셀라스틴의 늑대 귀와 꼬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더니 셀라스틴의 늑대 귀에 입을 가져다 댔다.

뜨거운 숨이 셀라스틴의 늑대 귀를 간질였다.

“무능한 나의 셀라스틴. 30년 동안 내가 있는 장소를 찾지도 못했으면서 보상을 바라고 있겠지? 너에게는 벌을 내려 주마. 뭐, 그게 네가 원하는 것이겠지만. 오늘 밤은 꽤 뜨거울 거야.”

“아아, 디아나 님.”

디아나의 말에 셀라스틴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에 디아나의 벌을 받는다는 생각에 셀라스틴은 전신이 짜릿해졌다.

마지막으로 디아나의 붉은 눈이 한성을 향했다.

“그대로군. 나의 길을 걸으려는 자가.”

디아나의 붉은 눈이 휘어지며 한성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녀의 전신에서 무시할 수 없는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 압박감에 한성은 식은땀을 흘렸다.

‘대체 몇 레벨이야? 상당히 고레벨일거 같은데…….’

이 정도 기세면 최소 200레벨은 넘어야 한다.

설마 네로폴리스 도시 근처에 이런 고레벨 켈트인이 존재하고 있었을 줄이야.

“당신이 디아나인가?”

“그렇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검은 숲의 은자 디아나를 찾아라! 히든 2차 전직 미션 2단계를 완수하셨습니다. 3단계로 이동합니다.]

[히든 2차 전직 미션(3): 디아나에게서 인정을 받아라!]

당신은 드디어 검은 숲의 은자 디아나와 조우했습니다.

그녀에게 인정받으십시오.

최소 요구 레벨: 55.

난이도: B랭크.

보상: 2차 전직을 합니다.

순간 한성의 시야에 2차 전직 미션 관련 메시지가 나타났다.

눈앞에 있는 여인이 디아나라는 사실을 한성이 직접 물어보고 확인한 순간 2차 전직 미션이 갱신된 것이다.

‘흠.’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히든 2차 전직 미션이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갔다.

그런데 2단계와 3단계의 난이도 차이가 심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3단계 미션의 난이도는 B랭크.

파티 플레이를 해야 깰 수 있는 난이도다.

하지만 부담은 되지 않았다.

지금 한성의 레벨은 60을 찍고 있었으니까.

스텟 총합으로 따진다면 한성의 실제 레벨은 지금보다 두 배에 가까웠다.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알고 있겠군.”

한성의 말에 디아나의 얼굴에서 미소가 번졌다.

“알다마다. 그대를 이곳으로 인도한 건 나니까 말이야.”

“역시 그런가.”

그녀의 말에 한성은 놀라지 않았다.

디아나가 숨겨져 있는 장소를 찾은 건 루루 덕분이었다.

그리고 루루는 다름 아닌 디아나의 소환수.

잘 생각해 보면 디아나가 자신에게 루루를 보냈다고 추측할 수 있었다.

“나를 구하러 와 준 사실에 감사를 표한다. 그대가 없었으면 나는 아직도 수정안에 있었을 테지.”

“벼, 별로……. 당신을 위해서 구하러 온 게 아니야. 어디까지나 히든 직업 때문이니까.”

한성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 말에 디아나는 입꼬리를 살며시 올렸다.

“그런가? 뭐, 일단 그렇다고 해 두지. 그래도 그대가 나를 구하러 와 줬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분명 그대에게 프로즌 자이언트 좀비는 버거운 존재였을 터. 그럼에도 프로즌 자이언트 좀비를 쓰러트리고 이곳까지 도달한 그대는 삶과 죽음의 길을 걸을 수 있는 자격이 충분히 있지.”

삶과 죽음의 길.

분명 히든 직업 데스브링어를 말하는 것이리라.

“마지막으로 묻겠다. 그대는 정말 이 길을 계속 걸을 것인가?”

어마어마한 기세를 내뿜으며 디아나의 붉은 눈이 한성을 직시한다.

처음 그녀를 봤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전신을 짓누르는 압박감.

그 속에서 한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물론이지.”

한성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거짓말처럼 디아나로부터 압박감이 사라졌다.

그 직후, 한성의 시야에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히든 2차 직업 데스메이커로 전직하셨습니다!]

[히든 직업 전용 장비, 프나코틱 서머너 바이블을 지급받았습니다.]

[액티브 스킬 위크니스를 배웠습니다.]

[액티브 스킬 블라인드를 배웠습니다.]

[액티브 스킬 디케이를 배웠습니다.]

[액티브 스킬 포이즌을 배웠습니다.]

[액티브 스킬 셀피쉬를 배웠습니다.]

[액티브 스킬 데스나이트를…….]

“이, 이건……?”

한성은 시스템 알림 메시지를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2차 전직을 하고 나서 히든 전용 장비와 수많은 스킬들이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데스브링어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축하하지. 무사히 2차 전직을 완료한 거 같군.”

아찔한 미소를 지으며 디아나가 한성을 향해 말했다.

이제 그녀는 본론으로 들어가야할 때였다.

“그대에게 부탁이 있다.”

[검은 숲의 은자, 디아나의 부탁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응?’

갑작스럽게 떠오른 안내 메시지에 한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지난 30년간 내 힘을 이어받을 수 있는 존재를 기다려왔다.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자를 말이야.”

즉, 디아나는 히든 직업 데스브링어로 전직한 자를 기다려 왔다는 소리였다.

“왜?”

“그대도 알고 있을 테지. 어둠의 신봉자들을.”

“알고 있다.”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들 때문에 히든 직업 전용 스킬과 2차 전직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말았다.

‘그놈들만 아니었으면…….’

이미 진즉에 2차 전직까지 완료했을 터.

“그들을 이끌고 있는 수장 테오도르는 내 제자다.”

“뭐?”

테오도르가 디아나의 제자라니?

이번만큼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제자를 믿었던 내가 바보였지.”

디아나의 아름다운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30년 전 테오도르는 디아나를 배신했다.

이유는 단순 명쾌하기 짝이 없었다.

스승의 미모에 눈이 돌아간 테오도르는 디아나를 손에 넣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것이다.

“설마 나의 아름다운 미모가 죄가 될 줄은…….”

디아나는 비극의 히로인 같은 표정과 포즈로 한성을 바라봤다.

“그대는 절대 나에게 반하지 마라.”

“하?”

디아나의 말에 한성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셀라스틴도 그렇고, 이 여자도 그렇고. 어째 내 주변에 제대로 된 여자가 없는 거 같지?’

한성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 말 그대로 돌려 주지.”

“흐음. 그 말을 정말 지킬 수 있으려나?”

디아나의 붉은 눈이 요사스럽게 빛나며 한성을 바라본다.

그뿐만이 아니라 비극의 히로인 포즈를 잡느라 그녀가 걸치고 있던 검은색 로브의 틈이 살짝 벌려져 있었다.

그 사이로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조금씩 비쳐 보였다.

‘설마 자기가 먼저 테오도르를 유혹한 건 아니겠지?’

그녀의 유혹에 대체 어떤 남자가 넘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

한성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디아나를 바라봤다.

“그대가 정말 그 말을 지킨다면 상을 주겠다.”

“상?”

디아나의 말에 한성은 반문했다.

그러자 디아나는 한성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아찔한 향이 코를 간질인다.

“그대를 만족시켜 주겠다.”

한성의 앞에서 디아나는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강조시키며 황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반쯤 드러나 보이는 아름답고 풍만한 가슴이 한성의 눈앞에서 흔들렸다.

반사적으로 손이 나가려는 걸 가까스로 막은 한성은 가볍게 뒤로 물러서며 디아나를 노려봤다.

“어설픈 수작은 부리지 말지?”

“이번 제자는 재밌네.”

“별로 당신의 제자가 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데…….”

“설마 벌써 잊었어? 앞으로 나에게서 스킬을 배우고 전직을 하게 될 거라는 걸.”

“쳇.”

한성은 혀를 찼다.

앞으로 히든 직업 전용 스킬과 3차나 4차 전직을 하려면 그녀의 도움이 필요했다.

“원하는 게 뭐야?”

한성은 살짝 찌푸린 눈으로 디아나를 노려보며 물었다.

순간 디아나에게서 차가운 한기가 흘러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디아나는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테오도르의 목.”

그 순간,

[히든 연계 미션 어둠의 신봉자들이 갱신됩니다.]

한성의 시야에 미션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       *       *

네로폴리스 도시 외곽.

성처럼 거대한 담벼락이 둘러쳐져 있는 범죄와 향락의 도시.

무법천지의 도시이긴 했지만, 몬스터들로부터 도시를 지키는 경비대가 없는 건 아니었다.

단지 문제는 경비대원 대부분이 치안에 힘을 쓰기는커녕, 경비대라는 힘을 이용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지만.

물론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봐, 톰슨. 한 잔 받으라고.”

“역시 달밤에 술 마시는 게 최고지.”

도시 외곽 벽 위 감시대에서 두 명의 경비대원들이 하얀 달빛 아래에서 술을 퍼마시기 여념이 없었다.

네로폴리스의 경비병답게 근무태도도 불량이었다.

아니, 그래도 감시대에 경계를 서러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할까.

“다른 녀석들은 여자들 만나러 간다는데, 우린 이게 뭐야.”

“뭐, 별수 있나. 그래도 우리가 네로폴리스에서 알아주는 경비대 아니냐. 우리가 이렇게 경비를 서 주는 덕분에 저 밑에 놈들이 아랫도리를 놀리고 다니는 거 아니겠냐고. 흐흐.”

감시대에 있는 두 명의 경비병 중 한 명인 페드로가 음담패설을 지껄이며 기분 나쁜 미소를 흘렸다.

“페드로. 우리도 근무 교대하면 가 볼까?”

“그거 좋지!”

톰슨과 페드로는 낄낄거리며 달빛을 안주 삼아 술을 퍼마셨다.

그렇게 얼마나 마셨을까.

페드로는 뭔가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헤이, 톰슨. 무슨 소리 안 들려?”

“으으응? 안 들리는 뒈에에에…….”

이미 톰슨은 술을 진탕으로 처마셨다.

혀 꼬부라진 소리를 내며 빌빌 거리는 톰슨을 바라보며 페드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쯧쯧. 술도 약한 녀석이 나보다 더 마셨네.”

페드로는 감시대에서 몸을 쭉 빼며 외곽 주위를 살폈다.

기기긱. 기기긱.

“이게 무슨 소리지?”

감시대 밖으로 몸을 빼자 밑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페드로는 고개를 아래로 향했다.

“……!”

순간 페드로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놀란 얼굴로 눈을 부릅떴다.

“우, 우와아아아악!”

얼마 지나지 않아 우렁찬 페드로의 비명소리가 감시대에서 울려 퍼졌다.

그리고 네로폴리스 도시의 벽 위 감시대들에서 페드로처럼 비명을 지르는 경비병들이 늘어났다.

네로폴리스 도시 외곽을 지키는 벽면에 어마어마한 숫자의 스켈레톤들이 달라붙은 채 기어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뒤, 네로폴리스 도시에 있는 방문자들에게 안내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네로폴리스 도시 한정 이벤트 언데드 군단의 침략이 발동합니다.]

0